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해장의 맛

추운 겨울에 콧물 훌쩍이면서 들이켜는 뜨끈한 해장국. 국물까지 싹 비울 수 있는 해장국 잘 먹는 법을 공유할까 한다.

UpdatedOn February 26, 2018

3 / 10
/upload/arena/article/201802/thumb/37637-282985-sample.jpg

 

 

  • 김주환의 푸드 파이트
    김주환은 지난해 〈청년경찰〉로 행복한 한 해를 보낸, 패기 넘치는 영화감독이다. 요즘은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영혼을 살찌울 음식을 파이팅 있게 찾아다닌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뜨거운 해장국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달에는 삼성역에서 가장 핫한 해장국집, ‘가운데 해장’을 소개하겠다. 사실 ‘소개’라는 말이 무색한 이유는 이 해장국집이 점심마다 백 팀이 넘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저녁에 가봐도 최소 서른 팀 이상이 늘 대기한다. 새벽에는 가본 적 없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규모가 꽤 커서 동시에 1백 석 이상 착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최소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이라는 건 일단 맛을 보장할 수 있단 의미도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갓(god) 해장집’이라고 부르나 보다.

삼성동에 문을 연 지 2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푸짐한 양과 고급스러운 맛으로 일대를 평정했다. 대표 메뉴인 해장국은 탱글탱글한 선지와 신선한 내포를 아끼지 않고 넣어 풍성한 식감을 자랑한다. 특히 내포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데, 잡내 하나 없이 맛이 고소해 신기할 정도다. 선지를 못 먹으면 빼달라고 해도 된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곱창전골’은 각종 야채와 깨끗하게 손질된 곱창을 양껏 넣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나는데 곱이 가득한 곱창은 일단 비주얼만으로도 합격이다.

이 해장국집의 맛은 많은 분들이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따로 더 설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본격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곳의 해장국을 먹는 방법이다. 이렇게 먹어야 이 해장국을 가장 맛있게,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일단 해장국의 구성 요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 뚝배기 하단에는 선지가 있다. 퀄리티가 대단하다.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튕기는 듯한 씹는 맛이 있다. 참깨처럼 고소할 때도 있고 푸아그라처럼 진하게 와 닿을 때도 있다.

그 위로 굉장히 신선하고 통통한 콩나물들이 누워 있다. 아무래도 콩나물에서 나오는 아스파라긴산이 간의 해독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 위에는 쫄깃쫄깃한 양지와 겨울 햇빛을 흠뻑 머금은 시래기가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나는 해장국이 보글보글 끓을 때 가장 먼저 숟가락으로 선지를 들춘 다음 깍두기를 깔아둔다. 그러면 뚝배기에 남은 열기가 깍두기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깍두기가 서서히 익으면서 내면에 있던 달달함이 국물에 번진다. 또한 깍두기 양념이 해장국과 합쳐지면서 국물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

고추기름과 다진 청양고추를 섞으면 입안에서 불꽃놀이가 일어난다. 온갖 스파이스가 서로 뒤엉키고 충돌하면서 서로의 숨어 있는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거다. 여기에 건강한 흑미밥을 더하면 속이 뜨끈뜨끈하게 차오른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아스파라긴산을 느끼고 싶어서다. 하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제때 마감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삼키고 눈에 다시 불을 켠다. 하지만 여러분은 시간이 넉넉할 때 꼭 ‘가운데 해장’에 가서 내가 추천한 방법으로 해장국을 드셔보시길.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김주환(영화감독)
ILLUSTRATION 유승보

2018년 02월호

MOST POPULAR

  • 1
    까르띠에 X NEW CINEASTE 4인
  • 2
    정확한 사랑의 기록
  • 3
    BLACK ARROW
  • 4
    다니엘 헤니,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 5
    해밀턴 X 다니엘 헤니

RELATED STORIES

  • INTERVIEW

    정확한 사랑의 기록

    점점 큰 화제를 부르는 <나는 솔로> PD 남규홍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정확한 사랑의 기록을 하고 있고, 거리낄 게 없으니 마음껏 물어보라고 했다. 정말 무엇이든 물었는데 그는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 INTERVIEW

    남규홍,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어찌 보면 정교한 다큐인 거죠."

    남규홍 PD의 <아레나> 12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다니엘 헤니,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배우 다니엘 헤니의 로맨틱함이 담긴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 INTERVIEW

    달려나가는 전여빈

    전여빈 특유의 정적인 표정과 시적인 말투가 있다. 그는 그 말투로 ‘달려나가는’이라는 말을 유독 많이 썼다. 늘 어딘가로 조용히 달려나가려는 전여빈을 만났다.

  • INTERVIEW

    전여빈,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나 자신을 믿어주는 일 같아요."

    배우 전여빈의 <아레나> 12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LIFE

    경쟁만이 살길?

  • INTERVIEW

    힙스터 쿠키 매거진 널포

    지금,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매일 새로운 인플루언서가 발견되고, 그들의 영향력은 나날이 증가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 중 깊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책무로 삼은 이들을 만났다.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전문가들이 인플루언서의 세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FASHION

    CHUNKY SANDAL

    투박한 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그대로 멋진 요즘 샌들.

  • ARTICLE

    못생긴 멋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오늘날 가장 주목받고 있는 운동화들의 이유 있는 못생김.

  • FASHION

    매력적인 재키 1961

    모두에게 친근하고 매력적인 재키 1961.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