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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섹스

남자의 세계는 숫자로 설명된다. 성기 길이와 굵기에 대한 단상.

UpdatedOn May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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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그렇다. 수치에 예민하다. 토크와 마력의 상관관계는 몰라도 숫자 크기에 집착한다. 키나 몸무게는 말할 것도 없다. 숫자로 상상하고 수치를 나열한다. 본능이다. 숫자에 대한 집착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남자의 세계가 숫자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밑밥을 뿌려봤다.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성기 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 성기 크기가 큰지 작은지 모른다. 큰 편이라고 말은 해도 긴가민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살면서 다른 남자의 발기된 고추를 볼 일이 없어서다. 또 봐서 뭐하겠나. 영상에서나 보니 실물 사이즈에 대한 감도 없다. 그래서 당장 인터넷에 발기된 한국 남성 성기 평균 크기를 검색하면 한국비뇨기과학회가 짧고 굵게 12.7cm라고 한다.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얼마나 많이 물어봤겠나. 그런데 12.7cm는 여운이 긴 숫자다. 시간은 12로 나뉘고, 1년도 12개월로 구분된다. 연필도 한 다스가 12다. 12는 세상의 기준이 되는 숫자이며,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비밀을 간직했을 것만 같은 숫자다. 내 고추가 대한민국의 평균에 미치는 신비로운 물건이냐 아니면 보잘것없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자존심이 걸려 있어 그렇고, 남자들은 자존심밖에 없다.

그런데 자기 성기 길이를 아는 사람이 있나? 재본 적 있나? 누가 차가운 자를 발기된 고추에 갖다 댈 생각을 해봤겠나?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재봤다. 성욕이 왕성했던 사춘기였다. 20년이 지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12cm를 넘은 것만은 분명히 기억난다. 하지만 성기 길이를 재는 방식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귀두가 끝이라면 시작은 어디서부터냐다. 뿌리부터인가 아니면 복부와 맞닿은 부위부터인가. 물리적으로 삽입이 가능한 곳은 복부와 맞닿은 곳이기에 후자가 옳다고 판단된다. 그럼 대한민국 평균 길이가 줄어들 확률이 있으니 오늘은 뿌리를 기준으로 삼겠다.

커뮤니티에선 자기 성기 길이가 15cm를 넘는다는 경우가 많은데, 익명에 기댄 허영일 것이다. 15cm가 넘는 진실된 고추맨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20대 평균 키 180cm가 상위 10%이듯 말이다. 물론 성기 길이가 상위 10%에 해당한다고 해서 나머지도 상류층이라 말할 수는 없다. 키, 몸무게, 연봉, 재산, 손가락 길이 등 수치화할 것들은 매우 많다. 이 글에서 열 명 중 한 명의 이야기는 의미 없다. 그보다는 보통 사람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고추를 위로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굵기’를 논하고 싶다. 성관계 시 성기 길이는 6cm만 넘으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핵심은 굵기라는 뜻이었다. 오이고추보다 파프리카가 낫다. 대부분 길이만 언급하고 넘어가는데, 우리가 큰 성기를 표현할 때 팔뚝을 세우듯 굵기야말로 성기의 유용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성기 둘레를 아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별것 없다. 줄자로 재본 적이 없어서, 집에 줄자가 없어서 등이다. 또 발기된 상태의 성기 둘레를 줄자로 재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얼마나 처량한가? 쉬운 방법으로 성기를 손에 쥐었을 때 엄지와 중지가 닿냐 안 닿냐로 가늠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람마다 손 크기가 다르니 정확하지 않다. 국제 표준은 휴지심이다. 휴지심은 지름 4cm, 둘레는 12.56cm다. 이는 대한민국 남성 성기 평균 둘레 11.5cm보다 정확히 1cm 굵은 수치다. 이 1cm에는 길이를 전복하는 거대한 힘이 있다. 굵기는 길이로는 채울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물론 이건 여성들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 남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두루마리 휴지를 다 쓰는 것이고, 남은 휴지심에 발기된 고추를 넣는 것이다. 안 들어간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대끼는 수준만 되어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새 휴지도 휴지심은 비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뻔한 얘기지만 길이와 둘레가 파트너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교감, 취향 등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 높은 서열에 오르고자 하는 남성의 욕망만 숫자로 설명될 뿐이다. 남자들의 세계는 숫자로 이루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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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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