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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정하는 잡지에게

사라져서 그립고, 사라지지 않길 기도하는 애틋한 매거진 여섯 권.

UpdatedOn March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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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아티스트가 사랑한 매거진. 미술 평론가도 예술가라 한다면, 내게 <아티클>이란 미술 비평지다. 여러 미술 잡지사에서 오랜 시간 편집장을 역임했지만, 내 젊음을 바쳐 만든 마지막 잡지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사랑스럽고 기억에 남는 잡지일 수밖에 없다.
미술 잡지 하면 대부분 ‘그림책’이라 여긴다. 하지만 나에게 잡지란 ‘언론’이다. 그러므로 기자는 광고를 수주하거나 구독률을 올리기 위한 영업사원이 아닌 저널리스트여야 하고, 미술 잡지는 단순한 정기간행물이 아니라 ‘시각 예술 저널’이어야 한다.
미학적 소통 못지않게 사회와 예술을 잇는 매개체로서의 역할과 책임 역시 중시한 가치관은 2011년 창간한 <아티클>에서 실현됐다. 내용은 미술이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술계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평등, 미술 권력과 제도 등에 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사실의 서술과 함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 했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센세이셔널리즘과는 거리를 둔 대신 비평의 전문성에 무게를 뒀다. 이는 화보 중심의 여타 미술 잡지와 구분되는 확실한 변별력이었다.
하나 안타깝게도 <아티클>은 오래가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언론을 길들이는 방법은 돈줄을 막는 것이다. 실제 <아티클> 역시 비판의 분동이 무거워질수록 광고는 떨어져나갔다.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관행을 거부하니 어느 순간 ‘광고 없는 잡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결국 2014년 정간에 들어갔다. 비록 권력이나 자본에 투항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당시 생산한 글들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 미술계 식자들은 <아티클>의 원고 청탁을 기대했으며, 그들과 더불어 만든 다양한 특집 기사와 논평은 미술계의 낡은 제도를 바꿨고 의식을 변화시켰다. 지금도 <아티클>이 추구한 ‘미술을 바라보는 좋은 글’은 종종 회자되고 있다.
한편 시각 매거진의 특성상 <아티클>은 디자인도 강조했다. 그 결과 2014년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ADC 어워드’에서 ‘브론즈 큐브’를 받았다. 정간 이후에도 ‘DFA 어워드’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동상’을 안겼다. 물론 이젠 다 옛일이고 하나의 기록일 뿐이다. 그러나 내 마음속 가장 애틋하고 소중한 매거진을 하나 꼽으라면 여전히 <아티클>이다.
WORDS 홍경한(미술 평론가)

PAPER MAGAZINE

1984년 창간된 <페이퍼 매거진>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 패션 매거진이다. 패션을 포함해 음악, 미술, 영화, 전반적인 대중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세련된 잡지다. 웹 형태의 매거진이 늘어나고 ‘종이’ 잡지가 사라지는 요즘 <페이퍼 매거진>이 남아 있고, 여전히 구독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페이퍼 매거진>은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잡지라고 생각한다. 이 잡지는 ‘표현’에 초점을 둔다. 늘 한 가지 주제에 맞춰 사진, 디자인, 페인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표현을 접할 수 있다. 각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수단을 이용해 표현한다. 다양한 예술 행위를 볼 수 있다는 건 호기심과 재미도 주지만 내게 큰 영감이 된다. 특히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를 볼 때면 자극을 받곤 한다. 사소한 것까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섬세하고 세련된 <페이퍼 매거진>은 앞으로도,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어지러운 내 책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WORDS 이용희(포토그래퍼)

DOMUS KOREA

최근 내가 읽었던 잡지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도무스 코리아>다. <도무스 코리아>는 계절마다 발행되는데, 동시대의 건축, 디자인과 더불어 한국적인 것을 담는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호는 다섯 번째 권 ‘안팎’. 종종 책은 건축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책 한 권이 하나의 건축이라면 목차는 안내 사인, 각각의 챕터는 층계, 그리드는 기둥, 글자는 재료 같다는 상상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입구인 책 표지에서 출구인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완성도 높은 공간을 거닐다 온 듯한 경험을 준다.
큼직한 판형과 두툼한 책등이 주는 부피감은 단단한 제호와 가지런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안팎의 내러티브를 은유하는 세련된 이미지와 함께 인상적인 파사드를 만들어낸다. 책장을 펼치면 등장하는 시원한 사이즈의 도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면이라는 공간감을 초월하게 한다. 이미지를 구현하는 지질도 도공지와 비도공지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깨끗하고 단정한 도공지와 깊이 있고 차분한 비도공지는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짝을 이룬다. 아름다운 도판들을 넘기다 보면 이미지의 배치에서도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한국적인 것을 이렇게 세련되고 우아하게 표현한 매체가 있었던가. 책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요소는 차분하게 절제했다. 2· 3·4단 그리드의 변주로 이루어진 편집 디자인은 단정하고 편안하다. 자간과 행간의 넉넉함 덕분에 조밀한 글자들도 여유 있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덩어리와 여백의 균형을 위해 활자를 신중하게 배분했음이 보이는 구성이다. 모든 요소가 절제된 가운데 하단 양쪽에 큼직하게 자리한 페이지 넘버는 표지, 속표지의 미니멀한 타이포그래피와 짝을 이루며 잡지의 개성을 표현한다. 잡지 디자인에서 편집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 즉 콘텐츠의 디자인이다. 한 권을 읽어 내려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번 주제 ‘안팎’을 지면에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책장을 펼칠 때, 그리고 덮기 전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처럼 담겨 있던 한옥 안팎의 사진들에서 여운이 남는다.
WORDS 전채리(CFC 대표)

ARCHITECTURE AND URBANISM (A+U)

1971년 건축과 도시주의를 기반으로 출판된 <아키텍처 플러스 어버니즘>은 1백여 개 국가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유일한 월간 정기 간행물이다. 각 나라별 건축가와 건축물, 도시 등의 정보와 이슈를 편집의 시선으로 최신 트렌드를 전달해준다.
특히 건축가와 비평가,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에세이와 중간중간 특집호로 발간하는 근대 건축가와 현대 건축가의 데이터스케이프는 희귀한 글과 사진, 도판 자료 등을 상세히 편집해 귀중한 자료로서 아주 흥미롭다. <아키텍처 플러스 어버니즘>의 특집호를 너무 좋아한다. 여러 단행본을 합쳐낸 것 이상의 가치와 귀한 레퍼런스로서 활용도가 높기에 나는 근 20년 이상 구독하고 있다.
WORDS 구승민(건축가)

POPEYE

<뽀빠이>는 매거진 하우스에서 1976년 ‘시티 보이를 위한 매거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창간했다. 패션, 문화, 예술, 음악, 스포츠, 여행, 맛집 등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알차게 다룬다.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이기도 한 잡지라 더 애정한다.) 사실 <뽀빠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남성용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 없었다고 한다. <뽀빠이>는 45년 이상 된 잡지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여전히 최신 트렌드를 날카롭게 읽어내고 분석해 퀄리티 높은 한 권의 잡지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기만 하다.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나에게는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될 수밖에 없는 잡지다.
특히 매월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깊이 있게 분석한다는 점이 <뽀빠이>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무엇인가, 우리의 박물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영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 등 구독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 듯한 문구로 매번 잡지를 열어 보게 만든다. 직접 취재하고 찾아낸 음악, 박물관, 영화, 인터넷, 요리, 햄버거, 책방 등과 관련된 기사와 이야기로 잡지를 채워가면서도 그 중심에는 늘 패션이 자리 잡고 있다.
시티 보이는 물론이고 나 같은 시티 아저씨마저도 빠져들게 하는 힘과 감각이 넘치는 잡지다. 기사 하나하나에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스냅 사진들을 배치하는 레이아웃 감각도 뛰어나고 중간중간에 양념처럼 들어간 과감한 캘리그래피와 인물 일러스트들이 편집 구성을 더 감각적으로 완성한다. 아키노부 마에다(Akinobu maeda)라는 금손 아트 디렉터와 지금은 <뽀빠이>를 떠났지만 다카히로 기노시타(Takahiro Kinoshita)라는 엄청난 전 편집장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 <뽀빠이>의 또 다른 매력은 이미 주목받는 기사나 정보는 빼고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날것 위주의 기사를 다룬다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창간호를 만들 당시인 1976년도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우드에서 50일간 합숙하며 직접 기삿거리를 찾아서 콘텐츠를 채웠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45년 이상 지속해온 <뽀빠이>의 콘텐츠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잡지가 생기고 사라지는 이 시대에 끝까지 살아남을 이유와 경쟁력이 있는 잡지 하나를 뽑으라면 단언컨대 난 <뽀빠이>를 꼽을 것이다. 괜히 <뽀빠이>가 아니다. 이름처럼 강력한 힘을 지닌 잡지임에 분명하다.
WORDS 이채훈(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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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RTAMENTO

<아파르타멘토>를 처음 펼쳐 든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년에 2회 발간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 <아파르타멘토>는 2008년부터 발행되었는데 내가 처음 접한 것은 2009년에 출간된 3호였다. 그때의 나는 인테리어 에디터와 피처 에디터로 잡지 생활을 정확히 절반씩 경험했던 차였다. 그런데 <아파르타멘토>의 비주얼은 그동안 내가 알고 느꼈던 공간, 그리고 인터뷰 사진에 대한 정의와 한계를 하나둘 무너뜨렸다. 집은 최대한 단정하고 정돈된 상태에서 촬영해야 하는데(그래서 촬영 전에 주인과 미리 대청소를 한 적도 부지기수), <아파르타멘토> 속 집들은 최소한 몇 주는 청소하지 않은 듯 잔뜩 어지럽고 방금 먹은 아침 식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뿐인가. 막 잠에서 깨어나 새집 머리를 한 아티스트와 뮤지션, 빵과 채소와 찰흙으로 쌓아 올린 탑 등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비주얼 쇼크를 넘어 컬처 쇼크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도 비트라, 아르텍, 플로스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그 잡지에 광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 뒤로 잡지가 출간될 때마다 호기심에 한 권씩 모으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됐다. 결국 <아파르타멘토>의 사진은 단순히 보기 좋은 스타일링이나 인위적으로 아름다운 찰나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자연스럽고 섬세한 삶의 모습을 과장 없이, 그저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장면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특별하다는 사실까지도. 그때의 유쾌한 충격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촬영 순간마다 여전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 한 번씩 철 지난 <아파르타멘토>를 쓱 훑어보는 게 하나의 습관이 됐으니 말이다.
WORDS 정윤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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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도현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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