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코르도바 기억

사진가 ‘마일스 알드리지’는 스페인 코르도바 지역의 정체성을 기록했다.

UpdatedOn May 31, 2022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5/thumb/51086-488886-sample.jpg

 

“촛불을 든 행렬, 우렁찬 트럼펫과 북소리, 거리를 따라 운반되는 예수와 성모마리아 조각상의 장엄함. 스페인 부활절 축제의 첫 경험에 나는 압도됐다.” 예수 추모 행렬로 물든 스페인 코르도바 거리를 걷던 청년 ‘마일스 알드리지’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당시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하던 그는 필름 카메라 슈퍼 8로 실험적인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었다. 우연히 방문한 여행지에서 목격한 기괴한 행렬은 이후 그의 작업 세계에 진한 흔적을 남겼다. 20년간 코르도바의 스페인 부활절 축제를 방문했고, 이윽고 올해 코르도바에서 취재한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 <패션 아이 코르도바>를 출간했다. 원색의 화려한 색채로 이미지를 만들어온 사진가이지만, <패션 아이 코르도바>에선 단조로운 색감과 어두운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인터뷰에서는 사진가 마일스 알드리지와 스페인 코르도바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5/thumb/51086-488885-sample.jpg

Legionaries, Holy Sunday

Legionaries, Holy Sunday

코르도바는 어떤 도시로 기억되나?
내가 사진작가가 되기 전 내 시간들이 담긴 도시다. 코르도바는 세상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던 나의 순수한 시절을 대변한다.

당신은 도발적인 색채의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패션 아이 코르도바>에선 흑백 이미지가 다수 발견된다.
나는 이미지 기획과 이미지를 채우는 소품, 의상, 배경 등에 이르는 모든 요소를 직접 연출하는 사진가다. 그러나 스페인 부활절 축제 이미지는 행진 중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했다. 이미지 구성 요소를 바꾸거나 연출할 수 없었고, 카메라 앞에 펼쳐진 장면의 색채를 인위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엄숙하고 기괴한 행진 장면을 주로 흑백으로 촬영하기로 마음먹었다.

<패션 아이 코르도바>에서 성모마리아가 자주 발견된다. 성모마리아의 얼굴을 한 복면을 뒤집어쓴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성모마리아 형상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페인 부활절 축제에서는 성모마리아처럼 분장한 사람들이 행진했고, 성당에는 미묘한 표정의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다수 배치돼 있었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성모마리아의 표정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2007년, ‘Immaculee’라는 제목으로, 아름답고 고유한 성모마리아를 촬영한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작업 이후 성모마리아의 형상을 렌즈에 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패션 아이 코르도바> 중간부의 금빛 종이 재질에 인쇄한 이미지들이 ‘Immaculée’ 작업물이다. 일반 종이 재질인 다른 페이지와 질감, 색감으로 차별을 둔 이유는 시간차 때문이다. ‘Immaculée’는 성주간에 포착한 이미지들이 아니라는 연유로 책의 나머지 부분과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 책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성모마리아는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도록 연출했다.

책 초반부에 스페인 상점의 마네킹 사진이 눈에 띄었다. 어떤 이유로 마네킹을 포착했나?
나는 어느 국가를 가든, 상점 유리창 너머 진열된 마네킹에 홀린 듯 시선이 머문다. 스페인 부활절 축제 기간 중 발견한 마네킹들은 성모마리아와 연관성이 있다. 행렬 사이로 운반되는 성모마리아 조각상이나 행렬하는 사람들이 둘러쓴 성모마리아 복면은 거의 인간과 같은 얼굴을 한 마네킹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간혹 보이는 아이들의 눈에선 공허함과 슬픔이 느껴진다.
부활절 축제는 십자가 고난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불러일으킨다. 예수와 성모마리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쏟아내도록 만들며, 이러한 감정은 부활절 일요일, 예수 부활을 기념함으로써 비로소 해소된다. 예수의 십자가 고통, 애도와 끓어오르는 통곡, 죽음의 이미지와 아이들의 순수함이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대비가 공허함과 슬픔의 감정을 이끌어냈을 테다.

한 인터뷰에서 시인 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삶의 어떤 부분이 영감을 주었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살바도르 달리’와 ‘루이스 브뉘엘’의 제자다.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위대한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나로서는 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또한 이들이 스페인 내란이라는 극악무도한 상황 앞에서도 자신들의 아름답고 새로운 세계를 예술로서 유쾌하게 창작해냈다는 점에서 큰 존경을 표하고 싶으며, 그 점이 내게 영감을 준다. 이러한 영감을 받은 이후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날것을 포착하는 스냅 샷 형식에서 벗어나 그림이나 영화에 가까운 사진을 구현했다. 나의 방식이 ‘새로운 언어’로서 자리 잡길 바랐다.

최근 한국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라 들었다. 어떤 주제의 전시인가?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자체를 재창조하려는 시도라기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앞서 말한 새로운 언어를 구현한 사진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영감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젊은 시절 코르도바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는 여전히 큰 영감으로 자리한다. 이 밖에도 책, 영화, 연극, 음악 같은 장르에서 영감을 얻겠지. 하지만 과거에 애정했던 사진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3 / 10
Immaculée #3

Immaculée #3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5/thumb/51086-488886-sample.jpg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Cooperation 루이 비통

2022년 06월호

MOST POPULAR

  • 1
    라면 러버 모여라
  • 2
    BEFORE SUNSET
  • 3
    모유 수유와 럭셔리
  • 4
    코로나 때 어떻게 하셨어요?
  • 5
    나의 첫 위스키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5월호 커버를 장식한 배우 송중기

    단단한 눈빛이 돋보이는 송중기의 <아레나> 5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 INTERVIEW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데뷔 8년 차 소수빈은 지난해 <싱어게인3>으로 처음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역시 그의 첫 번째 단독 화보다. 하지만 소수빈은 이미 우리가 기다리던 스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INTERVIEW

    발렌시아가 사커시리즈, 설영우와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공개

    설영우의 색다른 매력이 담긴 <아레나>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나를 궁금해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곽동연과 연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내 유쾌했고 기백이 있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방명록 한 권을 완성하는 기분이라는, 2024년 곽동연의 첫 방명록.

MORE FROM ARENA

  • ISSUE

    이근 대위 화보 특별과정

  • LIFE

    장인의 손길

    장인이 오밀조밀 손으로 빚은 가구, 소리, 술들.

  • FASHION

    여름 쇼핑 리스트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갖고 싶은 발군의 여름 아이템들을 서머 숍에서 찾았다.

  • INTERVIEW

    오키의 영화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길 거부하는 무규정 존재 김오키는 하고 싶은 걸 한다. 발라드도 하고 펑크도 하고 영화도 하고 그림으로 음악도 만든다. 윤형근 화백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정규 11집 앨범 을 발매했고 연출을 맡은 영화 <다리 밑에 까뽀에라> 촬영을 마쳤으며, 곧 닥칠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끼도 두어 자루 준비해뒀다.

  • INTERVIEW

    문빈에 대하여

    감성적이고 상상을 좋아하며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는 남자. 문빈의 세계를 유영했던 하루.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