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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식 #1 나의 식당

각자의 사연과 이유로, 서로 다른 기호와 기준으로 맛을 찾아다니는 서울 남자들에게 물었다. 어떤 식당을 좋아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UpdatedOn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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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보급, 해외여행 경험 증가, 와인의 맛을 깨달은 사람들, 코로나로 인한 해외여행 금지 기간, 최저임금 증대, 더 나은 삶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미식 유행을 만들었다. 문을 열자마자 줄을 서는 식당, 예약을 하려 해도 몇 주씩 기다리는 식당, 맛에 대해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 스마트폰 화면 속의 산해진미.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뭔가 맛있는 걸 찾아다닌다.

<아레나>도 맛있는 걸 함께 찾았다. 음식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따라갔다. 맛있는 음식 한 접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피려 접시 바로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뭐든 알고 나면 더 재미있으니까 미식의 책과 영화를 모았다. 눈 밝은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식당의 기준도 물어보았다. 대배달 시대가 열린 만큼 ‘픽업으로도 미식을 즐길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아레나>에서만 볼 수 있는 오늘날의 미식 기록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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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래퍼 릴보이와 종로5가 더우리곱창

릴보이는 지금 한국 힙합계에서 손꼽히는 래퍼다. 실력과 인지도는 <쇼미더머니9> 우승으로 증명됐다. 릴보이 이전의 자연인 오승택은 스스로를 ‘맛집 내비게이션’이라 소개했다. “직업상 지방에 자주 가요. 도시마다 ‘무조건 들러야 하는 맛집’을 몇 개씩 만들어놓습니다.” 맛집 내비게이션에게 무작위로 국내 도시 이름을 던지자 가게 이름과 대표 메뉴가 바로바로 튀어나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릴보이와 오승택 모두에게 중대사다. 그는 이번 ‘나의 식당’ 기사를 위해 여러 후보군을 제안했다. 그중 1순위가 종로5가의 더우리곱창이다.

“저와 긱스 멤버인 루이 형이 처음 데려갔어요. 그 형이 청계천에서 나고 자랐거든요. 처음 만나고 일주일쯤 됐나? 청계천에서 제일 맛있는 걸 사주겠대요. 긱스가 생기기도 전 일이죠.” 긱스는 2011년 데뷔한 2인조 힙합 듀오다. 대표곡은 ‘Officially Missing You’. 2010년대 초반 수많은 미니홈피에서 흘러나오던 바로 그 노래다. 더우리곱창의 벽에는 긱스 사인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사장님은 매장에 ‘Since 1979’라고 적어놓았지만 실제로는 1975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릴보이는 늘 먹던 메뉴로 주문했다. 막창소금구이와 야채곱창이다. 술은 시키지 않았다.

더우리곱창은 국산 곱창과 막창을 쓴다. 도축 작업이 없는 금·토·일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그날 받은 재료를 사용한다. 곱창과 막창은 얼리지 않은 생물 상태 그대로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박박 씻어낸다. 덕분에 누린내가 없고 구웠을 때 더 쫄깃하다. 릴보이는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늘 소금구이로 시작해서 야채곱창으로 넘어가요. 더우리곱창에는 최소 3명 이상 함께 오셔야 돼요. 두 명이 오면 배가 불러서 한 가지밖에 못 먹거든요.” 그는 소금구이는 소금, 야채곱창은 양념장에 찍는 걸 추천했다.

깨끗이 비운 철판을 사이에 두고 릴보이에게 더우리곱창이 특별한 이유를 물었다. “여기가 얼마나 맛있는 집인지는 다른 가게의 곱창을 먹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배달로 곱창볶음을 시키면 가격이 3만원씩 나와요. 먹으면서 생각하죠. ‘더우리곱창 가야 된다.’” 더우리곱창은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에 닫는다. 막창소금구이의 가격은 1만5천원, 야채곱창은 1만2천원이다. 릴보이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더우리곱창은 특히 커플분들에게 추천해요. 오래된 골목의 곱창집에는 로맨틱한 구석이 있죠. 2층에 테라스가 있어요. 가을에 오면 예술입니다.”

더우리곱창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36나길 9
영업시간 10:00~22:00, 매달 2·4·5번째 일요일 휴무
메뉴 야채곱창 1만2천원, 막창소금구이 1만5천원, 막창양념구이 1만5천원
문의 02-2266-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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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픽디자이너 박장열과 익선동 호반

박장열의 SNS 프로필에는 ‘호반의 아들’이라고 적혀 있다. 박장열은 그래픽과 브랜딩 디자이너, ‘호반’은 익선동 아귀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한식당이다. 박장열은 서울 토박이라 어릴 때부터 서울 시내권의 오래된 식당을 많이 다녔다. 그만큼 맛을 보는 경험과 눈이 쌓였다. 그 결과가 지금 그의 SNS다. 그래픽디자이너인 본업과 별개로 ‘노포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 그가 좋아하는 곳이 호반이다. “호반의 아들은 아니고, 그만큼 좋아하는 곳이에요.” 구석 자리에 앉아 박장열이 말했다.

“호반은 2013년에 형들과 오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박장열은 식당을 설명할 떄 말에 막힘이 없고 모호한 수식어가 없다. “호반에 대중음식점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좋아요. 이 식당이 무엇을 지향했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지금 호반처럼 음식을 하는 곳은 별로 없어요. 더덕과 도라지를 매일 직접 까고 이틀에 한 번씩 순대를 만듭니다. 신안군 임자도의 병어를 쓰고요.” 이른바 ‘브랜딩’을 해보겠다는 식당이라면 일일이 적어서 벽에 주렁주렁 걸어둘 법한 이야기다. 호반에 걸려 있는 건 메뉴판과 동네 달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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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열이 추천한 호반의 대표 메뉴는 병어찜과 순대다. 병어는 고급 생선이다. 잘 쪄낸 병어는 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라는 형용모순을 충족시킨다. 호반의 병어찜은 이 좋은 병어 위로 딱 좋을 만큼의 양념 향들이 얹힌다. 고춧가루, 애호박, 무, 감자 모두 병어의 맛과 딱 좋을 만큼 어울린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간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생선을 익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훈련이 되어야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다. “사무실이 근처라 호반에 일주일에 한 번은 와요. 이곳의 강점은 항상성입니다. 맛이 일정해요.” 젓가락을 뒤적이는 동안 박장열이 말을 이었다.

“호반이 잘하지만 사실 ‘음식 잘하는 식당’은 당연한 말이잖아요. ‘노래 잘하는 가수’처럼.” 박장열의 말대로다. 그러나 호반 같은 식당은 점점 사라져간다. 상식선에서 잘 만든 담백한 음식은 먹기 힘들고 누군가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노포 투어’라면 줄을 서지만 좋은 식당의 조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시대. “그래서 기회 되는 한 이런 곳을 알리고 싶죠.” 술을 천천히 마시며 박장열이 말했다. 다행히 아직 호반은 맛도 인기도 그대로다. 여전히 절묘한 병어찜이 나오고 저녁이 되면 근처 직장인으로 붐빈다. 이틀 전쯤에는 예약하는 게 좋다.

호반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26길 20
영업시간 13:00~22:00, 일요일 휴무
메뉴 병어찜 4만9천원, 순대 2만8천원
문의 02-745-6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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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과 연남동 써밋컬쳐

조원진은 성실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해 아직도 열심히 마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커피에 대한 책을 5권 냈다. 국내외 새로운 커피 경험과 경향도 꾸준히 확인한다. 회사원이라 이 모든 일을 회사 일과 함께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커피를 사랑한다. 아내와 함께 주말에 멋진 카페를 가는 게 그의 여가이며 커피 칼럼니스트로서 행하는 경험 수련이다. 그런 그에게 ‘커피를 곁들인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를 물었다. 그는 연남동 써밋컬쳐 2호점을 골랐다.

써밋컬쳐 2호점과 1호점은 모두 신촌 권역에 있다. 1호점은 신촌역에서 서강대교 내려가는 쪽에 작게 자리 잡았다. 2호점은 1호점이 잘되어 내게 된, 조금 더 큰 카페다. 로스팅과 제빵을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취재를 위해 문 연 직후인 12시에 써밋컬쳐를 찾았다. 구운 빵들이 트레이 위에서 버터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테이블은 약 20석 규모.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빵 부스 한편에는 생지를 뽑는 기계가 보였다. 할 수 있는 한 진지하게 빵을 준비하는 가게라는 뜻이다.

“퇴근이 이를 때면 식당이 아니라 카페에 들릅니다.” 조원진은 빵을 기다리며 말했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간단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귀가할까 싶기도 해서요. 그럴 때 여기서 깜빠뉴(캉파뉴)를 먹습니다.” 써밋컬쳐 커피의 깜빠뉴는 곡물의 구수한 맛 사이로 과일 맛이 드러난다. 좋은 재료를 가져와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맛이다. 써밋컬쳐가 튀는 곳은 아니다. 다만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귀갓길에 들러 빵 한 조각 먹고 싶을 듯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편안함이기도 하고 세련됨이기도 하며, 사실 그 둘은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맛있는 커피와 빵을 파는데 친절하기까지 한 카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조원진의 말대로다. 이른바 ‘인스타 핫플’에서 허무한 기분을 느끼는 일도 익숙해졌다. 써밋컬쳐는 허무하지 않다. 여기는 자신들이 커피를 볶고 빵을 내린다. ‘직접 하냐’보다 ‘맛있냐’가 중요하다. 써밋컬쳐는 맛있다. 기본 실력이 있고 잔재주가 없다. 인테리어는 깨끗하고 음악은 부담스럽지 않다. “평일 저녁 시간에는 카페들이 조금 한산합니다. 고요한 카페에서 눈높이에 나무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빵과 커피를 먹으면 하루의 피로를 잊을 것 같았습니다.”

써밋컬쳐 연남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 19 2층
영업시간 12:00~21:00, 월·화요일 휴무
메뉴 아메리카노 5천원, 빵 5천원대
문의 070-886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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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스트레스버거 송동진과 이태원동 잭잭

송동진은 평생 햄버거를 먹었다. 맥도날드를 너무 좋아해서 손목에 맥도날드 로고 타투까지 새겼다. 그는 3년 전 해방촌에 노스트레스버거를 열었다. 매일 햄버거를 만들지만 여전히 햄버거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도 주 2회는 퇴근길에 맥도날드 치즈버거를 포장해 맥주를 곁들여 먹는다. 그는 가게를 열기 전 미국 LA로 햄버거 기행을 떠났다. 3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버거를 먹었고 행복했다. 햄버거만 있으면 노스트레스다. 그런 그가 최근 눈을 돌린 곳이 있다. 노스트레스버거에서 녹사평대로 건너편에 위치한 잭잭. 내슈빌 핫 치킨버거 전문점이다.

“3주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다음 날 바로 왔어요.” 잭잭은 3주 전에 정식 오픈했다. “버거 메뉴는 간단합니다. ‘잭잭’ ‘클래식’ ‘오이려좋아’. 저는 제 나름대로 미국식 레시피로 치즈버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잭잭도 마찬가지예요” 잭잭의 핵심 키워드는 ‘내슈빌’과 ‘핫’과 ‘치킨’이다. “잭잭은 미국 남부 가정식을 지향합니다. 얼마나 진심인지는 사이드 메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잭잭의 사이드 메뉴판에는 콜라드 그린, 매시트포테이토 그레이비, 체다 비스킷 등이 있다. 모두 미국 남부 가정식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잭잭은 서울의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이 메뉴들을 전부 수제로 만든다.

송동진은 이날 콤보 2를 주문했다. 콤보 2는 잭잭 샌드위치, 케이준 프라이, 치킨 텐더 2조각, 수제 피클, 잭잭 소스로 구성된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치킨 조각은 육즙을 잘 가둬 퍽퍽하지 않다. 치킨은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 모양으로 생겼는데 두툼한 두께 때문에 꼭 당근을 넣은 것처럼 보인다. 맥도날드 빅맥에 들어가는 양상추는 없다. 대신 케일로 만든 콜슬로가 들어가고 그 위에 수제 피클이 올라간다. “닭 가슴살과 케일로 만든 햄버거라 생각하면 죄책감이 한결 덜하죠.”

잭잭 치킨 텐더의 맵기는 총 4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 선택지가 촘촘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맵기 상승 폭이 상당하다. 선택지는 ‘노 스파이스’ ‘핫’ ‘베리 핫’ ‘사탄’ 순서로 꾸려졌다. 핫부터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카옌, 하바네로, 캐롤라이나 리퍼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캐롤라이나 리퍼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탄’을 주문하는 손님은 신체에 이상이 생겨도 가게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영수증 하단에 서명해야 한다.

잭잭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6길 21
영업시간 12:00~23:3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월요일 휴무
메뉴 잭잭 샌드위치 9천9백원, 콤보 2 1만8천9백원, 치킨 텐더 2조각 5천5백원
문의 02-79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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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라무라 김기훈과 적선동 홈보이서울

김기훈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그는 ‘퓨전 누들 숍’ 라무라의 대표다. 라무라는 현재 합정동과 성수동에 있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웨이팅은 필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김기훈은 역무원이었다. 그는 20대 중반 상경해 텍사스 바비큐 집에서 처음 주방 일을 배웠다. 낮에 바비큐를 굽고 밤에는 자기 메뉴를 준비했다. 식당을 차리려면 어떤 식당이 좋은 식당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이 가보고 다양하게 먹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서울에는 제천보다 유명하고 새로운 식당이 많다. 그는 서울 지리를 식당 이름으로 꿰고 있다.

“홈보이서울은 오픈할 때부터 왔어요. 연남동에 있을 때는 외국인 손님이 절반이었는데, 경복궁 근처로 옮기면서 회사원 손님이 많아졌죠.” 홈보이서울은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도보 30초 거리에 있다. 오픈 시간은 11시 30분. 촬영은 11시부터 시작했지만 점심 한 끼의 소중함을 아는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줄을 섰다. “아메리칸 차이니스 식당은 아직 생소한 편이죠. 그 생소함을 매력으로 바꾸는 게 기술입니다. 맛에서도 공간에서도요. 홈보이서울은 그 두 가지를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훈은 한참을 지켜보던 메뉴판을 덮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석대로 가겠습니다.”

김기훈은 몽골리안 비프, 오렌지 치킨, 크리스피 차우멘, 스프링 롤, 홈보이라거를 주문했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오렌지 치킨입니다. 사실 닭강정이죠. 그래도 특별합니다. 한국에서 오렌지 넣는 닭강정 집은 아직 못 봤어요.” 미국의 차이니스 식당에서는 오렌지 치킨에 오렌지 주스를 붓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렌지 껍질과 과육을 쓴다. “몽골리안 비프는 오늘 주문한 것 중 유일하게 첫 오픈부터 있던 메뉴입니다. 양고기 집에서 쓰는 쿠민과 쯔란이 들어가요. 익숙하고 이국적인 맛입니다. 조금만 시간대가 늦었으면 무조건 연태고량주도 시켰을 겁니다.”

“어릴 때 중식당은 가족이랑 가는 곳이었어요. 졸업식이나 생일날 가는 식당. 미국도 그렇더라고요. 식당을 차린다면 ‘집’이라는 단어를 꼭 쓰고 싶었습니다.” 홈보이서울의 김준기 대표는 군더더기 없는 말씨로 식당 이름의 뜻을 설명해주었다. 매장을 나오니 입구의 네온사인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 배웅 나온 김기준 대표에게 저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중국말로 ‘라오펑요우’예요. 오래된 친구라는 뜻인데 한국말로는 깐부죠.”

홈보이서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7-14 1층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연중무휴
메뉴 몽골리안 비프 2만4천8백원, 오렌지 치킨 1만8천8백원, 비프 차우멘 1만3천8백원
문의 02-2274-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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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식 작가 박정배와 서교동 진향

“김포공항에서 방금 온 길입니다.” 홍대입구역 근처 중식당 서교동 진향에 도착하니 박정배의 캐리어가 놓여 있었다. 식당을 공부하러 도쿄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박정배는 음식 작가다. 말뿐인 작가가 아니라 현장을 다니며 취재하고 고서를 뒤지며 연구한다. 최근에 낸 책은 동아시아 3국의 만두 문화를 비교한 <만두>. 내용도 내용인데 학술서 수준의 각주가 달려 있다. 그런 박정배에게 좋아하는 식당을 묻자 진향이라는 이름이 돌아왔다. “제가 10년 동안 다닌 집입니다.”

“여기서는 가지간짜장을 드셔야 해요.” 박정배가 앉아서 말했다. 진향은 중식 셰프 왕육성이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이다. 왕육성은 코리아나호텔 대상해의 주방장과 오너 셰프를 거쳐 마포구에 자리 잡았다. 1954년생이니 올해 칠순인데 아직 웍을 잡고 요리하고 본인의 말에 따르면 “소주를 두 병은” 마신다. 진향 옆 진진도 왕육성이 운영한다. 둘은 운영시간에 약간 차이가 있다. 인기 메뉴는 간짜장과 군만두와 멘보샤다.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인기 있던 적도 있었고, 코로나가 끝난 지금 다시 인기가 돌아오는 중이다. “옆집은 새벽 2시까지 일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일찍 들어가나 봐요.” 똑같이 건강해 보이는 왕육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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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면발 색을 보셔야 해요.” 간짜장이 나오자 박정배의 즉석 강의가 시작됐다. “한국의 중국 음식은 배달에 특화되어 있죠. 그래서 면이 붇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소다를 넣어요. 색이 노랗고 면이 질겨집니다. 여기는 소다가 최소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불기 전에 빨리 드셔야 합니다. 드셔보세요.” 중식 즉석 강의가 잠깐 끝나고 우리는 간짜장을 먹기 시작했다. “소다를 많이 넣으면 소스가 면에 잘 스며들지 않아요. 이 면에는 소스가 잘 스며들죠.” 아닌 게 아니라 진향의 간짜장은 금방 소스가 스며들었다. 자연스럽게 까매지는 면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좋은 중국 식당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기름을 내느냐 안 내느냐.” 대가의 말은 이해하기 쉽다. 박정배의 설명도 그랬다. “돼지 비계를 가열해 기름을 내고 채소를 넣어서 잡내를 가려요. 파, 생강 등으로요. 여기는 직접 만든 파기름을 써요.” 진향도 진진도 기름을 직접 낸다. 그래서인지 짜장면을 먹는데도 알리오 올리오를 먹을 때처럼 고소하게 잘 익은 기름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제가 여기를 정말 좋아해서 백번은 왔을 겁니다.” 박정배가 백번은 먹었을 간짜장을 한 입 더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진향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길 60 1층(바로 옆집 ‘진진’도 같은 주인이 운영)
영업시간 12:00~22: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화요일 휴무
메뉴 가지간짜장 9천원, 군만두 6개 8천원
문의 02-332-9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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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주현욱
Photography 신동훈, 표기식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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