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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블은 누가 지키지?

UpdatedOn June 26, 2019

마블의 세 번째 챕터가 끝났다. 무려 11년 만이다. 하지만 대단원의 안녕도 잠시, 감동과 여운으로 채워지던 대중의 화두는 이내 걱정과 우려로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가 영 아쉬운 대중의 뾰족한 마음이, 간판 히어로 없이도 여전히 MCU가 매력적일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과연 MCU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에도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EDITOR
 신기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내일은 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향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새로 진용을 꾸릴 마블 히어로들의 이름값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여성과 흑인, 동양인 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시리즈의 매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이 그렇다. 잠시 시간을 돌려 <엑스맨>(2000) 기획 당시로 가볼까. 슈퍼히어로가 팀 개념으로 등장하고 팀원은 주로 비주류, 거기에 독립 영화 한 편으로 주목받은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려 하자 반대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반발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취향이 다양해지는 관객의 구미를 맞추기에는 팀 개념의 슈퍼히어로가 적합하다며 프로젝트를 강행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케빈 파이기다.

케빈 파이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기획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다. 좀 더 이야기하면, 히어로의 활약상을 히어로‘들’로 확장했고, 시리즈 개념을 챕터로 바꿔 유니버스를 창조한 데 이어, 백인 남성 일색이던 히어로의 인종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그런 케빈 파이기가 장르의 변화를 꾀하는 지점은 시대에 있다. 영화 내외적인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영화의 주도권이 TV 드라마로 이동하자, 무수한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저작권을 묶는 ‘챕터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이 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먹혀들자 로케이션을 세계 각지로 늘렸고, 무엇보다 블랙 팬서, 캡틴 마블 등 전과는 다른 모습의 슈퍼히어로를 차례로 선보이며 흥미를 더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를 두고 어떤 이는 PC(정치적으로 올바른)한 접근이 기존 팬을 등 돌리게 할 것이라며 날 선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월트디즈니컴퍼니 부사장직을 지내고, 20세기 폭스 인수 협상에도 참여했던 데이비드 콘블럼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최한 <스타워즈 아카이브: 끝나지 않은 연대기>의 게스트 자격으로 초대된 것이다. 관객 중 한 명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PC 정책이 <스타워즈>의 기존 팬들을 떠나게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 “그것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도 덧붙였다. 데이비드 콘블럼은 답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힘들다. 다만, 기존 팬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팬층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고민하고 있다.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흥행 결과가 증명한다”고.

실제로 개봉 전부터 여성 히어로의 등장만으로 논란이 있었던 <캡틴 마블>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 수익 2위를 기록 중이다. 또 흑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블랙 팬서>(2018)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22편의 영화 중 흥행 수익 맨꼭대기에 있다(박스오피스 모조 참조). 케빈 파이기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미래는 그래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WORDS 허남웅(영화 평론가)​ 

이미 모든 것을 이룬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은 이미 불멸의 상징이 되었다. 짐작건대 앞으로 할리우드 역사는 <엔드게임> 전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영화의 역사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할리우드에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2001년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프랜차이즈 무비를 ‘시리즈화’하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나아가 지구촌에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을 처음으로 등장시켰다. 물론 <인크레더블 헐크> <퍼스트 어벤져>처럼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영화도 있었지만, 결국 <엔드게임>의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거두절미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공 요인은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누적 효과다. 한국은 오랫동안 <스파이더맨>을 제외하고는 히어로 영화가 크게 성공한 적이 없는 시장이었다. SF와 히어로 무비가 잘 먹히지 않는 시장을 마블은 지속적으로 두드리며 공략했다(‘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반감을 우려해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캡틴에 열광한다). 또 하나는 ‘Alone&Together’ 전략이다. 즉 히어로의 ‘솔로 무비’와 어벤져스의 ‘팀 무비’를 오가며 무려 22편의 영화를 모두 섭렵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히어로가 다수 등장하는 캐릭터 영화의 재미를 발견했고, 서서히 중독됐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네 번째 단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결국 11년의 전사(全史)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할리우드라고 해도 3억5천6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는 모험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여기에는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의 지속적인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전 세계 박스오피스의 기록을 경신 중인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퇴장(대립의 축이었던 두 히어로의 죽음과 은퇴)하면서 ‘어벤져스’를 작동시킬 구심력은 사라졌다. 그러니까 앞으로 찾아올 ‘솔로 무비’의 히어로는 우리 뇌리에 각인된 어벤져스라는 팀 없이, 또 히어로들을 빛나게 해줄 우주 최고의 빌런 타노스 없이, 각개전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8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5년 만에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내놓았다. 하지만 흥행뿐만 아니라 완성도에서도 <해리 포터>의 바통을 이어받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감한 상상력과 천문학적인 자본으로 빅 픽처를 그렸던 마블이 그런 실수를 할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엔드게임>이라는 ‘예언적’ 타이틀에서 느껴지듯이, 관객은 히어로 무비와 블록버스터에 대한 임계점을 경험했고, 향후 그것을 단숨에 넘어서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여기에는 과연 마블이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그 이상의 블록버스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마블은 위대했다. 


WORDS 전종혁(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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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신기호
WORDS 허남웅(영화 평론가)​, 전종혁(영화 평론가)​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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