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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똑똑한 진화

서울 곳곳에서 한옥이 변화하고 있다. 아니, 진화 중이랄까? 본래의 편안함과 멋스러움은 간직하면서도 새로움을 더해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매력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은 한옥 공간 넷.

UpdatedOn May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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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 안국점

카페 좀 다녀본 사람이 카페 어니언을 모르기는 쉽지 않다. 1호점이기도 한 어니언 성수점은 2016년 오픈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고 여전히 인기가 좋다. 그런데 요즘 누군가 당신에게 “어니언 가봤니?”라고 묻는다면, 어니언 안국점에 대한 질문일 확률이 높다. 지난 3월 문을 연 어니언 안국점은 단연 핫 플레이스다. 어니언 안국점의 압도적인 매력은 공간에서부터 비롯된다. 어니언의 아트 디렉터인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는 안국점이 자리할 공간을 전체적으로 리뉴얼했다. 무엇을 더하기보다 비워내기에 집중했다.

안국점의 베이스가 된 건물은 1백 년도 더 된 소중한 한옥인데, 최근까지 중정도 없애고, 한옥 특유의 나무 구조들은 가벽이나 벽지로 가리고 사용했다. 패브리커는 가벽과 벽지를 뜯어내고 중정을 다시 만들었다. “중정에 하얀 자갈을 깔고 실내 바닥은 백색 톤으로 완성했어요. 한옥의 뼈대나 천장 등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을 고민하다 ‘하얀 도화지 위의 한옥’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백색 디자인을 사용했어요.” 패브리커의 설명을 들은 후 안국점을 둘러보니 확실히 곳곳에서 한옥의 모습이 잘 느껴졌다.

안국점의 강점은 ‘시선의 높이’다. 기존에 창의 크기나 높이가 좌식 생활에 맞추어 설계돼 안국점을 만들 때 칠만 새로 한 실내 바닥 위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으면 손님들은 창문 너머의 풍경을 잘 감상할 수 없었으리라. 패브리커는 그렇다고 모든 공간을 좌식으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테이블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편의도 고려했다. 대신 테이블이 있는 공간의 바닥을 낮추고, 서서 빵을 고르는 공간의 바닥은 더 낮추면서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도 시선이 편안하고 즐겁도록 개조했다.

물론 안국점을 얘기할 때 커피와 빵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메뉴를 주문할 때 원두를 어니언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중 선택할 수 있다. 이곳의 빵은 성수점이나 미아점처럼 브레드05와 컬래버레이션해 어니언의 스테디셀러인 팡도르, 앙버터, 고소미부터 안국점에만 있는 허니매생이, 서리태스콘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허니브레드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과 매생이의 짭잘한 맛의 밸런스가 뛰어난 허니매생이는 큰 인기를 끌면서 안국점의 시그너처 빵으로 자리 잡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5
문의 070-7543-2123
인스타그램 @cafe.o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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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홈 카페 아트선재센터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은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고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모든 공간 프로젝트에는 ‘올모스트홈’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도 진행한다. 올모스트홈 숍, 올모스트홈 쉐어, 올모스트홈 카페를 운영 중이고,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계획 중이다. 지난 3월 아트선재센터 안쪽에 오픈한 올모스트홈 카페 아트선재센터점은 전통적이면서도 앞쪽 큰 창 덕에 모던해 보이는 한옥에 오픈했다. 에피그램이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시장 안에서 아트 숍과 카페를 운영하면서 카페와 아트의 만남이 좋은 시너지를 낸다는 점을 느꼈고, 그곳에서 아트선재센터와 인연을 맺은 덕분이다. 그 결과 아트선재센터점은 가끔씩 전시나 행사를 진행하던 한옥에 문을 열었다.

한옥의 구조는 그대로 살린 채 내부를 새로운 테이블, 의자, 조명, 분재, 커피 머신 등으로 채우는 식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아트선재센터점에서 인기 있는 공간은 툇마루다. 다른 한옥 베이스의 카페에서 보기 힘든 툇마루에 걸터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나 아트선재센터점 이전부터 전시된 박이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엄청난 보너스도 누리면서 말이다. 아트선재센터점 실내에는 간결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이 한옥과 참 잘 어울리는 굿핸드굿마인드의 가구들이 놓여 있고, 최근 더욱 로컬 이슈에 관심을 쏟는 에피그램이 카페 근처 공방에게 의뢰한 조명들이 달려 있다. 올모스트홈 카페 2019 S/S 시즌 테마 ‘하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팸플릿(무료다)을 포함해 삼화금속의 미니 솥, 우보농장의 토종 쌀, 놋담의 유기그릇, 카페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커피잔, 카페 로고가 새겨진 가방, 앞치마, 양말, 텀블러 등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점은 공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차와 디저트가 있어 더욱 특별하다. 에스프레소 메뉴를 최소화하는 대신, 녹차 라테, 참마 라테, 쑥차 라테 등 이곳만의 시그너처 음료를 소개한다. 녹차, 벚꽃차, 매화꽃차도 준비해놓고 있다. 이북경단, 양갱, 쌀강정, 약과, 연근칩 등의 디저트도 눈에 띈다. 재밌는 점은 아트선재센터점의 이번 시즌 테마가 하동이라서 녹차, 벚꽃차, 매화꽃차는 모두 하동산이고, 에피그램의 2019 S/S 시즌 컬러가 핑크와 민트여서 현재 판매하는 디저트는 민트색부터 짙은 초록색까지 다양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문의 02-734-2626
인스타그램 @almosthome_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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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퍼티쿠시 경복궁점

와인 바 심퍼티쿠시에서는 ‘선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서는 아니다. 메뉴판의 와인은 모두 스무 종류 정도밖에 안 된다. 선택의 즐거움은 가격에서 비롯된다. “심퍼티쿠시에서 판매하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가격이 3만6천원이에요. 와인 바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가격 3만6천원으로 모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판매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재밌어요. 보통 와인 바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가격에 예민해져 결국 와인 리스트에서 중간 가격대의 와인으로 주문했는데, 이곳에서는 가격이 아닌 맛으로 와인을 주문할 수 있어 좋다는 손님들이 꽤 있거든요.” 회사 입사 동기로 만나 지금은 심퍼티쿠시를 함께 운영하는 두 대표는 이를 ‘3만6천원의 매직’으로 표현했다. 대중적인 가격으로 인해 와인 선택의 방향이 달라지고 즐거움이 뒤따르니 말이다.

공간 얘기를 하자면, 2017년 12월 심퍼티쿠시 한남점 오픈 이후 2호점을 구상하던 두 대표는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내자동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오픈한 2호점인 경복궁점은 일단 위치는 합격이었지만 건물이 문제였다. 두 대표는 내자동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전통 한옥 느낌은 간직하되 갤러리 느낌도 나는 모던한 한옥으로 콘셉트를 설정하고 리뉴얼을 대거 진행했다. 가려져 보이지 않던 서까래를 노출하고, 복층 공간을 없애 층고를 높였다. 안쪽 창고 벽을 뚫어 생긴 정사각형 공간에 테이블을 하나 놓았는데, 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액자 속 작품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이 가능하다.

경복궁점의 음식 메뉴 중 인기 있는 곶감치즈플레이트는 공간의 영향을 받은 듯 한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잭치즈와 함께 둥글게 만 곶감, 그라노파다노 치즈칩, 베리 콤포트가 올라간 크림치즈, 더덕튀김, 김부각으로 구성되었다. 경복궁점의 포트 와인 세 종류와 잘 어울린다. “스파클링 와인 중 카스텔블랑 까바 세미 세코를 선택해보세요. 부드러운 산미와 달콤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따뜻한 날씨에 마시기 좋아요. 이 와인을 마시면서 포크 리예트 브루스게타를 곁들여도 좋아요.” 경복궁점에서 가격적, 심리적 부담은 떨쳐냈지만 선택장애로 주문을 쉽게 못하는 사람을 위해 셰프에게 5월에 어울리는 와인과 음식을 추천받았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8-5
문의 070-7797-0606
인스타그램 @szimpatikus.se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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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참

“바에 익숙한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 모두가 바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예전부터 바를 1층에 오픈하고 싶었어요. 편안한 동네에서 오픈된 느낌의 바를 운영하면서 한국에서 바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어요.” 바 참의 임병진 오너 바텐더의 바람은 매우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바 참은 소박하고 조용한 통인동 거리에 위치한다. 한옥 외관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입구 옆 큰 창문이 반쯤 열린 블라인드 사이로 실내가 살짝 보여 안으로 들어가기 부담스럽지 않다.

바 참은 실내 역시 편안한 분위기다. 바의 이름이 힌트가 될 수 있는데, 바 테이블, 의자, 백 바 등 거의 모든 가구를 참나무로 만들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장식 오브제도 최소화했는데, 술과 사람, 음악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한 임병진 오너 바텐더의 생각으로 완성한 공간이라 그런 듯하다. 이곳은 심플해 보이지만 바 테이블 맞은편에 위스키 병으로 만든 조명들과 프랑스의 어느 오래된 동네 살롱에 있을 법한 조명들,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서까래와 하늘이 보이는 천장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바 참의 매력 지수를 드높인다.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잘 보여 트인 느낌을 주는 바 테이블의 창가 쪽 자리도 매력적이다.

칵테일은 바 참에서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 바텐더들이 인정하는 바텐더로도 유명한 임병진 오너 바텐더가 만드는 칵테일은 한마디로 창의적이고 맛있다. “따뜻한 날씨에는 작은 얼음을 쓰는 시원한 음료와 녹색 허브들을 활용한 칵테일이 좋아요. 그래서 진진뮬(Gingin Mule)을 추천해드려요. 진의 보태니컬한 느낌과 민트, 생강이 어우러진 시원한 칵테일입니다.” 조만간 바 참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임병진 오너 바텐더의 추천대로 진진뮬을 마셔보면 어떨까? 다양한 한국 술 베이스의 칵테일들도 추천한다. 그중 ‘제주’는 제주 특산물인 귤과 제주의 술인 고소리주와 혼디주가 들어간, 상큼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워 타입의 칵테일이다. 새하얀 접시 위에 돌과 귤이 플레이팅되고 그 위에 백자로 만든 잔에 담긴 ‘제주’의 맛은 제주 그 자체다. 경쾌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글렌피딕 12년산은 이른 저녁에 마시기 좋다. 부드러운 바닐라의 느낌 위에 솔과 서양배 향이 산뜻하게 더해진다. 이와 같은 향과 맛을 느끼면서 창밖 풍경을 안주 삼아 근사한 저녁을 보내보길 바란다. 물론 이곳에는 라사냐나 브루스게타 같은 진짜 안주도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7길
문의 02-6402-4750
인스타그램 @bar.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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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이응경
PHOTOGRAPHY 정지안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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