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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미래는?

UpdatedOn March 27, 2019

뉴스에서 잊을 만하면 전하는 목록이 있다. ‘10년 뒤 사라질 직종들’. 머지않아 여기에 ‘커피 업계 종사자’가 오를지도 모르겠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커피 신이 핫한데, 무슨 말이냐고? 2040년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커피가 멸종하는 시기로 예견된다. 20년 남짓 남았다. 한편 지구에서, 커피는 매일 20억 잔 이상 소비된다. 커피 시장은 성장하고 조밀해진다. 인간이 커피를 즐기는 방식도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커피 신이 이렇게 뜨거운데, 20년 뒤에는 아라비카 커피를 수확하지 못할 것이라니. 과연 커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커피에 안녕을 고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걸까?

EDITOR 이경진

3세대 커피 시대의 정점에 부쳐

성인 중 커피에서 자유로운 이, 몇이나 될까? 현대 사회에서 커피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커피가 주는 동력으로 사회가 굴러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에 보급된, ‘둘, 둘, 둘’ 인스턴트 깡통 커피가 시발점이다. ‘빨리빨리’와 ‘쉽게쉽게’가 미덕이었던 시절, 스틱형 믹스 커피가 발명된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형화된 단맛. 커피, 크림, 설탕이 정확히 삼위일체를 이루는 그 탁월한 풍미 덕에 믹스 커피는 지금도 태국으로, 베트남으로, 중국과 러시아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1980년대가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였다면 1990년부터 2000년에 이르는 2세대 커피 문화는 또 다르다. 스타벅스가 첫 매장을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1999년은 한국의 커피 신에서 특별한 해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고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와 같은 본격적인 에스프레소 음료의 시대가 열렸다. 다방 시대에서 벗어나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보장된 품질의 커피를 동일한 인테리어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야말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미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새로운 맛을,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고 더 특별한 것, 나만의 것을 찾아 나선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1만2천여 개의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쇠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시대도 종결된 것 같다. 이제는 3세대 커피 시대다. 획일화된 커피 맛에 지친 애호가들은 스페셜티 커피를 갈구한다. 단순히 마시는 경험에서 벗어나 직접 로스팅하거나 전시에 참여하는 형태로 커피 문화는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커피는 그저 마시는 음료가 아닌 것이다.

지난 2월 17일까지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린 <커피사회 : 커피를 통한 사회문화 읽기> 전시처럼 커피는 이제 체험의 영역으로,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설치 전시, 음악, 그래픽, 영상으로 커피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이번 전시의 골자였다. 10만여 명이 다녀갔다는 통계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말 그대로 ‘브랜딩’에 박차를 가한다. 커피의 맛뿐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를, 취향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소비자에게 투영하고 있다. 생두 상태부터 로스팅,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브랜딩에 어김없이 털어 넣는다. 마포구 도화동의 ‘프츠 커피 컴퍼니’, 용산구 보광동의 ‘헬카페’ 브랜드 등이 그렇다. 이들은 브랜드 로고로 만든 ‘굿즈’를 판매하고 의류, 호텔 등 카테고리가 다른 브랜드와도 용맹하게 협업한다.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가 뚜렷하고 취향이 확실한 커피 브랜드야말로 한국 커피의 미래이고 희망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들이 커피의 멸종과 지속 가능성에 관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준다면 어떨까? 커피의 멸종 위기라는 무시무시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되지 않을까?

WORDS 백문영(칼럼니스트)

더 지독하게 묻고 따지고 마셔보자

커피가 자랄 수 있는 땅의 조건을 알고 있는가? 커피 나무는 지속적으로 따뜻한 기후, 적당한 비, 부분적으로 그늘진 땅이 필요하다. 기온이 30℃만 넘어도 잎이 떨어져버리기 일쑤다. 최적의 조건을 나열하자면 15~20℃ 정도의 기온, 연중 60~70%의 습도, 1,400~2,500mm의 연간 강우량, 2,200~2,400시간 정도의 연간 일조량이라는 꽤 까다로운 요소들이 붙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커피의 주 생산지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와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숲 지대는 점차 뜨겁고 건조해지고 있다. 이미 2015년에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지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베트남 커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가뭄에 원두는 작아지고 수확도 줄었다.

빙하가 녹아 작은 얼음 조각에 오갈 데 없이 발 묶인 북극곰의 영상쯤 되면 모를까, 한 식물 종의 멸종 이슈 정도야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여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지나치게 무감하다. 그래도 커피는 문명인이 가장 사랑해온 음료가 아닌가.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생 커피 나무 1백24종 중 60%는 멸종될 위험에 처했다. 이 사실은 상업용 커피 재배의 미래까지도 위협한다. 수확을 위해 재배되는 커피의 대표 격인 아라비카 커피, 로부스타 커피 중 로부스타는 1백여 년 전, 야생에서 도입된 재배 품종이었다. 야생종은 상업 재배를 위한 커피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원인 것이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도에서 남위 25도에 걸쳐 있던 커피 존(커피 재배 가능 지역)의 북방한계선은 이제 북위 27도선까지 상승했다. 지구가 계속 더워지면 재배 가능 지역의 온도조차 점점 높아질 거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커피 생산에 필요한 기후 조건을 아예 상실하고 만다. 아니 멸종 이전에,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커피의 맛과 질부터 잃을 것이다.

커피 종자들을 종자 은행에 보관하는 방법은 어떨까? 그러나 야생 커피 씨앗은 습도가 낮고 차가운 상태에서 보존될 수 없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해법은 이것이다. 커피 도매상들이 커피 생산자에게 공정한 값을 치러, 커피 재배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품종을 보존할 수 있게 돕는 것. 야생 커피 나무를 보호하고 커피 작물을 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국가와 대규모 브랜드가 숲을 보존하고 재건하는 것. 우리의 커피 소비 문화는 이제 커피의 품종, 음용 조건, 추출 방식까지 알고 즐기려는 차원에 도달했다. 맛있는 커피에 관한 지성의 수준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높아졌다. 이제는 맛을 넘어 지속 가능한 커피에 관심을 가질 때다. 커피의 재배 환경, 생산 조건, 공정한 거래 여부를 묻고 따지며 마셔야 한다. 더 지독하게.

EDITOR 이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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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진
WORDS 백문영(칼럼니스트)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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