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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래픽 디자인이란

‘지금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20개 팀에게 던진 단 하나의 질문들, 이에 응답한 단 하나씩의 입장들.

UpdatedOn March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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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지 〈8xn〉, 2017, 오디너리 피플.
2 책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 마네〉, 2017, 워크룸.
3 책 〈어머니의 품, 파주〉, 2017, 오래오스튜디오.
4 노트 〈환상의 여인〉, 2017, 햇빛스튜디오.
5 책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2017, 워크룸.
6 전시 〈미묘한 삼각관계〉 리플릿, 2015, 진달래&박우혁.
7 책 〈CC〉, 2017, 홍은주&김형재.
8 책 〈거의 확실한〉, 2017, 홍은주&김형재.
9 잡지 〈COOL #4: BUY〉, 2017, 양민영.
10 책 〈안그라픽스 30년〉, 2015, 안마노.
11 전시 〈뮌: 미완의 릴레이〉 도록, 2017, 일상의실천.
12 책 〈NOLEMONNOMELON〉, 2017, 진달래&박우혁.

01 작년 한 해 동안의 한국 그래픽 디자인 신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2017년 그래픽 디자인 신의 화두는 단연 ‘페미니즘’이었다. 2016년 문화, 예술 각 분야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이 용기 있는 고발자들로 인해 공론화되었다. 2017년에는 그래픽 디자인 신에서도 다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부당한 권력 관계를 재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해마다 1백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초청하던 행사에서는 성비를 50:50으로 맞추겠다고 선언했으며,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WOO’가 발족하여 1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내고 얼마 전 해체했다. 자연스레 여성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논의가 1년 내내 이곳저곳을 오갔다.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공감을 기준으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간의 관계가 정리되었다. 햇빛스튜디오(sunnystudio.kr)

02 디자이너가 되리라 결심한 결정적 순간은 언제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어쨌든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제일 잘하는 일이 그래픽 디자인이었다. 이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학생 때 막연히 그렸던 ‘디자이너’와 직업으로서 당면한 ‘디자이너’의 모습 사이에서 다른 점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매번 새로운 재미가 있어 아직까진 즐겁게 일하고 있다. 페이퍼프레스(paperpress.kr)

03 요즘 무엇에 사로잡혀 있나? 그리고 그것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포장. 작업의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의미로서의 포장이다. 한동안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좋아하는 이미지와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법론이었다. 이제는 그 작업을 사람들이 어떻게 만지는지, 어떤 매체에서 보이는지를 점점 고민한다. 실제로 이러한 고민의 변화는 최종 작업물에 많은 영향을 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차이가 생긴다. 앞으로 해야 하는 것들은 물론, 지금까지 해온 것들 모두 많은 부분에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유명상(yumss.kr)

04 표지만 보고 살 수밖에 없었던 책은 무엇인가?
고민 시간이 가장 짧았던 건 일러스트레이터 모구 다카하시의 작품집 〈Feeling〉.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3초 정도 걸렸을까?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 책은 대부분 대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왕쯔홍의 것들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책들 중에선 박연주가 디자인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 진달래와 박우혁이 디자인한 전시 〈New Game Play〉의 도록을 꼽고 싶다. 김가든(kimgard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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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 〈UNUSED SPACE〉, 전시품, 2017, 이예주.
2 전시 〈불협화음의 기술: 다름과 함께하기〉 인쇄물, 2017, 강문식.
3 책 〈Kid Nostalgia〉, 2015, 강문식.
4 전시 〈환영과 환상〉 카탈로그, 2015, FNT.
5 전시 〈로스터 랜드〉 도록, 2017, 강문식.
6 책 〈교향곡: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2017, 오새날.
7 책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 2017, 오와이이.
8 잡지 〈1xn〉, 2017, 오디너리 피플.
9 전시 〈콜라보라시옹: 프랑스의 나치부역자들〉 도록, 2016, 일상의실천.
10 책 〈CC: IMG〉, 2016, 배민기.

05 살아오며 겪은, 가장 충격적이었던 시각적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잠에서 깼을 때 모든 것이 잠시 흐릿하고 어둡게 보인 적이 있다. 충격적이었다. 순간 ‘이대로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란 상상을 했다. 당시 경험이 이후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 것 같기도 하다. 강문식(moonsickgang.com)

06 디자인 과정 전반에 관해 설명해달라.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계는 무엇인가?
편집자에게 책에 관한 전반적인 해석과 편집 방향에 대해 듣고 함께 판형을 정한다. 서문 혹은 일정 분량의 글을 샘플로 받아 한글 서체, 로마자, 숫자, 필요한 문장부호 등을 고른다. 다음은 주요 독자층과 책 내용에 따라 글자 크기와 글줄을 조정하는 단계로, 자간과 행간을 조절하며 테스트 프린트를 여러 번 거친다. 나로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디자이너로서 시도하고 싶은 부분과 편집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달라 여러 번 조율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오새날(facebook.com/shinilsa)

07 당신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주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다. 단순하게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오는 사람들이나 그래픽 디자인 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 같기도 하다. 이전 세대의 그래픽 디자인 신이 문화, 예술계를 중심으로 좁게 인지되었다면, 갈수록 디자이너 개인 혹은 팀이 여러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서 점차 다양하고 폭넓은 범위의 클라이언트, 소비자가 생기는 것 같다. 양민영(meanyounglamb.com)

08 당신의 디자인을 해시태그로 요약한다면?
#오혜진, #오와이이, #여성그래픽디자이너. 오와이이(o-y-e.kr)

09 그래픽 디자인을 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그래픽 디자인 결과물을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가 있다면, 그것은 역시 컴퓨터 스크린일 것이다. 최근 우리가 보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 결과물 중 컴퓨터 스크린으로 확인하지 않고 만드는 것이 있긴 할까? 물론 만듦새가 좋은 책, 색이 아름다운 포스터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책과 포스터를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본다고 별로일까? 오디너리 피플(ordinary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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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력자 〈Calendar Ruler〉, 2017, 김가든.
2 명함 〈talk to her〉, 2018, 강문식.
3 책 〈암시〉, 2016, 양민영.
4 CD 〈투쟁 10주년 기념음반〉, 2017, 일상의실천.
5 전시 〈THE MORE, 더 강원도〉 포스터, 2017, 페이퍼프레스.
6 카세트테이프 〈stretch〉, 2017, 강문식.
7 스와치 서비스 샘플 북, 2016, 양민영.
8 페어 〈과자전: Love&Thank〉의 순이 소접시, 2017, 햇빛스튜디오.
9 스와치 서비스 스티커, 2016, 양민영.
10 책 〈HETEROPHONY〉, 2017, 양민영.
11 카세트 테이프 〈ねらわれた歌謠〉, 2017, 맛깔손.
12 책 〈암시〉 부록 CD, 2017, 양민영.
13 성냥 〈TWL×FNT 2018 Match Box〉, 2018, FNT.
14 달력 〈2018 Calendar〉, 2018, 오와이이.

10 영화, 패션, 음악에 대한 당신의 취향이 궁금하다.
질문이 포괄적이긴 하나 우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박계현, 김가영, 정예슬, 강민경 순으로 멋파, 분위기파, 기분파, 도레미파. 오래오스튜디오(oreohstudio.com)

11 지금 가장 동시대적 그래픽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디자이너 이도진. 워크스(work-s.org)

12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패션’ 잡지는 무엇인가?
겐조와 〈토일렛페이퍼〉가 협력해 만든 잡지 〈겐진(Kenzine)〉. 가장 그래픽적인 패션 잡지라고 생각한다. 워낙 〈토일렛페이퍼〉의 아트 디렉터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빅 팬이기도 하고. 맛깔손(instagram.com/mat_kkal)

13 종이책이 사라진 이후의 북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북 디자인, 그러니까 편집 디자인이란 글자, 그림, 사진, 재질 등 수많은 기호를 일정한 체계 안에 묶는 기술, 한 사람의 생각과 음성에 형태를 부여하는 조각술이다. 그러므로 매체는 없어져도 편집 혹은 편집 디자인이라는 기술은 살아남을 것이다. 안마노(ahnmano.com)

14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무엇인가?
세상에는 여러 방식의 참여와 연대가 존재하는데, 그중에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도구로 역할을 수행하는 참여 방식이 있다. 그러나 간혹 ‘가치 있는’ 일의 미명하에 동의되지 않은 착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재능 기부’라 쓰고 ‘재능 착취’라 읽는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하라거나 비용을 이야기하면 돈 밝히는 속물로 매도당하는 사례를 경험하며, 진정 가치 있는 일의 출발은 개인에 대한 존중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상의실천(everyday-pract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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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스터 〈켄차야자 부속 2〉, 2015, 유명상.
2 전시 〈FANTASTIC GARDEN〉 포스터, 2017, 워크스.
3 공연 〈Alfred Beach Sandal Live In Korea〉 포스터, 2015, 맛깔손.
4 포스터 〈game scores〉, 2017, 강문식.
5 행사 〈Gloryhole Light sales〉 포스터, 2016, 맛깔손.
6 〈철도의 날〉 포스터, 2017, 오래오스튜디오.
7 행사 〈PERFORM 2017〉 포스터, 2017, 워크스.
8 행사 〈MADE IN NOW〉 포스터, 2017, 오디너리 피플.
9 포스터 〈casa roshell〉, 2017, 페이퍼프레스.

15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디자인 피드백 가운데 가장 ‘동의할 수 없었던’ 말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배민기(baeminkee.com)

16 당신의 선생은 누구 혹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가장 큰 선생은 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홍은주&김형재(keruluke.com)

17 무엇이 아름다운 그래픽 디자인인가?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좋은’ 디자인과는 어감에 약간 차이가 있다. 아름다움이란 그 대상을 만든 사람의 의도보다는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더 좌우되는 것 같다. 동시대의 시선이 되도록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일반적으로는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좇으려 일부러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적이고 휘발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손바닥 위의 모래알과도 비슷하다. FNT(studiofnt.com)

18 지금까지 자신이 디자인한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지금 현재의 것. 우리의 작업은 항상 더 나은 쪽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지금 현재의 것이 가장 진보한 작업일 것이다. 진달래&박우혁(jinandpark.com)

19 동시대 문화에 그래픽 디자인은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주 일부분의 사람들에겐 중요할 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인정하고 싶은 동시대 그래픽 디자인은 ‘천만 영화’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편적 관심이나 애정 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워크룸(wkrm.kr)

20 동시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최근 열린 전시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는 지난 30여 년간 중요한 업적을 남긴 여성 디자이너를 재조명해 그 활동을 기록하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자리였다. 나는 그곳에서 전시장을 가득 메운 선생님, 동료, 후배 디자이너를 만나며 ‘이 신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서로 지지하며 연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이예주(yejou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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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전여울
PHOTOGRAPHY 기성율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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