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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묻힌 위스키

위스키의 수많은 재료 중에는 연기도 있다. 피트의 열과 향을 머금고 있는 싱글 몰트위스키 4병.

UpdatedOn December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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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모어 25년

용량 700mL │ 알코올 함량 43% │ 원산지 스코틀랜드 아일라섬

아일라 위스키의 분수령. 스코틀랜드를 다녀오고 위스키 책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을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일라섬 일곱 증류소의 위스키를 마시고 ‘알싸하고 감칠맛 나는’ 정도에 따라 그 순서를 나열했다. 보모어는 중간이다. 그의 감상대로 보모어는 다른 아일라 위스키에 비해 피트 향이 적다. 피트 향을 가늠하는 지표는 맥아를 건조한 후 측정한 페놀의 양이다. 실제로도 보모어는 페놀 수치가 아드벡이나 라프로익보다 낮다. 다른 아일라 위스키가 폭발적인 피트 향을 통해 직설적으로 개성을 드러낸다면, 보모어는 입과 코에 닿는 다채로운 맛과 향으로 입체적 개성을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보모아는 피트 위스키가 접근하기 쉬운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속 보모어 25년은 보모어 라인업 중 가장 오래 숙성됐다. 보모어는 오랜 시간 숙성할수록 꽃 내음이 강해지는 편인데, 25년은 피트 향을 비롯해 달콤한 과일과 헤이즐넛 향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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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 100주년

용량 700mL │ 알코올 함량 48% │ 원산지 일본 야마나시현

하쿠슈는 물과 숲의 위스키다. 하쿠슈 증류소는 일본의 남알프스라 불리는 아카이시산맥 북단의 가이코마가타케 고지대 숲에 있다. 이곳은 예부터 물맛 좋기로 유명한데 미네랄 함유량이 적다. 같은 산토리 그룹의 싱글 몰트인 야마자키 수원지와 비교하면 물의 경도가 3분의 1 정도다. 물의 경도는 위스키를 입에 머금었을 때의 질감에 영향을 미친다. 하쿠슈가 부드럽고 섬세한 위스키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물 때문이다.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는 산토리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하며 출시된 위스키다. 그래서 하쿠슈 18년산과 사양이 약간 다르다. 통상 하쿠슈 18년은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와 스페인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하는데, 이 위스키는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숙성 위스키만 써서 스모키한 향이 더 강하다. 일본 위스키 특유의 맑은 맛에 일본의 피트 향이 더해져 향취가 독특하다. 18년 피티드 몰트는 피트 원액만을 사용했다. 일본 피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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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로익 25년

용량 700mL │ 알코올 함량 48.9% │ 원산지 스코틀랜드 아일라섬

라프로익의 슬로건은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중간은 없다(Love it or Hate it, there’s no in between)’. 중간이 없는 라프로익의 향은 피트에서 온다. 피트(peat)는 석탄의 한 종류다. 이끼나 해조류 등의 유기물이 습한 곳에 쌓여 생성된다. 라프로익이 위치한 아일라섬에는 해조류, 해산물, 바닷물이 섞인 피트가 많다. 위스키 원료인 보리를 증류하기 전 땔감을 태워 보리를 건조한다. 그때 아일라섬 피트의 향이 보리에 묻는다. 아일라 위스키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게 만드는 ‘병원 냄새’의 근원이다. 라프로익 25년은 이들의 최상위 위스키에 해당한다. 라프로익 특유의 피트 향은 숙성을 거칠수록 입에 닿는 질감과 코에 묻는 향이 부드러워진다. 아일라의 피트 향을 머금은 위스키가 올로로소 셰리,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되며 한층 다양한 향을 품는다. 피트 향에 더해 바닐라, 꽃향기, 짭조름한 맛이 맴돈다. 아일라 피트가 주는 땅의 맛에 인간의 의도를 더한, 강렬하면서도 세심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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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벡 트라이 반 19년 배치 5

용량 700mL │ 알코올 함량 46.2% │ 원산지 스코틀랜드 아일라섬

아드벡은 아일라섬의 위스키 중에서도 ‘스모키’한 훈연 향으로 유명하다. 향이 강렬한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그 높은 장벽이 누군가에게는 아드벡 특유의 매력이 된다. 아드벡 특유의 향 역시 아일라섬의 자연에서 온다. 아드벡 증류소는 바다 바로 앞에 붙은 해변에 있고, 이 해변 근처의 피트와 바닷바람 등이 아드벡 위스키의 맛에 스며든다. 아드벡 ‘트라이 반’ 역시 이들의 지역성에 뿌리를 둔 이름이다. 아드벡 증류소 바로 앞 해변의 이름이 ‘트라이 반’이기 때문이다. 트라이 반 19년 배치 5는 올해 10월 출시된 신작이다. 위스키의 맛은 병에 대놓고 쓰여 있다. 보통 위스키 병 레이블에는 원액을 숙성시킨 오크통 소재가 적혀 있는데, 트라이 반 19년 배치 5에는 오크통 소재보다 더 크게 ‘달콤한 망고(Sweet Mango)’ ‘메이플 베이컨(Maple Bacon)’ ‘검댕(Soot)’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누가 마셔도 이 맛을 느낄 거라는 자신감일까. 북해의 아일라섬 위스키에서 망고 향이 나는 게 숙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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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박도현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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