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남자들의 발레 슈즈

규범을 파괴하고 영역을 확장했다.

UpdatedOn July 31, 2023

3 / 10
CASABLANCA

CASABLANCA

  • CASABLANCACASABLANCA
  • (위부터) MOLLY GODDARD, BALENCIAGA(위부터) MOLLY GODDARD, BALENCIAGA
  • SIMONE ROCHASIMONE ROCHA
  • DOUBLETDOUBLET
  • SUNNEISUNNEI
  • DOUBLETDOUBLET
  • SIMONE ROCHASIMONE ROCHA
  • BALENCIAGABALENCIAGA
  • BODEBODE
  • MN6MN6
  • MN6MN6

일 년에 두 번씩 새로운 트렌드를 채집하고 다루지만 런웨이 위의 트렌드가 일상에 자리 잡고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현실에 흡수되지 못하고 증발해버리는 일도 대다수. 내게는 남자들의 발레 슈즈가 그렇게 사라지고 말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알라이아의 발레 슈즈를 신은 남자를 목격하곤 약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쇼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중 알라이아의 크리스털 장식 플랫 슈즈에 눈길이 갔고 데님 팬츠와 깅엄 체크 재킷,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에 눈길이 닿았을 때 그가 남자임을 알아차렸다.

이제껏 남자들이 손쉽게 신을 수 없을 거라고 속단한 건 단순히 여성성과 남성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발등이 높거나 발볼이 넓으면 신기 불편하니까, 신체적인 특성상 대부분의 남자들이 쉽게 즐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렌시아가가 2023 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플랫 슈즈를 직접 보니 여성용 제품들보다 폭이 확연하게 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디자인이라면 남자들도 빠른 시일 내에 플랫 슈즈를 즐겨 신을 것만 같았다.

런웨이 위 남자들이 발레 슈즈를 신는 것이 새롭거나 생경한 일은 아니다.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디자인을 전개하는 시몬 로샤, 몰리 고다드 등 여성복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발렌시아가나 MM6 같은 브랜드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건 명징한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어떻게 신느냐가 제일 큰 문제. 가장 쉬운 스타일링은 길이가 길고 통이 넉넉한 바지와 매치하는 거다. 기다랗고 넓은 바짓단은 플랫 슈즈의 앞코만 슬쩍 드러낼 테고, 그러면 첫 만남의 어색함과 민망함을 약간은 덜어낼 수 있다. 쇼츠와의 궁합도 나쁘지 않은데, 이는 짧은 길이의 쇼츠에 귀여운 양말로 포인트를 더한 보디의 컬렉션이 좋은 길잡이가 돼줄 거다.

셔츠리스 수트와 매치한 MM6의 스타일링도 꽤 흥미롭다. 남자의 수트와 발레 슈즈는 자석의 양극처럼 저 멀리 떨어진 듯 보였는데, 이너를 제외한 수트와 매치하니 은밀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렇듯 여러 컬렉션을 섭렵하니 발레 슈즈가 스타일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은 낯설지만 남성용 발레 슈즈는 금세 휘발해버릴 시대의 유행이 아니라 남자 신발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다솔

2023년 08월호

MOST POPULAR

  • 1
    하나의 공간에서 더 많은 경험을!
  • 2
    홍화연이 향하는 길
  • 3
    완벽함과 유연함 사이의 이준호
  • 4
    '열심히', '꾸준히'를 습관처럼 말하는 준호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5
    A Summer Tale

RELATED STORIES

  • FASHION

    Fast Forward

    하우스의 코드를 입고 새롭게 진화한 구찌의 혁신적인 스니커즈.

  • FASHION

    Timeless Beginnings

    벨루티의 역사를 담은 앤디 백의 또 다른 시작.

  • FASHION

    이솝이 전하는 진심

    이솝이 강조하는 가치를 녹여낸 전시가 열렸다.

  • FASHION

    탐험가를 위한 컬렉션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과 크리에이티브 그룹 ‘에뛰드 스튜디오’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모로코 아틀라스산맥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에이글 익스피리언스 바이 에뛰드 스튜디오’의 2025 S/S 컬렉션은 도시와 자연, 실용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서울에서 만난 에뛰드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레미 에그리, 오헬리앙 아르베와 이번 시즌의 방향성과 디자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FASHION

    A Summer Tale

    지난 4월의 저녁, 한강변을 따라 바다를 닮은 에르메스 보드워크가 물결치듯 펼쳐졌다. 쇼의 시작 전, 에르메스 맨즈 유니버스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과 나눈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

MORE FROM ARENA

  • INTERVIEW

    봉준호를 만났다

    <아레나>가 봉준호 감독을 4년 만에 다시 만나고 왔다. 일대일로 대화를 나눴다. 자랑할 만한 일이다.

  • REPORTS

    New Wave

    2017년의 남성 패션 신을 바꾸어놓을 주요한 변화들.

  • ARTICLE

    Hawaiian Cocktail

    내 마음대로, 하와이안 셔츠를 믹스하는 다섯 가지 방법.

  • FILM

    배리 X 조슈아

  • LIFE

    한국에 와이너리가 있나요?

    K-푸드 열풍을 타고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는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그중 당신이 꼭 알아야 할 8가지 와인 리스트.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