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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come the Justin Min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홍기는 공부를 잘했다. 아이비리그에 진학했고, 잡지사 기자로도 일했지만,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인터넷에 ‘연기하는 법’을 검색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애프터 양> <엄브렐러 아카데미> <성난 사람들(비프)>의 바로 그 배우. 저스틴 민이 말하는 저스틴 민 되는 법.

UpdatedOn June 28, 2024

패턴 셔츠 폴 스미스, 레더 슬리브리스 톱 꾸레쥬, 팬츠 에트로, 슈즈 캠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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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직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질문을 드리는 입장에서 여쭙기 민망하지만, 만일 오늘 기자로 이 자리에 오셨다면 첫 질문으로 무엇을 물어보시겠어요?
정말 좋은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인터뷰 시작할 때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오늘 아침에 뭐 드셨나요?”였어요.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은 보편적인 언어잖아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방법이었어요.

당시 작성한 기사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게 하나쯤 있을 것 같아요.
한 번은 시카고에서 요리 연구가인 그랜트 아카츠의 레스토랑 ‘알리니아(Alinea)’에서 식사하고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경험한 고급스럽고 창의적인 식사였죠. 모든 부분에서 놀라웠어요. 그랜트 아카츠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이고 영감을 줬어죠.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는 암 투병 중에 일시적으로 미각을 잃었어요. 셰프가 미각을 잃는다는 걸 상상해보세요. 그럼에도 그는 의지와 결단력, 끈기로 세계 최고의 음식을 계속 만들어냈어요.

연기를 시작할 무렵 구글에 ‘연기하는 법’을 검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연기를 업으로 삼은 배우가 되셨는데, 그때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신다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아마 “연기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할 거예요.(웃음) 기자님의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운 게, 이 업계에서 성공하는 데는 정해진 공식이 없고 모든 사람의 여정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아마도 연기를 시작할 무렵이라면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할 거예요. 그리고 계속 씨앗을 심으라고도 말해주고 싶어요. 그 씨앗의 열매는 대부분 몇 년 후에나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포기하거든요. 배우로 성공하는 것은 마라톤이지 단거리가 아니에요.

일을 시작하고 생긴 습관이 있습니까?
예전에는 걷는 것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매일 아침 오랫동안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걷기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요. 아주 명상적이거든요. 속도를 늦추고 숨을 쉬면서 자연스레 현재에 집중하게 도와줘요. 바쁜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좋아요.

평소 책도 즐겨 보신다고 들었어요. 배우님만의 ‘서점에서 책 고르는 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서점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책을 구경하는 거예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무작위로 책을 집어 첫 몇 페이지나 챕터를 읽어보는 거죠. 처음에 저를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책은 정말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에요. 멋진 책을 발견하는 것만큼 좋은 느낌은 없어요.

공부도 무척 잘하셨죠. 배우가 아닌 직장인으로 계속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세요?
사실 그 생각을 종종 해요. 연기는 좋아하지만, 평생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양한 관심사와 호기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그런 것들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건축과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형태와 기능을 탐구한다는 점이 좋아요. 제 분석적인 면과 창의적인 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흥미가 생겨요.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세요?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왜냐하면 연기와 예술은 매우 주관적이거든요. 제가 보기엔 좋은 연기가 누군가에게는 형편없는 연기로 보일 수 있어요. 그 점이 항상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누가 최고의 배우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매우 다양한 답변을 듣게 되는 거죠. 결국 취향의 문제예요. 그렇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업계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가장 효과적인 배우는 매체를 잘 이해하고, 그 모든 요소를 활용해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 대본, 촬영, 의상 등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거예요. 좋은 배우는 이러한 모든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이점으로 사용해 궁극적으로 최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시죠. ‘사진가’ 저스틴 민에게 지금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무엇입니까?
지금 주문진에서 머물고 있는데, 쉬는 날에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해요. 서울의 번잡함과는 대조적으로 작은 해변 마을의 조용함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특히 해변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다워요. 여기 사람들은 간단하고 느리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요. 어촌 마을이든 야외 시장이든, 옷이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까지. 그 모든 걸 사진으로 담는 게 즐거워요.

아버님께서는 신문사 기자로, 어머님께서는 세탁소에서 일하셨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나요?
매일 학교가 끝나고 엄마의 세탁소에 가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형과 저는 거기서 숙제를 하고, 엄마를 도와 옷에 태그를 붙이고 담요를 접곤 했어요. 그러고 너무 피곤해서 뒤쪽에 있는 큰 테이블에서 잠들기도 했어요. 아직도 그 모든 냄새를 기억해요. 화학물질과 세제가 섞인 옷들의 향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셔츠·코트·팬츠·슈즈 모두 드리스 반 노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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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0

셔츠 엔 아카이브, 팬츠 장 미셸 바스키아 H&M, 브레이슬릿 모두 돌체앤가바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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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팬츠 모두 에트로, 톱 게스, 슈즈 컨버스,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처음 맡은 일은 쓰레기통 광고였어요.
그 일을 맡지 못했다면 연기자를 꿈꾸지 않았을 거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인생과 경력에 대해 확신이 없던 시기였거든요.”

 

‘저스틴 민’ 하면 <애프터 양>의 ‘양’,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벤 하그리브스’, <성난 사람들(비프)>의 ‘에드윈’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흥행과 무관하게 본인 커리어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역할이 있을 텐데요.
처음 맡은 일은 쓰레기통 광고였어요. 그 일을 맡지 못했다면 연기자를 꿈꾸지 않았을 거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인생과 경력에 대해 확신이 없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친구가 쓰레기통 광고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했어요. 오디션을 봤고 운 좋게도 그 일을 맡게 됐죠. 촬영, 캐스트, 크루와의 모든 작업이 즐거웠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죠. 재미있는 건, 그 쓰레기통 광고가 바이럴돼서 수백만 명이 보게 됐다는 거예요. 지금도 그 광고로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 감독 혹은 배우 중 꼭 같이 일해보고 싶은 분이 있습니까?
이창동, 박찬욱, 나홍진 감독과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그분들의 모든 영화를 좋아해요. 배우 중에서는 이지은(아이유)을 정말 좋아해요.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제 꿈 중 하나예요.

처음 연기를 시작하던 2012년의 저스틴 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사두세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기억하고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길 바라요. 나이가 들수록 그 부분을 내려놓고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선택한 삶과 저라는 사람이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10년 후에 다시 물어봐주세요. 하하.

타이 프린트 셔츠 세이모우, 팬츠 캠퍼랩,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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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프린트 셔츠 세이모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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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니트 톱 엔 아카이브, 레더 팬츠 1017 알릭스 9SM, 로퍼 프라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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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민의 인생 책 5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사랑을 가르쳐줬어요.”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가르쳐줬어요.”

에이미 탄의 <조이 럭 클럽>
“내가 누구인지 가르쳐줬어요.”

이민진의 <파친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역사를 가르쳐줬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줬어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Contributing Editor 최한나
Photography 김혁
Stylist 이우민
Hair&Make-up 스텔라 심

202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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