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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101

주민들의 투표로 이뤄낸 마리화나 합법화 1년.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마리화나 클래스’가 등장했다.

UpdatedOn December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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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 캘리포니아는 2018년부터 오락용 마리화나 흡연이 합법화됐다. 카페 앞에서, 점심시간 회사 앞에서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마리화나를 즐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합법화되기 전인 작년을 회상해보니, 누군가 이 도시에 대해 물으면 ‘샌프란은 공기 반 대마 반’이라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골목에서든 담배 흡연자만큼 대마 흡연자를 쉽게 목격하거나, 대마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중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분위기는 이미 합법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크게 달라진 점은 마리화나를 취급하는 ‘디스펜서리’의 등장이다. 번역하자면 ‘진료소’ 혹은 ‘약품 조제실’ 정도의 단어인데, 말 그대로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상점이다. 시가 클럽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디스펜서리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으로 고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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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거래되던 마리화나는 그 출처와 성분을 알기 힘들면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면, 디스펜서리를 찾는 기존 흡연자들은 양질의 마리화나를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합법화를 기점으로 생겨난 새로운 흡연자들도 호기심을 넘어선 합법적인 관심으로 디스펜서리를 찾고 있다. 디스펜서리는 여느 펍처럼 입구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입장하면, 병원 접수처처럼 프런트 데스크에서 등록을 한다.

대기하면 순서에 따라 바에서 담당 직원과 마주하게 되는데, 메뉴 책을 함께 보면서 상담이 이루어진다. 근황부터 라이프스타일은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상담 내용을 토대로 직원들은 마리화나 종류를 추천한다. 바텐더에게 위스키나 칵테일을 추천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 과정마저 영업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디스펜서리 브랜드 중 하나인 ‘아포테카리움(The Apothecarium)’ 은 합법화 1년을 맞아 실리콘 밸리 테크 기업이 밀집한 소마 지역에 새로운 디스펜서리를 열었다. 젊은 층이 많은 지역답게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영-프로페셔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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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마리화나 클래스’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수업을 진행한다. 성인이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하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마리화나를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취지다. 대마초 개론, 불안과 우울증 완화, 아로마와 향의 효과, 대마초와 암, 노년기와 대마초 등 다양한 수업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 클래스 주제는 다양하지만, 주로 입문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클래스가 시작되기 전 교육 담당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녀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립대학교에서 의사, 간호사들에게 새로운 약물 치료제로서 마리화나의 효능을 교육하기 위해 강단에 서고 있었다.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넘어, 정상화가 목표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 여전히 마리화나가 오락용 기호 상품, 일탈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화나는 허브처럼 다양한 향과 효과를 내며 아로마테라피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클래스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이(High, 마리화나에 취한 상태)를 위한 흡연이 아닌, 긴장감 완화, 우울감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여지껏 부정적인 면의 연구만 이루어져온 것이 그 이유다. 수강생 중 한 명은 유방암 환자인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통증과 긴장을 완화할 수 있었고, 그것은 어떤 약으로도 얻을 수 없는 효과였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효능을 늦게 알게 된 것과, 이제야 통과된 합법화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한국인은 지구 어디에서나 마리화나 흡연이 불법이다. 그래도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클래스에는 참여해도 좋지 않을까? ‘디스펜서리에는 갔지만 흡연은 하지 않았어요’의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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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PHOTOGRAPHY 이종헌(여행 칼럼니스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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