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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우스들의 로고 변화는 계속될까?

몇 년 전 에디 슬리먼이 내놓은 파격적인 생 로랑 로고는 이제 네모반듯한 로고 변화의 선두에 있다. 하우스 브랜드들의 로고 변신은 동시대의 과제일까, 유행일까?

UpdatedOn January 29, 2019

변신보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

유행인지 과제인지 모를 패션 브랜드들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단순해 보일 정도로 간결하게 덜어내고, 자간부터 획의 두께까지 완벽하게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이런 본격적인 흐름의 첫 주자는 역시나 에디 슬리먼이었다. 에디 슬리먼이 2012년도에 ‘이브 생 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후, 컬렉션보다 먼저 발표한 건 전혀 새로운 로고였다. 결벽적으로 정돈된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의 상징적인 ‘Y’의 부재는 당시에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누군가는 에디 슬리먼이 브랜드의 유산을 단절시켰다고도 말했다.

그는 2018년에 셀린느의 새 수장에 오르면서 단순히 디자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틱,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디렉터라는 직함을 받아들였다. 연이어 발표된 새로운 로고는 프랑스식 악센트를 지우고 글자 간격을 좁힌 디자인. 오히려 브랜드의 초기 디자인으로 돌아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셀린느의 새로운 로고에 대한 날 선 시선은 여전하다. SNS상에서 길거리에 붙은 셀린느의 새 시즌 캠페인 포스터에 다시 악센트를 단 사진들이 왕왕 발견되기도 했다. 그중에는 피비 필로를 그리워하는 열렬한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형태와 흐름이 비슷해진 패션 하우스 브랜드들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생 로랑 이후,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부터 최근 발망까지 굵직한 패션 브랜드들이 저마다 로고를 바꿨다. 가장 큰 목적은 두 가지로 나뉜다.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하고 재정립하기 위해서, 또는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 극단적인 예지만 모두 에디 슬리먼이 보여준 방식이다. 뎀나 바잘리아가 이끈 발렌시아가의 제2 전성기에 새로운 로고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의문이다.

한창 불붙었던 로고 플레이의 열기는 앞으로 얼마나 갈까? 점점 짧아지는 디자이너 교체 시기도 마찬가지다. 당장 5년 뒤 하우스 브랜드들은 흰 바탕의 검은 활자들로만 이루어진 로고들에 어떤 색을 입힐 수 있을까? 단 몇 줄 글로 디자인의 변화 요소를 설명하기보다는 현재 모양처럼 반듯하고 단단하게 브랜드의 방향성을 밀고 나가길 기대한다. 이건 단순히 비주얼 프로젝트가 아니라 브랜드 아카이브의 쇄신이니 말이다.

EDITOR 이상

뉴 로고 웨이브(New Logo Wave)

대대적인 소란과 함께 버버리가 모노그램과 로고를 교체하며 패션 정체성을 갈아치운 뒤, 또 하나의 패션 하우스가 변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뉴 로고 웨이브에 발망 또한 산 세리프 계열의 서체를 바탕으로 B와 P를 겹친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기존의 기하학적이고 미로와 같은 모습으로 이루어진 발망 로고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갑작스러운 로고 변화의 이유는 ‘브랜딩’에 있을 테다. 아무래도 버버리와 비슷한 행보를 걷지 않을까 싶은데, 브랜드 방향성에서는 뒤처진 행보를 걷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발망의 새로운 컬렉션은 시그너처 로고를 가방과 벨트 등의 액세서리 포인트로 잡는 데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큰 변화 없이 브랜드의 대문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패션 하우스들이 기존의 명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 이유는 패션 자체보다,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정체성 성립에 있다. 이 점에서는 이견 없이 동의한다. 과거의 패션에선 디자이너는 죽고, 이름만 남았다. 현대 패션의 진화 측면에서는 이제 이름을 건드리는 것만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너도나도 로고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다음 ‘행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성’은 어김없이 발견된다. 뉴 로고 패션 브랜드의 워드 마크(Word Mark)에서 차용하고 있는 서체는 대부분 ‘산 세리프(San Serif)’ 계열의 고딕 서체다. 가독성과 밸런스, 그리고 미디어적인 측면에서 미감이 높지만 밋밋해 보이는 서체다. 문제는 하나같이 산 세리프 계열 서체를 사용하며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로고를 차용한 브랜드의 워드 마크를 보거나, 패션 하우스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산 세리프 서체는 어디든지 갖다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행처럼 번진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오프화이트와 꼼 데 가르송이 헬베티카(Helvetica) 서체로 만들어내는 아이템들이 활용 방안의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로고’의 변화는 분명히 리스크를 수반한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는 패션 하우스에 달려 있겠지만, 이처럼 일반화되는 서체의 움직임은 더 큰 리스크를 수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WORDS 김수호(패션 칼럼니스트)

예전 로고, 요즘 로고

내가 아는 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로고는 포스터 예술가이자 서체 디자이너인 아돌프 무롱 카상드르가 디자인한 YSL이다. 당시로서는 로고 한 가지에 두 가지 폰트를 넣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브 생 로랑의 감성과 성적 모호함을 로고에 집어넣었다. 세로로 길쭉하게 YSL을 엮은 로고 역시 오트 쿠튀르의 우아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2012년, YSL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에디 슬리먼은 로고부터 손질하며 브랜드 쇄신을 꾀했다. 그는 과감하게 로고에서 Y를 탈락시키고 삐뚤삐뚤한 로고를 바로 세웠다. 브랜드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때부터였을까, 하우스 패션 브랜드들은 수장이 바뀌면 마치 전례 행사처럼 브랜드 로고를 손본다.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이 그랬고,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 등 그 리스트는 일일이 풀어놓기도 힘들 정도. 물론 최근에는 수장이 바뀌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리뉴얼할 때 상징적으로 로고부터 성형한다. 하지만 이 트렌드 아닌 트렌드가 재미나게도 브랜드 로고들을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놨다. 그리고 저마다 약속한 듯 ‘현대적인’ 감성을 담았다는 변을 내놨다.

과거 YSL 로고가 사람이 만든 조각품 같았다면, 지금의 로고는 컴퓨터가 찍어낸 듯하다. 이런 트렌디한 로고는 융합을 최우선으로 삼는 요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어디에 갖다 붙여도 평균적으로 어울릴 것. 그것이 벨트 버클이라도, 티셔츠 위라도, 화장품 패키지라도, 그 외에 수많은 아이템에도.

아니나 다를까, 발망은 화장품을 출시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셀린느는 남성 컬렉션 론칭에 이어 향수 부문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서 스토리가 많이 담긴 로고보다는 어디에 붙여도 탁탁 달라붙는 로고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컴퓨터 미남 같은 로고에서는 폰트가 섞이고, 삐뚤삐뚤한 이브 생 로랑 로고에서 느껴지는 로맨틱한 감정이 당최 생기질 않는다. 물론 순전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아, 참고로 난 김혜수의 콧등 위 주름, 아이유의 나지막한 콧대, 김희선의 짝 쌍꺼풀 등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더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WORDS 김민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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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상
WORDS 김수호(패션 칼럼니스트), 김민정(패션 칼럼니스트)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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