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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hings #1

올 한 해의 패션계를 되돌아보며, 9개 분야에서 <아레나> 패션 에디터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선정했다.

UpdatedOn December 04, 2023

1 ATTRACTIVE 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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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S 발렌티노, 밀라노 대학교

몇 년간 남녀 통합 쇼를 선보이던 발렌티노가 2024 S/S 컬렉션부터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첫 남성 패션쇼를 선보였던 밀라노로 돌아와 메종의 남성 컬렉션을 재정비했고, 그 장소로 밀라노 대학교를 선택했다. 한야 야나기하라의 책 <리틀 라이프>의 구절을 읊는 티저 영상부터 더없이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순간으로 가득 차 있었던 ‘발렌티노 더 내러티브’ 컬렉션은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갈망이 뒤섞인 캠퍼스 공간에서 펼쳐지기에 적절했다. 발렌티노는 밀라노 대학교의 학생도 쇼를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미리 지원자를 모집했고, 덕분에 학생들도 함께 컬렉션을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밀라노 대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며 학생들의 교육과정과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힘썼다. LDS

  • 자크뮈스 르 슈슈 컬렉션, 베르사유 궁전

    자크뮈스는 늘 예측불가하고 단꿈 같은 상상력을 런웨이에 구현한다. 자크뮈스 2023 F/W 컬렉션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왕궁 부지를 배경으로 인공 운하를 따라 레드 카펫을 깔았다. 한정적으로 초대된 셀러브리티와 게스트들이 조각배를 타고 런웨이 곁에 나란하게 줄지어 모였다. 6월의 쨍쨍한 태양 아래 끝없이 펼친 레드 카펫과 프런트 로가 된 조각배들이 놓인 선명한 풍경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뤘다. 과장스럽게 변형된 페플럼 디테일로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한 버블 드레스, 발레코어 스타일에 란제리 가운을 걸친 듯한 아슬아슬하고 낭창한 드레스, 자크뮈스의 유년 시절을 채운 뮤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드레스 애티튜드에서 힌트를 얻은 대담한 옷들까지 유선형의 화려함이 다채로운 룩들을 선보였다. 불변의 모습을 지켜온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자크뮈스식 테일러링을 가미한 우아한 해체주의를 보여준 광경은 다시 돌아봐도 환상적. LS

  • 2023 F/W 생 로랑, 피노 컬렉션

    생 로랑의 장소에 대한 안목을 높이 산다. 지난해 모로코 아가페 사막이나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모두 비현실적일 만큼 황홀한 장면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최고라 손꼽는 건 피노 컬렉션에서 선보인 2023 F/W 컬렉션이다. 옛 증권거래소였던 공간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뉴얼하여 완성한 파리의 새로운 피노 컬렉션 미술관에서 진행한 첫 쇼이기도 했다. 신성한 유리 돔 아래, 원형의 공간, 정제된 무대 한가운데 놓인 검은색 피아노 한 대. 그 선율에 맞춰 길게 흐르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실루엣이 고상하게 등장했다. 블랙, 화이트, 캐멀, 네이비 등 덤덤한 색상이 무심하게 반복되고. 절제와 통제로 이뤄진 완전한 균형이었다. CTK

2 TRENDING BRAND

  • 디젤

    글렌 마틴스가 합류한 뒤, 급격히 달아오른 분위기는 여전히 후끈후끈하다. 오랜 시간 고유의 이미지를 이어온 브랜드가 이렇게 눈 깜짝할 새에 젊고 핫한 세대의 워너비 브랜드로 각인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렌 마틴스의 디젤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거칠고 과감한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너덜너덜할 정도로 온몸을 휘감은 디스트레스드 효과, 전면에 노골적인 실사 프린트, 아찔한 컷아웃 등 거침없는 표현은 분명 도가 지나친 듯싶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이건 분명 글렌 마틴스의 천부적인 능력. 앞으로의 디젤이 더 기대되는 이유. CTK

  • 생 로랑

    안토니 바카렐로가 디렉팅하고 데이비드 심스가 촬영한 생 로랑 2023 봄 남성 캠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짐 자무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아벨 페라라가 카메라 앞에 섰다. 건조한 흑백 톤으로 은발의 거장들을 담은 캠페인 비주얼은 어떤 예고였을까? 생 로랑은 지난 4월 ‘생 로랑 프로덕션’을 출범하며, 필름 프로덕션을 보유한 첫 번째 하우스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획득했다. 제76회 칸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인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로 첫 포문을 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하고, 에단 호크와 페드로 파스칼이 출연하는 서부극. 의상은 모두 안토니 바카렐로가 총괄했다. LS

셀린느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도 벌써 6년. 이제는 에디 슬리먼의 스타일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남자들의 미의 기준도 달라졌다. 스키니 팬츠를 입은 남자를 보고 눈살 찌푸리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엔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관능적이고 섹시한, 그리고 중성적인 매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셀린느의 컬렉션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에디 슬리먼은 한결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만들지만 남성복을 바라보는 시선과 남자들이 입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좀 더 주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달까. LDS

3 ICONIC MEN

  • 매즈 미켈슨

    누가 뭐래도 올해 가장 섹시했던 남자. 지난 1월, 제냐의 2023 S/S 컬렉션 현장에 매즈 미켈슨이 나타나는 장면은 ‘올해의 등장 신’으로 선정해야 마땅하다. 흐린 겨울날의 밀라노, 혼잡한 사람들 틈으로 올 블랙 코트 차림의 매즈 미켈슨이 담배를 피우며 걸어오는 순간은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모든 파파라치 사진은 그저 영화 스틸컷이었다. 관록에서 나오는 농염한 남성미를 감히 누가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제냐는 지난 5월, 매즈 미켈슨을 새로운 글로벌 테스티모니얼로 선정했음을 공표했다. 이후 그는 여타의 글로벌 남성 패션 매거진 커버를 장식하며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CTK

  • 트로이 시반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트로이 시반의 파격적인 옷차림은 언제나 흥미롭다. 몸의 일부를 과감히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날씬한 실루엣의 드레스도 거리낌 없이 입는다. 커밍아웃을 한 뒤로 패션을 마음껏 즐기게 됐다던 트로이 시반의 말처럼, 무엇을 입든 자신감 있고 의연한 태도는 그의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덕분에 많은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에 이어 미우미우의 2024 S/S 컬렉션 모델로 데뷔하기도 했다. 보다 노골적이고 퇴폐적인 남성복을 당당하게 소화하는 그의 진보적인 움직임은 올해의 아이콘으로 손꼽기에 마땅한 이유다. LDS

스테파노 필라티

약간의 사심을 담아, 지구상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남자 부동의 1위는 스테파노 필라티다. 랜덤 아이덴티티를 론칭한 이후 굵직한 활동이 없던 그는 올해 꽤 바쁜 나날을 보냈다. 퍼렐의 루이 비통 데뷔 컬렉션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주로 치장한 모습으로 런웨이 모델로 섰는가 하면, 다시 밀라노로 돌아가 킴 존스와 협업한 펜디 캡슐 컬렉션을 론칭해 오랜만에 그 특유의 현대적이고 고아한 테일러링을 선보였다. 최근 <10 매거진>의 커버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선 스테파노 필라티를 보라. 패션 아이콘이자 브랜드, 모던 엘레강스로서 어느 하나 빠짐이 없다. LS

4 BEST SHOW

  • 2023 S/S 루이 비통

    퍼렐 윌리엄스가 디렉터로 첫선을 보이는 자리. 그만큼 기대 혹은 우려의 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퍼렐은 보란 듯이 화려하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시즌 최고의 쇼를 펼쳤다. 새로운 이니셜 LVERS는 다분히 상업적으로 완성도 높은 위트였다. 원색의 다미에 패턴으로 채워진 퐁뇌프 다리는 런웨이가 되었고, 푸른빛의 해 지는 파리 전체가 무대였다. 리아나, 비욘세, 자레드 레토, 킴 카다시안, 니고, 레니 크래비츠 등 그의 유명한 친구들이 프런트 로에 자리했다. 그리고 제이지와 함께한 애프터 파티까지. 진정 오랜만에 아주 쇼다운 쇼가 아니었던가. CTK

  • 2024 S/S 프라다

    프라다의 2024 S/S 컬렉션의 주제는 ‘유동적 형태’로, 기존의 관습적인 테일러링을 벗어나 유연한 실루엣을 선보였다. 특히 머리띠를 활용한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마치 성별의 유동성을 표현한 듯했다. 당시에는 약간 모호하다고 생각했던 쇼의 메시지는 지난 9월에 공개된 프라다의 2024 S/S 여성 컬렉션에서 더 분명해졌다. 프린지 장식 셔츠, 셔츠의 구조를 해체한 셋업 수트 룩은 남성 컬렉션에서 본 것과 거의 같았다. 의복의 구성 요소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디자인으로 완성한 컬렉션의 궁극적인 의미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LDS

2023 F/W 디젤, For Successful Living

디젤의 거침없는 지점은 언제나 신선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밀라노에서 벌어진 2023 F/W 컬렉션처럼. 개인의 자유, 쾌락, 실험, 섹스 포지티브를 키워드로 한 이 컬렉션의 무대 중심에는 듀렉스와 협업한 20만 개의 콘돔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쇼 이후 전 세계 디젤 매장에서 30만 개의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기도.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바이럴, 레드 일색인 무대 위로 실험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독특한 소재와 팝적인 패턴을 조합한 강렬한 인상의 Y2K와 그런지 룩들로 완성한 쇼는 더없이 뜨거웠다. LS

5 IMPRESSIVE ISSUE

  • 2024 S/S 발망, 쇼피스 도난 사건

    파리 컬렉션을 고작 열흘 앞두고 발망의 쇼피스 50여 점이 도난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SNS 계정을 통해 이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 분실된 박스 일부는 수거했지만 경찰 조사 등의 이유로 돌려받지 못하는 컬렉션 피스들로 컬렉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하지만 하우스는 뛰어난 장인정신과 순발력으로 컬렉션의 70%를 복구했다. 장식과 기교가 화려한 장미 아플리케 드레스부터 테일러드 수트 등 대조가 강렬한 아름다운 쇼피스들이 등장한 컬렉션은 생동하는 하우스의 저력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LS

  • 토미 캐시

    와이프로젝트의 2023 F/W 컬렉션에 참석한 사이먼 도미닉 옆에서 수상한 사람이 포착됐다. 몸에 베개와 이불을 칭칭 감은 채 마스크팩을 하거나 눈에 오이를 바르던 그의 정체는 바로 패션쇼의 악동이라 불리는 래퍼 겸 비주얼 아티스트 토미 캐시. 프런트 로에 앉아 펼치는 토미 캐시의 기행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마치 행위예술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탓에 컬렉션 시즌엔 언제나 SNS에서 이슈가 되는 인물이다. 패션쇼에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선량한 트러블 메이커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 바이럴을 위한 인플루언서의 똑똑한 전략이라고 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LDS

셀린느의 패션쇼 취소

지난여름 파리는 대규모 폭력 시위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경찰이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인종차별’이라 규탄하는 시민의 성난 시위가 5일간 지속되었고, 프랑스 전역에서 약 2천8백 명이 체포되고, 2천6백여 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 주요 외신은 ‘불타는 파리(Burning Paris)’라는 제목으로 파리 현장을 보도하기 바빴다. 당시 셀린느는 서머 24 남성쇼를 앞두고 전 세계 프레스와 셀러브리티를 파리로 모셔온 상황이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과감히 쇼를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파리가 상심하고 멍든 때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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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최태경, 이상, 이다솔
Assistant 김여름, 박소은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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