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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VIDEO NEW WAVE / 강민기 감독

피드보다 스토리, 한 컷의 이미지보다 몇 초라도 움직이는 GIF 파일이 유효해진 시대. 어느 때보다 영상의 힘이 커진 지금, 뮤직비디오의 지형도도 변화하는 중이다. VR 아티스트, 뮤지션, 영화감독, 시트콤 작가 등 겸업은 기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펼치는 MZ세대 뮤직비디오 감독 5인과 그들의 작품으로 읽는 뮤직비디오 뉴 웨이브.

UpdatedOn July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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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게, 강렬하게, 맛있게’
강민기 감독

브레이브걸스가 90년대 음악방송 <가요톱텐>에서 1등을 차지하는 내용의 ‘운전만 해’ 뮤직비디오를 본 적 있다면, 당신은 이미 강민기 감독을 알고 있다. 온갖 90년대 오락방송을 패러디 요소로 버무리고, 키치한 레트로부터 감도 높은 퓨처리스틱까지, 재미있는 건 다 한다. 그에게 중요한 건 웃기고, 강렬하고, 맛있는 것! 시트콤 연출에 도전하고 싶다는 강민기 감독의 비디오에 대한 일가견.

“웃기고 강렬한 게 좋아요. 그게 맛있죠. 고상한 애들은 위트가 없잖아요.” 보통 아니라고 생각했다. 옛날 홍콩 식당에서나 쳤을 법한 문발을 걷고 들어간 강민기 감독의 작업실엔 세계 각국에서 온 웃는 얼굴의 민속탈과 을 비롯한 성룡의 VHS들, <괴짜가족> 같은 코믹 만화책이 가득하다. 역시 범상치 않다. “뭐든 일단 웃기고 봐야죠. 결국 다 웃자고 사는 거 아니겠어요?”

서브컬처와 대중문화, 오락문화에 애정이 깊은 강민기 감독의 작품들은 유별나다. 처음 접한 건 기린의 ‘YAY YAY YAY’ 뮤직비디오. 4:3 비율 브라운관에 90년대 <사랑의 스튜디오><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오락예능을 패러디하는데, 뮤지션 나잠수와 박문치가 MC로 나오고, 노래를 부른 기린과 유라가 등장인물로 활약한다.

‘어떡해’는 그 시절 청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닮은 꼴이다. 낄낄대다 보면 방송 말미에 뜨는 협찬사마저 그 시절을 재현하며 완성된다. 90년대생 감독이 90년대 방송을 어떻게 다 꿰고 있는지 물었다. “그 시절 세대가 ‘그땐 그랬지’ 하는 것도 재미거리지만, 젊은 세대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호기심을 품는 것도 레트로 유행에 큰 몫 하는 것 같아요. 아빠가 젊었을 땐 뭐했을까? 내가 태어났을 때 어떤 뉴스가 제일 이슈였을까? 궁금하잖아요. 어릴 적 잔상을 바탕으로 ‘디깅’하고 제대로 고증했죠. 진짜 그 시대 것처럼.”

강민기의 작품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건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 해’다. 시티팝 무드를 살려 일본 버블경제 시절을 연상케 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고, 90년대 음악 방송인 <가요톱텐> 방송을 패러디한, 감독 특유의 레트로 스타일을 녹여낸 뮤직비디오. “그린 스크린 앞에 차 한 대 놓고 배경지만 바꿔가며 찍은, 적은 예산 안에서 전략적으로 취한 방식”이라 말하지만, 알록달록 복고의 맛은 감칠맛이 났다. 빛을 보지 못하던 아이돌의 성공은 한정된 예산 속에서 팬시한 비주얼을 이끌어낸 감독을 재발견하는 일이기도 했다. 592만 뷰의 맛을 본 그는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고, 차를 타고 날아오르는 내용이 역주행을 예언했다는 해석이 많더라”며 웃는다.

상업 작품에서도 강민기의 개성은 그대로다. SM은 그의 복고적이고 실험적인 뮤직비디오를 보고 NCT 트랙필름들을 의뢰했다. “제한된 공간과 소품 안에서 재미있는 장난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는 게 감독의 추측이다. NCT DREAM의 ‘내게 말해줘’는 졸업을 콘셉트로, 졸업 앨범 속 멤버들의 얼굴이 움직이는 키치한 구성을 보여준다. “대형 뮤직비디오처럼 가지 못할 바에야, 흉내 내기보단 그림을 달리 표현하는 게 더 경쟁력 있죠. 작은 규모 안에서도 명확한 콘셉트가 있으면 충분히 재밌고 야무진 게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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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걸스 ‘운전만 해’

브레이브 걸스 ‘운전만 해’

  • 브레이브 걸스 ‘운전만 해’ 브레이브 걸스 ‘운전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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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린 ‘YAY YAY YAY’ 기린 ‘YAY YAY 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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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T DREAM ‘내게 말해줘(7Days)’ NCT DREAM ‘내게 말해줘(7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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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RIN(기린)×Hoody(후디) ‘오래 오래(ORE ORE)’KIRIN(기린)×Hoody(후디) ‘오래 오래(ORE 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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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추얼한 걸 추구하는 강민기의 레퍼런스들은 어디서 왔을까? 10대 시절 그는 무신사와 힙합퍼 헤비유저였다. “옛날 무신사엔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거기 아주 멋진 문화 전도사들이 있었죠. 거기서 기타노 다케시, 나카시마 테츠야, 소노 시온의 영화에 빠졌어요. 일본 영화와 한국 대중문화가 절 키웠죠. 성룡, 심권호처럼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한 스토리의 스포츠 스타도 동경하고요.”

그렇게 쌓은 문화적 기반으로 그는 그림을 그렸다. “어릴 적 만화를 그려 보여주고 웃기는 걸 좋아해 미대에 갔는데, 어쩐지 욕구 불만이 생기더라고요. ‘부앙’,‘슉슉’ 같은 의성어를 소리내며 그리는 습관이 있는데 그림에 소리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었죠.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영상에 끌렸어요.” 그렇게 뮤직비디오를 하게 된 그는 말한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보다 더 좋은 매체를 찾으면 그걸 할 거예요. 내가 죽을 때까지 뮤직비디오 감독은 아닐 테니까.” 그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건 시트콤 감독이다.

“<순풍산부인과><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김병욱 피디 팬이에요. 8BallTown 멤버들을 출연시킨 시트콤 대본을 쓴 적도 있죠.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하고싶어요.” 레트로 스타일로 알려진 감독이지만, 그런 것만 하는 건 아니라는 항변도 덧붙인다. “레트로 무드의 뮤직비디오만 보면 ‘이거 네가 한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전 요즘 멋있는 거, 섹시한 것도 좋아하는데!” 동의한다. 서사무엘의 ‘망고’나 문선의 ‘옵’은 퓨처리스틱하다. “‘망고’는 처음부터 반전된 이미지로 촬영했고, ‘옵’은 애프터이펙트까지 혼자 다 했어요. 레트로든 퓨처리스틱이든, 칠한 물감이 다른 거지 그 안의 뼈대와 구성, 유머는 같아요.”

최근 영상 문화의 흐름에 대해 그는 말한다. “누구나 영상을 찍기 때문에 감독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졌어요. 선택 받으려면 달라야 해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선택 받는가?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해서 어설프게 멋진 척하면 멋없게 봐요. 솔직하고 쿨한 걸 재미있어 하죠. 염따, 매드몬스터처럼 새로운 캐릭터가 어필하는 것 같아요. 클리셰들이 창작의 소스 덩어리가 되고, 주객이 전도돼 보는 이들이 밈으로 만들어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는 영상. 일방향 비디오가 아니라 재생산되는 비디오들이 힘을 갖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멋없는 비디오는 “예쁘고 멋진 화면만 3분 내내 보여주는 것”이란다. “조회수가 평가의 척도가 되다 보니 썸네일 한 장 싸움인데, 화려한 썸네일에 끌려 클릭해보면 생각보다 지루한 경우가 많아요.” 반면 그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콘셉추얼한 것. 콘셉트라는 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거니까요.” 강민기 감독이 보여줄 콘셉트는, 이야기는 아직 무궁무진하다. “멋진 소스가 나오면 얼른 편집하고 싶어서 코가 벌렁벌렁해요”라는 그의 의욕, 개그 욕심, 영리함, 그리고 좋은 영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기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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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정철환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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