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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 #1

발목까지 차오른 눈과 혹한의 날씨. 설산은 경이롭지만 위험이 도사린다. 겨울만 되면 위험을 무릅쓰고 온 세상 산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UpdatedOn December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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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찬 Takechan | @mt.taketake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품에 안겨 산을 탄 타케찬. 그는 줄곧 산과 함께 자라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눈썰매,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익혔고, 이는 곧 그의 놀이가 되었다. 3백65일 중 80일을 산에서 보내는 타케찬에게 산은 곧 집이다.

산에서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
험난한 등반 중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는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세상이 붉게 물드는 일몰과 일출 순간은 환상적이다. 눈에만 담기 아쉬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도 경이로운 그 순간을 담기 위해 계속 산을 오르고 있다.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맑은 날보다 구름이 적당히 있는 날이 좋다. 구름이 높고 넓게 퍼져 있는 날에는 가장 환상적인 일몰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직접 경험해보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필수 아이템은 무엇인가?
설산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쉽게 발생한다. 그래서 장비가 매우 중요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일부 지역은 10m까지도 눈이 쌓인다. 폭설이 내리는 지역에 갈 때면 ‘간지키(Kanjiki)’라는 스노 슈를 사용한다. 간지키는 작은 스키와 같다. 부력의 원리로 깊은 눈 속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일본에는 3,000m 높이의 산이 많다. 이 정도 높이라면 수많은 등산 장비가 필요하다. 촬영을 위해 주로 1박을 하기에 텐트의 무게까지 짐은 30kg을 거뜬히 넘는다.

가장 애정하는 산은 어디인가?
야마나시 지방에 있는 가이코마산이다. 산기슭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솟아 있어 장관이 펼쳐진다. 매우 가파르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가이코마산은 일본의 산 중 극악의 난이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일본 최초의 등정이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악명 높다. 최근 이 산의 기타카마 능선을 횡단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눈을 헤치고 많은 봉우리를 타는 과정은 최근 몇 년간 경험한 등반 중 가장 힘들었다.

등반 시 주의해야 할 점은?
감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겨울 산은 평균 영하 20°C, 강풍을 동반하면 영하 50°C까지 기온이 내려간다. 추위 대비에 미숙했던 과거에는 저체온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 있다. 등산하는 동안에는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런 긴장감을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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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머시 Jeff Mercier | @jeff_mercier_ Photography 줄리아 로저 베이어 @julia.ascentphotography

제프는 20년 경력의 산악구조원이다. 진취적인 삶을 추구하는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 제프는 산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며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빙벽을 오르게 됐나?
3세부터 스키를 탔다. 어려서 겨울 산을 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빙벽을 마주하게 됐다. 18세, 생애 첫 빙벽 등반을 위해 아이젠과 도끼를 준비했다. 이제는 그것들이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북미에서 모로코까지 세계 곳곳에서 빙벽을 오르고 있다. 52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체력적인 한계를 보충하기 위해 일 년 내내 절벽을 오르고 달린다. 시즌 전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마른 암석을 오르는 ‘드라이툴링’ 훈련도 한다. 빙벽 등반은 내 삶의 이유다.

빙벽의 매력은 무엇인가?
거대한 얼음벽은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빙벽은 무턱대고 도전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생성됐는지, 주변 환경, 단단함, 루트 등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현지인과 며칠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분석을 완벽하게 마쳤으면 날씨를 주시한다. 벽이 녹을 것을 대비해 가장 추운 날, 체온 유지를 위해 짧은 시간 안에 등반을 마쳐야 한다. 장비로 인해 부서지는 얼음들을 피해야 하니 안전장비 착용도 잊지 말자.

위험했던 순간도 있는가?
5년 전, 몽블랑산맥에서 있었던 사고다. 5~15m 높이의 얼음 바위에서 큰 눈사태가 벌어져 순식간에 눈에 파묻혔다. 운이 좋아 구조됐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했다. 눈에 파묻혀 있던 그 1분은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이다. 이 사건 이후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당신에게 산은 어떤 의미인가?
이른 시간에 산에서 빛 한 줄기만 맞아도 행복하다. 나에게 산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장소다. 산을 아끼는 마음 덕분에 환경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산에는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동물을 존중해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3주간 빙벽을 등반할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첫 여행이라 기대가 크다. 나는 산을 통해서 성장한다. 새로운 등반을 통해 정신과 마음을 단련할 예정이다. 언젠가는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폭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2040년쯤에는 모든 만년설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전에 만년설 등반도 꼭 도전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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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나현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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