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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2023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구찌의 즉흥과 낭만 그 사이.

UpdatedOn January 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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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 공연은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작업과 같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충동들이 모여 공동의 표현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구찌 2023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은 바로 이 즉흥 공연을 주요한 창작 도구로 사용했다. 연극이나 음악처럼 즉흥 공연 또한 아티스트의 노하우를 통해 이루어진다. 프리스타일 연주 속에서 아티스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본능적으로 찾아 일깨운다. 즉흥적인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한 호기심과 솔직함을 담아낸 이번 컬렉션은, 구찌 하우스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장인들로 대표되는 개성의 자연스러운 반영이다. 즉흥 공연의 미학을 전달하겠다는 더 큰 그림을 위해, 이들은 그들의 다양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을 활용한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마크 리봇(Marc Ribot)이 이끄는 3인조 노이즈 록 그룹 마크 리봇의 세라믹 독(Marc Ribot’s Ceramic Dog)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질 쇼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쇼의 시작과 함께, 이번 쇼를 위해 만들어진 사운드트랙이 연주되고, 밴드는 재즈나 펑크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요소를 활용한 즉흥 공연을 통해 컬렉션이 담고 있는 에너지를 그대로 표현해 낸다. 공연은 쇼가 진행될 원형 스테이지 위에서 이루어진다. 원형의 형태는 구찌의 핵심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의 협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장인 정신이 내포하고 있는 럭셔리와, 체계를 뒤흔드는 즉흥성을 재정의하며 클래식 남성복의 원형에 집중한 이번 컬렉션의 뼈대를 구성한다. 이번 쇼에서 선보이는 의상들은 컬렉션을 입고 무대에 오른 인물들의 다양한 무드를 통해, 구찌의 다양한 남성성을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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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에서 크리스털 GG는 1970년대의 코팅된 모노그램 캔버스를 래커 처리해 새롭게 해석한 것으로, 즉흥성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등장한다. 이번 쇼 전반에서 강렬한 컬러들과 빛바랜 파스텔 톤이 적용된 광택감이 돋보이는 크리스털 GG를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워크웨어 커버올즈(coveralls)와 오버사이즈 가방 및 슈즈에 사용돼, 아이템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넣는 동시에 오래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컬렉션 전반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착용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그 중심을 차지한다. 이는 인물의 제스처나 의상 및 액세서리에 담긴 개성을 통해 표현된다. 또한 피스톤 잠금장치나 홀스빗, 크로스 등 구찌 아카이브를 상기시키며, 개인적인 감정이 깃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주얼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볼륨감이 살아 있는 동시에 유연한 느낌을 주는 테일러링 실루엣은 즉흥적인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특징은 탈착 가능한 디자인적 요소를 적용해 슬리브리스 재킷이나 쇼츠로 변형할 수 있도록 한 슈트에서도 잘 보인다. 현대의 남성성이 지닌 경계 없는 자유로움은 디자인적 요소나 스타일링에 있어 전통적으로 대조되는 의상들을 교차시켜 재해석한 의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찌의 1980년대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은 스포츠웨어는 댄스 코드를 상기시키고, 모터사이클 의상은 2000년대 초의 아카이브와 전형적인 오버사이즈 코트의 형태를 이어 붙인 의상에 찬사를 보낸다. 같은 시대에서 영감받은, 기름에 담근 듯 색이 바랜 데님 트라우저는 구찌가 뉴욕 매장을 오픈했던 1953년의 오리지널 로고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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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쇼에 등장하는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다양한 아이템들은 즉흥적 자기표현에 경의를 표한다. 빈티지 느낌의 스카프는 가방에 두르거나 데님 트라우저의 패치로 활용할 수 있고, 트랙슈트의 안감은 장식적 요소가 된다. 전통적인 이브닝 트라우저는 마치 조각품처럼 바닥까지 길게 드리운 스커트로 변해 움직일 때마다 다리를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효과들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구조 덕분에 가능하다. 자세히 보면, 클래식 조거 팬츠에는 경량 가죽이 사용됐다. 마치 깃털 장식으로 덮인 듯한 카반 코트는 실제로는 다차원적으로 빛나는 화이트 시퀸 엠브로이더리로 디자인됐다. 이는 구찌의 핵심인 장인 정신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톰 포드가 구찌를 위해 처음 만들었던, 오리지널 피스톤 잠금장치를 더한 부드러운 실루엣의 재키 백을 빛바랜 파스텔 톤의 크로커다일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재해석의 폭을 보다 넓혔다. 엄선된 제작 방식으로 탄생한 디오니서스는 기존의 장식적 요소는 제거했으나 그 상징적 디자인인 양끝에 호랑이 머리가 달린 말발굽 스타일의 버클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가죽 스크랩을 더했다. 숄더백 스타일의 가먼트 백은 컬러 코팅한 캔버스로 제작됐다. 새로운 직사각형 디자인의 여행용 가방과 1970년대 스타일의 라운드-토 앵클부츠는 이번 컬렉션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컬러들이 적용된 크리스털 GG 캔버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힐 슬리퍼, 보다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이는 프린스타운, 그리고 빈티지 느낌을 더한 홀스빗 로퍼를 통해 이번 컬렉션이 보여주는 개인 맞춤형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처음 데뷔하는 부드러운 퀼팅 소재 및 다양한 컬러의 모터사이클 부츠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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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선호
Cooperation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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