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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을 찾은 뉴 호프 클럽

2019년에 본 뉴 호프 클럽은 볼 빨간 소년들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훌쩍 커버린 그들은 이젠 음악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UpdatedOn August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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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리스가 입은 체크무늬 코트·슈즈 모두 구찌, 이너 베스트 매글리아노 by 무이, 쇼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지가 입은 시스루 셔츠 디스퀘어드2 by 육스, 슈즈 커버 2 몽클레르 1952, 스트라이프 니트와 쇼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레이크가 입은 니트·팬츠·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제품.

다시 찾은 한국의 모습은 어때요?
블레이크 리처드슨(이하 ‘블레이크’) 다시 돌아와서 너무 기쁘죠. 우리가 밴드로서 계속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꿈같아요. K-팝 산업이 전 세계 음악 신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흥행을 얻고 있으니, K-팝 음악을 선보이는 곳에 공연하러 오는 건 짜릿한 일이죠. 한국에선 문화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 음악 신을 존경하는 마음도 있고요.

한국 오면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그리웠던 장소 있어요?
조지 스미스(이하 ‘조지’) 강남이 기억나요. 이태원도 정말 좋았어요. 음식이 맛있었거든요. 지난 내한 공연 때 경험했던 모든 게 그리웠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또 가봤어요. 저희는 서울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나라를 탐험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하우스 오브 원더’ 공연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흥분돼요.

이태원에 좋은 바가 많아요. 가봤어요?
리스 비비(이하 ‘리스’) 성대한 파티에 초대되지 않는 이상 클럽을 가진 않지만, 가벼운 바는 갔었어요! 다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이태원 바 ‘파운틴’ 사장님과 친해져서 갈 때마다 저희를 알아보시고 저희 음악을 틀어주세요.(웃음) 지난 내한 땐 그분께 공연 티켓도 드렸었죠.

‘하우스 오브 원더’는 한국에서 네 번째 공연이에요. 그 사이 팬데믹 이슈도 있었죠.
블레이크 팬데믹으로 왕성한 활동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가사를 써왔고 프로듀싱도 멈추지 않았어요. 지난 공연을 돌이켜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밴드이고, 어떤 걸 추구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정체성을 찾는 여정과도 같았는데, 유의미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미래에 더 나은 밴드로 자리매김하는데 분명 도움이 됐고, 우리가 발전하고 바뀔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활동하지 않은 기간에 여러 음악적 실험을 했어요. 로스 콜린이라는 훌륭한 작사가와도 작업했고요.
조지 맞아. 팬데믹 때문에 로스 콜린과 자주 만날 순 없었어요. 우린 영국에 있고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살거든요. 그래서 매일 밤 화상으로 작업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아침 눈뜨면 서로 작업한 곡을 들려줬어요. 이 과정을 반복했죠.
리스 팬데믹을 기회로 저희끼리 서로 얼마나 음악적인 열망이 강하고 음악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지 증명하는 작업물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새로 나올 앨범의 모든 곡에 개인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담은 적은 없는데, 깊이 있는 앨범을 머지않아 공개할 예정이에요.

 

“음악에 우리 감정이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껴요.”

 

휴식기 동안 밴드의 정체성이 정립됐겠어요.
조지 그 정체성은 우리 자체죠.(웃음) 모든 작업이 우리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 근데 이전에는 뮤직비디오나 음악에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담을 기회가 부족했어요.
블레이크 그렇지. 사운드나 프로덕션도 그렇고. 이전에는 우리 셋이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2019년 예스24 라이브 홀에서의 공연은 열기가 아주 뜨거웠어요.
블레이크 다시 서울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예요. 한국 팬의 애정은 대단해요. 항상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늘 저희에게 한국을 방문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하죠.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팬분들이 무대 퍼포먼스에 기대하는 게 무엇이든 완벽히 충족시키고 싶어요.
조지 맞아요. 2019년 예스24 라이브 홀에서의 공연은 정말 행복했어요. 이번 ‘하우스 오브 원더’에서는 꽤 많은 신곡들을 연주할 계획이에요. 특히 이번 공연에서 공개할 곡들은 우리를 큰 발전으로 이끌어줄 만한 곡들이니 기대해도 좋아요. 그리고 서울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정말 유의미한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첫 번째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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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셔츠·팬츠·타이·글러브·부츠 모두 구찌, 모자 스테판 쿡, 양말 ERL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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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헤어 니트·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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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팬츠 모두 MM6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크롬하츠,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7년부터 2019년 ‘Permission’까지는 어쿠스틱, 포크 등 다양한 무드를 시도하는 성장기 소년 느낌이었다면, 2019년 ‘Know Me Too Well’과 2020년 ‘Worse’에선 다양한 기교를 첨가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이 보였어요. 올해 발매한 ‘Getting Better’와 ‘Girl Who Does Both’에서는 완벽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죠. 이러한 변화는 뉴 호프 클럽의 성장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리스 그럼요. 저희는 어릴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인간으로서도 크게 성장했지만 음악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송라이터로서 말이죠. 그리고 저희는 함께 자란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매일 함께 곡 작업을 하고, 앞으로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 성장하겠죠. 저희 셋은 스펀지 같은 사람이에요. 직업상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경험하고 느낀 영감이나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요.
조지 여유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게 맞겠어요. 실제로 정신이나 생각이 편안해졌거든요. 음악에 우리 감정이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껴요.
리스 이전에는 그저 저희끼리 흥미롭게 느끼는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깊이를 더 중요하게 여겨요. 사람들이 느낄 감정의 깊이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거든요. 그런 변화에서 성장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Getting Better’에선 완전히 색다른 사운드를 구현했어요. 테임 임팔라가 연상될 만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도 들렸고요.
블레이크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그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곡에 묻어난 것 같아요. ‘Getting Better’에선 새로 발견한 소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했거든요. 가장 빨리 작업한 곡인데, 그래서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지 ‘Getting Better’는 30분 정도 만에 탄생한 곡이에요. 빠른 시간 안에 기사를 써서 우리가 느낀 감정과 생각이 더 잘 표현됐죠.

한편 일상에서 진짜 성숙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조지 드라이빙을 즐길 때?(웃음)
리스 밴드를 시작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매 순간 깨달아요. 셋이 함께요.
블레이크 맞아요.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이상하고 묘해요. 정확히 어떤 순간을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팬데믹이 성숙해지는 계기였어요.

8월 중순쯤 발매될 ‘Call Me a Quitter’와 ‘Whatever’는 어떤 곡인가요?
리스 ‘Call Me a Quitter’는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에요. 팬데믹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계기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건 팬데믹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뉴 호프 클럽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그 시점에 이 곡을 제작해서, 자아실현에 대해 잘 표현한 곡이라고 볼 수 있죠. 들어보면 아마 느끼실 거예요.
블레이크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아티스트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많지 않았죠. 이별이나 아픔을 다루는 곡이 많죠. 하지만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곡은 희망을 주는 노래고, 사운드도 퍼포먼스적이에요.
조지 ‘Whatever’는 작업 당시 해프닝이 재밌어요. 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에서 다 같이 택시를 타고 가는데 곡이 미완성된 느낌이 들었어요. 갑자기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밴드의 ‘September’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곡과 ‘Whatever’를 같은 박자로 맞춰서 작업했더니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그럼 ‘September’의 분위기로 편곡하자!” 해서 완성됐어요.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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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호프 클럽이 착용한 의상 모두 미우미우 제품.

뉴 호프 클럽이 착용한 의상 모두 미우미우 제품.

보통 작업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요?
블레이크 작업하고 다듬는 데는 오래 걸리는데, 30분에서 2시간을 넘기지 않아요. 딱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면 가장 만족스러운 곡이 나와요.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곡은요?
리스 ‘Whatever’인 것 같네요. 작사하고 구성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처음에 스윙 버전으로 썼다가 나중에 다듬어서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느라고요.

가사나 사운드의 소재나 서사는 어디서 끌어와요?
조지 솔직히 저희는 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웃음) 우리 중 누구 한 명이 어떤 일을 겪으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곧장 털어놔요. 저희는 공감을 잘하는 성격이어서 ‘오, 이런 가사 너무 좋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면서 각자 의견을 내요. 그리고 셋이서 작업하는 게 훨씬 편해요. 여럿이서 있을 땐 저희만의 깊은 대화가 힘들지만 셋이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한 감정과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니까요.
리스 맞아요. 각자 경험하고 즐긴 것들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블레이크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늘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셋이 함께 있는 게 훨씬 나아요.

그럼에도 마찰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조지 매일 밤 파이트 클럽이 열리죠.(웃음)
블레이크 한 번도 싸운 적 없어요.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할 줄도 알아요. 굳이 꼽자면 피파 게임할 때 가벼운 마찰 정도?

피파는 하루에 몇 시간 해요?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누굴까요?
리스 미국 투어할 때 조금 했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어요. 만일 초대해주면 저희는 언제든 함께 경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웃음)
조지 좋아하는 선수는 당연히 소니(손흥민)지. 되게 초창기부터 팬이었거든요. 아까 사진 찍을 때도 소니 포즈 했었죠. 이제 만날 일만 남았어요.

뉴 호프 클럽은 레트로 사운드를 고수하는 듯해요. 변화를 주고 싶은 때는 없었나요?
리스 옛날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가 존경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린 아직 젊기에 모던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조지 레트로 사운드에 모던한 느낌을 가미하는 게 우리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블레이크 딱 한 단어로 우리 음악을 정의한다면 ‘Timeless’예요. 저희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근간은 시대성을 담지 않는 것이에요.

뉴 호프 클럽이 좋아하는 밴드가 궁금해요.
리스 악틱 몽키즈. 그리고 비틀스.
조지 스톤 로지스. 아까 촬영할 때도 틀어주셨어요.
블레이크 저는 요즘 돈 맥클린의 ‘Vincent’에 빠져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저희와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양한 곡들을 많이 선보일게요. 곧 봐요!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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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김참
Stylist 이종현
Hair & Make-up 이소연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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