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SPACE MORE+

미식의 장

구찌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가 서울에 상륙했다.

UpdatedOn April 30, 2022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4/thumb/50855-486444-sample.jpg

구찌 오스테리아 메인 다이닝룸

구찌 오스테리아 메인 다이닝룸

Seoul Garden

Seoul Garden

Seoul Garden

Amuse-bouche. Korean Melon Prosciutto

Amuse-bouche. Korean Melon Prosciutto

Amuse-bouche. Korean Melon Prosciutto

내 안에선 나른함과 긴장감이 넘실거렸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아주 넓은 리조트 수영장에 외로이 떠 있을 때. 누군가 다이빙이라도 하면 파도에 휘청이다 다시 균형을 잡을 때. 물에 반쯤 누워 있으면 소리가 더 잘 들릴 때. 온 감각이 예민하게 열린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는 기분. 음식 앞에서 느꼈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이태원에 있다. 한남 공영주차장 앞 삼거리 맞은편 구찌 가옥 꼭대기다. 시선을 막는 건물은 없다. 창밖의 절반은 하늘이고, 나머지는 한남동 전경이다. 이탈리아 마을 성당 종탑에 오르면 보이는 풍경이 대개 그렇다. 하늘이 지평선으로 펼쳐진다. 마치 해변에서 바다를 보는 것처럼. 창밖에서 넘실대는 건 파도가 아니라 초록 방수 페인트를 칠한 옥상들이다.

초록색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색이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초록은 벽면을 타고 다이닝룸 벽을 초록으로 물들인 다음 자리로 옮겨가 피코크 그린색의 벨벳 방케트(Banquette) 의자가 된다. 이와 짝을 이루는 것은 에보니색 테이블이다. 그리고 별이 있다. 이곳의 심벌인 별은 천장에 행성처럼 떠 있다. 바닥 타일 문양에도 별이 있고, 테라스 바닥 대리석 모자이크에도 별이 반짝인다. 이는 기존 구찌 오스테리아 피렌체와 동일한 인테리어다.

셰프 마시모 보투라

셰프 마시모 보투라

셰프 마시모 보투라

Procida Landscape

Procida Landscape

Procida Landscape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두 번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미쉐린 3스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오너다. 마시모 보투라는 카림 로페즈(구찌 오스테리아 피렌체 총괄 셰프), 전형규(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총괄 셰프), 다비데 카델리니(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헤드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했다. 서울을 생각하며 서울에만 존재하는 요리를 창작했다. ‘서울 가든’과 ‘아드리아해의 여름’이다. 참고로 ‘서울 가든’에는 나비가 있다. 싱그러운 샐러드 위에 붉은 나비가 앉아 있다. 먹기 아쉬울 정도로 섬세하다. 보이는 것처럼 맛도 섬세하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모든 메뉴가 그렇다. 눈으로 1차 감상을 한 후에 향을 맡거나 포크 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두 번 세 번 감각할 만하다. 그리고 맛을 보고, 씹고 혀끝으로 뭉개며 다시 감각한다. 나는 이걸 단순히 맛있다고 하기는 싫다. 복잡한 맛이라고 부르고 싶다. 음식이 부서질 때마다 새로운 맛이 등장한다. 헐크를 물리치니까 벽안의 토르가 나타난 상황이다. 토르를 먹어치우면 아이언맨이 등장하고, 스파이더맨이 나오고 그런 식이다. 아뮈즈부슈 한 조각을 먹어도 복잡한 맛의 층위를 경험할 수 있다.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사람들이 극찬한 메뉴는 ‘파마산 레지아노 크림을 곁들인 토르텔리니’였다. 부드러운 크림의 질감과 한우의 풍미가 순차적으로 등장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만족한 것은 ‘에밀리아 버거’다. 구찌 오스테리아의 시그너처 메뉴다. 아이 주먹만 한 앙증맞은 크기의 핑크색 박스에 담겨 나온다. 박스를 열면 두 입 크기의 버거가 다소곳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과감하게 먹고 싶지만 조신하게 먹게 된다. 버거 크기에 딱 맞는 박스에서 조심스레 두 손으로 버거를 꺼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크게 한 입 베어 물자 폭신한 버거밤의 질감과 도톰한 패티에서 터져나온 육즙이 입안을 채웠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메뉴는 여러 번 감각해야 하는 음식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당한 유머를 주고받으며 예민한 감각으로 음식을 즐기길 권한다. 대화가 끊긴 순간에는 창밖을 보면 좋다. 봄날의 구름이 한남동 위로 넘실거린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2년 05월호

MOST POPULAR

  • 1
    Make a Wish : 새해의 위시 리스트
  • 2
    몬스타엑스 기현, “몬스타엑스 멤버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요”
  • 3
    소중한 피부를 지켜주는 고영양 크림 4
  • 4
    유겸, “새로운 음악과 무대로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게 목표예요”
  • 5
    Black Rabbit Hole

RELATED STORIES

  • SPACE

    수공을 위한 공간 #2 영감이 피어오르는 곳

    미술가, 음악가. 두 예술가가 창작을 위해 사유하고 영감 찾는 공간은 어디인가. 그곳에서 어떤 감상을 느끼고 어떤 힘을 발견하나.

  • SPACE

    수공을 위한 공간 #1 빛과 공기가 관통하는 곳

    미술가, 음악가. 두 예술가가 창작을 위해 사유하고 영감 찾는 공간은 어디인가. 그곳에서 어떤 감상을 느끼고 어떤 힘을 발견하나.

  • SPACE

    끝나지 않은 냉삼시대

    '냉삼' 춘추전국시대에 도전장을 내민 신상 맛집 4

  • SPACE

    예술의 성지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새롭게 리뉴얼해 오픈한 ‘더현대 대구’. 특히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9층 더 포럼은 더현대 대구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SPACE

    안녕, 힐튼호텔

    서울시 중구 소월로 50. 1983년 12월 7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주소다. 이곳은 여러모로 한국을 상징한다. 당시 한국 최첨단 건축의 상징, 당시 한국 경제구조의 상징. 이곳의 운명 역시 시대의 상징이다. 한국 경제구조 변화의 상징, 한국 건축 담론의 현재에 대한 상징. 이 거대한 상징물은 2022년 마지막 날에 영업을 마친 뒤 역사의 뒤로 사라질 예정이다. 서울 힐튼이 사라지기 전에 건물의 디테일을 남겨둔다. 이 건물을 바라보는 건축가들의 회고와 함께.

MORE FROM ARENA

  • FASHION

    New Way of Dressing

    자유롭고 모호한 요즘 방식 옷 입기.

  • ARTICLE

    X-ray

    이처럼 얇은 옷들을 시원하게 들여다봤더니.

  • ARTICLE

    My Wish List

    타인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 대상이 패션에 능통한 남자들이라면 더욱.

  • FEATURE

    TEXT TEXT TEXT

    철학부터 비평, 클래식 음악, 토속신앙까지. 대중의 관심과 가장 먼 곳에서 가장 흥미로운 출판물을 만드는 이들에게 푹 빠져있는 주제, 지면이라는 물성, 소소하지만 창대한 계획과 앞으로 굴러가는 힘까지 궁금했던 것들을 들쭉날쭉 물었다.

  • FEATURE

    게임하는 작가들: 스트레이 키즈 방찬

    기술 발전과 가장 밀접한 매체는 게임이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정교한 구조는 사람들을 게임에 깊이 몰입시킨다. 이제 게임은 사용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직접 만들게끔 유도하고, 사용자는 오직 자신만의 서사를 갖게 된다. 비록 로그아웃하면 그만인 휘발성 강한 서사라 할지라도 사용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 시나 소설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설치미술로 눈앞에 등장하기도 한다. 미래에는 게임이 선도적인 매체가 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지금, 게임에서 영감을 받는 작가들을 만났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과 예술의 기묘한 연관 관계를 추적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