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The Pioneers : 한재림 감독

박찬욱, 김지운, 한재림, 이병헌.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여러 세대의 감독이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때 착용한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워치’와 함께했다. 달을 최초로 밟았던 우주인처럼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 적이 있는지, 모두가 반대한 작업에 뛰어든 적이 있는지, 모험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UpdatedOn July 28, 2022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541-493592-sample.jpg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문샤인™ 골드’ 42mm 3천7백만원대 오메가 제품.

 

“그보단 안 해본 걸 하고 싶었어요.
‘내가 재미있는 게 뭐지?’가 저에겐 제일 중요해요”

 

영화 <비상선언>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항공 테러를 다룬 스릴러로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죠.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제가 10년 전에 받은 한 시나리오에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하지만 이야기의 뒷부분이 풀리지 않았고, 몇 번 엎어졌어요.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여러 재난과 불행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며 느낀 바가 있어 뒷부분을 완성해냈고 이 영화를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착수해 이제야 선보이게 됐네요.

실제 발생했던 비극적인 재난에서 어떤 점을 느낀 건가요?
최근 미국에서는 며칠에 한 번씩 총기 사건이 벌어지고, 전쟁도 터지고, 코로나19라는 재난도 찾아왔죠. 인간이라는 존재가 재난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겁 많고 나약하지만 그걸 이겨낼 의지와 용기도 있는 인간이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원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목적>으로 시작해서 누아르 <우아한 세계>, 사극 <관상>, 정치 스릴러 <더 킹>까지 많은 장르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어떻게 이런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나요?
저는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걸 하고 싶더라고요. <관상> 끝나고 한창 사극 제안이 많았는데, 그보단 안 해본 걸 하고 싶었어요. ‘내가 재미있는 게 뭐지?’가 저에겐 제일 중요해요. 호기심 생기고, 궁금해지고, 보고 싶은 것. 물론 그만큼 중요한 건 관객도 재미있는 거죠. 우리는 늘 관객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애정 공세를 펼치는 존재니까요.

감독님께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본 적이 있다면 언제입니까?
매 작품이 그렇습니다. 매 작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신 넘버 1을 쓰는 순간이 출발이죠. 거기서부터 콘티를 짜고, 수많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수많은 테이크를 찍으며 한 컷을 완성하죠. 이 모든 순간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순간이에요.

이번 <비상선언>도 관성적으로 찍지 않으려고 한 부분이 있나요?
늘 관성적으로 찍지 않으려는 노력합니다. 항상 “다르게 가보자, 새롭게 해보자”라고 말하거든요. <비상선언>에선 비행기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부터 낯설고 새로운 과제였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찾아가며 할리우드에서 비행기 세트를 공수해왔죠.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닥쳐서 영국에서 오기로 한 기술진들이 못 오게 된 좌절의 시간도 있었어요.

어떻게 밀어붙여서 비행기 신을 완성했나요?
비행기가 360도 도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도와주기로 한 영국 기술진들이 오지 못하게 됐을 때, 한국 특수효과팀 데몰리션이 놀이기구 만드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구현해냈어요. 승객들을 앉힌 상태로 360도 돌리는 건 한국에선 시도한 적 없던 정말 위험한 촬영이었어요. 데몰리션이 수차례 안전성 테스트를 한 후 승객 역할 배우들이 탔고, 이모개 촬영감독과 박종철 촬영감독도 “이건 직접 타서 핸드헬드로 찍지 않으면 절대 느낌이 나지 않겠다”며 같이 탑승했어요. 두 분이 몸을 꽁꽁 묶고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서 촬영했죠. 그렇게 승객의 표정을 하나도 안 놓치고 박진감 있게 찍으셨죠. 이 신을 없애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다행히 한 명도 안 다치고 좋은 장면을 뽑아내서 뿌듯했습니다. 나중엔 승객들도 놀이기구 타듯 즐겼어요.(웃음)

<더 킹> 때는 정치적인 레퍼런스가 꽤나 적나라했습니다. 그에 대한 주변의 우려는 없었나요?
모 감독이 검찰 무서운 사람들이야, 라고 하더군요.(웃음) 저는 법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현실,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경고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자료조사를 하면서 실제 권위 있는 정치인이 비합리적인 점을 보고 굿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느껴져서 넣은 거죠. 용감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몰라서 가능한 거였습니다.(웃음)

창작자로서, 제작자로서 어떨 때가 가장 두려운가요?
매번 두렵죠. 지금도 두렵지만 설렙니다. 결국 영화는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드니까, 개봉 전은 매번 굉장히 떨려요. 그럴 땐 배급사를 믿고 홍보사를 믿고 내 것만 잘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541-493593-sample.jpg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 크로노그래프 7백만원대 오메가 제품.

영화엔 남들보다 앞서 보는 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선구안을 가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입니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회문화 현상을 꼼꼼히 살피지만, 저는 트렌드보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가진 욕망이나 호기심을 탐구하는 것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영화는 길게는 2, 3년이 걸리는 긴 프로젝트란 말이죠. 관객에게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봉하는 시기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유행이나 트렌드를 좇기보단 우리 안의 질문들, 인간의 호기심, 사람들이 과연 어떤 것을 욕망하고 궁금해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감독님의 제작사 이름 매그넘 나인은 어떤 뜻인가요?
앙리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이 소속된 포토 저널리즘 집단 매그넘에서 따왔습니다. 세상을 기록한다는 그들의 정신이 좋았어요.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내는 그들의 사진은 정말 멋지죠.

창작에 영감을 주는 건 어떤 것인가요?
주로 음악과 사진이에요. <비상선언>을 찍을 땐 우드키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그의 음악의 불규칙한 긴장감이 많은 영감을 주었죠. 요한 요한손의 음악도요. 신이 인간을 내려다보는 듯한 압도적인 느낌, 인간에 대한 처연함이 느껴져서 라이선스를 구입해 영화에 사용했고, 현장에서도 그의 음악을 틀어놨습니다.

<더 킹>에서도 음악이 스타일리시하게 사용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음악 애호가셨군요.
정말 좋아하죠. <더 킹>의 인상적인 음악을 꼽으라면 자자의 ‘버스 안에서’, 클론의 ‘난’을 꼽겠습니다. 정말 신나게 찍었어요.(웃음)

감독님에게 모험이란 어떤 건가요?
매일매일이 모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결정을 내리라고 하고, 2천만원, 3천만원씩 청구서가 올라오고, 오늘도 비가 와서 찍기로 계획한 분량을 채우지 못할까봐 내심 전전긍긍하고. 제작까지 겸하는 입장에선 영화를 만드는 하루하루가 엄청난 모험이죠.

달과 우주인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제작하고 싶습니까?
저는 예전부터 우주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도 썼었죠. 우주를 유영하면서 노래하는 영화.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야기인데요, 얼른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으로서 야심을 듣고 싶습니다.
제 소원은 오래 살아서 많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우리가 처음에 영화를 시작할 땐 나이 많은 감독들이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도 왕성하게 최고의 전성기로 활동 중이잖아요. 후배 입장에서는 너무 좋고, 저의 야심 또한 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이예지
Editor 차종현, 이상
Photography 정철환
Hair&Make-up 김아영

2022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우리는 시계다
  • 2
    SKATE BOYS
  • 3
    폴햄의 스무살을 축하해
  • 4
    New Sense
  • 5
    장수 돌시계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4월호 커버를 장식한 NCT 해찬

    성숙하고 시크한 분위기를 드러낸 해찬의 <아레나> 4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주현영과 요거트와 마라탕

    주현영에게는 다양한 면모가 있었다. 웃기는 이미지로 남는 게 두렵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엄청나게 긴장한다고 했다. 성대모사를 하며 자기표현의 본질을 통찰했다. 종일 요거트 하나 먹어서 인터뷰 끝나면 마라탕을 먹을 거라는 주현영을 만났다.

  • INTERVIEW

    17th Anniversary

    <아레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2006년생 만 17세의 모델 17인의 꽃처럼 밝고 맑은 포트레이트, <아레나>를 함께 만들어온 젊은 사진가들이 포착한 17시 17분의 장면들, 특별한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 DJ 아프로가 전한 17곡의 파티 세트, 숫자 17을 형상화한 식물 아티스트 하이이화의 오브제.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우리의 17주년을 축하하는 마음을 전해왔다.

  • INTERVIEW

    주현영, “아르바이트 경험이 캐릭터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

    배우 주현영의 색다른 모습의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홍경, 순간을 믿어요

    성급함은 모른다. 그저 순간에 솔직하고, 순간에 충실하며, 순간에 반응할 뿐이다. 마침내 마주하게 될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는 배우, 홍경.

MORE FROM ARENA

  • WATCH

    라이언 고슬링의 시계

    태그호이어가 글로벌 앰배서더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 <그레이 맨>과 협업한다. 그 배경에는 태그호이어의 아이코닉 컬렉션인 까레라 쓰리핸즈가 자리한다.

  • FASHION

    SKY & EARTH

    하늘과 땅, 그 사이에 물든 색채.

  • FASHION

    Boy's Diamond

    디올만의 젊고 독창적인 헤리티지, 클래식한 컬러 팔레트 위에 섬세하고 영롱한 그래픽으로 완성한 CD 다이아몬드 캡슐 컬렉션.

  • LIFE

    도쿄 슬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역사와 전통을 전하며 상생하는 자전거 가게가 있다.

  • FASHION

    Whole New Givenchy

    새로운 지방시 컬렉션이 2018 S/S 시즌 파리 패션위크 중 공개됐다. 전과는 판이한 지방시,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주도한 은근하고도 매혹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