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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은 어떻게 키우나?

제일기획 CD 이채훈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렇다. 콘텐츠는 더 이상 매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케터들은 반 발 빠른 트렌디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브랜드, 광고,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들에게 물었다.

UpdatedOn October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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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ER•
이채훈 제일기획 CD
크리에이티브 광고

이채훈은 광고를 만든다. 널리 알려야 하는 상품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언어유희는 그의 장기이며, 사람들이 가장 높은 반응을 보이는 광고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낯설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구분한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최근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① 철저히 계산된 말장난
언어유희가 광고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인기 TV CF 50위권 콘텐츠들 7년치를 모아봤다. 그중 60%는 언어유희를 활용한 광고였다. 내게 언어유희는 광고 발상에서 강렬하게 메시지를 남기는 영리한 기법이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쉽게 기억시키며 브랜드 메시지나 제품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간결하고 강력한 언어다. 언어유희는 말장난이 아니라 메시지를 사람들 가슴에 박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버거킹 광고에서는 ‘새우 새우라고 새우라니까!’ 했을 때 그 앞에 차를 세우면서 느닷없이 새우가 네 마리 등장한다. 그래서 이 제품 이름이 ‘통새우 와퍼’다. 와퍼에 새우 네 마리가 들어 있다는 설명을 쉽고 강력하게 알리기 위해 그 상황과 새우라는 재료를 접목해 크리에이티브로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상품을 쉽게 기억했고 결과적으로 상품이 빠르게 ‘완판’됐다. 또 바나나 맛 우유 광고에서 일상의 고정관념을 깨는 반전 요소로서 언어유희를 활용했다. 제품이 등장하며 ‘이러니 바나나 안 반하나’라는 카피를 툭 던졌더니 그 말맛을 사람들이 인지하고 제품을 기억했다.

② 상황과 언어유희
회의에서 세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팀장이 말하고 있는데 팀원들이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경우다. ‘지금 팀장이 얘기하고 있는데 뭐하냐.’ 팀원들은 나름 철저하게 방어한다. ‘지금 팀장님 말씀하시는 걸 검색해보고 있다’는 식으로 ‘아이데이션’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 상황을 에피소드로 만들어봤다. 부장님이 젊은 대리에게 요즘 뭐 괜찮은 보험 없냐고 물어봤을 때 대리는 휴대폰만 보느라 그 말을 못 듣는다. 그때 ‘아니 내가 얘기하는데 공 대리 뭐 봐 뭐 봐!’ 그러면 공 대리가 ‘모바일로 바로 삼성화재’라고 답한다.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 언어유희를 더한 경우다. 언어유희는 모바일로 삼성화재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히 말장난이면 흩어지기 쉬운데 메시지가 논리적으로 연결되게끔 구성했다. 바나나 맛 우유에서도 같은 논리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자리 배치를 받을 때 인사팀장이랑 함께 어떤 팀으로 이동한다. 그때 엄청 무섭게 생긴 사람이 보이는데 저 팀으로 발령이 났다는소리를 듣는다. 직장 생활 끝났다며 절망하는데 무서운 분이 책상에서 노란 바나나 맛 우유를 꺼내 마신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다. 그처럼 선입견,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매력을 가진 제품이 바나나 맛 우유가 아닐까. ‘아 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라는 카피를 붙여 시리즈로 진행했다. 고객이 어떤 부분에 반응하고 어떤 부분에서 기억할 것인지 철저하게 계산한 다음에 쓰는 말장난은 그냥 장난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다.

③ 스낵컬처 꾸준히 흡입하기
감각은 꾸준하게 기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 첫 창을 주로 뉴스나 좋아하는 카테고리로 설정한다. 나는 젊은 친구들이 스낵컬처로 반영하는 짤들이 많은 코너를 메인으로 해둔다. 어떤 부분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환장하는지 항상 검색한다. 댓글들도 유심히 보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한다. 또 ‘빵’ 터지는 것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그런 노력이 광고 속 언어유희에 녹아나는 것 같다.

④ 관점 바꾸기
순수한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W라는 알파벳을 보면 누구나 더블유라고 답하는데, 어린아이한테 물어보면 더블브이라고 한다. 브이가 두 개 붙어 있으니까.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자부하는 부분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 관점을 바꾸는 기법이다.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끊임없이 찾아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라이벌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찾았다. 강을 사이에 두고 두 이웃이 물을 나누는 사이를 라이벌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 물을 경계로 경쟁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본질적인 출발점은 강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본질적인 접근을 해보는 건 어떨까. 혹은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 대학원 과제 중 좋아하는 제품 하나 선점해서 브랜딩 작업을 했다. 고급 쌀을 브랜딩하고 싶어서 이름을 에씨르라고 지었다. 교수님이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했는데, 영어 rice를 거꾸로 한 것이다. 역으로 보면 새로운데 그런 시도를 잘 안 한다. 생각이 잘 안 떠오를 때는 거꾸로 아니면 이 대상과 가장 반대되는 무언가를 찾아본다. 관계 있는 것을 찾는 게 일반적인 생각의 확장이라면 제일 반대되는 것을 찾는 작업은 새로움일 수 있다.

⑤ 세 줄의 힘
세 줄 일기라는 형식으로 간략한 일기를 매일 쓴다. 세 줄은 하루를 다 담기 부족한 양이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나 순간만을 기록한다. 매일 쓰다 보면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힘이 생긴다. 긴 호흡의 에피소드를 세 줄이라는 제한된 문장 안에 담으려면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하루를 길게 쓰는 것보다 의미 있고, 훨씬 더 생각을 확장시키고 머리를 말랑하게 하는 힘이 있다.

⑥ 서점에서
생각이 안 떠오르거나 답이 안 보일 때는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간다. 책 제목 보는 걸 좋아한다. 제목은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광고의 헤드라인과 같다. 고민 끝에 낸 한마디를 책 밖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것들을 한자리에서 둘러보는 것은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에서 풀리지 않는 실마리 같은 것도 찾고, 영감도 많이 얻고 또 표지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 책들만 봐도 요즘 사람들이 어디에 결핍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트렌드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틈만 나면 서점에 간다.

⑦ 공감대 형성하기
광고란 공감대를 펼쳐놓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살짝 얹어야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것만 던지면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지점 맨 앞에 양념같이 새로운 것을 톡 한 방울 떨어뜨리는 기술이 크리에이티브 광고에 필요하다. 그래서 항상 공감대를 염두에 두고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감대가 배제된 상태에서 새로움은 의미 없다.

⑧ 늘어나는 플랫폼, 지켜야 할 코어
중요한 건 본질적인 부분이다. 코어라고 하는데, 그걸 잃지 않아야 한다. 껍데기나 새로운 방식 자체에 현혹되어 다소 가볍거나, 휘발성 강한 크리에이티브들을 제안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코어를 유지한 상태에서 변신해나가야 한다. 음식을 다루는 콘텐츠라면 맛있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소비자가 먹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을 다루는 콘텐츠면 두근거림과 함께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느껴야 한다. 어떤 매체가 되었든 주체의 매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특이하게 만들어도 사람들이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코어를 유지하며 영리하게 하나씩 비틀어주고, 끌어들여야 한다. 자기중심이 명확하면 언제든 변신할 수 있다. 중심이 안 잡힌 상태에서 바뀌는 환경에 따라 나 자신이 좌지우지되면 절대로 상대를 끌어들일 수 없다. 자신이 주체가 아닌 개체가 되어 놀아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코어를 바탕으로 변화를 나에게 맞춰야 한다. 변화에 나를 맞추는 건 한계가 있다.

⑨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갬성’을 키울 수 있을까?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관찰한다. 세잔이 사과를 보듯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나 브랜드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대상 안에는 수많은 새로움이 있다. 크리에이티브란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그 가능성이 일상에 있다고 본다. 평소에 Why라는 물음을 계속 던진다. Why에서 Way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던지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걸 얼마큼 지속하느냐, 끈기 있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원하는 감성의 크기, 생각의 규모가 달라지는 것 같다. 감성을 간직하고 혼자 도서관에서 책 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혼자 사색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갬성'은 어떻게 키우나? 시리즈 기사

'갬성'은 어떻게 키우나? 시리즈 기사

 

Thinking Lab CEO 박진아

VMD 이경미&정은아

우아한형제들 CBO 장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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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조성재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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