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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안재홍

안재홍은 어디서든 잘 스며들고, 찰떡같이 붙고 싶다. 그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것. 그것이 그의 연기법이다.

UpdatedOn May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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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 셔츠 라코스테, 팬츠 폴로 랄프 로렌, 선글라스 모스콧, 시계 태그호이어, 스니커즈 컨버스 제품.

최근에 부쩍 잘생겨졌다는 말 듣지 않나?
못 들었는데, 그런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잘나가고 재수 없지만 멋있는 PD 역할을 연기하고 나서부터 잘생겨 보인다.
내면이 중요하지. 하하하. 로맨틱 코미디니까 인물의 재수 없는 면모를 좀 더 과장해서 요리조리 가지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인다니 다행이다.

초기에 <족구왕> 만섭, <응답하라 1988> 정봉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서 안재홍에게도 그런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기대하고 친근하게 대하지 않나?
그렇다. 길에서 사람들이 날 보면, 되게 반가워들 하신다. 하하하. 날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구나 싶을 때가 많지.

사람들이 당신을 호인으로 보는 건 득이 많나, 실이 많나?
실이 전혀 없지는 않지. 하지만 아직까진 득이 많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부터는 못되기도 하고 <멜로가 체질>에서는 멋있기도 한 역할을 연기하는 걸 보니 색다르더라.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연기의 폭을 넓혀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었던 건 맞다. 근데 그게, 깨야지 한다고 깨지는 건 아니거든. 이제부터 난 변신할 거야, 하며 품에 총 같은 걸 숨기고 다닐 수는 없잖아. 하하하. 단지 작품과 캐릭터에 맞게, 관객이 볼 때 저 배우가 연기한다는 이질감이 안 들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캐릭터를 잘 전달하는 게 첫 번째지, 내 욕망이 앞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면 감독들이 다시 정봉이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제안해도, 작품이 좋으면 오케이인가?
그럼, 당연하다. 이를테면 <족구왕2>가 나온다? 안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작품이 먼저다. 물론 같은 온도의 인물을 보여드리는 건 나도 재미없을 테니 잘 변주해보겠지만.

인터뷰에 앞서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처음 만난 광화문시네마의 창립작 <1999, 면회>를 다시 봤다. 좋더라.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믹스 커피가 얼 정도로 추운 겨울, 철원에서 합숙하며 촬영한 13회 차 모두 생생하다. 첫 장편 주연작인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갔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마음이 울렁울렁해진 순간들이었다. 그땐 광화문시네마가 이렇게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는 영화사가 될 줄 몰랐다. 진짜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어 소중한 기억이다.

그 영화의 승준 캐릭터가 참 좋았다. <족구왕> 만섭, <응답하라 1988> 정봉의 모태가 된 인물 같은데, 안재홍의 연기는 그런 인물을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연기인데,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다.

어떤 캐릭터든 끌어당겨서 자기화하는 송강호 같은 배우가 있고, 맡는 역할마다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 같은 배우가 있다면, 안재홍은 전자를 지향하나?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하. 그게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어느 작품에서도 이질감 없이, 진짜같이 하고 싶거든. 잘 스며들고, 찰떡같이 붙고 싶다. 작품마다 맞는 톤을 잘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주성치 영화에서는 그 세계관에 맞는 과장된, 팡팡 터지는 톤을 찾는 게 중요하듯이.

연기한 배역 중 안재홍과 가장 닮은 건 누군가?
<트래블러-아르헨티나>의 안재홍이다. 그게 나다. 하하하.

안재홍은 무던하고 편안한 리더더라.
딱히 동생들이라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 같은 여행 메이트지. 성우랑 아홉 살 차이가 나는데,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런지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더라. 안재홍 대장이라는 별명은 현장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편집에서 자막으로 달아준 거다. 하하.

남미는 어떻던가?
뭐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전부 좋았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회차에 펭귄들이 사는 섬에 갔다. 펭귄들이 놀라지 않게 거리를 두고 조용조용 다녔다. 펭수처럼 크지 않고 수달만 하더라. 휴대폰에 세계 시간을 설정해놓을 수 있잖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해놨다. 가끔씩 보면서 지금 거기는 몇 시겠구나, 어떤 광경이겠구나 상상하곤 한다.

파타고니아에서 한 캠핑은 엄청 고생스러워 보이던데?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긴 했다. 근데 너무 안락하면 그 맛이 안 나잖아.

<꽃보다 청춘>에선 아프리카로 가더니. 여행 좋아하나?
거기선 사막여우를 봤는데 이곳에선 펭귄을 봤다. 하하. 엄청 좋아한다. 일상에선 자신을 잘 알 수 없는데, 여행을 가면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현재의 나를 볼 수 있더라.

한동안 여행 못 가는 시대가 될 텐데, 그 아쉬움은 어떻게 풀 건가?
김영하 소설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보고 있다. 읽는 습관을 붙이기 좋은 책이더라. 읽고 나니 에세이 말고 그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단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으로 넘어갔다.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려 한다.

 

“길에서 사람들이 날 보면, 되게 반가워들 하신다. 하하하.
날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구나 싶을 때가 많지.”

 

김영하 소설가 초기작도 좋다. 1999년에 발표한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같은.
잠깐만. 메모 좀.

건국대 영화과에선 어떤 학생이었나? 캐스팅 콜을 엄청나게 받는 학생이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연기 전공 2기인데, 1기 남자 선배들이 전부 군대에 가버려서 그랬다. 하하하. 여름 정기 공연에서 덜컥 남자 주인공이 돼버렸지.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이라는 작품에서 ‘장덕배’를 맡았는데, 그 역할이 무대에 올라가면 끝날 때까지 거의 안 내려온다. 하하하. 그때부터 조금씩 꿈이 커졌다.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학교 앞에 하숙하며 과 생활만 한 시절이었다. 같이 톱질하고 삽질하며 공연 준비하고, 한 학기에 단편 5개씩 찍고, 지금 생각해봐도 열심히 재미있게 보냈다. 연기 전공이지만 연출 수업도 자유롭게 들었고. 대학 생활하면 동아리인데 학부 생활을 너무 열심히 해서 동아리를 못 해본 건 아쉽다. 하하.

어릴 때부터 영화가 좋았나?
집 앞에 비디오 대여점이 있어서 뻔질나게 드나들며 열심히 빌려 봤다. <브레이브하트> 상·하편을 1천5백원에 빌려서 계속 돌려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 보는 걸 참 좋아하니까 별 생각 없이 영화과에 갔다가, 오히려 학교를 다니면서 절실하게 이 일이 하고 싶어졌다.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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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나서도 두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연출 욕심은 없나?
졸업하고 일이 많이 없으니,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 아니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아이디어를 메모하곤 했다. 그걸 바탕으로 단편을 만들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우리가 만든 작품을 어둡고 조용한 극장에서 관람하는 경험 자체가 뿌듯했다. 하지만 장편 연출자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없다. 지금 하는 거나 잘해야지. 하하하.

부산에서 올라온 후로 지금까지 자취 15년 차다. 프로 살림꾼이라던데?
맞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설거지하면 청소 거리가 나오고, 청소하면 분리 배출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루가 금방 간다. 요즘엔 잘 못 가지만, 요리학원 취미반에 다닌다. 월간 스케줄을 보고, 관심 있는 메뉴를 만드는 날에 수업을 듣는다.

같이 듣는 수강생들이 의식하진 않나?
의식하지. 하하. 그런데 한두 시간 같이 수업을 받으며 요리하다 보면 그럴 새도 없다. 어디 다닐 때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는 편이 아니다. 사람들이랑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엽문> 같은 액션 영화 해보고 싶다.
태권도도 좋고. 배운 적은 없다.
<족구왕> 때처럼 뭐,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요리의 재미는 뭔가?
먹는 것. 요리는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혼자 사니까, 내가 만들어서 내가 먹는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게 너무 좋다. 자취 초반엔 배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직접 요리할 땐 소금 세 번 칠 거 두 번 치다 보니 슴슴한 맛이 좋아지더라. 그런 음식이 은근하게 기분을 풀어준다. 요즘 꽂힌 건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고구마를 냉장고에 두고 차게 해서 먹는 것. 당도가 확 올라간다.

영화 취향도 미식 취향만큼 확고한가?
찬찬히 짚어보면, 여운이 긴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기가 막히게 끝났을 때 와!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고 곱씹어보게 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둘이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영화가 끝나는 엔딩이라든지,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이 미아가 떠난 뒤 다시 피아노를 경쾌하게 연주하는 엔딩이라든지, <시네마 천국>에서 어린 시절 필름들을 보며 알프레도를 추억하는 엔딩이라든지. <결혼 이야기> 엔딩에서 니콜이 찰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엔딩만큼 연극의 커튼콜이 주는 여운도 좋지.
너무 좋아한다. 역할에 흠뻑 빠졌던 배우들이 공연을 끝내고 맑은 본연의 얼굴로 돌아와 관객 앞에 나와 인사할 때의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

요즘 해보고 싶은 작품은 어떤 건가?
<엽문>같은 액션 영화 해보고 싶다. 태권도도 좋고. 배운 적은 없다. <족구왕>때처럼 뭐,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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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셔츠·팬츠 모두 리바이스, 시계 까르띠에, 벨트 더블알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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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 CK 캘빈클라인, 티셔츠 WTAPS, 아이웨어 모스콧, 데님 팬츠·스카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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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셔츠 모두 던힐, 니트 베스트 폴로 랄프 로렌, 아이웨어 모스콧, 스니커즈 반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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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곽기곤
STYLIST 박태일
HAIR 박상현(제니하우스)
MAKE-UP 이상언(제니하우스)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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