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24개의 문답으로 본 '르망 24시' 1백 년

올해는 르망 24시 1백 주년이다. 르망 24시는 프랑스 르망에서 자동차를 타고 24시간 달리는 대회다.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달리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르망 24시의 모든 드라마가 시작된다. 르망 24시는 대단한 대회이지만 비인기 종목으로 통하는 한국에서는 왜 대단한지 모를 수 있다. 르망 24시가 왜 대단하고 무엇을 보면 좋을지 레이싱팀 감독, 드라이버, 브랜드 관계자, 칼럼니스트 등 전문가에게 물었다.

UpdatedOn June 04, 2023

3 / 10
/upload/arena/article/202306/thumb/53796-515686-sample.jpg

© Rolex/Jad Sherif

© Rolex/Jad Sherif

 24H LE MANS  01 

내구 레이스에서는 수십 대의 차와 밤새 나란히 달려야 한다.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인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드라이버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만할 때가 된 게 아닐까? 굳이 얘기하자면 날씨에 따른 노면 상태의 변화 혹은 오일 누수로 인해 불안정해진 접지력 변화 등이다. 이것은 예측이 불허해서 항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라 사르트 서킷 대부분은 일반도로다. 도로 상태가 일반 서킷과는 많이 다르고 불규칙하다. 특히 해가 없는 밤에는 젖은 곳과 마른 곳의 구분이 안 된다. 사고 확률이 높아지는 시간대다.
김택성

 24H LE MANS  02 

경기 중 식사는 언제 어디서 무얼 먹나?
식사는 보통 멀리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팀이 준비한 트레일러 혹은 따로 마련한 텐트에서 먹는다. 음식은 팀의 전속 셰프가 준비해준다. 배탈이 나면 안 되니 닭 가슴살이나 파스타 정도만 허락된다. 타이어를 한 번 교체할 때까지만 달려도 3~4kg이 빠진다. 이온 음료를 지속적으로 마신다. 팀 트레이너는 항시 체력과 컨디션을 체크한다. 차에 다시 탑승하기 한 시간 전부터는 유산소 및 반사신경 운동, 스트레칭을 한다.
김택성

 24H LE MANS  03 

라 사르트 서킷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간은 어디인가?
개인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특정 구간이 어렵다기보다 갑자기 변하는 날씨, 노면 온도, 일출 때 낮아진 햇빛으로 어려운 시야 확보, 타이어 관리 등이 까다롭다. 라 사르트 서킷은 평소 일반도로로 쓰이다 대회 기간이 되면 곳곳에 아스팔트를 새로 깐다. 해당 구간은 기름이 많이 올라와 그립력이 떨어진다. 라 사르트 서킷은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에서 풀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서킷이다. 아주 세심하고 정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택성

 24H LE MANS  04 

르망 24시를 처음 관람하는 팬들이 숙지하면 좋을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사실 자동차경주는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힘든 스포츠이기는 하다. F1만 하더라도 경주차들이 일렬로 1시간 30분 동안 달리기만 한다. F1을 20년 가까이 봐온 나도 그 광경을 보는 게 지루하기는 하다. 그런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이걸 24시간 동안 한다. 사고가 나지 않은 한은 관람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현장에서도 경주를 계속 지켜보는 관람객은 없다. 캠핑카나 텐트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노닥거리거나, 놀이기구를 타고, 기념품 가게에 들락거린다. 그러니 경주에 집중하기 힘들면 억지로 볼 필요 없다. 어차피 경주가 끝나면 유튜브로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TV로 르망 24시를 관람할 예정일 경우 정보를 잘 파악하면 조금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주차의 속도, 위치, 순위, 드라이버 주행 시간 등 모든 기록이 경주 이해도를 높이니 숫자를 잘 봐야 한다. 그리고 경주차가 얼마나 빠른지 잘 살펴보자. 하이퍼카 클래스는 최고속도가 시속 400km에 육박한다. 하위 클래스 경주차를 얼마나 빠르게 추월하는지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야간엔 경주차 인캠 영상을 잘 보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서킷에서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올해는 페라리가 50년 만에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 최상위 클래스로 복귀했다. 포르쉐와 미묘한 대립 구도에 있으니 두 팀이 어떤 경주를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더불어 WEC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제조사인 푸조도 지난해 복귀했다. 여기에 미국의 캐딜락, 일본의 토요타도 있으니 5개 국가, 5개 제조사 대결 양상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이진우

/upload/arena/article/202306/thumb/53796-515687-sample.jpg

© TOYOTA MOTOR CORPORATION

“라 사르트 서킷은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에서
풀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서킷이다.
아주 세심하고 정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24H LE MANS  05 

르망 24시는 많은 관객이 동원되는 레이싱 대회 중 하나다. 현장에서만 느끼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경기 시작 다음 날 완전히 녹초가 된 스태프들을 경기장 곳곳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캐닉뿐만 아니라 진행요원, 기자, 심지어 관객까지 바닥에 쪼그려 잠든 모습이 기억난다. 라 사르트 서킷은 두 도시에 걸쳐 있다. 대회 기간이 되면 두 도시는 축제의 현장이 된다. 도심에서는 각양각색의 카퍼레이드가 열린다. 꼭 보길 추천한다. 24시간 동안 레이싱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관객은 스타트 때 열광했다가 사방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관람하고 맥주를 마시며 파티에 참석한다. 텐트에서는 쉬지 않고 울리는 배기음을 배경음악 삼아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되면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 다시 메인 스탠드 쪽으로 몰려가 완주한 차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 어느 것 하나 일반 레이스 대회에서는 느낄 수 없다.
김진표

 24H LE MANS  06 

내구 레이스는 차의 성능만큼이나 팀의 전략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중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레이싱팀 감독은 모든 결정의 최종 책임자다. 각 팀은 경기 전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며 최고의 전략을 짠다. 물론 계획대로 진행될 확률은 아주 적다.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온갖 변수가 등장한다. 감독은 실시간으로 변수를 예상하고 반영해 새로운 전략을 결정한다.
김진표

 24H LE MANS  07 

감독은 헤드폰을 낀 채 무엇을 지시하나?
멀찍이서 보면 감독은 헤드폰만 낀 채 경기를 관망하는 것 같다. 사실 감독은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변수를 떠올리고,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항의할지, 변수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한다. 따라서 감독이 직접 무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새로운 전략을 드라이버에게 전하는 건 담당 메캐닉의 역할이다. 감독은 드라이버가 하달된 지시를 수행하지 않거나, 팀메이트에게 순위를 양보하라는 지시를 내려야 하거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무전기를 잡는다.
김진표

“르망 24시에서는 모든 차들이 체커기를 받을 때
속도를 줄이며 들어온다.
관객은 마지막 차가 들어올 때까지 기립 박수를 보낸다.”

 24H LE MANS  08 

르망 24시에서는 3명의 드라이버가 차 1대를 나눠 탄다. 차를 모는 순서는 어떻게 정하나?
교대 순서는 보통 순차적으로 돌아간다. 모든 선수에게는 미니멈 스틴트 타임이 있다. 한 선수는 최소 8시간 이상 경기에 투입된다. 한 번 타면 3~4시간 정도 달린 후 교대한다. 규정상 한 번에 4시간 이상은 탈 수 없다. 팀 전략은 세이프티카 출동 및 슬로 구간이 언제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된다. 운전대를 바꿔 잡을 선수는 1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한다.
김택성

/upload/arena/article/202306/thumb/53796-515684-sample.jpg

 24H LE MANS  09 

1명이 아닌 3명이서 차를 나눠 타기에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일단 3명의 드라이빙 스타일이나 성향이 비슷해야 차를 유리하게 세팅할 수 있다. 선수들은 한 몸이 되어 호흡을 맞춰야 한다. 말 그대로다. 몸무게가 5kg 이상 차이 나면 세팅값을 바꿔야 한다. 한 팀을 이루는 선수들은 몸무게 차를 최대한 줄이는 훈련을 한다.
김택성

 24H LE MANS  10 

경주차의 속도와 내구성 외에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웬만한 슈퍼카도 서킷에서 최대 성능으로 몰아붙이면 장담컨대 5분 안에 온갖 경고등을 띄운다. 디프런셜 기어, 미션, 어퍼암, 서스펜션 중 하나는 30분 안에 부러지거나 깨진다. 르망 24시 레이스의 매력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한계 영역에서 24시간 버티는 건 서킷 한 바퀴를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브레이크 캘리퍼의 온도는 큰 압력을 받으면 순식간에 1,000℃를 넘긴다. 내구 레이스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은 완주하는 것만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르망 24시에서는 모든 차들이 체커기를 받을 때 속도를 줄이며 들어온다. 관객은 마지막 차가 들어올 때까지 기립 박수를 보낸다. 경기가 12시간쯤 지날 때 ‘이건 미친 짓이야’ 했던 생각은 18시간이 지나면 ‘지겹다’로 바뀌었다 마지막 체커기가 휘날리면 ‘이래서 이 짓을 하는구나’ 이해하게 된다.
김진표

 24H LE MANS  11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내구 레이스 드라이버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이나 능력은 무엇인가?
레이싱은 경기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다른 점은 없다. 물론 시간이 길다 보니 차량과 타이어 관리, 피트스톱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라 사르트 서킷의 규모는 일반 F1 서킷의 3배 이상이다. 구간별로 날씨가 달라질 정도다. 따라서 적절한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르망 24시 레이싱카는 로 다운포스 키트를 사용한다. 이는 고속 주행에서 유리하지만 코너가 시작되는 구간에서는 다운포스가 모자란다. 노련한 드라이버가 아니면 코스를 이탈하기 쉽다.
김택성

“크리스텐센은 이듬해 르망에서 은퇴했고
세상은 그를 ‘미스터 르망’이라 부른다.
크리스텐센이 르망 그 자체라는 뜻이 아닐는지.”

 24H LE MANS  12 

르망 24시를 지켜본 이래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싱카와 선수가 있다면?
10년 전인 2013년 6월, 프랑스 르망에서 펼쳐지는 24시간의 사투를 현장에서 직접 관람했다.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경이롭고 거룩한 24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24시간 경주가 끝났을 때 포디엄 맨 위에서 눈물을 흘리던 한 남자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톰 크리스텐센. 2012년까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무려 7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전설과 같은 드라이버다. 그가 아우디 팀의 2번 차를 타고 2013년 르망에 출전했다. 당시 아우디는 경주차를 세 대 투입했고 2, 3번은 1번 차의 우승을 서포트하는 페이스메이커인 동시에 유사시에는 우승을 노려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경주가 시작된 지 10시간 후인 새벽 1시경, 아우디 1번 경주차가 기어박스 고장으로 피트에 50분이나 묶여 있었다. 계획대로 2번 경주차가 우승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백전노장 톰 크리스텐센과 알란 맥니시 그리고 신성 로익 뒤발이 탄 아우디 2번 경주차는 그 임무를 충실하고 훌륭히 해냈다.

포디엄 맨 위에서 크리스텐센이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관중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다만 크리스텐센의 눈물은 기쁨이 아닌 친구를 잃은 슬픔의 눈물이었다. 실은 경주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사고가 있었다. GTE AM 클래스에 출전한 애스턴마틴의 95번(알란 시몬센)이 시속 200km의 속도로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어가 날아가고 떨어져 나간 바퀴가 서킷을 나뒹굴 정도로 큰 사고였다. 다음 날 아침, 경주장 한 귀퉁이에 자그마한 헌화가 이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알란 시몬센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란 시몬센은 톰 크리스텐센과 같은 덴마크인으로 여러 레이싱에 함께 출전했던 동료다. 크리스텐센은 세상 모든 이에게 축하받는 자리에서 즐거워할 수 없었다.

10년 전,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내의 눈물은 르망 90년 역사 동안 잊힌 드라이버와 경주차에 대한 헌정이면서, 서킷에서 생을 마감한 수많은 드라이버를 위한 추모와 애도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텐센은 이듬해 르망에서 은퇴했고 세상은 그를 ‘미스터 르망’이라 부른다. 크리스텐센이 르망 그 자체라는 뜻이 아닐는지. 그는 르망 1백 년 역사에서 가장 기억해야 할 드라이버임이 분명하다. 더불어 그가 타고 경주를 완전히 지배했던 R18 e-트론 콰트로 디젤 하이브리드 경주차도 르망 역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진우

 24H LE MANS  13 

여전히 르망 24시에는 한국인 드라이버가 적다. 왜일까?
타임 어택 능력만 놓고 본다면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능력치는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환경이 열악해 정상급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없다. 모터스포츠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사실상 스폰서 없이는 진입부터 불가능하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스폰서 없이는 해외 유수의 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자동차 시장의 브랜드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해외 유명 레이싱에서 보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진표

 24H LE MANS  14 

토요타는 수많은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자체 레이서 육성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나?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은 국내외 드라이버를 위한 전문 운전자 교육 프로그램 ‘TGR 드라이버 챌린지 프로그램(TGR-DC)’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FTRS(Formula Toyota Racing School)’로 운영되었으며, 고바야시 가무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F1 드라이버로 성장했다. 현재도 자체 오디션을 통해 실력 있는 드라이버를 선발하며 일본 F1 드라이버들을 지원하고 있다. ‘WEC 챌린지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향후 WEC에서 활동할 드라이버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관계자

 24H LE MANS  15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로는 ‘르망 24시’ ‘F1’ ‘인디 500’ ‘뉘르부르크링 24시’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르망 24시가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르망 24시는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다. 경주차들은 그중 뮬산 스트레이트에서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내달린다. 라 사르트 서킷은 스타팅 그리드 부근의 상설 트랙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시골 마을에 걸쳐 있다. 이곳은 왕복 2차선 도로로 평일에는 소형차가 지나다니고 마을 사람들이 조깅을 즐기는 곳이다. 펜스 바로 뒤에는 민가, 마트, 식당, 회전교차로가 있다. 라 사르트 서킷은 평온한 삶과 과격한 스피드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다.
강병휘

 24H LE MANS  16 

포르쉐는 “포르쉐가 곧 르망이고, 르망이 곧 포르쉐다”라고 말한다. 포르쉐에게 그토록 르망 24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포르쉐는 르망 24시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포르쉐는 1970년 오랫동안 기다려온 르망 24시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까지 열다섯 번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 포르쉐는 15년 동안 상위 카테고리에서 경쟁하지 않고 몇 개의 클래스 부문에서만 우승했다. 2011년 세계 내구 챔피언십의 연비 규정은 포르쉐가 상위 레벨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바라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게 바뀌었다. 그에 따라 포르쉐는 새로운 프로토타입과 함께 상위 카테고리로 다시 돌아왔다. 르망 24시는 포르쉐가 레이싱카에 적용하는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관계자

“르망24시는 레이싱 역사의 산증인이다.
르망24시 도전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24H LE MANS  17 

포르쉐는 1951년 르망 24시 첫 완주 이래 수많은 우승차를 배출했다. 이렇게 우승한 차들은 어디에 어떤 식으로 보관되나?
포르쉐는 컬렉션 차량을 판매하지 않는다. 컬렉션 보관은 포르쉐 뮤지엄에서 전담한다. 오늘날 포르쉐 엠블럼이 새겨진 모든 차량은 1949년부터 세계 각국의 모든 레이싱 코스에서 인상적인 승리를 거둔 전설적인 레이싱 차량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포르쉐는 역사를 아주 세심하게 보존한다. 클래식 레이싱 및 스포츠카를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포르쉐는 포르쉐 뮤지엄 외에도 바이작에 워크숍도 운영 중이다. 바이작에서는 역사적인 레이싱카를, 포르쉐 뮤지엄은 주로 양산 차량을 관리한다.
아스트리드 보팅거

 24H LE MANS  18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레이싱카 중 디자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차는?
하이퍼카 클래스가 생기면서 메이커마다 특색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푸조가 주목할 만하다. 푸조는 하이퍼카 클래스 출전을 위해 9X8을 만들었다. 다른 하이퍼카와 비교해도 확실히 눈에 띈다. 특히 커다란 리어윙을 없앤 실루엣이 마음에 든다. 푸조 특유의 사자 발톱 모양 LED 램프도 매력적이다.
정영철

/upload/arena/article/202306/thumb/53796-515685-sample.jpg

 24H LE MANS  19 

아우디는 오랜 시간 르망 24시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지난해 F1 출사표를 던지며 방향을 틀었다. 출전하는 입장에서 두 대회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아우디의 FSI, TDI, 레이저 라이트, 하이브리드 등의 기술은 르망 24시에서 수많은 승리로 증명되었다. F1은 아우디의 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다.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F1은 지속가능성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현재 아우디는 모터스포츠 부문에서 내구 레이스를 위한 스포츠카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아우디 스포트는 이를 대신해 고객 참여 레이싱 및 다카르 랠리를 위한 RS-Q e-트론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다카르 랠리에서 종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

 24H LE MANS  20 

지난해 토요타는 르망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토요타 경주차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
올해 르망 24시에 출전할 차는 GR010 하이브리드다. GR010 하이브리드의 차체는 독일 쾰른의 토요타 가주 레이싱 유럽(TGR-E)에서 설계되고 개발되며 제조된다. 파워트레인은 일본 시즈오카의 토요타 히가시후지 기술센터에서 완성된다. 토요타의 V6 엔진, 토요타와 아이신 & 덴소가 공동 개발한 고출력 리튬이온 배터리, 프런트 모터(MGU)는 히가시후지 연구소에서 조립한 후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한다. 이후 파워트레인은 TGR-E로 보내져 차에 탑재된다. 출전 클래스가 LMP1에서 하이퍼카로 바뀌면서 GR010 하이브리드도 변화해야 했다. LMP1 시대에는 엔진 개발의 초점이 ‘열효율’에 맞춰졌지만 하이퍼카 시대에는 ‘주행성’에 집중했다. 여기서 주행성이란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구동력을 발생시키는 상태를 뜻한다. 개발 과정의 시작점이 ‘운전자가 다루기 쉬운 엔진은 무엇인가?’로 되돌아간 것이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관계자

 24H LE MANS  21 

르망24시 출전이 레이싱 드라이버에게 어떤 의미인가?
르망24시는 레이싱 역사의 산증인이다. 모터스포츠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1백 년간 이어지고 있다.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모터스포츠의 마라톤이다. 르망24시 도전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강병휘

“아무나 출전할 수 없는 경주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는 달라진다.”

 24H LE MANS  22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르망 24시에 출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브랜드가 르망 24시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해결해야 될 숙제가 있을까?
국내 브랜드라고 하면 현대차 그룹을 말할 텐데, 지금 현대차가 WEC에 나갈 이유가 없다. 그들은 이미 랠리 경주인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다년간 참가하면서 자동차의 내구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2016년부터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이는 경주에서 현대차의 내구성을 증명하기 위함보다는 양산차, 특히 고성능 N 모델의 내구성을 확인하고 주행 테스트 자료 확보를 위한 출전이다. 사실 테스트 자료 확보는 직선이 많은 르망 라 사르트 서킷보다 지구에서 가장 가혹한 서킷인 뉘르부르크링이 훨씬 좋기는 하다.

물론 나도 현대차가 르망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WEC에 욕심이 없어 보이고, 현대차 그룹 제품도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와 큰 연관이 없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아스팔트 레이싱에 참가한다면, 경주 역사가 짧은 전기차 레이싱 포뮬러 E 쪽이 더 맞을 거 같다.
이진우

 24H LE MANS  23 

르망 24시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레이싱카는?
르망 24시에 출전했던 차들 중에는 오픈 휠 형태가 아닌 차들이 많았다. 덕분에 다른 대회의 레이싱카보다 디자인들이 훨씬 돋보인다. 메르세데스 300SLR이나 페라리 250LM과 330 P4, 포르쉐 917 등 전설적인 차량들이 르망에서 달렸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재규어 D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롱 노즈’ 버전이 특히 아름답다. ‘아름답다’보다는 ‘아이코닉하다’는 수식이 더 어울리겠다. 작고 야무진 프로포션과 풍부한 볼륨감. 무엇보다 헤드레스트부터 뒤로 뻗어나가는 핀이 압권이다.
정영철

 24H LE MANS  24 

자동차 브랜드에게 르망 24시가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자동차경주는 내기에서 시작됐다.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멀리 가는가를 다투던 사내들의 치기가 지금의 자동차경주다.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는 이름처럼 어떤 차가 더 튼튼한가를 겨루며 시작됐다. 경주가 처음 시작된 1백 년 전엔 자동차 내구성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르망은 지난 1백 년 동안 자동차 내구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을 것이다. 이게 르망의 역할이었다. 르망의 의미는 역할과는 조금 다르다. 지구에서 오래된 자동차경주 중 하나인 르망은 유럽 귀족의 유희였다. 예전엔 자동차가 엄청나게 비쌌다. 이렇게 르망은 가장 돈이 많이 모이는 자동차경주였고, 이곳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은 그 어떤 경주의 트로피보다 제조사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이제 WEC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아무나 출전할 수 없는 경주가 됐다. 최하위 클래스도 슈퍼카 베이스 경주차가 달리는 수준 높은 자동차경주다. 하이퍼 클래스는 프로토타입 경주차 전용 섀시와 엔진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출전할 수 없는 경주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는 달라진다. 이게 WEC와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가 지닌 특별한 의미다.
이진우

답변 주신 분들

김진표 뮤지션 패닉 멤버. 카레이서와 레이싱팀 감독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팀 명예감독이다.
김택성 현재 알가르브 프로 레이싱팀 소속 드라이버. 한국인 드라이버 최초로 르망 24시에 출전했다.
이진우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 <모터트렌드 코리아> 편집장으로 자동차와 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강병휘 카레이서 겸 자동차 저널리스트.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출전했으며, 유튜브 채널 ‘Station.B’를 운영 중이다.
정영철 카 클럽 브랜드 ‘에레보’의 대표. 캘리포니아 ACCD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아스트리드 보팅거 포르쉐 AG 뮤지엄 & 헤리티지 팀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토요타 가주 레이싱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레이싱팀. 지난 2018년부터 르망 24시 5연패를 기록 중이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팀 포르쉐의 르망 24시 매뉴팩처 우승 횟수는 총 19회로, 이는 르망 24시 1백 년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아우디 코리아 아우디는 르망 24시 역사상 최장 주행거리를 보유한 팀이다. 기록의 주인공은 2010년 출전한 R15+ TDi.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2023년 06월호

MOST POPULAR

  • 1
    시계의 가격과 가치
  • 2
    특별한 토핑이 올라가는 이색 피자 4
  • 3
    강서경 작가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 4
    From the masters
  • 5
    새 시즌, 뉴 스니커즈 4

RELATED STORIES

  • LIFE

    유럽에서 온 추석 선물 세트 4

    서양식 구움 과자에 한국의 향을 가미해 재해석한 파티세리 네 곳을 소개한다.

  • LIFE

    가을 아트 산책

    프리즈와 키아프가 한차례 지나갔지만 9월은 아직 풍요롭다. 서울의 곳곳에서 작가들의 개인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 LIFE

    오늘의 떡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좋은 떡, 전통 위에서 현재와 포개지는 떡, 지금 서울의 떡.

  • LIFE

    서울 한복판에서 노포 치킨을 외치다

    곧 문을 닫는다는 후렌드 치킨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 LIFE

    나라면 지금 이거 산다

    보통 이상으로 특정 소비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온갖 물건이 단종되고 프리미엄이 붙는 지금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가? 왜 사고 싶은가? 슈퍼카부터 자개장까지 온갖 답변이 돌아왔다.

MORE FROM ARENA

  • FASHION

    Union Object

    쓰임새와 출처가 다른 오브제들의 조합.

  • ARTICLE

    Beard & Stuff

    진중하고 단단한 인상을 더하는 수염을 길러보겠다면 이것부터.

  • LIFE

    서울의 과일 카페 4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시켜줄 서울의 과일 카페 4곳.

  • REPORTS

    떨리는 순간

    단지 서 있었을 뿐이다. 이내 가득 찼다. 잉크 한 방울이 물색을 바꾸듯, 소리가 퍼져 전체를 울리듯. 고수는 그렇게 공간을 채웠다. 그는 요즘 뭘 하지 않아도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생각한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거친 고수가 말했다. 매번 떨린다고.

  • FASHION

    Seoul Edition

    파리의 듀오 브랜드 에디시옹 M.R(Éditions M.R)의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레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팝업 스토어에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