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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UpdatedOn December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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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사 아미니 테헤란을 방문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머리카락이 히잡 밖으로 빠져나왔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됐다. 구금된 마흐사 아미니는 쓰러졌고, 혼수상태에서 숨진다. 경찰은 사인을 심부전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흐사 아미니가 구타당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여성 억압과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촉발된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 시위의 시작이자 상징으로 남았다.

사건 개요


이란 반정부 시위 흐름을 되짚는다. 시작부터 11월 중순까지의 상황이다.

테헤란의 태양은 무덤 위로 붉게 타오르고 있다. 사망한 이란 시위대는 최소 3백26명이라고 인권단체 이란 휴먼라이츠가 주장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란 보안군이 아동을 불법 살해했다는 국제앰네스티의 보고도 있었다. 체포된 시위대만 3천 명 이상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히잡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 테헤란을 방문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종교 교육 센터에서 쓰러진 마흐사 아미니가 9월 16일 의문사하자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히잡을 벗은 10대, 20대 여성들이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었다. 소녀들은 히잡을 불태웠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정부 보안군은 시위대를 실탄 사격으로 진압했다. 시위 3일째에 여성 5명이 사살됐다. 이란 시민은 히잡 벗은 소녀들을 지지했다. 더 많은 소녀들이 사망하자 히잡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확대됐다.

만일 이란 정부가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하고, 유가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면 시위는 확대되지 않고 더 많은 사망자도 없었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이란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황에 새 정부의 높은 도덕 규제로 억압받고 있었다. 히잡으로 대표되는 여성 복장 규제도 강화됐다. 이미 시민의 분노는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란에서 시위는 드문 일이 아니다. 정부를 향한 대규모 시위는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 반정부 시위에선 1천5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 공화국도 팔레비 왕조를 혁명으로 내쫓고 들어서지 않았나. 이란은 혁명을 거듭해온 나라다. 하지만 이번 히잡 시위는 10대, 20대 여성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치권이 주축이 된 시위와는 다르다.

염색한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시위에 참여하러 뛰어간 틱톡커는 그 영상을 마지막으로 사망했다. 시위는 과격해지고 사망자는 늘어갔다. 미성년자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민의 분노는 격화됐다. 마흐사 아미니 사망 40일을 기점으로 시위는 혁명으로 전환됐다. 그때부터 시민이 원하는 건 여성의 해방만이 아니었다. 그 이상이다. 정부의 퇴진이며, 이슬람 공화국이 물러나길 요구한다. 이슬람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성직자를 괴롭히는 영상도 등장했다.

정부의 탄압도 맞불처럼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해외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 사람들은 인터넷에 VPN 우회 접속하지 않으면 구글을 사용할 수 없다. 시위대 상황을 해외에 알리기 어려워졌다.

이란 혁명재판소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용의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정부와 종교에 반하는 행위에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과격 폭력 시위로 치안 병력 40여 명이 사망했다. 혁명은 계속되고 있는 한편, 이란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시위를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침공할 것이라는 전쟁 예측 보도도 나왔다.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최근 테헤란 시내를 방문한 독일 여성 리포터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외국인도 철저히 히잡 착용이 요구되던 이란이 변했다. 거리에는 히잡을 벗은 여성들이 걷고 있었다. 영상에선 중년 여성이 카메라를 보고 페르시아어로 시위 슬로건을 말했다. 그동안 시위대가 외친 단어는 세 개였다. 여성, 삶, 자유.

19세의 아테나 악바리. 별명은
아티아키다. 그녀는 춤과 음악,
영화를 사랑한다.

19세의 아테나 악바리. 별명은 아티아키다. 그녀는 춤과 음악, 영화를 사랑한다.

19세의 아테나 악바리. 별명은 아티아키다. 그녀는 춤과 음악, 영화를 사랑한다.

아테나 악바리는 이란의 여느
소녀들처럼 거울 셀카도 잘
찍는다.

아테나 악바리는 이란의 여느 소녀들처럼 거울 셀카도 잘 찍는다.

아테나 악바리는 이란의 여느 소녀들처럼 거울 셀카도 잘 찍는다.

01 아테나 악바리 Atena Akbari @ATIAKII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 저는 아테나 악바리입니다. 세일즈 매니저이자 힙합 댄서예요. 아티아키라고 불러도 돼요. 그게 제 별명이거든요. 아, 저는 2003년 5월에 태어났어요.

Q. 아티아키 씨의 취향이 궁금하네요. 당신이 즐기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A. 음악과 영화를 좋아해요. 긴 시리즈도 묵묵히 볼 정도로 체력이 좋아요. 전혀 지치지 않아요. 좋아하는 장르는 SF 소설과 드라마, 코미디예요. 음악과 춤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랩과 팝을 좋아하고요. 요즘은 뉴스쿨 장르도 즐기고 있어요.

Q.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는다면요?
A. 저는 기본적으로 예술에 관심이 많아요. 춤, 노래, 그림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죠. 요즘은 로킹을 하는 이란 가수 ‘푸본 (Poobon)’에 빠졌어요.

Q. 당신에게 롤모델이 있나요?
A.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저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른 누군가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직업, 학교, 친구, 가족이 있는 제 삶을 즐기고 싶어요.

Q. 이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야즈드’예요. 정말 멋진 도시예요. 모든 골목과 벽, 바닥, 건물들이 역사적인 예술품이에요. 사람들도 친절해요. 야즈드에 가면 유명한 ‘야즈드 팔루데(이란의 국수 빙수)’를 꼭 맛보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정말 너무 맛있어요.

Q. 일상이 궁금하네요. 평소 무엇에 시간을 할애하나요?
A. 저는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행사에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어요. 비록 이란에서는 ‘댄스 축제’가 불법이지만 ‘댄스 축제’에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곧 합법화될 거예요.

Q. 친구들과는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나요?
A. 우리 나라에는 혁명이 다가오고 있어요. 저희에게도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요.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요. 정부는 모든 종류의 앱, 텔레그램, 구글 사용을 금지했어요. 우리는 소셜미디어 앱을 사용하려면 VPN 우회 접속을 해야 해요. 아마 전 세계는 이란 정부가 VPN과 인터넷 사용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모를 거예요. 당신은 아마 우리의 트위터 해시태그 #MahsaAmini를 통해 시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정부 보안군은 어린이까지 죽이고 구속해요. 정부를 비판한 모든 사람들까지요. 이게 요즘 저와 제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예요. 우리는 Z세대고, 모두 연대해요. 그리고 우리는 예술로 세상에 저항하고 외칠 수 있다고 믿어요.

아테나 악바리는 모든 종류의
도전을 환영한다. 지금 그녀의
도전 과제는 혁명이다.

아테나 악바리는 모든 종류의 도전을 환영한다. 지금 그녀의 도전 과제는 혁명이다.

아테나 악바리는 모든 종류의 도전을 환영한다. 지금 그녀의 도전 과제는 혁명이다.

Q. 요즘 당신의 감정을 뒤흔든 이슈가 있다면 뭔가요?
A. 슬픈 사건은 항상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다 더 슬픈 게 뭐가 있겠어요. 그들은 부당함에 항의했기에 죽었어요. 샤리프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나, 에빈 정치범 교도소에 대해 알면 큰 충격을 받을 거예요. 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사건보다 저를 아프게 합니다.

Q. 아티아키 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의와 통일이에요. 정의와 통일의 가치를 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겁니다.

Q.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요?
A. 우리 목소리를 경청해줄 세상이 필요합니다. 거리에서 부패한 정부에 의해 살해된 어린이를 돌봐줄 유엔이 필요합니다. VPN 없이 세상과 연결되고 싶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해주세요. 우리는 추악한 정권의 근본부터 잘라낼 거예요. 여러분 모두 #MahsaAmini를 검색해서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주세요.

Q. 당신이 도전하고 싶은 분야를 알려주세요.
A. 전 도전이 좋아요. 스포츠, 예술, 정신, 다이어트 도전도 좋아해요. 지금 저의 도전은 우리가 마땅히 이뤄내야 할 혁명을 준비하는 거예요. 모두가 평화롭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Q. 10년 뒤 자신에게 DM을 보낸다면 뭐라고 쓰겠어요?
A. 10년 뒤에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리라 믿고 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테헤란 출신의 티나는 17세,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이다.

테헤란 출신의 티나는 17세,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이다.

테헤란 출신의 티나는 17세,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이다.

티나는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벗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티나는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벗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티나는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벗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02 티나 Tina @TINADMZ


Q.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A. 저는 티나 모하메드 자에리(Tina Mohammad Zaheri)입니다. 17세 학생이고, 고향은 테헤란입니다. 지금은 하마단 지방의 사르칸에 살고 있어요.

Q. 티나 씨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A. 미술에 관심이 많아요. 가장 좋아하는 미술은 인물 초상이에요. 그 외 의상디자인, 공예, 서예도 배웠어요. 현재는 섬유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Q. 당신이 선망하는 사람이 있나요? 이를테면 롤모델이요.
A.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없어요. 롤모델 삼고 싶은 사람도 없고요. 누구와도 닮고 싶지 않아요. 온전한 저 자신이 되길 원해요.

Q. 한국 독자에게 이란의 멋진 장소들을 추천해주세요. 어디서 뭘 해봐야 할까요?
A.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곳은 테헤란이에요. 테헤란과 키시는 휴양하고 관광할 곳이 많아요. 관광객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테헤란에 가시면 밀라드 타워를 꼭 방문해보세요. 자연의 다리도요. 테헤란 시장과 박물관도 흥미로울 거예요. 전통 레스토랑, 워터파크, 패러글라이딩, 테헤란 카트도 경험해보길 권해요.

Q. 이란의 17세 소녀는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하나요?
A. 저는 친구들과 이란의 현 상황에 대해 토론해요. 대화할 주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우리 동포 중 한 명이 살해당했어요. 모든 이란인이 분노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 히잡을 벗기 위해 우리는 이슬람 법과 투쟁하고 있습니다.

엘함은 소박하고 안정적인 일상이 유지되길
소망한다.

엘함은 소박하고 안정적인 일상이 유지되길 소망한다.

엘함은 소박하고 안정적인 일상이 유지되길 소망한다.

엘함은 춤을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의 춤을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엘함은 춤을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의 춤을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엘함은 춤을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의 춤을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03 엘함 Elham @ELHM_FAR


Q. 당신은 누구인가요?
A. 이름은 엘함이에요. 올해 스물여섯이죠. 저는 평생 저 자신을 위해 살아왔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Q. 당신의 취향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요?
A. 저의 패션 스타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네요. 저는 화려한 색을 선호하고 머리 염색도 하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색을 입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Q.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이에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삶이야말로 가장 중요하죠.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소박한 순간이요. 그리고 저는 여행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해요. 아 그리고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가족이에요.

Q. 엘함 씨의 일상이 궁금하네요.
A. 주로 요리하며 지내요. 그렇다고 대단한 진수성찬을 차린다거나, 굉장한 요리 스킬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해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죠.

Q. 이란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해주세요.
A.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이란의 여러 곳을 다녔는데요. 그중 제가 좋아한 곳은
카르발라 북쪽에 위치한 이슬람 순례지예요. 아름다운 곳이에요. 가보면 분명 영감을 얻을 거예요.

Q.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A. 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춤추는 것을 즐겨요.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에요.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모두의 마음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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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Assistant 김나현
Illustration 이주승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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