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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와의 1주일

이름은 길고 무게는 가볍고 온라인에서만 파는 고급 시계를 차고 느낀 점들.

UpdatedOn February 03, 2023

시계는 며칠 차고 여기저기 빛도 비춰보고 해야 ‘이 물건이 어떤 감흥을 주는구나’ 알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시계 체험 원고를 기획했다. 수많은 시계 중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에디션을 고른 이유도 있다. 그중 하나는 이름이 길기 때문에 몇 번만 언급해도 원고 분량이 채워진다는 점이었다. 방금 적어둔 이 시계의 정식 제품명은 한국어 기준 50자다. 민망해서 너무 여러 번 쓰지는 못하겠다. 일단 ‘이 시계’로 칭하겠다.
이름 때문에만 이 시계를 고른 건 아니다. 이 시계에는 오늘날의 IWC와 고가 시계 산업을 보여주는 몇 가지 요소가 들어 있다. 그래서 체험 시계를 받자마자 스트랩을 교체했다. IWC를 비롯한 요즘 손목시계 업계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경향은 손쉬운 스트랩 교체 방식이다. 애플 워치의 시대가 온 이후 많은 시계 브랜드가 (애플 워치처럼) 스트랩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 시계 스트랩도 IWC의 ‘이즈X 익스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스트랩 끝부분 스위치를 한 번 누르면 스트랩을 쉽게 교체할 수 있었다. 핀 버클까지 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점도 아주 훌륭했다. 교체하기 쉬우면서도 구조적으로 튼튼했다.

티타늄 케이스도 이 시계의 큰 특징이다. 티타늄은 가볍고 녹이 안 슬고 알레르기로부터 안전하다. 동시에 비싸고 가공이 까다로워서 시계 케이스로는 잘 안 쓰기도 한다. IWC는 1980년부터 시계 케이스 소재로 티타늄을 쓰고 있으며, 그만큼 노하우도 쌓여 있다. 티타늄 시계 케이스는 같은 부피의 스테인리스스틸 대비 확실히 가볍다. 티타늄 시계를 차다 스틸 시계를 차면 무게감이 확연히 느껴진다. 다만 이 시계의 무게는 같은 사양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 시계보다 약 10g 무겁다(크로노그래프, 파일럿 워치 41, 본사 홈페이지 표기 기준). 고무 스트랩이 그만큼 묵직한 듯하다.

이 시계를 차고 일상적인 일들을 했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기사를 작성하고 전화를 하는 등의 일들. 사무 업무를 보는 데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다. 내 손목둘레는 16cm 정도로 남자 치고는 꽤 가는 편이다. 케이스 지름 43mm면 시계가 팔목보다 커서 아빠 시계를 차고 나간 아이 같은 모양새가 된다. 이 시계는 지름이 41mm라 팔에 아슬아슬하게 잘 맞았다. 바닥과 러그 부분 디자인도 잘된 것이, 시계를 찼을 때 헛돌거나 팔목을 찌르지 않았다.

금속 브레이슬릿 시계들은 책상 사무에 은근히 약하다. 팔목이 책상에 은근히 비벼지며 시계에도 조금씩 흠집이 간다. 고무나 가죽 스트랩은 그런 걱정이 덜하다. 스트랩 끝이 일자로 뭉툭하게 잘린 것도 좋았다. 스트랩 끝이 뾰족하면 시계를 찼을 때 꼬리처럼 튀어나올 때가 있다. 고가품의 디테일이 이런 건가 싶다.
이 시계 안에는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69385가 들어 있다. 가운데 초침 자리에 있는 건 크로노그래프 핸즈고 초침은 6시 방향 작은 창에 표시된다. 9시와 12시 방향 작은 창은 크로노그래프의 경과 시간을 보여준다. 3시 방향에는 날짜와 요일 표시창이 각각 자리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두 쉽게 구현 가능한 기능이지만 기계식 시계의 세계에서는 모두 다 별도의 부품이 필요한 요소다. 크로노그래프 버튼과 시간 조절 크라운은 티타늄이 아닌 스테인리스스틸이다. 만약 사서 오래 쓴다면 이쪽만 긁힐 텐데, 그러면 어쩌나 싶긴 했다.

이 시계는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라인업의 일부다. 파일럿 워치라는 라인업의,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한 시계 중, 케이스 지름이 41mm라는 뜻이다. 그중 이 시계는 미묘한 청록색으로 케이스 안의 주요 인덱스를 칠했다. 그 청록은 F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팀의 색이다. IWC는 페트로나스 팀과 파트너십을 맺어 꾸준히 협업 시계를 출시하는데, 이 시계도 협업의 일환이다. 검은색 무광 래커 다이얼과 청록색 인덱스 색은 딱히 F1이나 이 팀의 팬이 아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시계의 정품 스트랩이 아닌 검은색 등 보통 가죽 스트랩으로 교체한다면 더 무던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시계를 찬다면 그렇게 할 것 같다.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은 자신의 기호나 성향에 따라 관심 유무의 차이가 클 것 같다. 이 시계에 관심이 전혀 가지 않을 수 있다. 티타늄 케이스의 제작 난도를 모르거나, ‘비싼 시계면 번쩍거려야지’라고 생각하거나, F1이나 메르세데스-AMG 팀 팬이 아니라면 ‘색깔만 요란한데 뭐 이리 비싸’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소비자의 자유다.

반대로 금속이나 시계에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이 시계의 가격 구성이 꽤 괜찮음을 알 것이다. 시중에 보기 힘든 티타늄 케이스 크로노그래프다. 이즈X 익스체인지 기능까지 되는 스트랩을 두 개 준다. 스토리가 있는 별주 모델이다. 그런데 가격은 일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41보다 고작 20만원 비싸다. 20만원이면 IWC 정품 스트랩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다만 내가 어느 날 이 시계를 찬 사람을 본다면 ‘꽤 세련된 시계 취향이군’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런 게 끌린다면 
• 뛰어난 가격 대비 구성 요소
• 티타늄의 가벼움과 높은 강도
• 협업 모델의 상징성


 이런 게 망설여진다면 
• 눈에 덜 띄는 무광 티타늄
• 리셀 시장에서의 리스크
(가격 상승/하락 여부를 짐작할 수 없음)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레퍼런스 넘버 IW388108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14.5mm 케이스 소재 티타늄 방수 100m 버클 핀 버클 스트랩 / 브레이슬릿 이즈X 익스체인지 시스템을 장착한 그린 러버 스트랩, 그레이 러버 스트랩 무브먼트 IWC 28385 기능 시, 분, 초, 크로노그래프, 날짜, 요일 표시 파워 리저브 46시간 구동방식 오토매틱 시간당 진동수 28,800vph 판매방식 온라인 부티크 전용 상품 한정여부 없음 가격 1천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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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신동훈

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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