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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 OF THE YEAR 77

HIP OF THE YEAR 41~50

힙이란 무엇인가. 2019년 <아레나>는 힙하다는 곳들을 찾아다녔고, 힙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힙한 삶을 취재했다. 열한 권의 책을 만들고, 연말이 되어서야 겨우 ‘힙’의 함의를 이해하게 됐다. 우리가 올해 보고 느낀 가장 ‘힙’한 것들을 꼽았다. 지금도 힙이 한철이다.

UpdatedOn December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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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공예가 | 이광호

이광호는 이 시대의 독특한 창작자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작가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움직임을 규정짓는 단어는 ‘창작’, 그뿐이다. 양념을 치면 ‘공예적 창작’이라고 할까. 가구만 해도 그렇다. ‘직조(woven)’를 활용한 ‘손뜨개’가 그의 시그너처지만, 동시에 그는 구리로 만든 매스에 에나멜을 칠하고 가열해 명징한 색을 기하학적 규칙으로 구현하거나 여러 색의 흔적을 흐릿하게 남긴다. 직조 작업은 투박하리만큼 네모지지만 유연할 때는 원을 넘어 비정형으로 흐른다. 여러 재료와 조형 기법을 앞세워 포트폴리오의 동 시기를 서로 다른 작업으로 ‘직조’하듯 채운달까. 언제 데뷔했는지 가물거리는 이 젊은 ‘중견’ 작가는 올해 초 3D 프린팅에 도전했다. 실현 불가능한 직조의 경우의 수를 디지털로 영리하게 실험하며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났다. 손과 경험이 구축한 안전 가옥에서 빠져 나와 뚜렷한 물성의 달콤함을 거부한 그의 용기는 존중받기에 충분하다.
WORDS 전종현(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PaTI> 편집장)

  •  42  아듀 | 뎀나 바잘리아

    베트멍과 뎀나 바잘리아의 이별은 패션계에서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조금은 삐딱한 시선인데 베트멍의 등장은 하우스 브랜드가 가진 전통과 역사의 가치, 장인 정신에 얽매이던 사고방식을 부정했다. 그들이 혀를 내둘렀던 스트리트웨어를 베트멍은 끊임없는 해체와 결합을 통해 재창조했고, 그 결과 ‘캐주얼 럭셔리’라는 안 어울릴 것만 같던 두 단어를 증명해냈다. ‘우리만이 곧 패션이다’ 외치던 하우스 브랜드의 패션쇼장은 비상이 걸린 셈. 2014 F/W를 시작으로 선보인 베트멍의 아카이브는 연신 화제를 모았고, 심지어 택배 회사까지 매료하게 만들며 협업을 이루어냈다. 역작을 만든 뎀나 바잘리아가 박수칠 때 떠난 건 분명 힙한 아듀다. 하지만 베트멍이란 이름에는 뎀나 바잘리아라는 숨은 뜻이 있었다. 이제 그 의미가 사라진 베트멍의 앞날은 지켜봐야 하는 바다.
    WORDS 이우민(프리랜스 에디터)

  •  43  홈 컬렉션 | 오프화이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버질 아블로의 관심은 이미 이케아 협업 컬렉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아예 오프화이트 홈 컬렉션을 론칭한 것. ‘HOME’이라고 명명한 이번 컬렉션은 세라믹과 침구, 욕실 3가지 카테고리를 두루 아우른다. 세라믹 라인에선 그릇과 커피 머그, 컵 세트, 트레이 등을 소개하고, 침구 라인은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 태슬이 달린 담요, 욕실 라인은 브랜드 엠블럼을 큼지막하게 박은 배스 로브와 타월 세트로 구성했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아이보리빛이 도는 은은한 흰색. 오프화이트 옷처럼 톡톡 튀진 않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군데군데 귀여운 디테일까지 있다. 버질 아블로는 이번 홈 컬렉션으로 오프화이트식 ‘힙’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명백하게 증명했다. 물론 그의 팬들은 이번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EDITOR 윤웅희

 44  포스터 | 영화 <조커>

‘배트맨’이 사라진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이전의 ‘조커들’과는 사뭇 다르다. 개봉 전 공개된 포스터에서도 그 감성을 엿볼 수 있는데, 독립적이면서도 컬트적인 느낌을 짙게 풍기고 있다. 이 포스터는 LA에 위치한 ‘웍스 애드버타이징’의 35세 태국계 아트 디렉터가 만들어냈다. 그는 호아킨 피닉스의 짧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25초가량의 짧은 영상은 1969년 발표된 더 게스 후의 ‘Laughing’ 노래를 배경으로, 감정이 부족한 ‘아서 플렉’이 광기의 미소를 품은 ‘조커’로 변화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담겼다. 그 결과 만들어진 포스터는 ’조커’의 도상을 한껏 살리면서도 영화의 온도, 감독의 취향, 주제 표현의 어조가 온전히 느껴지는 섬뜩한 하이쿠처럼 읽힌다.
WORDS 김한규(르 시뜨 피존 대표, 에이치콤마 디렉터)

 45  사륜구동 | 쉐보레 콜로라도

미국이라는 대륙이 낳고 키운 모델. 픽업트럭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다. 큰 거 좋아하는 미국인의 심미안을 자극하면서 각종 짐을 턱턱 싣는 실용성까지 품은 자동차. 투박한 멋과 실용을 거머쥔 채 독특한 형태로 발전한 모델.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만 맞는 말이다. 대륙의 다양한 지형을 넘나들 출중한 사륜구동 기술도 갖췄다. 픽업트럭이라는 장르는 결국 다목적 생활상에서 활약해야 한다. 사륜구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콜로라도 사륜구동 솜씨는 픽업트럭을 달리 보게 했다. 험로에서 사람도 짐도 편안하게. 역시 실용적이다.
CONTRIBUTING EDITOR 김종훈

  •  46  포맷 | 세로형

    ‘가로 본능’에서 이제는 ‘세로 본능’으로 바뀌고 있다. 그 트렌드의 시작을 알린 인스타그램. 문자만큼이나 익숙한 스토리, 라이브, IGTV의 핵심 기능을 내걸어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하반기 선보인 세로형 게임 ‘기적의 검’ 또한 인기리에 순항 중이다. 세로형은 가전기기에도 영향을 줬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The Sero)’를 야심 차게 내놓았다. 이름처럼 세로로 영상도 인터넷도 꽉 찬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그다음 세로형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올는지.
    EDITOR 차종현

  •  47  센서 | 후지필름 GFX100

    지난 6월 후지필름은 GFX100이라는 대형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했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보다 약 70% 큰 55mm의 이면조사형 이미지 센서다.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이 넓어졌으니 다루는 데이터의 크기도 늘어났다. 정확히는 1억2백만 화소이며, 이는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 최초의 수치다. 참고로 GFX100으로 촬영한 비압축 RAW 사진 한 장의 크기는 약 200Mb다. 심지어 16비트 TIFF로 변환하면 600Mb다. GFX100은 미러리스 시장을 크기로 압도했다. 커서 힙하다.
    EDITO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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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엔진 | 페라리 F8 트리뷰토

‘페라리 8기통 엔진에 대한 헌사’라니. 얼마나 8기통 엔진이 자랑스럽길래 이름을 저렇게 지었을까? 사실 완벽하게 새로운 엔진은 아니다. 488 GTB에 있던 8기통 엔진을 손질해 쓴 거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50마력, 최대토크는 1kg·m 높인 720마력, 77.6kg·m를 발휘하고 크랭크 샤프트 균형추, 티타늄 커넥팅 로드, 흡기 밸브 등에서 무게를 덜어내 엔진 무게도 18kg이나 가벼워졌다. 사실 페라리 8기통 엔진의 명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엔진을 얹은 차로 경주에서 우승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의 엔진’에 오르기도 했다. 페라리의 자신감은 자아도취가 아니다. 팩트다.
WORDS 김선관(<모터트렌드> 기자)

  •  49  비트 | 신세하 ‘1000’

    신세하는 더하기보다 덜어냈다. 덜어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1000’이라는 꽉 찬 숫자의 역설이다. 비트는 결국 드럼인가 싶다가도, 유기적 악기의 조합, 특히 저음과 저음이 만나 만들어내는 ‘그루브’라는 새삼스러운 이치. 베이스는 대개 뒤에 있지만, ‘1000’에서는 줄곧 앞장서 곡을 이끈다. 이 곡에서 베이스는 그 어떤 소리보다 잘 들린다. 허를 찌르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엄정화의 보컬만큼이나. 물론 이 모든 건 신세하가 벌인 일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많은 grooves, 내 vital rules. (중략) 나의 생각은 어떤 누구도 밀지 못할걸.” 베이스와 그의 비트만큼 묵직한 신세하의 맘의 무게다.
    WORDS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DJ)

  •  50  조경 디자인 | 아모레 성수

    숲을 빼닮은 이곳엔 화려한 꽃이 없다. 대신 비비추, 홀아비꽃대, 앵초 등이 잔잔하게 피어 자연의 고요함을 유지한다. 봄에는 꽃이 생동하고, 여름에는 갖가지 녹색이 중첩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갈변된 식물이 옛 자동차 정비소를 재생한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아모레 성수의 정원은 방문객이 감동과 안식을 향유하는 장소를 넘어 궁극의 목표를 갖는다. 정원의 모든 생명체가 행복하게 사는 안정적 환경인 ‘비오토프(biotop)’로서 온전히 작용하는 것. 이제 낮게 고인 물에는 잠자리 유충, 물벼룩, 물달팽이가 살 테고 내년 올챙이를 풀면 성수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릴 테다. 인공이 지배하는 성수에서 자연에 내어준 곳이다.
    WORDS 전종현(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PaTI> 편집장)

HIP OF THE YEAR 77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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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아레나> 편집팀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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