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가장 비싼 SUV 두 대

페라리 푸로산게와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얼마나 같고 다를까? 스펙을 보면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

UpdatedOn September 05, 2023

3 / 10
/upload/arena/article/202309/thumb/54405-521131-sample.jpg

 

자동차는 복잡한 물건이다. 누군가에게는 생필품이지만
생활 이상의 요소가 드러나는 사치품이기도 하다.

‘모닝 사러 갔다 롤스로이스 사기’ 이야기를 좋아한다. ‘경차는 위험하니까 세단’ ‘소타나 풀 옵션 살 바에 그랜저’ ‘기왕 살 거면 돈 좀 보태서 제네시스’ ‘제네시스 살 거면 독일차’ 식으로 이어지는 자가 설득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롤스로이스 매장에 도착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는 복잡한 물건이다. 누군가에게는 생필품이지만 생활 이상의 요소가 드러나는 사치품이기도 하다. 웃자고 한 이야기겠지만 모닝에서 롤스로이스에 이르기까지 이유를 듣다 보면 어느 정도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의 욕심이란 애당초 내게 없는 것을 갖고 싶은 마음 아닌가.

‘모사롤사’ 이야기가 롤스로이스에서 끝나는 건 가격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로 통한다. 그럼 롤스로이스를 실제로 산 사람들은 어떤 차를 가장 많이 골랐을까?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스로이스는 컬리넌이었다. 롤스로이스 유일의 SUV 모델 컬리넌은 2018년 출시됐고, 그해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창립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운전 재미가 한몫했을까? 지금도 롤스로이스 홈페이지에서 컬리넌을 클릭하면 이런 문구가 뜬다. ‘럭셔리 오프로드 주행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롤스로이스의 전천후 SUV.’

시대가 바뀌면서 롤스로이스 고객도 변했다. 원래 롤스로이스는 운전 재미보다 뒷자리의 편안한 승차감을 즐기는 차다. 괜히 ‘회장님 차’로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을 찾은 롤스로이스 CEO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는 <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롤스로이스 고객은 대부분 기사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롤스로이스 고객 80%가 기사가 모는 차량에 탑승했는데 12~13년 사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80%의 고객이 직접 운전합니다.”

컬리넌의 경쟁자는 몇 없다. 그 소수 중 페라리 푸로산게가 있다. 페라리는 뒷자리란 게 없던 차다. 운전 재미에 모든 기술을 쏟아붓는다. 그래서인지 페라리는 푸로산게를 설명할 때 SUV라는 단어는 쓰지도 않는다. 페라리 푸로산게 공식 한국 보도자료는 11페이지에 달하는데 SUV라는 단어는 딱 한 번 등장한다. 그조차 ‘전형적인 GT(일명, 크로스오버 및 SUV)와는 완전히 다른’으로 사용된다. 페라리 식으로 설명하면 푸로산게는 페라리 최초의 4도어 4인승 차량이다. 형태적으로 SUV에 가까울 뿐 문 4개에 사람 4명이 탈 수 있는 새로운 슈퍼카라는 뜻이다.

/upload/arena/article/202309/thumb/54405-521130-sample.jpg

컬리넌과 푸로산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미묘하다. 우선 두 차 모두 문이 양쪽으로 벌어지는 코치 도어를 택했다. 푸로산게는 컬리넌과 달리 옆에서 보면 2도어 모델 같다. 레이싱카처럼 보이기 위해 2열 도어 손잡이를 의도적으로 숨겨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 역시 비슷한 듯 다르다. V12 가솔린 엔진을 얹은 건 같다. 다만 롤스로이스는 트윈 터보(6.75L, 563 마력, 0 → 100km/h 5.2초), 푸로산게는 자연흡기(6.5L, 725마력, 0 → 100km/h 3.3초)다. 엔진 위치로 결정되는 중량 배분도 미묘하게 다르다. 푸로산게는 엔진을 최대한 앞바퀴 축으로 밀어 넣어 49:51의 중량 배분을 완성했다. 이는 페라리 엔지니어가 프런트 미드 엔진 스포츠카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는 비율이다. 컬리넌은 50:50이다.

무엇보다 두 차가 브랜드 안에서 지니는 의미가 다르다. 컬리넌은 개념적으로 연장선상에 있다. 플래그십 세단 팬텀의 덩치를 키운 오프로더다. 둘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도 공유한다. 반면 푸로산게는 출발점이다. 엔진과 섀시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그중에서도 엔진이 의미심장하다. 푸로산게의 엔진은 자연흡기 V12다. 페라리가 양산 모델에 자연흡기 V12 엔진을 얹은 건 2017년 812 슈퍼패스트가 마지막이었다. 페라리와 롤스로이스 모두 전동화를 선언한 지금 이 결정은 의아하다. 실제로 푸로산게 공개 직전 출시된 296 GTB에는 전기모터와 결합된 V6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됐다. 모순적인 행보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푸로산게의 V12 엔진은 누군가에게는 무조건 사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 두 차 중 무엇이 낫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대부분의 럭셔리 공산품처럼 기호의 문제다. 컬리넌과 푸로산게를 나란히 놓고 고민할 사람이 별로 많지도 않을 테지만, 그런 고민을 할 사람을 만난다면 다른 걸 묻고 싶다. 모닝과 캐스퍼와 레이 중 어떤 차를 고르시겠습니까? 차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궁금하다면 이 질문이 더 적절해 보인다.

모델브랜드출시연도가격대전장×전폭×전고엔진출력제로백공차중량
푸로산게 페라리 2022 5억원대 4,973×2,028×1,589mm 6.5L V12 자연흡기 725마력 3.3초 2,173kg
컬리넌 롤스로이스 2018 5억원대 5,341×2,000×1,835mm 6.75L V12 트윈 터보 563마력 5.2초 2,762kg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Image 페라리, 롤스로이스

2023년 09월호

MOST POPULAR

  • 1
    드라이브 마이 카
  • 2
    상큼함이 터지는 토마토 요리 4
  • 3
    Grand Finale
  • 4
    White Again
  • 5
    파트너와 잘 지내는 법

RELATED STORIES

  • CAR

    드라이브 마이 카

    남들이 잘 안 타는 차. 그래도 내게는 좋은 차. 생소하고도 특별한 나만의 자동차 생활. 자동차 오너 여섯 명이 자신의 ‘카 라이프’를 말했다.

  • CAR

    희귀종

    자연흡기 V10은 람보르기니의 상징이자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엔진이다 . 아주 희귀하고 특별한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타고 트랙을 달리며 느낀 것.

  • CAR

    The Rolls-Royce Fantasía

    롤스로이스가 스페인 이비사에서 신형 컬리넌 시리즈 II를 선보였다. 하루 종일 컬리넌에 올라타 달리고 만지고 바라보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건 비현실적인 차다.

  • CAR

    K-카페 레이서

    유럽 사람들이 카페에서 카페까지 경주하며 놀던 탈것을 ‘카페 레이서’라 부른다. 오늘날 한국에도 카페가 많다. 어느 카페에 뭘 타고 갈까. 재미와 실용성을 고루 갖춘 한국형 카페 레이서 4종.

  • CAR

    디펜더가 가는 길

    랜드로버는 남들이 길이라고 부르지 않는 길만 골라서 달려왔다. 신형 디펜더를 타고 산에서, 계곡에서, 진흙탕에서 하루 종일 달리며 느낀 것.

MORE FROM ARENA

  • CAR

    가장 진보적인 전기차

    소문만 무성했던 BMW iX가 출시됐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iX는 BMW의 미래다.

  • LIFE

    '쿠팡되다' 가능할까?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라는 말을 들어봤나? 지난 2018년 초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속뜻은 “아마존이 당신의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이제 당신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을 팔며 시작했던 아마존은 푸드, 장난감, 프랜차이즈 마켓, OTT를 장악했다. 물론 이런 식의 신조어는 이미 있었다. ‘제록스하다(복사기를 이용하다)’, ‘구글링하다(인터넷 검색하다)’ 등. 하지만 ‘아마존되다’는 범용성의 규모가 더욱 크다. 지금 비즈니스 산업의 전 영역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아마존처럼 ‘되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쿠팡’이다. 과연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 AGENDA

    화성 소년의 시

    저 먼 우주의 화성에서 천사 같은 소년이 찾아왔다. 에이사 버터필드라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어린 왕자’가 말이다.

  • INTERVIEW

    로컬리티 발견하기

    좁고 깊게 지역을 탐구해온 로컬 미디어 셋. 이들의 내밀한 시선을 따르면 이곳과 저곳이 달리 보인다.

  • FASHION

    까르띠에, 미의 철학

    디자인을 위한 기술. 2024년 까르띠에가 선보인 다양한 시계들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이를 증명하는 아름다운 시계와 아이디어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