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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마음도 표정도 없이 아름답고

끝없이 매혹된다. 돌과 꽃, 산과 물. 자연물에서 출발한 네 개의 전시.

UpdatedOn May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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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기, ‘Untitled’, 1978, 돌과 합성 레진, 가변크기, 사진은 갤러리 현대 제공.

나는 돌이 아니지만

돌이 거기 있다. 강가에서 가져온 그대로, 레진으로 만든 인공의 형태로 혹은 TV 브라운관 속의 이미지로. 작고한 박현기 작가는 강가의 돌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오거나, 돌과 레진으로 만든 인공 돌을 섞어 탑을 쌓고, 돌 기단 위에 TV를 쌓아 ‘TV 돌탑’을 만들고, 나체로 돌무더기 사이를 뛰거나 돌처럼 웅크리기도 하며, 평생을 말 없는 자연물에 깊은 애정을 보냈다. 그에게 돌이란 무심한 자연이었고, 동시에 선조들이 소망을 투영하는 초월적인 무엇이었다. 작가는 돌을 통해, 돌과 돌을 닮은 것을 쌓는 행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위치를 뒤섞으며 끝없이 물음을 던졌다. 갤러리 현대에서 진행하는 전시 <I’m Not A Stone>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는 수식에 가려진 박현기 작가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으로, 1978년부터 1997년까지 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4월 21일부터 5월 30일까지.

김종학, ‘잡초’, 1989, 캔버스에 유채, 158×24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종학, ‘잡초’, 1989, 캔버스에 유채, 158×24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종학, ‘잡초’, 1989, 캔버스에 유채, 158×24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병기, ‘글라디올러스’, 1983, 캔버스에 유채,
122×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병기, ‘글라디올러스’, 1983, 캔버스에 유채, 122×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병기, ‘글라디올러스’, 1983, 캔버스에 유채, 122×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가장 가까운 설악

풀과 물과 꽃의 정경. 중심이나 배경, 위계 구조와 구성 논리 없이 화면 가득 펼쳐진 풀 내음 나는 캔버스. 설악의 화가로도 불리는 김종학 작가의 ‘잡초’는 푸른 설악의 산세를 지근거리에서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자연을 들이다: 풍경과 정물>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의 근현대 회화, 공예, 조각 등 총 56점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1부는 특정 장소를 대상으로 한 풍경화로 구성되고 2부는 꽃과 도자 등 실내에서 바라보는 자연을 주제로 한다. 김종학 작가 외에도 김병기 작가의 ‘글라디올러스’, 권순형 작가의 ‘해변 풍경’ 등 근현대미술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8월 22일까지.

구현모, ‘Flower’, 2021, 35cm(h),
사진은 PKM갤러리 제공.

구현모, ‘Flower’, 2021, 35cm(h), 사진은 PKM갤러리 제공.

구현모, ‘Flower’, 2021, 35cm(h), 사진은 PKM갤러리 제공.

후천적 자연

각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기하학적 구성을 이룬다. 갸우뚱하나 중심이 잡혀 있다. 구현모 작가의 ‘Flower’ 시리즈는 나무 조각을 조립해 후천적 자연물로 빚어낸다. 그가 만든 작은 자연의 모형은 어딘가 어긋난 듯 불완전하면서도 단정한 형상이다. 안과 밖,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뒤섞으며 작업해온 구현모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가구와 예술의 경계를 들여다보며 형태의 미학을 탐구한다. PKM갤러리에서 5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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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백두대간’, 1993-2004, 캔버스에 유채, 206.5×496cm, 작가 소장.

황재형, ‘백두대간’, 1993-2004, 캔버스에 유채, 206.5×496cm, 작가 소장.

몸과 산맥

태백과 삼척의 광산에서 광부로 살며 동료들의 작업복과 얼굴, 흙 묻은 손과 발, 그리고 거친 산세를 펼쳐낸 작가, 황재형의 개인전 <황재형: 회천(回天)>이 열린다. 그의 1980년대 이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전시작 중에서도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작가가 20년간 그려 완성해낸 가로 5m, 세로 2m에 달하는 ‘백두대간’이다. 험하게 솟은 산맥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릉은 그가 그려온 인간의 질곡한 삶, 주름진 몸과도 닮았다. 전시명 회천은 ‘형세나 국면을 바꾸어 쇠퇴한 세력을 회복한다’는 뜻으로, 언제고 폭풍우가 쳐도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잔잔해지는 산중처럼 ‘인간됨’을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30일부터 8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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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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