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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미래, BTS에게 바통을 이어받을 자 누구인가?

BTS, BTS를 너무 얘기해서 지겨울 수도 있는 2019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K-팝의 미래는 포스트 BTS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UpdatedOn January 16, 2019

두드리는 자에게만 열린다

근본적인 의문 하나. ‘포스트 BTS’ 즉 ‘제2, 제3의 BTS’란 무엇인가.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남성 7인조 보이 그룹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힙합을 베이스로 직접 곡을 쓰는 아이돌을 말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한 해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두 번이나 오르는 아이돌 그룹을 말하는 것인가. 연예, 문화계는 물론 사회, 경제계까지 들고 일어나 BTS의 다음을 궁금해하는 건, 그만큼 뜨거운 이슈라는 증거일 테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BTS가 2018년 한 해 동안 걸어온 길은 지금까지 한국 대중음악계에 존재하지 않았고,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으며, UN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고, 니키 미나즈, 스티브 아오키 같은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과 자연스레 함께 작업을 했다. 방탄소년단보다 전 세계 아미(ARMY)를 대상으로 한 BTS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졌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한국 대중음악계가 낳은 가장 세계적인 스타다.

이쯤에서 사람들이 자주 잊는 건 BTS가 지금의 자리를 만들기까지 행한 부단한 노력이다. 그것은 치밀한 기획과 준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고 시대와 절묘하게 호응한 준비된 행운이기도 했다. 소위 ‘잘되는’ K-팝 아이돌의 기본이라 생각하는 탄탄한 음악과 무대를 바탕으로 질과 양 모든 면을 충족시키는 자체 제작 콘텐츠들, 국경도 인종도 초월하는 유튜브의 눈부신 성장이라는 급격한 미디어 지형도 변화까지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BTS였다.

BTS는 BTS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말은 즉, 포스트 BTS가 되려면 이 모두를 기본으로 갖추거나 최소한 완벽히 숙지한 상태로 자신들만의 ‘매력’을 발굴해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말은 쉽다며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면 이 글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하나 반가운 호재는 BTS 효과로 인해 그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영미권 시장이 K-팝에 조금씩 시장과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문은 분명 직접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다, 두드리는 것에만 관심 있는 이가 아니라.

WORDS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BTS는 BTS다

얼마 전 MAMA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하며 눈물 흘리는 BTS를 본 적 있는가? 너무 힘들어서, 2018년 초까지만 활동하고 그만두려 했다는 충격적인 발언과 함께 “우리가 무대에 서 있는 것은 오직 팬 여러분 때문이다”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많은 아미(ARMY, BTS 팬클럽)들의 가슴을 찢어놓은 바 있다. 다들 어리둥절했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포스트a BTS’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느낀 버거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지. 빌보드 앨범 차트를 제집 드나들 듯하는 통에 국내 음악 시상식이야 뭐 으레 받는 거라 여길 것 같았는데 저렇게 감격하며 오열하다니.

팬들이 BTS의 매력 수천 가지 중 일관되게 꼽는 것은 ‘겸손함’과 ‘노력’이다. 발표하는 싱글마다 빌보드 차트를 공략하는 BTS가 ‘더 잘하고 싶은데 뭔가 버거워서’ 혹은 ‘모두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어서’ 눈물 흘리는 것도 이 맥락에서 납득이 간다. 벌어놓은 돈다발을 뿌리면서 ‘나 이 정도로 잘나간다’고 말하는 머니 스웨그 같은 건 이들에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K-팝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여전히 최고 자리에 있지만, 이들이 남몰래 흘렸던 눈물이 MAMA 시상식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잠시 딴짓을 하고 있던 아미들은 대동단결했고, 화력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전망이다.

‘BTS가 정점에 섰고, 기반을 잡은 2019년 이후 K-팝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난제다. BTS의 바통을 이어받을 아이돌 그룹은 당분간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물론 더 많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 중인 다른 아이돌 그룹의 희망을 뺏고 싶진 않지만, 노력과 운이 맞아떨어져 이만큼 성공을 이뤄내기가 어디 쉬운가. 여느 집안에 3대에 걸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장원급제를 또 한 번 기대하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다.

EDITOR 서동현

예측 불가능이 예측이다

성공 후 원인을 분석하는 건 어렵지 않다. SNS를 통한 팬과의 활발한 소통, 완성도 높은 음악과 뮤직비디오, 단발성 기획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성장 서사,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형 아이돌, 자신을 사랑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 등. 그렇다면 이들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만 하면 포스트-BTS가 탄생할 수 있는 걸까? 아무도 BTS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포스트-BTS가 탄생할지도 알 수 없다. 원래 공식이 없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식 아니던가. 2018년이 되기 전 닐로, 숀, 장덕철이 음원 서비스 1등을 할 거라 누가 예측했겠는가.

포스트-BTS의 탄생과 관계없이 디지털 뮤직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멜론(로엔)에 대항해 지니뮤직에서 음원을 독점 유통하던 3대 기획사(KMP홀딩스)는 각자의 길로 떠났다. 대신 지니뮤직은 엠넷을 인수해 사용자 수를 늘리고 멜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과거 멜론을 내줘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한 SKT는 SM, JYP와 손잡고 자회사인 아이리버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를 론칭한다. YG는 네이버와 손잡고 YG PLUS를 통해 네이버 뮤직 운영을 대행하고 이는 바이브로 이어진다. 두 서비스 모두 차트보다 인공지능과 개인화 추천을 내세운다. SM, YG, JYP, 빅히트, 스타제국, 미스틱, FNC는 한국판 베보(Vevo)를 설립해 유튜브에 자사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음악 홍보 및 유통 채널로서 유튜브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택한 결정이다. 성공적으로 론칭된다면 로엔에서 운영하는 K-팝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1theK)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를 만드는 CJ ENM은 올해도 <프로듀스 00> <고등래퍼> 등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자체 레이블의 덩치를 키우고 서브 레이블을 늘려가며 미디어의 이점을 누릴 예정이다. 하지만 <슈퍼스타K>의 몰락이나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이 전과 같지 못하다는 지적처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K-팝 산업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어떤 예측을 해도 2019년 이맘때는 우스꽝스러운 말이 될 것이다.

WORDS 하박국(영기획 YOUNG, GIFTED&WACK 대표, 기술인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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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서동현
WORDS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하박국(영기획 YOUNG, GIFTED&WACK 대표, 기술인간 에디터)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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