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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밴

브래드 제임스턴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UpdatedOn Septembe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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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제임스턴

Brad Jameston @bradinthevan

브래드 제임스턴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다. 과거 그는 여름을 맞아 이비사 해변의 바에서 보컬로 일했다. 그 시절 그는 이비사 스패니시 섬에서 캠핑을 했다. 나무에 해먹을 걸어놓고 휴식을 취하던 중 캠퍼 밴을 발견했다. 바퀴 달린 텐트는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는 자신만의 캠퍼 밴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곧장 종이 위에 디자인을 그렸다. 루프에는 잔디가 있고, 내부에는 해먹이 걸린 캠퍼 밴이었다. 캠퍼 밴을 실제로 만들기까지는 1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디자인 초안을 지갑에 넣어 다녔다고 한다. 그의 첫 밴 라이프는 영국 북동부에서 시작해 이비사로 향하는 코스였다. 첫 여행을 회고하며 브래드는 말했다. “밴을 타고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지를 때 느꼈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불안과 흥미를요. 굉장한 감정이었어요!”

복스홀 모바노 2011
브래드의 캠퍼 밴은 2011년식 복스홀 모바노다. 비교적 최신 차량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캠퍼를 개조했는데 2주가 소요됐다고 했다. 부자가 함께 돈독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의 개조 작업은 위에서 아래로 이어졌다. 먼저 지붕에 잔디 갑판을 설치했다. “지붕은 요가나 작곡, 별 아래서 쉬기 좋아하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죠.” 그는 친구를 초대해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리고 해먹. “모닝커피 마시기 제격인 자리죠.” 브래드는 해먹은 조립과 분리가 쉽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자급자족을 위해 지붕에는 솔라 패널을 장착했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과 노트북 충전을 하기 위해서다. 개조를 마친 다음 브래드가 준비한 건 무엇이었을까. “짐은 가벼워야 합니다. 밴 라이프의 아름다움은 필요 없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죠.” 옷장을 최소화하고, 잡동사니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은 제대로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별로 없다. 몸이 좋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챙기길 추천했다. “그리고 절대 해변에서 운전하지 마세요. 모래에 빠진 적이 있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세상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
브래드는 캠퍼 밴으로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스,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독일,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이다. 하지만 그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포르투갈을 꼽았다. “안개 자욱한 정글과 고대 해안 지대와 모로코의 산지와 사하라 사막은 말 그대로 정신적이에요.” 그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고,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밴 라이프, 그러니까 노마딕 라이프는 그의 가치관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제 운명을 관리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대 생활의 경계와 규율을 깨트리고, 제가 더욱 창의적인 사람으로 변했죠.” 그는 여행하며 경험한 모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언어는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고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영원히 제 인생을 바꿀 거예요. 세상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섭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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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버디
밴 라이프는 우연의 연속이다. 브래드는 포르투갈에서 인생의 절친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포르투갈 북부 지역을 여행하던 중 버디라는 개를 만났다. 포르투갈은 떠돌이 개가 많은 나라로도 유명하다. 어느 지역을 가도 주인 없는 개들이 있다. 그때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이었다. 매일 내리는 비 때문에 기분이 울적할 때, 버디가 나타났다. 도로를 가로질러 와 브래드 앞에 불쑥 나타났다. “처음에는 저를 향해 달려오기에 있는 힘껏 발로 밀쳐냈죠. 그리고 버디가 다치진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밴에서 내렸어요. 버디는 떨고 있었죠.” 우기에, 집도 없으니 제대로 영양 섭취를 못 했을 것이다. 바짝 마른 버디는 온순했다. 브래드는 버디를 밴으로 데려왔다. 버디는 브래드 옆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 이후로 버디는 브래드의 절친으로 함께하고 있다.

목적지보다는 여행 그 자체
아무리 밴이라 하지만 도로 생활은 안전하지 않다. 브래드는 아프리카 북부의 해변에서 위험천만한 순간을 겪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해변을 둘러보고, 잠들기 위해 도로 빈자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어두운 모퉁이를 발견하곤 주차했다. 평소처럼 잠이 들려는 순간 ‘쿵’ 하고 밴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아랍어로 떠드는 큰 소리가 들렸다. 브래드는 갱스터라고 짐작하고 그들이 떠나길 바라며 침대에 누운 채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빈 차처럼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았고, 창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저는 용감해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브래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문을 열어야만 했다. 문 밖에는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곳이 위험하다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절 깨운 것이었죠.” 경찰은 매우 친절했고, 브래드에게 안전한 장소를 안내했다. 브래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아찔하면서도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가 주차할 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쩌면 내비게이션을 안 쓰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브래드는 운전할 때 GPS를 꺼놓는다.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없도록. 이동하는 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그래도 좋다고 한다. “인생에선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행 그 자체가 중요해요.” 브래드가 말했다.

자연, 자유, 평화 그리고 모험
브래드의 밴 라이프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언젠가는 시동을 끄는 날이 올 것이다. 누구나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길 테니까. “가정을 꾸리는 순간 정착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날이 와도 항상 캠퍼 밴으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아이들에게 별 아래 펼쳐진 캠핑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거든요.” 만약 그가 이비사에서 노래를 하지 않았다면, 스패니시섬에서 캠핑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제게 캠퍼 밴 라이프는 자유, 자연, 마음의 평화, 그리고 모험이에요. 캠퍼 밴과 함께하는 순간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다음 목적지가 어디냐는 물음에 브래드는 “미국과 호주를 가로질러 여행하는 게 목표예요. 곧 그렇게 할 거고요.” 호주와 미국에서도 지붕에 잔디를 깐 밴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날이 올 거다. 또 그 위에서 물구나무선 채 요가하는 브래드의 모습도 보게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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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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