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가만히 곁에서

이상은의 음악은 늘 그랬다. 위로와 용기, 행복과 치유를 전해왔다. 소란스럽지 않게. 가만히 곁에 머물면서.

UpdatedOn November 13,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11/thumb/43261-391262-sample.jpg

니트 톱은 코스, 팬츠는 라코스테, 슈즈는 이상은 본인 소장품.

니트 톱은 코스, 팬츠는 라코스테, 슈즈는 이상은 본인 소장품.

/upload/arena/article/201911/thumb/43261-391263-sample.jpg

셔츠와 니트는 모두 렉토, 팬츠는 누마레, 슈즈는 코스 제품.

이상은이 새 앨범 <Flow>를 발표했다. 치유의 노래, 위로의 노래로 해석되는 이상은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상은이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리고 세대와 세대 사이에서 반짝이는 생명력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상은의 음악을 통해 느끼고, 치유하고 소화하며 때때로 힘을 얻었다. 잔잔한 위로를 전해온 이상은을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어쩌면 우린 늘 이상은의 음악을 들으며,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들을 잠잠하게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 15집 <Lulu> 이후 5년 만이다. 정말 오랜만이고.
뭔가 계속하고는 있었다. 공주로 내려가 공부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시간도 보내면서 정말 잘 쉬었다. 틈틈이 여행기도 쓰고, 음악 작업도 하고, 작년에는 스페인이랑 런던으로 가서 다큐멘터리도 촬영했다.

쉰 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 작은 공연도 하고, 앨범 준비도 하고. 원래 그런 거지 뭐!

 

“어른으로서 내가 잘하는 거.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신보가 정말 오랜만이다. 부지런히, 성실하게 앨범을 내오던 뮤지션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그렇지. 늦어도 2, 3년마다 꾸준히 앨범을 내왔으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시끄러웠지 않나. 정신없이. 그래서 잠깐 멈춰 있었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나 환경이 아닌 것 같아서.

쉬는 동안 어떤 생각들을 많이 했을까?
음반을 내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구나. 음악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착각했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걸 막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알겠더라. 그래서 빨리 안정되고, 평화로워지길 바랐다. 나, 우리, 사회가 전부.

음악을 통해 ‘치유’ ‘위로’ ‘용기’와 같은 감정을 전달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편안해지는 음악.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음악.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트렌디한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은 좀 다른 편이다. 치유나 위로에 방점을 두면 노래, 음악의 수명이 오래간다. 10년 전 곡이지만 지금도 들을 수 있고, 지금 만든 곡이 또 10년 후에 들릴 수 있다.

새 앨범 <Flow>에는 어떤 처방,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작년이 데뷔 30주년이 되던 해였다. 30년 정도 일했으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쉬어야지? 하하! 그래서 정말 편안하게 쉬면서 재충전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안정되니까 자연스럽게 가사도, 곡들도 잔잔하게 나오더라. 그즈음 다음 앨범은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음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뮤지션이 참여했다.
이규호 님, 강이채 님, 이능룡 님, 박성도 님 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프로듀싱은 김기정 님이 해주셨고. 몇 년 전 음악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쉬고 있을 때 툭 던지듯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기정아 우리 다음 음반 같이 만들자. 같이 하고 싶어.” 그렇게 5년이 지난 거지. 그런데 어제 공연 뒤풀이에서 기정이가 그러더라. “언니, 저 그때 언니 말 듣고 5년 동안 이 음반 준비했어요”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이런 친구가 내 옆에 있구나. 다들 너무 열심히 해주었다.

30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을까?
실험, 새로운 시도는 20~30대 때 전부 해봤다. 그렇다고 이제 실험적인 음악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때는 치열하게 아티스트로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지금 40대에도 내 것을 찾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변한 게 있다면 다른 부분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거? 과거에는 내가 아티스트로서,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관객이 보이는 거지. 관객이 행복해하는 거. 그들을 보며 무대에 서는 게 참 좋더라. 젊었을 때는 안 보였는데 이제는 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음악적 방향성이 그렇게 다듬어진 듯하다.

누군가에게 행복, 치유와 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최근 서점에 가보면 전부 위로 서적이다. 공감 서적이고. 그만큼 사회가, 우리가 많이 힘든가 보다. 어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아픔을 온전히 기억하려고 애쓴다. 치유해내는 과정도 전부. 그래야 전할 수 있으니까. 수필가를 직업으로 삼은 내 사명이다.’ 나도 그 작가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른으로서 내가 잘하는 거.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그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풀어낼 뿐이다. 어쩌면 내게는 가장 쉬운 일 아닐까.

지난 10월 9, 10일에는 단독 공연도 했다. 오랜만에 선 무대는 어땠나?
뉴트로가 트렌드라 그런지 20대도 많이 보였다. 신기했다. 과거의 이상은, 예전에 노래 부르던 이상은이 아니라, 현재의 나, 뮤지션으로서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진행형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또 그런 가능성을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무엇보다 내 성격이 후기, 평가 등을 다 찾아보는 성격이거든. 하하하! 공연 마무리하고 다음 날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별점이 전부 5개 만점인 거지. 줄줄이. 아, 됐구나! 싶었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 이상은의 음악이 있다. 어떤가?
너무 고마운 일 아닌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데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 사실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은 꽤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애쓰며 통과해온 시간이 이런 행복을 전하는 거니까. 힘들지만 앞으로도 더 치열하게, 고통스럽게 작업해나갈 생각이다. 또 그렇게 만든 음반일수록 생명력이 긴 것 같고.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시간의 무게감도 있겠지?
있지.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진행형이고 싶고. 세대 안에 살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그런데 그 시간을 통과하는 게 무척 힘들지만, 또 할 만하거든. 많은 것들이 엉켜 있지만 풀어낼 수 있거든.

30년 넘게 함께한 음악. 이제 이상은에게 어떤 존재일까?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 내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음악이 순간순간 알려주고 있다. 기분 좋은 존재.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upload/arena/article/201911/thumb/43261-391264-sample.jpg

검은색 코트는 질 샌더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1/thumb/43261-391261-sample.jpg

민소매 톱과 스커트는 모두 코스, 구두는 H&M 제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신기호
PHOTOGRAPHY 곽기곤
STYLIST 배보영
HAIR & MAKE-UP 장하준

2019년 11월호

MOST POPULAR

  • 1
    My Endless Blue
  • 2
    맥스러움, 롯스러움
  • 3
    OLDIES BUT GOLDIES
  • 4
    아쿠아 디 파르마 X 정한
  • 5
    작고 소중한 쁘띠 와인 4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안소희, "배우가 아닌 인간 안소희로서 일상에서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고 해요."

    배우 안소희의 <아레나> 7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아레나> 7월호 커버를 장식한 수영선수 황선우

    강인한 육체미를 자랑하는 황선우의 <아레나> 7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정한, 독보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세븐틴 정한과 아쿠아 디 파르마의 첫 만남이 담긴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 INTERVIEW

    손석구 되기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와 협상과 열정의 시간을 지나 자연인 손석구는 스타 배우 손석구가 되었다. 스타가 된 손석구는 이제 자연인 손석구가 간직하던 꿈을 펼치려 한다.

  • INTERVIEW

    이브의 경고

    ‘이달의 소녀’에서 독립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이브. 첫 EP를 발표한 그녀는 평온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열정을 노래에 담으려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인 연꽃처럼.

MORE FROM ARENA

  • LIFE

    중국 Net City

    새로운 도시가 생긴다. 스마트시티로 명명되는 이 도시들은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지고,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며,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는다. 그리고 여기에 자율주행이나 주민의 네트워크, 공동체, 민주주의 같은 개념을 이식한다. 기사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마트시티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이 도시를 설계한 건축가들과 스마트시티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물었다. 건축가들이 답하는 미래 도시의 조건이다.

  • REPORTS

    경계를 넘어

    고상이나 우아를 떠는 영화는 경계한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줘야 한다. 최동훈, 엄태화, 허정 감독은 이 굳건한 믿음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 VIDEO

    [A-tv] 2018년 2월호 커버영상

    '비 답다는 건?' 지난 15년 동안 한결같이 치열했고, 변함없이 뜨거웠던 남자, 비. 그랬던 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가방을 다시 고쳐 매고 여유있게 걷는 법을 배웠죠. 아시아의 스타, 요즘의 비다운 모습을 아레나가 포착했습니다. 지금 그 영상을 공개합니다.

  • LIFE

    DM 주세요

    요즘 가게들의 대접 방식은 기괴하다. 푸대접으로 느껴질 만큼 손님을 대한다. 예약은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만 받는다. 예약 양식을 지켜야 한다며 까다로운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도 장사가 잘된다. 불친절한 태도로 고객의 심리를 조종하는 요즘 가게들의 마케팅 방식을 짚어본다.

  • FASHION

    HOME ALONE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싶은,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