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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예능은 제2의 <오겜>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다들 웹예능에 출연을 못 해 난리다. 웹상에서 인기를 끈 작품을 지상파에서 방영하기도 하고, 수백만 구독자 유튜버가 자기 채널에서 방송하는 웹예능에선 출연권을 따기 위해 오디션까지 열린다. 오디션 과정 자체가 본방송만큼이나 화제가 될 정도. 최근 인기를 끈 웹예능 대부분이 글로벌 플랫폼에서 유통되며, 해외 시청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의 독특한 웹예능이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UpdatedOn December 06, 2021


최소 전 세계 1억 명 이상 시청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세계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겠지만 평소 한국 작품 좀 봐왔던 덕후라면 작품성과 재미를 떠나 이 작품이 ‘넷플릭스빨’을 받았다는 걸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오징어 게임>만큼 잘 만들었으나 국내에서만 소비되고 끝난 작품이 얼마나 많던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파괴력을 모두에게 다시금 일깨워줬다.

현재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소비하는 영상 플랫폼은 유튜브다. 전 세계에서 매달 20억 명 이상의 이용자가 유튜브에 로그인한다. 넷플릭스는 일정 금액을 내야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유튜브는 일부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외하면 무료로 제공된다. (물론 광고를 보는 우리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았을 때다.) 이런 채널에서 주목받는 콘텐츠가 나온다는 건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최근 주요 영상 플랫폼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웹예능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대부분 ‘생존’이 목표인 참가자가 거액의 ‘상금’을 놓고 싸우는 서바이벌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파이트 클럽>은 인기 웹예능 <가짜사나이> <머니게임>을 제작한 3Y코퍼레이션과 로드FC가 만든 격투 서바이벌 예능이다. 10월 4일부터 방영을 시작했는데, 카카오TV로 선공개한 뒤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총 상금 1억원을 놓고 14명의 파이터가 1백68시간 동안 합숙하며 생존 경쟁을 벌인다. 상대가 싸움을 신청하면 거절할 수 없고, 싸움에서 이기면 상대의 파이트 머니를 뺏거나 승급을 할 수 있다.

무에타이부터 합기도까지 다양한 격투 스타일을 구사하는 참가자를 보는 재미가 있다. 1~4화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만 1천만 회 이상. 해외 시청자가 늘자 제작진은 최근 각 화에 영어와 일본어 자막을 추가했다.

CJ ENM 1인 창작자 지원사업 다이아 티비(DIA TV)의 <공범>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꽈뚜룹이 기획에 참여한 웹예능이다. MZ세대에게 친숙한 마피아 게임을 스릴러 서바이벌 형태로 재구성한 게 특징. 매일 살인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참가자들은 시민과 공범(마피아)으로 나뉘어 최대 7일간 게임을 하고 최후의 승자가 상금 1억원을 갖는다. 서바이벌 예능 tvN <더 지니어스>에서 활약했던 방송인 오현민 외에도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논리왕전기, <가짜사나이>에 교관으로 나온 야전삽짱재 등 서바이벌 예능 고인물이라면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이라고 할 출연진으로 눈길을 끌었다.

인기 웹예능 <머니게임>을 제작한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과 연출에 참여한 <피의 게임>도 대표적인 서바이벌 예능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와 MBC가 함께 만든 <피의 게임>은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은 효자 콘텐츠로 등극했다.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은 최대 상금 3억원을 두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친다. 서바이벌 예능의 원조 격인 <더 지니어스> 시리즈 우승자 장동민, 이상민도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피의 게임>은 공중파에서 방송하지 못할 법한 내용을 OTT로 내보내는 전략을 취했다.

<진짜 사나이>와 <가짜 사나이> 제작진이 뭉쳐 만든 웹예능도 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프로그램 <생존남녀>는 세상과 분리된 환경에서 열흘간 남녀가 불꽃 튀는 생존 경쟁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다. 열흘간의 서바이벌이 종료되면 최종 승리한 팀이 상금 1억원을 갖는다. <진짜 사나이>를 연출한 김종민 CP가 연출 총괄을, <가짜 사나이>의 배철순 CP와 <와썹맨> <빨대퀸>의 이건영 PD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이러한 웹예능의 최대 강점은 기성 플랫폼의 ‘룰’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은 최소 1시간 이상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한 화 안에 기승전결을 넣어야 한다. 웹예능은 5~10분 단위로도 끊어치기가 가능해 에피소드 하나하나 자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방송법 제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재 방송법 규제 대상인 방송사업자는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례로 CJ ENM이 자사 TV 채널 tvN으로 방송한 프로그램은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만, tvN 유튜브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은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웹예능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영상 플랫폼의 특성상 해외 유입 사용자 반응도 느는 추세다. 따로 타깃을 잡지 않았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잘나가는 비결은 세계 어디서든 ‘생존’과 ‘돈’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잘 만든 ‘사랑 이야기’가 시대 불문하고 먹히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국내 웹예능은 가장 말초적인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며 특유의 ‘매운맛’으로 국내외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인한 유사한 스타일 웹예능 출현 등 예능계가 서바이벌 일변도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서바이벌 장르 특성상 말초적이고 가학적인 내용 위주로 흐를 우려도 있다. 과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방영되다 프로그램 안팎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유발해 조기 종영의 길을 걸은 <가짜사나이>나 <머니게임>의 사례는 웹예능이 지켜야 할 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다만 수많은 아포칼립스 좀비물 중 <킹덤>이, 수많은 서바이벌 콘텐츠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이 ‘발견’된 것처럼, 다음 킬러 콘텐츠는 시청자에 의해 자연 선택될 수 있다. 일단 공들여서 잘 만든 콘텐츠에 ‘알고리즘’ 신의 가호가 더해진다면 제2의 <오징어 게임>은 우리 모두의 생각보다 더 빨리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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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구희언(<주간동아> 기자)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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