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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메라 사도 돼?

UpdatedOn December 26, 2019

카메라 성능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인기가 뜨겁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감성과 더 큰 센서는 신형 아이폰보다 뛰어날지 몰라도 아이폰이 탑재한 사진 머신러닝은 기존 카메라가 하지 못한 것들을 실현한다. 다양한 조명 효과, 울트라 와이드부터 망원, 편리한 동영상 기능 등이다. 카메라는 한 번 사면 최소 3~4년은 사용하는데, 촬영을 업으로 삼은 작가들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카메라와 아이폰 사이에서 갈등할 법하다. 지금, 미러리스를 사도 후회하지 않을까?

EDITOR 조진혁

이제 카메라 안 들고 다녀

카메라는 이제 스마트폰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진 보고 스마트폰을 고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어느새 우리 손안에는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하나씩 들려 있다. 커다란 카메라 하나씩 어깨에 메고 나타나던 이들이 요즘은 빈손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제 카메라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나는 최근 카메라를 한 대 더 샀다. 사진을 중심에 둔 애플의 아이폰11과 구글의 픽셀4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그 결과물에 놀라다가 문득 ‘사진을 더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 밤을 고민하다 수많은 합리화를 통해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 더 들였다. 쓰고 있던 풀프레임 카메라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냥 사고 싶었던 것 아닌가?”라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지만 며칠 동안 신용카드를 꺼내 들고 또 다른 나의 자아와 합의한 결론은 결국 사진이었다. 마음속에는 더 나은 사진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그건 한마디 말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순간을 좋은 화질로 더 잘 담아주는 건 렌즈와 센서가 큼직한 카메라다.

사진의 만족도를 가르는 건 여러 가지 있지만 기록물이라는 측면에서는 해상도라는 요소를 놓칠 수 없다. 해상도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지표는 ‘화소 수’가 있지만 사실 이 값이 높다고 해서 사진이 꼭 선명한 건 아니다. 오히려 렌즈, 그리고 센서의 크기가 좌우하는 부분이 더 크다. 그래서 2천만 화소에 달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오래전에 찍었던 8백만 화소짜리 DSLR 카메라의 사진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사진을 선명함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긴 하다. 사진에 담기는 건 결국 그 순간의 느낌, 감정이고, 그걸 잘 담을 수 있는 도구라면 어떤 기기든 좋은 카메라임에는 분명하다. 수십 년이 지나 흐릿해진 옛날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아련한 감정 같은 것들 말이다. 아, 스마트폰 카메라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제 1년이 되어가는 내 아이폰 속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사진이 4천2백 장, 영상이 4백50개나 담겨 있다. 어디를 다녀와서 누구를 만나고, 뭘 먹었는지 내 일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영민한 구글 포토는 내 모든 사진을 클라우드에 보관해주는 것을 넘어 가끔 멋들어지게 편집까지 해가며 관리해준다. 어쨌든 내 1호 카메라는 분명 아이폰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는 게 가장 일반적인 사진 촬영과 소비 과정이다. 요즘 스마트폰 사진을 보면 ‘이건 디지털카메라로 찍기 엄청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못 찍는 건 아니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뽀샵’을 시작한다. 노출을 어떻게 맞추고, 초점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따위의 고민이 별로 필요 없다. 그냥 찍으면 된다. 그리고 가장 드라마틱한 사진을 만들어준다. 갈수록 감탄의 정도가 더해간다.

대체 스마트폰 사진은 왜 다른 걸까? 재미없는 기술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프로세서의 성능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사진이나 영상 처리에 대해서는 PC의 고성능 CPU 못지않다. 당장 아이폰11은 셔터를 한 번 누르면 사진 9장을 찍어 하나로 합쳐준다. 사진을 여러 장 합치면 색과 선명도가 좋아지는데 포토샵으로 꽤 어렵게 해야 하는 작업이다. 애플은 이를 순식간에 합치고 적절한 효과를 입혀서 큼직한 카메라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구글 역시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4를 내놓으면서 별 사진 모드를 넣었는데 스마트폰을 적절히 고정해두고 하늘을 찍으면 은하수와 별자리 등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아무렇지 않게 담아낸다. 적어도 어두운 곳에서 찍는 사진은 스마트폰이 카메라보다 나아 보일 정도다. 배경을 확 날려서 얼굴을 돋보이게 찍어주는 인물사진 모드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광학의 기본에 컴퓨터 보정이 구현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려운 말로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Computational Photography)’라고 한다. 우리말로 뭐라고 바꿔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결국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촬영부터 보정까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 과정을 한 번에 모두 정리해준다. 심지어 인공지능 기술까지 더해서 사진의 선명도를 DSLR 카메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니 놀랄 일이다. ‘디지털카메라처럼 잘 찍힌다’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다.

자,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과연 스마트폰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를 대체하는 걸까?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것 같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광학의 한계를 아주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센서 크기가 작은 똑딱이 카메라는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카메라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센서 크기라는 물리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결과의 차이는 아직까지 충분히 남아 있다.

그래서 결론은 진리의 ‘둘 다’다. 스마트폰 사진을 얕볼 것도 아니고 미러리스 카메라가 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을 그럴싸하게 담는 것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해준다. 중요한 순간은 미러리스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로 담는 게 훨씬 낫다. 화질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의 사진은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찾아온다. 스마트폰의 사진은 기존 사진의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기록의 확장이다. 스마트폰 사용 이후 사진을 더 쉽게 더 많이 찍게 됐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다. 여전히 디지털카메라는 큼직한 센서와 렌즈로 촬영하는 만큼 분명한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카메라가 필요하면 자신 있게 사고, 많이 찍으면 된다. 분명 스마트폰 이상의 기억을 만들어준다. 단, 번들 렌즈 말고 적절한 화각의 단렌즈 하나쯤은 챙기고 난 다음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모를 일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직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이 글을 돌아보면 아득한 옛날의 사진 꼰대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어떤 것을 사용하든 많이 찍자. 그리고 컴퓨터 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모두 클라우드에 보관하자. 사실 이 두 가지가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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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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