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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의 탄생

<드래곤볼> <명탐정 코난> <몬스터> <꽃보다 남자> <주술회전>까지. ‘만화의 종가’ 서울미디어코믹스를 찾아가 만화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듣고 왔다.

UpdatedOn March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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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 아키라의 대표작 <드래곤볼> 완전판 1권 표지.

 전설의 시작 

“업계에 아주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한 번도 마감 기한을 펑크 낸 적이 없대요. 무려 11년간 매주 <드래곤볼>을 연재했는데 말이죠.” 강우식 국장은 2년 반 전 서울미디어코믹스에 입사했다. 그가 만화업계에 발을 들인 건 훨씬 오래전 일이다. 그는 1995년 공채 편집기자로 만화 일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당시 발행되던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의 잡지를 사다 주셨고, 자연스레 만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그는 현재 서울미디어코믹스에서 ‘점프플러스’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소년만화 잡지 <아이큐점프>를 발행하고 있다. <아이큐점프>는 1989년부터 6년간 <드래곤볼>을 연재했다.

1995년은 강우식 국장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해였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이 42권을 끝으로 완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해 경쟁 출판사에 신입으로 입사한 강우식 국장은 당시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드래곤볼> 이전까지 <드래곤볼> 같은 작품은 없었어요. 액션, 어드벤처, 모험이 한데 섞여서 세계관이 펼쳐지는 만화였죠. 주인공이 새로운 공간으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더 강한 상대를 해치우는 서사가 없었거든요. <드래곤볼>은 그 시초를 닦은 작품이면서, 지금까지도 그 장르 안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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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드래곤볼> 1화 제목은 ‘부르마와 손오공’. 제목에 처음 ‘드래곤볼’이 등장한 건 9화 ‘’드래곤 볼’이 위험하다!’부터다. <드래곤볼>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됐다. 한국에서 <드래곤볼> 연재가 시작된 건 5년 뒤인 1989년이다.

(왼쪽부터) <드래곤볼> 1화 제목은 ‘부르마와 손오공’. 제목에 처음 ‘드래곤볼’이 등장한 건 9화 ‘’드래곤 볼’이 위험하다!’부터다.
<드래곤볼>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됐다. 한국에서 <드래곤볼> 연재가 시작된 건 5년 뒤인 1989년이다.

사실 이번 기사를 처음 기획한 건 올해가 <드래곤볼> 탄생 40주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드래곤볼>을 소개해온 서울미디어코믹스를 찾아가 원작 만화가 수입되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종이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을 취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강우식 국장을 만나기 일주일 전. 일본에서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는 준비해둔 질문을 넣어두고 새롭게 질문지를 짰다. 강우식 국장은 책상 위에 <드래곤볼> 1권을 놓고 답변을 이어나갔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만화가지만, 실제로 커리어 초기에는 출판사로부터 거절도 많이 당했다고 해요. 직장 생활을 하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펜을 잡은 분이었기 때문에 담당 편집자에게 수백 장의 원고를 폐기당하면서도 펜을 놓지 않은 남다른 노력과 고집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0대 초반인 내게는 신기한 이야기였다. 내가 <드래곤볼>을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만화였기 때문이다. 강우식 국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신인 작가가 거절받는 건 아주 보편적인 일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는 작가도 있어요. 대표적인 인물로 <원피스>를 쓴 오다 에이치로가 있죠. 처음 편집자를 만나 작품을 소개할 때부터 자긍심이 대단했다고 해요. ‘나는 꼭 만화가가 될 거야!’ 하는 태도가 있었고요. 실제로 그 비범함을 담당 편집자도 눈여겨보았다고 합니다. 물론, 오다 에이치로도 초기에 담당 편집자한테 원고 거절과 수정을 수차례 겪으면서 짜증을 많이 내긴 했지만요.” 그런 오다 에이치로는 평소 존경하는 만화가로 언제나 토리야마 아키라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토리야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조의를 표한 사람도 오다 에이치로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날. 오다 에이치로는 이런 글을 남겼다. ‘만화를 읽으면 바보가 된다 여겨지던 시대에 바통을 이어받아 어른도 아이도 만화를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만든 분입니다. 만화는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 보여주셨어요. 제가 전 세계에 닿을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주셨고요. 마치 영웅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글은 이런 문장으로 마친다. ‘선생님이 만화에서 상상한 것처럼 천국이 유쾌한 곳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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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번역이 끝난 원고들은 편집기자들이 일본 원작과 비교하며 직접 검수를 끝낸다. 서울미디어코믹스 본관에 마련된 진열장. 과연 ‘만화의 종가’라고 할 만한 컬렉션이었다. 서울미디어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소년만화 잡지 <아이큐점프>. 대표 수록작으로는 <명탐정 코난> <주술회전> <괴수 8호> 등이 있다. 원작 만화책 말풍선에는 읽는 순서에 따라 빨간색으로 숫자를 써둔다. 이때 ‘히죽’ ‘후후’ 같은 효과음도 함께 표기한다.

(왼쪽부터) 번역이 끝난 원고들은 편집기자들이 일본 원작과 비교하며 직접 검수를 끝낸다.
서울미디어코믹스 본관에 마련된 진열장. 과연 ‘만화의 종가’라고 할 만한 컬렉션이었다.
서울미디어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소년만화 잡지 <아이큐점프>. 대표 수록작으로는 <명탐정 코난> <주술회전> <괴수 8호> 등이 있다.
원작 만화책 말풍선에는 읽는 순서에 따라 빨간색으로 숫자를 써둔다. 이때 ‘히죽’ ‘후후’ 같은 효과음도 함께 표기한다.

 종갓집 사람들 

나는 서울미디어코믹스를 방문하기에 앞서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서울미디어코믹스의 전신인 서울문화사는 1988년부터 국내에 만화를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회사 소개글 중 한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만화의 종가’. 처음에는 자찬 섞인 표현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간 서울미디어코믹스에서 발행해온 만화책 리스트를 보자 의구심은 달아났다. <드래곤볼>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몬스터> <플루토> <바람의 검심>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이 정도면 스스로 만화의 종가라 할 만하구나. 살면서 한 번도 만화책을 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명작들이 빼곡하게 리스트를 채우고 있었다.

2024년 서울미디어코믹스의 간판 작품은 <주술회전>이다. <주술회전> 한국판을 담당하는 글로벌 콘텐츠팀은 총 8명의 편집기자로 구성됐다. 오진범 파트장은 <주술회전> 판권을 처음 계약하던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8년 일이에요. <주술회전> 원서 출판사인 ‘집영사’는 매년 시즌을 나눠서 정식 오퍼를 받습니다. 그때 일본에서 나오는 단행본들이 오퍼 대상이 되는 거죠. 물론 해당 기간에는 한국의 모든 출판사에 똑같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본격적인 입찰 경쟁에 나서기 전 내부적으로 합의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작품을 고를지 결정하는 일이다.

글로벌 콘텐츠팀의 조미연 파트장이 설명을 거들었다. “보통 단행본이 2권쯤 나왔을 때쯤 정기 오퍼가 진행돼요. 그러다 보니 해당 작품이 앞으로 얼마나 인기를 끌지 알기 힘들죠. 사실 <주술회전>도 지금처럼 잘될 줄은 몰랐어요. 당시 반응만 놓고 보면 저희가 2020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괴수 8호>가 훨씬 뜨거웠죠. 물론 <주술회전>도 어느 정도 반응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초히트작이 될 줄은 몰랐어요. 실제로 처음 한국에 소개됐을 때 반응도 지금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았고요. 그러다 10권쯤 나왔을 때 애니메이션이 방영됐고, 그 후로 지금의 <주술회전>이 된 거죠.”

작품 선정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내가 재미있는 작품. 오진범 파트장이 다시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일단 검토하는 편집기자들이 봤을 때 재미있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저희 팀 편집기자들은 각자 현지에서 나오는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모두 살펴봐요. 눈에 띄는 작품을 찾으면 팀원들과 공유하죠. 거기서 합의하면 해당 작품이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일본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등을 저희가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략적인 평가를 해봅니다.”

글로벌 콘텐츠팀의 편집기자 전원은 일본어 능력자다. 조미연, 오진범 파트장은 일본에 산 적은 없지만 회화와 독해는 현지인 수준이다. 그 실력 또한 만화 덕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한국판 만화에는 생략되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작은 번역본보다 1~2권 앞서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주술회전>이 21권까지 출간됐는데, 일본어 원작은 23권까지 나와 있다? 그럼 사전을 뒤져가면서라도 보는 거죠.” 오진범 파트장이 말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일본어를 배울 수는 있지만 그 일본어는 만화 편집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화는 되지만 독해가 안 되거든요.” 그런 오진범 파트장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명탐정 코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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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몬스터>. 내용과 구성이 같더라도 사용한 종이에 따라 책 두께가 달라진다. 종이 만화책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표지 디자인 번역이다. 원작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왼쪽부터)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몬스터>. 내용과 구성이 같더라도 사용한 종이에 따라 책 두께가 달라진다.
종이 만화책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표지 디자인 번역이다. 원작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어려운 것과 가장 즐거운 것 

일본 만화책이 한국어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다. 우선 판권을 계약할 작품을 내부적으로 선정한다. 이후 원작 출판사와 논의를 거쳐 계약을 맺는다. 다음으로 만화책 속 원고와 커버 디자인 번역을 진행한다. 완성된 원고는 검수 작업을 통해 또 한 번 윤문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제작부서와 인쇄 및 발행 일정을 정하고 최종 출간을 매듭짓는다. 평균적으로 일본에서 단행본 신작이 나오면 해당 만화책이 한국에서 발행되기까지는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다섯 과정 중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일은 무엇일까? 조미연 파트장은 번역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만화책 원고는 구어체잖아요. 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말풍선 안의 문장 외에도 각종 효과음을 적절하게 번역해야 하고요. 가장 집중해야 할 때는 번역가가 보낸 원고를 윤문하는 과정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리 집중해도 오탈자가 생길 수 있거든요.” 만화 원고 번역의 핵심은 뉘앙스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있다. 그 때문에 번역가들마다 각자 특화된 장르의 작품을 맡는 편이다. “순정만화만 계속 작업해오신 분들은 특유의 미묘한 분위기와 맥락을 잘 짚으세요. 액션 만화는 효과음이 많다 보니 적절하게 의역하는 것도 중요하죠.” 글로벌 콘텐츠팀에서 의뢰하는 번역가는 다 합쳐도 10명 내외다. 그렇다면 번역가는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일까,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일까? 정답은 후자다.

오진범 파트장은 디자인 업무 관련 번역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실제 발음은 같아도 일본어와 한글로 썼을 때 길이가 다른 경우가 있잖아요. 그걸 고려해야 돼요. 표지의 경우 원작 폰트와 비슷한 느낌을 내면서도, 한글로 썼을 때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살려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너무 원작 스타일에만 맞추면 가독성이 떨어지니까요. 반대로 한국 독자에게 보기 편한 디자인만 고려하면 원작 디자인이 지나치게 훼손됩니다. 그래서 원작사로부터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질문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마다 어려움은 있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확실하다. “만화를 남들보다 빨리 볼 수 있는 게 특권이라면 특권이죠. 저는 만화 보는 게 일이지만, 여전히 재미있거든요. 내가 재미있게 본 작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할 때가 즐거워요. 모든 종이책이 그렇듯 만화는 혼자서 보잖아요. 영화관에서 영화 볼 때처럼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눈치채기 어렵죠. 공감대 형성도 어려울 수 있고요. 그런데 누군가 내가 소개한 작품을 읽고 내가 느꼈던 감상과 똑같은 피드백을 남길 때면 안도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두 파트장이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달랐지만,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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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초화집>에 삽입된 일러스트. 1995년 <주간 소년 점프> 7호의 날개 표지다.

<드래곤볼 초화집>에 삽입된 일러스트. 1995년 <주간 소년 점프> 7호의 날개 표지다.

서울미디어코믹스 직원들이 직접 뽑은 추천 만화. 요즘 인기 만화 트렌드는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액션물’이라고.

서울미디어코믹스 직원들이 직접 뽑은 추천 만화. 요즘 인기 만화 트렌드는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액션물’이라고.

서울미디어코믹스 직원들이 직접 뽑은 추천 만화. 요즘 인기 만화 트렌드는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액션물’이라고.

현재 서울미디어코믹스의 간판작은 <주술회전>이다. 아쿠타미 게게의 작품으로 2018년부터 연재 중이다.

현재 서울미디어코믹스의 간판작은 <주술회전>이다. 아쿠타미 게게의 작품으로 2018년부터 연재 중이다.

현재 서울미디어코믹스의 간판작은 <주술회전>이다. 아쿠타미 게게의 작품으로 2018년부터 연재 중이다.

 잘생긴 게 트렌드다 

여기까지 기사를 읽었다면 만화책이 보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만화책이 재미있을지는 여전히 모른다. 만화를 선별하는 게 일인 편집기자들은 재밌는 만화를 어떻게 찾을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조미연 파트장은 표지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표지의 그림체가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세요. 띠지가 있다면 홍보 문구를 읽는 것도 은근 도움이 됩니다. 종이 만화책 대부분은 뒤표지에 줄거리 요약이 있어요. 저는 그 줄거리도 꼭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럼 대충 감이 오죠. ‘왠지 나는 이 작품을 좋아할 것 같다’ 하는 느낌이요.”

오진범 파트장은 리뷰의 수를 확인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검색했을 때 리뷰가 많은 작품을 보면 됩니다. 인기가 많은 작품들은 다 이유가 있어요. 만화책 마니아는 재밌는 작품을 봤을 때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거든요. 국내에 갓 소개된 작품이라도 일본에서는 이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먼저 본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 작품이 어떻게 흘러갈지 눈치챌 수 있습니다.”

요즘 인기 만화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액션물’. 보편적으로 예쁜 여자보다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작품이 성공 확률이 높다. 주로 여성 독자가 선호하는 순정물은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남성 독자가 선호하는 소년 액션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액션 만화는 기본적으로 격투 장면의 삽화가 전체적인 퀄리티를 크게 좌우하는데, 캐릭터가 잘생겼다는 건 그만큼 그림체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액션물’의 대표적인 만화가 바로 <주술회전>이다. 실제로 <주술회전>은 남녀 독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도 만화책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 <주술회전>은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로 역주행을 경험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고 모든 만화책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굳이 반대 경우를 꼽자면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가 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문제는 분량이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단행본은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9권이 발했다. 애니메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만화책만큼 에너지가 좋았지만, 워낙 권수가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조금씩 힘이 빠지면서 초반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 애니메이션 방영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는 작품으로는 <괴수 8호> <라멘 아카네코> <약사의 혼잣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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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쪽부터) 토리야마 아키라의 또 다른 대표작. 그가 몬스터 디자이너로 제작에 참여한 게임 <드래곤 퀘스트> 역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드래곤볼> 종이 만화책 1권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구. 40년 전 시작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왼쪽부터) 토리야마 아키라의 또 다른 대표작. 그가 몬스터 디자이너로 제작에 참여한 게임 <드래곤 퀘스트> 역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드래곤볼> 종이 만화책 1권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구. 40년 전 시작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드래곤볼 초화집> 첫 페이지에 수록된 토리야마 아키라의 편지.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만화를 만들었다.

<드래곤볼 초화집> 첫 페이지에 수록된 토리야마 아키라의 편지.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만화를 만들었다.

<드래곤볼 초화집> 첫 페이지에 수록된 토리야마 아키라의 편지.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만화를 만들었다.

 영원한 만화가 되기까지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토리야마 아키라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이었다. 그의 최신작 <드래곤볼 슈퍼> <드래곤볼SD>가 그 증거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두 작품의 작화를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를 담당하며 <드래곤볼> 세계관을 이어나갔다. 죽음 직전까지 현역 때와 똑같이 일을 해냈기에 두 작품은 모두 갑작스레 갈 길을 잃었다.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소식이 들리자마자 이틀 동안 <드래곤볼> 신장판 판매량은 무려 1000% 폭등했다. 서울미디어코믹스 제작부에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기존 인쇄소 외에 다른 인쇄소를 추가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절판된 <드래곤볼> 별책들은 중고 시장에서 5~6배 가격에 팔리고 있다.

모든 인기작이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강우식 국장에게 물었다. ‘좋은 만화는 어떤 만화입니까?’ 30년 가까이 만화업계에 몸담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늘 편집기자들에게 이야기해요. 잘 팔리는 만화가 좋은 만화다. 그렇다면 어떤 만화가 잘 팔리느냐? 개연성 있는 만화죠. 사실 장르는 크게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말씀드렸듯 <드래곤볼>도 처음 나온 장르였으니까요. 만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 그 모든 게 놀라울지언정 의아하게 느껴지면 안 됩니다. 손오공이 처음 초사이언으로 변신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만화책을 덮으면서 손오공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가 샛노래지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드래곤볼> 1권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도시에서 수천 킬로나 떨어져 있는 어느 깊은 산속.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먼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40년 전 등장한 이 기상천외한 만화책을 두고 토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이란 작품은 사실 그림에 별로 기합을 넣어 그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드래곤볼> 일러스트를 총망라한 일러스트집을 발표하며 전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지금도 계속 공부하는 중이니 부디 용서해주세요. 눈에 담아주신 분, 특히 구입해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꿈을 좇아가되, 끊임없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기교가 아닌 노력으로 보완하는 사람. 그 과정에서 감사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 영원히 잊히지 않는 만화는 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서울미디어코믹스 직원들이 추천하는 대표 만화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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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루 아카이브 흥신소 68 업무일지> 
노기와 카에데 2022~연재 중 
게임 원작·액션·일상·코미디

2 <괴수 8호> 마츠모토 나오야
2020~연재 중
괴수·액션·SF·소년

3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이와타 셋카(스토리)·아오키 유우(작화)
2021~연재 중
마법소녀·액션·판타지·성장

4 <라멘 아카네코> Angyaman
2022~연재 중
동물·판타지·드라마·코미디

5 <지박소년 하나코 군> 이로(스토리)·아이다(작화)
2015~연재 중
학원·오컬트·판타지·로맨스

1 <블루 아카이브 흥신소 68 업무일지>
노기와 카에데 2022~연재 중
게임 원작·액션·일상·코미디

2 <괴수 8호> 마츠모토 나오야
2020~연재 중
괴수·액션·SF·소년

3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이와타 셋카(스토리)·아오키 유우(작화)
2021~연재 중
마법소녀·액션·판타지·성장

4 <라멘 아카네코> Angyaman
2022~연재 중
동물·판타지·드라마·코미디

5 <지박소년 하나코 군> 이로(스토리)·아이다(작화)
2015~연재 중
학원·오컬트·판타지·로맨스

  • 1 <블루 아카이브 흥신소 68 업무일지> 
노기와 카에데 2022~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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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수 8호> 마츠모토 나오야
2020~연재 중
괴수·액션·SF·소년

3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이와타 셋카(스토리)·아오키 유우(작화)
2021~연재 중
마법소녀·액션·판타지·성장

4 <라멘 아카네코> Angyaman
2022~연재 중
동물·판타지·드라마·코미디

5 <지박소년 하나코 군> 이로(스토리)·아이다(작화)
2015~연재 중
학원·오컬트·판타지·로맨스1 <블루 아카이브 흥신소 68 업무일지>
    노기와 카에데 2022~연재 중
    게임 원작·액션·일상·코미디

    2 <괴수 8호> 마츠모토 나오야
    2020~연재 중
    괴수·액션·SF·소년

    3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이와타 셋카(스토리)·아오키 유우(작화)
    2021~연재 중
    마법소녀·액션·판타지·성장

    4 <라멘 아카네코> Angyaman
    2022~연재 중
    동물·판타지·드라마·코미디

    5 <지박소년 하나코 군> 이로(스토리)·아이다(작화)
    2015~연재 중
    학원·오컬트·판타지·로맨스
  • 6 <아케비의 세일러복> 히로
2016~연재 중
일상·성장·우정·소녀

7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호리코시 코헤이
2014~연재 중
학원배틀·히어로·성장·소년

8 <유치원 WARS> 치바 요우
2022~연재 중
액션·로맨스·코미디

9 <루리 드래곤> 신도 마사오키
2022~연재 중
학원·일상·판타지·성장 

10 <주술회전> 아쿠타미 게게
2018~연재 중
학원·액션·판타지·초능력·소년6 <아케비의 세일러복> 히로
    2016~연재 중
    일상·성장·우정·소녀

    7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호리코시 코헤이
    2014~연재 중
    학원배틀·히어로·성장·소년

    8 <유치원 WARS> 치바 요우
    2022~연재 중
    액션·로맨스·코미디

    9 <루리 드래곤> 신도 마사오키
    2022~연재 중
    학원·일상·판타지·성장

    10 <주술회전> 아쿠타미 게게
    2018~연재 중
    학원·액션·판타지·초능력·소년
  • 11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
1994~2001, 9권 
스릴러·미스터리·범죄·청년

12 <플루토> 데즈카 오사무(원작)·우라사와 나오키(작화)
2003~2009, 8권 
SF·서스펜스·드라마

13 <바람의 검심> 와츠키 노부히로
1994~1999, 28권 
고전·액션·드라마·검객

14 <CLAMP PREMIUM COLLETION X> CLAMP
1992~휴재 중
액션·판타지·미스터리·세기말

15 <약사의 혼잣말> 휴우가 나츠(작가)·시노 토우코(작화)
2014~연재 중
궁중·미스터리·추리·로맨스·여성11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
    1994~2001, 9권
    스릴러·미스터리·범죄·청년

    12 <플루토> 데즈카 오사무(원작)·우라사와 나오키(작화)
    2003~2009, 8권
    SF·서스펜스·드라마

    13 <바람의 검심> 와츠키 노부히로
    1994~1999, 28권
    고전·액션·드라마·검객

    14 <CLAMP PREMIUM COLLETION X> CLAMP
    1992~휴재 중
    액션·판타지·미스터리·세기말

    15 <약사의 혼잣말> 휴우가 나츠(작가)·시노 토우코(작화)
    2014~연재 중
    궁중·미스터리·추리·로맨스·여성
  • 16 <도쿄 에일리언즈> NAOE
2020~연재 중
액션·SF·외계인·소년

17 <시끌별 녀석들> 타카하시 루미코
1978~1987, 18권 
학원·일상·코미디·소년

18 <사랑하라, 거짓된 천사들이여> 우즈키 코코
2023~연재 중
순정·학원·드라마 

19 <들이닥친 왕자는 2가지 다른 맛> 이치노 료
2022~연재 중
회사원·일상·순정

20 <이웃집 스텔라> Ammitsu
2022~연재 중
순정·로맨스·일상·학원16 <도쿄 에일리언즈> NAOE
    2020~연재 중
    액션·SF·외계인·소년

    17 <시끌별 녀석들> 타카하시 루미코
    1978~1987, 18권
    학원·일상·코미디·소년

    18 <사랑하라, 거짓된 천사들이여> 우즈키 코코
    2023~연재 중
    순정·학원·드라마

    19 <들이닥친 왕자는 2가지 다른 맛> 이치노 료
    2022~연재 중
    회사원·일상·순정

    20 <이웃집 스텔라> Ammitsu
    2022~연재 중
    순정·로맨스·일상·학원
  • 21 <악마에 입문했습니다! 이루마 군> 니시 오사무
2017~연재 중
이계·학원·코미디·성장·소년

22 <반짝반짝과 이글이글> 아라시다 사와코
2022~연재 중
학원·순정·열혈·퓨전·코미디

23 <프로미스 신데렐라> 타치바나 오레코
2018~2022, 16권 (한국판 11권 발행 중) 
나이 차·로맨스·코미디

24 <얼굴만으론 좋아할 수 없어요> 안자이 카린
2020~연재 중
학원·성장·코미디·순정

25 <캐릭캐릭 체인지> PEACH-PIT
2006 ~ 2010, 6권 
순정·판타지·학원·성장·소녀

26 <천막의 자두가르> 토마토수프
2021~연재 중
역사·드라마·성장·여성21 <악마에 입문했습니다! 이루마 군> 니시 오사무
    2017~연재 중
    이계·학원·코미디·성장·소년

    22 <반짝반짝과 이글이글> 아라시다 사와코
    2022~연재 중
    학원·순정·열혈·퓨전·코미디

    23 <프로미스 신데렐라> 타치바나 오레코
    2018~2022, 16권 (한국판 11권 발행 중)
    나이 차·로맨스·코미디

    24 <얼굴만으론 좋아할 수 없어요> 안자이 카린
    2020~연재 중
    학원·성장·코미디·순정

    25 <캐릭캐릭 체인지> PEACH-PIT
    2006 ~ 2010, 6권
    순정·판타지·학원·성장·소녀

    26 <천막의 자두가르> 토마토수프
    2021~연재 중
    역사·드라마·성장·여성
  • 27 <란마 ½> 타카하시 루미코
1987~1996, 20권 
학원·액션·일상·로맨스·코미디

28 <후르츠 바스켓> 타카야 나츠키 
1998~2006, 12권 
판타지·초능력·일상·순정

29 <꽃보다 남자> 카미오 요코 
1992~2008, 20권
학원·일상·순정

30 <다!다!다!> 카와무라 미카
1998~2002, 9권 
SF·학원·육아·일상·순정27 <란마 ½> 타카하시 루미코
    1987~1996, 20권
    학원·액션·일상·로맨스·코미디

    28 <후르츠 바스켓> 타카야 나츠키
    1998~2006, 12권
    판타지·초능력·일상·순정

    29 <꽃보다 남자> 카미오 요코
    1992~2008, 20권
    학원·일상·순정

    30 <다!다!다!> 카와무라 미카
    1998~2002, 9권
    SF·학원·육아·일상·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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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신동훈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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