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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는 왜 미국에서 통할까

미국에서도 ‘뚜두뚜두’가 울려 퍼진다. 방탄소년단이 지나간 자리에 블랙핑크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UpdatedOn October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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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 불어닥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팝의 본고장에서 K-팝의 위상이 기존의 하위문화적 테두리를 뛰어넘어 주류의 위치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은 정공법이라기보다는 팬덤과 뉴 미디어를 통한 게릴라 전술의 성격을 띤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며, 과연 누가 이들의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나가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게 만들 것이냐 하는 데 관심이 쏠린다.

현지에서는 GOT7과 NCT 등 보이 밴드를 유력한 후발 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후보들이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싱글 차트인 핫 100을 동시에 점령한 그룹은 방탄소년단을 제외하고는 단 한 팀, 블랙핑크뿐이다. 과거 수많은 보이 밴드들이 번번이 좌절한 차트의 문턱에 아직 정규 앨범도 내놓지 않은 걸 그룹인 블랙핑크가 단 세 장의 싱글과 한 장의 EP만으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최근 히트 곡인 ‘뚜두뚜두’는 지난 6월에 한국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어 버전의 곡으로 핫 100 에 진입했다. 미국 현지의 K-팝 포럼은 물론이고 빌보드 등 주류 매체도 이들의 활약을 주시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왜 미국에서 통할까?’라는 질문은 필연적이다. 블랙핑크는 미국 시장 등장 당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었던 인지도 문제를 애초에 해결한 기대주였다는 점에서 빅3라 불리는 대형 기획사의 혜택을 톡톡히 본 케이스임에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미국 어번 팝의 정서와 가장 근접한 YG의 신인이라는 점은 주효했다.

미국 K-팝 커뮤니티에서는 소녀시대와 함께 전설로 통하는 2NE1을 잇는 차세대 걸 그룹이라는, 올드 K-팝 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이 데뷔 이전부터 이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배경이 되었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퍼포먼스와 그보다 더 화려한 외모, 색채감이 휘황찬란한 뮤직비디오는 준비된 신인 그룹이라는 이미지로 해외 시장을 즉각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블랙핑크는 CL이 스쿠터 브라운과 손잡고 미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영어 싱글 ‘Lifted’보다도 높은 순위로 빌보드에 데뷔했고, 이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블랙핑크는 한국형 걸 그룹의 공식, 정확히는 YG가 내세우는 미학의 최첨단을 보여주는 그룹이다. 무엇보다도 화려한 외모와 모델 같은 포스가 전해주는 비주얼적인 만족도와 이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무대 위의 존재감은 흠잡을 데가 없다. 미국 현지 팬들이 블랙핑크를 명품 브랜드에 비유하거나 K-팝 역사상 가장 ‘럭셔리한’ 그룹으로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순히 화려한 메이크업이나 의상뿐 아니라 TLC, 데스티니스 차일드, 피프스 하모니로 이어지는 미국 걸 그룹 트렌드와 맥이 닿아 있다는 점도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지명도를 갖고 있는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이 아니라 블랙핑크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미국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YG 특유의 ‘알파걸’ 이미지에 기반한 화려한 스웨거는 한국 걸 그룹의 이미지로 각인된 ‘미소녀’ 혹은 ‘섹시 걸 그룹’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부분으로, 과거 2NE1이 그랬듯 미국 시장에서 다른 K-팝 여자 아이돌들과 차별화되는 결정적인 요소다.

서구권에 친숙한 매력과 K-팝의 청순한 정서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이들의 비주얼이 음악의 매력을 배가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4년 이상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준비된 무대는 다른 신인급 아이돌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풋풋함 대신 프로페셔널으로 채워졌고 이는 한층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타깃 청자들이 될 K-팝 커뮤니티에서 블랙핑크의 음악은 결코 낯설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음악은 빅뱅과 2NE1 시절부터 YG의 음악을 책임져온 인하우스 프로듀서들, 그중에서도 음악의 핵인 테디(Teddy)의 영민한 프로듀싱을 거쳤기 때문이다.

테디 특유의 직관적이면서 쉬운, ‘뽕끼’ 있는 멜로디가 과격한 이미지의 힙합 뮤지션에게 어울리는 육중한 사운드를 끌어안는다. 그럼으로써 어번 사운드를 즐기는 미국 대중과 기존의 K-팝 팬들에게 모두 매력적인 사운드로 호기심을 당긴다. 오히려 이들의 초기작은 지나치게 2NE1을 연상시키는 장르와 보컬, 랩 스타일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 발매된 ‘뚜두뚜두’는 YG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블랙핑크의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비로소 그룹의 정체성을 완벽히 정립한 곡으로 평가할 만하다.

K-팝은 현재 그 경계를 광범위하게 확장 중이다. 과거 동아시아와 유럽에 그쳤던 인기는 현재 태국과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로 뻗어가고 있고 미국 역시 실질적인 수익과 함께 슈퍼스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시장으로 중요도가 커졌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블랙핑크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제니와 로제 등 멤버들이 영어에 능해 미국 시장과 친밀도가 대단히 높은 데다 태국과 동남아권에서 절대적인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리사의 존재는 글로벌 그룹으로서 확장하는 데 큰 강점이다.

때마침 발표된 영국 출신의 팝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Dua Lipa)의 컬래버레이션(이 곡은 두아 리파의 동명 앨범 <Dua Lipa> 슈퍼 디럭스 버전에 보너스 트랙 중 하나로 실려 있다)도 이 상승세에 불을 붙일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거다. 블랙핑크는 미국 시장에서, 그리고 글로벌 팝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을 잇는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걸 크러시의 매력을 갖고 있으나 팬덤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걸 그룹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정된 숫자의 K-팝 커뮤니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음악적 개성이 채 여물지 않았다는 것도 향후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정규 앨범이 없는, 월드 투어조차 거치지 않은 데뷔 3년 차의 그룹임을 생각하면 이들의 상승세가 전례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수장인 양현석의 표현대로 블랙핑크라는 보석함은 아직 담은 것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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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김영대(음악 평론가)
ILLUSTRATOR HeyHoney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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