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2019 A-awards

감독 이병헌

이병헌 감독을 에이어워즈 프로그레시브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마니아 팬을 양산했다. 감독 이병헌과 ‘제네시스 G90’가 만들어낸 빛나는 순간.

UpdatedOn December 23, 2019

/upload/arena/article/201912/thumb/43619-395935-sample.jpg

울 코트·이너로 입은 반소매 니트 톱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세 번째 장편 영화 <극한직업>이 1천6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대박'쳤다는 이야기다.
연출에 대해 다짐하고 계획을 세운 게 딱 10년 전이다.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도 연출자로서 내 자신에게 어떤 확신도 없었다. 그때 결심한 게 '딱 10년만 쉬지 말고 해보자'는 거였다. 죽어라 해보자고. <스물>을 만들면서부터 일정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다. 그리고 <극한직업>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영화감독에게 천만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다가오던가?
말조심해야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게 그 성공은 대단히 혼란스러운 어떤 것이었다. <극한직업>은 일종의 기획 영화였다. 사실 영화감독으로서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블랙 코미디를 워낙 좋아하지만, 그쪽으로는 투자나 캐스팅이 여의치 않다. 나는 아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 그러니까 성공하지 못한 감독이다. 전작 <바람 바람 바람>을 연출하면서 애먹었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반면 <극한직업>은 흥행에 높은 가능성을 두고 접근한 기획 영화다. 만일 실패하면 나에게 상당한 데미지가 있을 거라는 부담이 있었다. 재미있게 작업도 했다. 그런데 너무 잘되니까 되려 혼란스럽더라. 내가 하려 했던 영화는 제작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건 아주 잘됐다. 중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그럼 2019년은 감독 이병헌에게 어떤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나.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그려가야 할까? 다음 작품은 뭐가 되어야 맞나? 이미 정해진 게 있으니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이 아주 많은 한 해였다. 더욱이 드라마 <멜로가 체질>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청률이 안 나왔다. 영화는 1천6백만 관객 동원을 했는데, 드라마는 시청률이 1%대였다. 오래 준비했고, 원했던 작품으로 내 욕구는 충족되었지만 시청률이 저조하니 더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하하.

/upload/arena/article/201912/thumb/43619-395936-sample.jpg

더블브레스트 재킷·셔츠·팬츠·포켓치프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upload/arena/article/201912/thumb/43619-395937-sample.jpg

더블브레스트 수트·옅은 파란색 셔츠·첼시 부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일단 나는 메뉴판 보는 걸 진짜 좋아한다.
그리고 택배 받는 낙으로 산다.
그걸 받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영화 이야기는 너무 잘 아니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해보자. 시나리오 한 편 쓰기도 힘든데 16부작 대본까지 썼다. 진짜 힘들었겠다.
죽을 뻔했다. 사실 촬영 전까지 대본을 써놓을 시간이 있었다. 세 편을 남겨두고 영화 흥행이 너무 잘되면서 살짝 멘붕이 왔다. 아무것도 못했다. 나머지 세 편을 쓰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드라마 보면서 이병헌이라는 남자도 극 중 손범수(안재홍 분) 같은 인물일지 궁금해지더라.
나는 평소에 말이 없다. 말투는 비슷한데 말은 손범수처럼 많지 않다. 그리고 조금 더 나른한 쪽이다. 대사가 너무 많아서 배우들이 힘들어서 죽으려 했다. 하하.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스물>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사실 별게 없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큰 설정도 없고. 그냥 주변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수다 떨 듯하는 걸 좋아한다. 결국 소소한 이야기로 접근하다 보니 연령이 소재가 되고, 그 또래가 소재가 되면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가 포함되는 방식인 듯하다.

이제 마흔이 됐으니 20대, 30대를 넘어 40대의 이야기를 풀어낼 건가?
40대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대여섯 살은 더 먹어야 될 것 같다. 그러니까 50은 돼야 하겠지.

이병헌의 코미디를 두고 '병맛'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수준 높은 위트를 담은 스탠드업 코미디, 블랙 코미디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말이다.
나는 A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B라고 하니까. 대신 내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고, 웃었으면 하는 지점에서 웃어주면 그걸로 된 거다. 분명 병맛 코드의 만화 등을 좋아하긴 한다. 영향도 받았을 테고.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했나?
어렸을 때 시작은 누아르 장르였고, 사춘기 때는 멜로를 좋아했다. 영화를 본다 싶을 나이가 됐을 때부터 가벼운 코미디부터 블랙 코미디까지 좋아하게 됐다.

멜로? 어떤 영화들?

<잉글리쉬 페이션트>도 있고, <첨밀밀>을 아주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아비정전>을 굉장히 좋아했고.

<멜로가 체질>의 수많은 명대사 중 '택배 뜯는 거 좋아하고, 메뉴판 보는 거 좋아하는데, 그것보다 연출을 더 좋아한다'가 있다. 당신도 그런가?
일단 나는 메뉴판 보는 걸 진짜 좋아한다. 그리고 택배 받는 낙으로 산다. 택배가 좋은데 그걸 받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하하.

영화감독을 언제까지 할 셈인가?
최근에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건방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스태프들과 은퇴 이야기를 종종 한다. 쉼 없이 일을 너무 많이 한 것도 같고. 아무튼 지금은 차기작 <드림>(가제) 이외에 연극 제작을 하고 있다. 영화 말고도 연극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남아 있으니까.

벌써 은퇴?
몸이 너무 힘들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극한직업> 이후 신체의 모든 부분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지금은 호전되었다.

은퇴하면 뭐하며 살 건가?
글 쓰고 싶다. 힘든 글 말고 지금까지 취미처럼 써온 글이 있다. 시나리오도 있고, 산문도 있고. 이런 글 쓸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되려 힐링된다. 물론 팔리지 않는 게 대부분이지만. 하하.

2020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제목은 안 정해졌지만 <드림>이라고 알려진 작품을 준비 중이다. 박서준이 캐스팅 확정이고, 대부분 캐스팅되었다. 영국 단체 '빅이슈'가 홈리스, 중독자 등으로 멤버들을 구성한 풋살 대회를 연다. 한국에서도 2010년에 대표팀을 보낸 실화 이야기다. 그 작품 연출하다 보면 2020년도 다 가지 않을까 싶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912/thumb/43619-395938-sample.jpg

벨벳 페이싱을 더한 블루종·데님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벨벳 페이싱을 더한 블루종·데님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3 / 10
/upload/arena/article/201912/thumb/43619-395934-sample.jpg

스웨터·터틀넥 니트 톱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스웨터·터틀넥 니트 톱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FEATURE EDITOR 이주영
FASHION EDITOR 이광훈, 이상
PHOTOGRAPHY 레스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손경미

2020년 01월호

MOST POPULAR

  • 1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것
  • 2
    HELLO TO THE WORLD
  • 3
    Chill한 리빙 편집샵 5
  • 4
    배현성의 스펙트럼
  • 5
    찬열이 꿈꾸는 풍경

RELATED STORIES

  • INTERVIEW

    한국에서 가장 센 주먹을 가진 남자

    최두호는 알고 있다. 지더라도 떳떳하게 승부할 것. 자기 한계를 알되 재능을 믿을 것. 손에 쥔 칼이 무거울수록 더 예리하게 벼릴 것. 이것이 데뷔 11년 차 UFC 파이터가 새롭게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다. 최두호가 들려준 이야기에선 그의 주먹보다 더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 INTERVIEW

    도전하는 나현우

    누군가는 뮤지컬 배우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노영수로 알아볼 수 있다. 배우 나현우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뮤지컬 무대에서 내려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안주하기보다 어릴 때 꿈을 좇기 위해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다운 도전 정신이다. 언젠가 무대와 영상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지금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보는 이에게 그때 그 순간을 추억하게 하는 배우. 그래서 그는 지금 매 순간이 소중하다.

  • INTERVIEW

    김희원의 이해력

    김희원은 배우도 감독도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 감독 데뷔작 <조명가게>가 성공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 김희원이 들려준 좋은 배우, 좋은 작품, 좋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 INTERVIEW

    배현성의 스펙트럼

    점점 확장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홍도,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현 그리고 <조립식 가족>의 해준까지. 모두 순하고 착한 청년이 겹쳐지지만, 흐른 시간만큼 배우 배현성은 다채로워졌다. 실제로 보면 막냇동생 같은 귀여움만 번질 줄 알았는데, 배우로서 다음 단계를 또렷하게 내다본다. 질문 하나 던지면 깊게 생각하면서. 큰 눈을 깜박이며 말을 고르면서. 경험이 쌓일수록 연기하는 재미가 더 커진다는 그는 이제 스펙트럼을 넓히려 한다.

  • INTERVIEW

    찬열이 꿈꾸는 풍경

    지난 가을, 엑소 찬열이 기타를 둘러메고 훌쩍 여행길에 올랐다. 자신이 오래도록 꿈꾸던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첫 솔로 라이브 투어 <도시풍경>를 마치고 돌아온 찬열에게 그간 담아뒀던 질문을 건네고 왔다.

MORE FROM ARENA

  • FASHION

    Somehow, Somewhere

    물빛이 파르르 반짝이고, 북두칠성이 큼직하게 쏟아져 내게 안겼다. 잊히지 않을 오키나와, 그 찬란한 추억의 조각들.

  • LIFE

    슬기로운 아트토이 생활

    예술을 소장하는 가장 가벼운 방법.

  • INTERVIEW

    정해인이 말하는 'D.P.' 시즌 2

    정해인은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한다.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터득하고, 그것을 지키고 즐기는 법을 안다. 배우로서는 도전하고, 책임지고,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정해인은 그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말한다.

  • INTERVIEW

    'SPECTRUM' 육준서 화보 미리보기

    <강철부대> 육준서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의미 있다”

  • REPORTS

    느낌이 좋아

    힙합 대부, 타이거 JK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힙합 루키, 주노 플로와 함께였다. 엄청난 한 해를 보냈다는 이들은 레이블 ‘필 굿 뮤직’에서 굉장한 한 해를 시작할 거라고 말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