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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와 리스 예보아의 새로운 도약

코스가 브랜드 최초로 디자이너와 협업을 선보인다. 바로 리스 예보아(Reece Yeboah)와의 만남이 그것.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즉 ‘나비의 변태’라는 의미를 담아 리스 예보아의 삶을 풀어낸 컬렉션을 통해 코스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새로운 탄생을 보여줬다. <아레나>가 한국을 찾은 디자이너 리스 예보아와 나눈 문답.

UpdatedOn February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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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다고 들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한가?
발전한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트렌디한 장소와 다양한 사람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한국의 건물, 레스토랑, 음식 등을 체험하며 매우 진보한 문화임을 느꼈다.

코스가 아티스트와는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지만, 디자이너와 함께한 것은 리스 예보아가 처음이다.
정말 영광이다. 세상에는 숨은 보석 같은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그중 나를 선택해줘서 감사하고,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가나에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과도기를 겪었나? 또 그 과도기는 지금의 패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삼촌이 가나에서 30년간 재단사로 일하면서 나의 학교 유니폼을 직접 만들어주셨다. 또한 옷을 만드는 소재는 어디서 구하고, 패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세히 알려주셨다. 삼촌 덕에 패션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가나는 사실 삶의 질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어릴 때 영국에서 살다가 가나로 보내졌는데, 그곳은 영국과 아예 다른 환경이었다. 일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종종 전기가 끊겼고, 따뜻한 물도 공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하게 다양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 영국 생활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게 많았지만, 가나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삶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 내가 이끌고 있는 브랜드의 철학을 정립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디자인할 때도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에 중점을 두었다. 내 디자인이 소비자,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영향의 크고 작음을 떠나 내가 얻은 교훈을 기반으로 조언을 한다거나 기부를 함으로써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 ‘예보아’의 첫 데뷔 컬렉션을 코스와 협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첫선을 보인 이유가 있나? 그리고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오랫동안 코스의 팬이었다. 절제되고 갖춰진 공간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코스가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코스에 갈 때마다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특히 품질 좋은 옷들이 인상 깊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사진첩에는 자연스럽게 코스 옷들이 가득했고, 그것들을 무드 보드에 띄워놓고 참고하기도 했다. 사실 코스처럼 큰 브랜드와의 협업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계속 바라고, 염원하다 보니 온 우주가 도와 두 브랜드의 협업이 성사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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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예보아가 전개하는 스트리트 브랜드 ‘예보아’와 컨템퍼러리 브랜드 ‘코스’는 분위기가 비슷한 듯 달라 보인다. 예보아의 스트리트 무드를 코스와 절충시킨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먼저, 함께 컬렉션 작업을 한 코스 팀원들이 추구하는 협업의 방향성이 뚜렷했다. 그들은 ‘어떤 컬렉션을 만들어야겠다’라는 비전이 확고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코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예보아’의 스트리트 분위기를 융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코스가 여태껏 지켜온 품질과 패턴, 무드, 실루엣,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포함한 인프라가 예보아와 잘 어우러져 최고의 협업을 선보일 수 있었다.

코스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함께하는 브랜드의 비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두 브랜드가 긴밀하게 대화하며 작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소통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아무래도 예보아는 신생 브랜드기 때문에 더 경험이 많은 코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코스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큼 다양한 정보는 물론 배울 점도 많았다.

컬렉션 주제를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라고 정한 이유가 있나?
어렸을 때 가나에서 보낸 경험과 관련이 있다. ‘메타모포시스’는 변화, 변태를 뜻하는데 내가 어린 시절 가나에 살면서 성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나를 가나로 보낸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애벌레는 움직임에 한계가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고 나비가 되어 활발한 날갯짓을 하며 도약한다. 이 모든 의미를 담은 단어가 ‘메타모포시스’라고 생각한다.

협업을 준비하며 가장 영감을 받은 근원지는 무엇이었나?
영감의 원천은 나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으며,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를 가나에 보내셨다. 사실 나는 어릴 때 말썽을 많이 피웠는데 어머니는 그런 내가 올바른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리신 것이었다. 어머니의 탁월한 선견지명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왜 내가 가나로 보내졌는지, 어머니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고 이후로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등대 역할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내게 해주신 것처럼 나도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되돌려주고 싶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디자인 또는 색감을 통해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캡슐 컬렉션은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하는데, 메인 컬렉션은 범아프리카주의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다. 컬렉션을 보면 알겠지만 가나 국기 색상인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검은색을 포함하여 아프리카의 색상을 이용해 범아프리카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코스와의 협업 컬렉션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나?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먼저 컬렉션의 콘셉트를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템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쿨’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다. 때때로 능력 좋은 디자이너들이 다른 브랜드와 협업했을 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좀 더 대중이 좋아하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능력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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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에서 ‘나비 효과’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심벌 주변에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나비 패턴 수트도 눈에 띈다. 이것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나비는 이번 컬렉션의 주제 ‘메타모포시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심벌이다. 애벌레가 누에고치로 변하고 마지막에 나비로 완성되는 변태 과정을 담고 싶었다. 앞서 말했듯이 어린 시절 가나에서 겪은 이야기를 이번 컬렉션, 그리고 심벌에 투영했다. 나비가 되기 전 머무르고 있는 누에고치를 형상화하여 심벌에 접목하기도 했고, 나비가 직접적으로 보이게도 했다. 나비는 외부로부터 위협당했을 때, 마치 동물의 눈처럼 보이는 날개를 펼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의미를 넓게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나비 효과는 변태 이후의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작은 변화로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나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티셔츠를 비롯하여 스웨트 셔츠, 후디에 있는 심벌은 무엇을 뜻하는가?
코스와 예보아의 로고가 함께 그려진 메인 심벌에서 세로로 나열된 별 세 개는 어머니의 자식 세 명을 뜻한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세 개는 크기가 각기 다른데 이는 크기를 떠나 자신이 빛나고 싶을 때 언제든 빛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로고는 누에고치를 형상화했다. 어떻게 보면 꽃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변태라는 주제로 컬렉션을 풀어나가고 싶어 이런 심벌을 만들었다.

옷마다 디테일이 굉장히 탄탄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새롭다. 패딩 베스트에 크게 자리 잡은 벨크로도 그렇고, 마감할 때 사용한 대비되는 색감의 바이어스도 그렇고.
컬렉션을 살펴보면 숨어 있는 디테일이 굉장히 많다. 안감, 속단추, 그리고 마감 라이닝 등에 새겨진 글씨나 심벌들 말이다.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다양한 소셜 임팩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브랜드 이름인 ‘예보아’라는 단어를 영어로 해석하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라는 의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브랜드를 통해 커뮤니티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고,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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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선호
Cooperation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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