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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Seoul

세계적인 대도시에는 시대에 맞는 그 도시의 특산물이 있다. ‘메이드 인 다운타운 LA’나 ‘메이드 인 브루클린’처럼 생산지가 브랜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비드-19가 끝나고 세계에서 여행자가 몰려온다는 서울은 어떨까? 당신은 외국인 친구에게 줄 서울산 고급품으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나? 아직도 제조국 불명 하회탈 같은 걸 줄 건가? <아레나>가 당신 대신 찾아다니며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물건 10개를 모았다.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대량생산의 산물부터 장인의 산물까지, 당장 살 수 있는 것부터 찾아가야만 살 수 있는 것까지. 2023년 버전 서울 특산물 10개.

UpdatedOn August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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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백산필방의 한글 붓 21만원, 서예 붓 12만원, 민화 붓 9만원.

백산필방의 백모필

백산필방이 문을 연 건 5년 전이고 백산 전상규가 붓을 만든 건 60년 전이다. 그는 전남 광주 백운동에서 붓을 만들기 시작해 명인 박순에게 붓을 배웠다. 수련 5년 후 서울 인사동으로 와 유명 필방을 위한 붓을 만들었다. 2018년 서울시무형문화재 제5호 백모필장이 된 뒤 백운동의 ‘백’과 무등산의 ‘산’에서 글자를 따 호를 만들고 백산필방을 열었다. 붓 인생 60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공간을 만들었으니 요즘 대충 만드는 ‘스몰 브랜드’와는 다르다. 디테일도 다르다. 호남 남부의 대나무를 구해 숙성시킨다. 염소 털을 공수해 붓의 용도별로 최적의 털 부위와 길이를 달리한다. 전상규는 서울 생활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와 교류하며 그들의 수요를 확인하고 그들을 위한 붓을 만들어주었다. 서울은 그에게 수련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 되었다.


서울 어디서 종로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2018년부터
서울에서 왜 작가들과의 교류를 위해
서울에서 앞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서울에서 파는 곳 인사동 백산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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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앤그레이스의 카드 지갑은 크기에 따라 26만원, 29만원. 가죽 색 등 모든 사양을 맞춤 주문할 수 있다.

아서앤그레이스의 가죽 지갑

아서앤그레이스 대표 한채윤은 패션이나 가죽이나 돈벌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인디 브랜드’보다 덜 눈에 띄는 동시에 허울뿐인 지금의 인디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 중요한 부분이란 두 가지다. 하나는 품질. 이들은 40여 가지 색상의 가죽 샘플을 재료로 삼아 숙련공이 직접 손으로 꿰매 만든다. 그래서 100% 맞춤이 가능하다. 럭셔리의 주된 특징이 개인화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이들은 100% 메이드 인 서울 럭셔리다. 아서앤그레이스 대표 한채윤은 이야기하는 내내 자사의 숙련공을 장인이라 불렀다. 다른 하나는 업무 환경. “가죽을 (제조)한다면 서울에 있어야 해요. 신설동에 가죽 시장이 있고, 부자재도 이 근처에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도 여기 모여 있고요. 부산이 신발이라면 가죽(제품)은 서울이에요.”


서울 어디서 광진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2013년
서울에서 왜 장인이 여기에 있어서
서울에서 앞으로는 장인들이 있는 한 계속
서울에서 파는 곳 롯데백화점 본점 3층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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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안과자점 과자는 무게 단위로 판매한다. 종류 관계 없이 한 근(400g)에 1만원.

김용안과자점의 과자

‘용리단길’과 대통령실 이전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이전에,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이전에, 과자 타운 용산이 있었다. 오리온이나 해태제과 등 한국 굴지의 제과회사 본사가 용산에 있다. 그 회사들도 생산 공장을 시외로 이전한 지금, 삼각지역 근처 김용안과자점은 196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과자를 굽는다. 작은 가게답게 계절에 따라 가능한 과자가 다르고 여름에는 가능한 과자가 조금 더 적다. 촬영을 진행한 7월 초에 가능했던 과자 종류는 4종. 파래, 땅콩, 네모, 돌강정은 모두 이름 같은 맛이 난다. 맛은 이런 과자의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먹던 옛날 과자의 그 맛이라서. 이런 과자의 맛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다. 요즘 나오는 과자와는 아무래도조 금 달라서. 이런 가게가 도시 역사의 지표가 된다.


서울 어디서 용산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67년부터
서울에서 왜 여기서 해왔기 때문에
서울에서 앞으로는 재개발을 해도 삼각지 근처에서
서울에서 파는 곳 용산 김용안과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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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국수와 메밀국수는 1봉지에 각각 9천원.

옛날국수 경남상회의 국수

“팔십몇 년.” 옛날국수 경남상회 대표 임유섭은 이곳에 정착한 정확한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수제 국수는 브랜딩이나 사명감이 아닌 생계유지 수단이었다. 임유섭은 ‘경남상회’ 상호처럼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8세에 서울에 올라왔다. 온갖 일을 하다 ‘이 동네에 하수관이 없을 때’부터 쌀가게를 열어 쌀을 팔았다. 쌀 소비가 줄어들자 기술을 배워 국수를 뽑으며 경남상회 앞에 ‘옛날국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시간이 국수 가락처럼 흘러 올림픽대로에서 불어오는 한강 바람으로 국수를 말리는 국수 공장이 되었다. B마트에서 파스타 면을 종류별로 시킬 수 있는 세상에, 이제 노인이 된 임유섭은 여전히 날씨가 맑을 때 반죽을 뽑아 국수를 말린다. 밀가루로 만드는 국수와 메밀로 만드는 메밀국수, 카레를 넣은 강황국수를 매일 말리고 자른다.


서울 어디서 강서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80년대부터
서울에서 왜 살기 위해
서울에서 앞으로는 할 수 있는 한은
서울에서 파는 곳 국수를 말리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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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대장간 식도는 (오픈마켓 기준) 6만5천원. 검색하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도 살 수 있다.

불광대장간의 칼

불광역 근처 불광대장간에 가는 길은 과거로 떠나는 여행 같다. NC백화점 건너 불광역 7번 출구에서 좁은 골목을 5분쯤 걸어가면 지금도 쇠를 달군 뒤 망치로 때려 칼을 만드는 불광대장간이 있다. 불광대장간 2대주 박상범 대표는 2023년에도 절기에 맞추어 “말복 전에는 너무 더워서 가마에 불을 때지 않는다”고 했다. 촬영용 칼을 부탁하자 박상범은 직접 때려 만든 칼을 숫돌에 갈아 주면서 21세기 대장장이의 일상을 들려주었다. 주택가 소음 민원이 신경 쓰여 오전 9시는 되어야 쇠를 두드린다고, 칼이 너무 튼튼해서 한 번 사 가면 사람들이 잘 안 온다고, 본인은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아들은 넓은 세상을 보고 싶지 않겠느냐고 이야기 끝에 칼이 다 갈렸다. 요즘 물건에 없는 불규칙하고 투박한, 그래서 영혼처럼 느껴지는 광택이 있었다.


서울 어디서 은평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78년부터
서울에서 왜 이곳에 있었으니까
서울에서 앞으로는 당분간은 이곳에서
서울에서 파는 곳 불광동 불광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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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사진집 <The Elements>는 7만2천원.

문성인쇄사의 책

서울의 제조업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총 사업체 대비 제조업체는 2000년 기준 10.1%에서 한 번도 늘어난 적 없이 꾸준히 줄어들어 2022년 7%까지 떨어졌다. 서울에서 아직 살아남은 제조업 중 하나는 인쇄업이고, 문성인쇄사는 사진집 등 특수 고품질 인쇄로 유명하다. 사진 속 최용준의 작품집 <The Elements> 등 디자인이나 사진 관련 서적을 문성인쇄사에서 많이 제작했다. 문성인쇄사 남궁균 대표는 디자이너 등 창작자와의 의사소통과 다양한 정보 수집을 위해 서울에 있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사실 인쇄업은 대형화하며 서울 밖으로 나간 곳도 많다. 반면 문성인쇄사는 “지금은 (인쇄가) 대형화된 게 문제인 세상이 됐어요”라는 말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암시했다. 방향이 확실하다면 땅값 비싼 서울의 중심지에서 제조업을 할 이유도 여전히 충분하다.


서울 어디서 중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82년
서울에서 왜 의사소통과 정보 수집을 위해
서울에서 앞으로는 웬만하면 계속
서울에서 파는 곳 사진 전문 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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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남구에서 구매한 장수막걸리는 1병에 1천4백50원.

장수막걸리

세상은 여전히 물리적인 곳이다. 근처에서 만든 게 신선하고, 그래서 동네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 있다. 의외로 막걸리가 그렇다. 장수막걸리는 상당히 뿌리 깊은 술이다. 1909년 무교양조장에서 시작해 1963년 서울 51개 양조장이 합동 양조장으로 재편될 때 7개 양조장으로 통폐합됐다. 장수막걸리의 브랜드 구조도 독특하다. 이들은 ‘서울탁주제조협회’로 묶인 7개의 독립 회사라 실적 공개 의무마저 없다. 양조장이 공통으로 설립한 진천의 서울장수주식회사만 영업실적이 공개된다. 서울의 6개 양조장은 금천구 가산동, 강동구 둔촌동, 은평구 증산동, 도봉구 창동, 성동구 성수동 2가, 중랑구 묵동에 있다. 오늘 촬영한 막걸리는 묵동의 ‘서울탁주태능연합제조장’에서 만들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울 양조장별 테루아에 따라 맛의 우열을 가르기도 한다.


서울 어디서 총 6개소. 금천구, 강동구, 은평구, 도봉구, 성동구, 중랑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60년대부터
서울에서 왜 신선도를 위해
서울에서 앞으로는 계속
서울에서 파는 곳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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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초콜릿은 판매처에 따라 2천원대.

가나초콜릿

서울산 제품을 찾는 일은 서울의 제조업 역사를 찾아가는 일이다. 경부선 철도 주변과 영등포 일대는 20세기 초반부터 이어져온 서울의 제조업 벨트였다. 시간이 지나며 큰 회사의 공장이 서울을 떠나는 가운데 몇 안 되는 서울 시내 과자 공장이 롯데제과 ‘영공’, 영등포 공장이다. 영등포 공장에서는 롯데제과를 대표하는 껌이나 가나초콜릿을 만든다. 초콜릿 제조공정은 거칠게 나눠 두 종류다. 카카오를 볶고 갈아서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매스를 만드는 과정, 카카오 매스에 몇 가지 재료를 넣고 섞어 숙성시킨 뒤 초콜릿 틀에 찍어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가나초콜릿의 전자는 양산 공장, 후자는 영등포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양산 공장에서 탱크로리로 카카오 매스를 올리고 영등포 공장에서 초콜릿이 완성된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서울이겠다.


서울 어디서 영등포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1969년
서울에서 왜 그런 시대라서
서울에서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음
서울에서 파는 곳 온갖 온오프라인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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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모자는 제조사라 자체 판매는 아직 안 한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와 자체 굿즈 제조사가 양화모자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당신도 맡길 수 있다. 1개부터 제작 가능하다.

양화모자의 볼캡

제조업 종사자들이 말하는 도시 제조업의 불안 요소가 있다. 임대료가 오르고 경쟁자는 늘어나며 일하려는 사람들은 줄어든다. 이름처럼 양화대교 남단에 있는 양화모자는 발상을 돌려 상황을 전환시켰다. 서울 시내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다. 사람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1987년생 한가람 대표는 어른들께 노하우를 더 잘 배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제는 ‘양화모자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일종의 브랜딩이 되었다. 뉴욕 생산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브루클린’ 문구처럼. 위기가 기회라는 진부한 말이 양화모자에는 말 그대로 현실이었다. 한가람 대표는 처음에 자신의 브랜드 모자를 위해 제조업을 배우다가 공장까지 만들고 제조로 성장했다. 이들은 더 많은 B2B 손님을 만나려 확장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양화대교 북단 합정으로.


서울 어디서 영등포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2014년부터
서울에서 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에서 앞으로는 더욱 중심부로
서울에서 파는 곳 각 브랜드의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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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사르토리아 준의 기성복 재킷은 80만원. 100% 맞춤 정장은 4백60만원.

사르토리아 준의 재킷

“서울에서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사르토리아 준 전병하 대표의 말은 수더분했다. 그는 옷을 잘 만들고 싶어 소공동을 거쳐 나폴리에 가 옷을 배웠다. 귀국하고 한가한 삼각지에 가게를 열었다. 서울에서 일하는 이유도 간단했다. “손님들이 여기 있어서, 제가 서울 사람이라서”였다. 대신 그는 좋은 옷에 대해 말했다. 자신의 고급 정장을 어떻게 만드는지. 비싼 정장과 싼 정장은 뭐가 다른지. 누가 이곳의 옷을 입는데 그 사실을 왜 알릴 수 없는지. 일할 사람 구하기가 왜 힘든지. “요즘은 배달을 해도 한 달에 3백만원을 버니까요. 그걸 경력이라고 할 수는 없죠. 이 일은 배우면 경력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 일을 잘 안 해요.” 그러나 좋은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말과 달리 전병하의 젊은 제자들이 가게 위층에서 옷을 만들고 있었다.


서울 어디서 용산구
서울에서 언제부터 2013년부터
서울에서 왜 서울 사람이라서
서울에서 앞으로는 은퇴하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파는 곳 오프라인 매장과 몇몇 편집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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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박원태

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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