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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근간

진심이면 안 되는 건 없다. 인간관계도 연기도 진심이 중요하다는 스무 살 박지후가 말하는 믿음의 근간.

UpdatedOn March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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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니트 톱은 프라다 제품.

올해 대학에 입학했죠?
오늘도 학교 다녀왔어요. 새 학년 올라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게 걱정되잖아요. 그 마음이 대학에서도 여전하더라고요.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주었고, 마이쭈 주면서 대화하며 친해졌어요.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게 즐거워요. 고등학교 수업과는 다른 토론식 수업과 실습도 빨리 해보고 싶어요. 사복 입고 아이패드를 들고 학교에 가니까, 대학생이 된 게 실감나요. 대학에 가보니 캠퍼스 로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많은 배우들은 연기 관련 학과에 진학하잖아요. 기왕 가는 대학인데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진 않았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학업에도 열중했고요. 배우지만 그전에 학생이잖아요. 연기한다고 학업을 소홀히 하고 싶진 않았어요. 최대한 다 열심히 했는데 결석이 잦다 보니 다른 과에 진학하기에는 출결 점수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잡고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해 연기를 통해 다방면으로 배우기로 했어요. 또 다중 전공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배울 게 많기에 제 진로에 맞는 영극영화과에 진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얘기도 해보죠. 온조는 현실적이에요. 영웅심이 있다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이 아니죠. 관객으로 하여금 나라도 저랬겠다고 이입하게 만드는 주인공이에요. 또 시작과 결말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고요. 12부작의 긴 호흡을 이끌어가는 힘도 있어요. 지후 씨는 온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했나요?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12부작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저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 배우들도 장면마다 감정을 이해하고 몰입해서 연기했어요. 그래서 지친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제가 온조와 같은 나이인 고2 때 촬영을 했어요. 온조가 되어서 하루하루 촬영을 하니까 잘 흘러갔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의도하지 않았고, 12회를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 인물이 되어서 좀비 세상에서 2학년 5반 아이들과 함께 헤쳐 나가는 것만을 생각했어요.

온조는 잃는 사람이에요. 상처를 극복하고 아버지와 단둘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인데, 온조를 둘러싼 상황이 가진 것들을 빼앗아가요. 연속된 상실감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온조였다면 무너져 내렸을 것 같아요. 그런 일들이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는 온조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온조는 매회 울지 않는 신이 없고, 감정신이 없는 회차가 없었으니까. 온조에 더 많이 애정을 느꼈고 안쓰러웠어요. 연기할 때는 아빠를 잃고 친구들도 잃고 또 청산이도 잃고 이런 일을 계속 겪어나가니까. 탈진에 가까울 정도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언니 오빠 배우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고 그래서 더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12화의 격리소의 온조는 1화의 해맑은 온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매회 온조는 조금씩 변해가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지후 씨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이재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어요. 1화의 온조와 12화에서 몇 개월간 격리소 생활을 거친 온조의 모습은 달랐으면 좋겠다고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성숙해졌을 테니까요. 온조는 친구를 잃고 격리소에서 몇 개월 동안 아픔을 겪었을 테고, 친구들과 아빠를 생각하며 힘든 감정을 겪었을 거예요. 그래서 온조는 일부러 친구들도 안 만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이겨냈잖아요. 12화에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동안 본인 나이에 맞는 인물들을 연기해왔어요. 축복이라고 해야겠죠?
다들 드문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너무 감사하죠. 딱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아서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고, 또 은희(<벌새>)나 은영(<빛과 철>)이나 온조 같은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도 기대돼요.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니까요. 이 친구들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그런 점에서 캐릭터를 더욱 애정하게 돼요.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선택보다는 끌려서 하게 됐어요. 연기자보다는 아나운서나 선생님을 꿈꿨어요. 대구가 고향인데, 대구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한번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나운서를 꿈꿀 때라 카메라와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미로 시작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벌새>를 만나면서 현장 용어들을 제대로 알게 됐고, 은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연기의 즐거움을 깨달았어요. 그냥 행복했어요. 그 이후로 쭉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의 재미는 구체적으로 뭐예요?
연기도 재밌지만 현장에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재밌어요. 그것도 한몫해요.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서 대화하고, 알아가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대본에 대한 생각도 교류하고 이런 것들이 좋아요. 제가 대화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게 현장에서 이루어지니까. 현장에 배우러 가고 또 새로운 걸 얻으니 더 즐거웠어요.

현장에서 들었던 말 중 인상적이었던 건요?
딱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앞으로 연기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생길 거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생길 텐데, 그럴 때는 자기에게 얘기하라고 말씀해주신 어른들이 계세요. 제2의 가족처럼 계속 만나뵙고 있어요. 그분들이 <벌새> 때 스태프예요. 그래서 더 특별해요.

상투적인 질문이긴 한데 지후 씨 인생 작품은 뭔가요?
영화와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서 꼽기가 힘들었어요. 인생 영화는 <벌새>예요. 저에게 첫사랑 같은 작품이라고 말해왔는데, 제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봐도 마음을 울리는 것들이 있어요. 또 <작은 아씨들>(2019)도 좋아해요.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가 좋아요.

<벌새>는 종종 봐요?
네, 넷플릭스에서 봐요. 생각날 때마다 봐요. 아니면 유튜브에 <벌새> 배경으로 뮤직비디오처럼 만든 것도 있는데, 종종 봐요. 어느 분이 ‘사람이 사랑하면 안 돼요’라는 노래 배경으로 <벌새>의 장면들을 삽입해서 만들었어요. 그걸 봐요. 되게 감성 돋아요.

중학교 때 본 <벌새>와 최근에 본 <벌새>는 많이 달라요?
중학교 때 본 <벌새>는 제 얼굴 그대로인데, 지금 보면 은희는 중학생이고 저는 성인이 됐잖아요. 그래서 조금 묘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성인이 된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게요. 어른이 된 은희는 어떤 모습일까요?
만화 그리면서 일할 수도 있고, 취미로 그릴 수도 있겠지만 만화는 놓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만화 그리면서 지완이나 유리한테 얘기한 것처럼 시원시원한 소리를 하고, 영지 선생님한테 배운 사랑도 나누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아직 생각나는 게 <벌새> GV인데 관객분이 은희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제가 “은희 미래도 생각해봤는데 은희랑 제가 되게 비슷하다”고 말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은희의 미래가 될 수 있게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그 마음이 아직 남아 있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지후 씨는 중학생 은희를 생각하며 살아가는군요.
네, 근데 생각하려고 노력을 안 해도 생각날 것 같아요. 은희는 잊을 수 없는 존재니까.

바쁘게 살다 보면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잖아요. 흔들릴 때 은희가 중심을 잡아줄 것 같아요.
아직 바쁜 경험은 못 해봤어요. 내가 지금 뭐 하는지 생각이 든 적도 없어요. 지금은 하루하루 일정이 즐겁고 멋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현재를 즐기거든요. 근데 나중에 연기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그때 되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닐까요.

지후 씨의 미래도 궁금하네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처럼 연기에 대한 진실된 마음이나 성실함, 믿음을 잃지 않고 쭉 가는 사람으로서 미래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제가 여전했으면 좋겠어요. 잃지 않고 계속 연기를 즐겁게 하고 있는 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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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원숄더 원피스는 손정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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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블라우스는 YCH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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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니트 톱과 화이트 롱스커트는 모두 펜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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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체크 재킷은 베트멍 by 무이, 데님 슬리브리스 톱과 데님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모두 잉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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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레더 재킷·블랙 니트 톱·브라운 니트 팬츠·블랙 스커트는 모두 프라다, 화이트 워커는 닥터마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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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재킷은 돌체앤가바나 제품.

연기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진심이 아닐까요? 막 느끼는 감정들을 얼렁뚱땅 넘기지 않고 스킬이나 이런 걸로 때우지 않고 진짜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요.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해한 사람은 나이니까. 자신이 캐릭터에 대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틀린 방향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진짜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거예요. 다만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과 맞지 않는 방향이라면 다른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눈과 귀도 갖추는 것,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은 매사에 중요하죠.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해요. 진심이면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진심을 다하는데 사람들이 내 진심에 관심이 없으면요?
알아주는 사람이 있겠죠. 허탈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인간이니까 그런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런 허탈함도 이겨내야죠.

지후 씨가 관심 있는 건 뭐예요?
사람들이요. 요즘 일어나는 일들? 유행하는 것들, SNS에서 뜨는 거 다 알고 싶어요. 그런 걸 알아야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도 나눌 수 있어요. 어떤 분야든 어떤 영역이든 많이 알아야 도움이 되고 또 대화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관심 많아요.

글도 많이 읽을 것 같은데요?
검색하지는 않아요. 약간 중2병 감성 같지만 글귀를 모아둔 블로그들이 있어요. 열심히 살자 같은 진짜 아무 글귀들요. 그런 것들 보면서 마음에 와닿거나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글들은 다이어리에 적어요.

종이 다이어리요?
네. 나중에 그 글귀가 제 마음을 대변할 수도 있고, 또 글귀 보면서 힘을 얻을 수도 있고요. 글귀가 아니더라도 노래 가사나 성경 구절 등도 써요.

지금 지후 씨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이제 성인이 됐고 앞으로 환경이 변할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제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신념이나 생각, 마음이 갈대처럼 휘둘리지 않고 제 길을 묵묵하게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환경이 바뀌면 주변에서 조언이나 지적을 많이 해주실 거 아니에요.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잖아요. 잘 구분하고 묵묵히 곧게 나아가야죠.

무엇이 옳은 건지 구분하려면 제대로 보는 혜안도 있어야겠네요.
통시적인 감정도 필요할 것 같고, 제 자신을 믿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믿는다는 게 ‘내가 최고야 내가 다 옳아’ 하는 것보다는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물론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겠죠.

오히려 내 생각이나 판단을 의심하진 않고요?
의심은 한 번 하면 계속 커지잖아요. 그래서 의심은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차라리 자신을 믿는 게 더 성장에 도움되지 않을까요. 의심하면 도전도 못할 것 같아요.

지후 씨가 믿는 건 자신이군요.
저와 가족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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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남주희
HAIR 강현진
MAKE-UP 최수일

202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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