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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진 고개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다섯 대의 자동차.

UpdatedOn December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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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ROVER RANGE ROVER Velar R-Dynamic D300 HSE

산이 기운다. 산자락에 문신처럼 새겨진 굽이진 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산은 기울고 있었다.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잡아 틀 때마다 단풍이 들어 요란해진 산 풍경은 좌우로 기울어지기를 반복했다. 가드레인 너머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산골짜기가 있었다. 산길이 다 그렇듯이 도로 폭은 좁았고, 잠시 한눈이라도 팔았다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만큼 위험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시만, 도로 폭이 넓어진 구간에서만 속도를 냈다. 안전이 우선이니까. 레인지로버 벨라는 5인승 중형 SUV로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선을 최소한으로 줄인 외형에는 단순함의 미학이 담겨 있다. 여기에 2.8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와 짧은 프런트 오버행, 쿠페형 루프라인을 적용해 우아함과 날렵한 인상도 더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의 터치 LCD에 먼저 눈길이 간다. 시동을 걸면 각도를 세우며 드러나는 대시보드의 LCD 그리고 그 바로 아래 패널같이 생긴 터치 LCD가 하나 더 있다. 하단 LCD는 차량 제어와 공조기의 기능을 겸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V6 3.0L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2톤에 육박한 거대한 차체를 기민하게 만들었다. 기어를 낮추고 71.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산길을 달렸다. SUV이지만 회전 구간에서 쏠림은 크지 않았고, 스티어링 휠은 민첩하게 반응하며 코너를 빠져나갔다. 과속방지턱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급히 밟았다. 요철의 충격에 내심 대비했지만 에어 서스펜션은 충격을 흡수하며 벨라의 우아함을 유지했다. 가격 1억2천6백20만원.



MERCEDES-BENZ GLA 220

너무 큰 차는 부담이다. 짐도 없고 아이도 없고 반려견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거대한 SUV는 공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GLA는 적당하다. 전작 대비 30mm 상승된 차고는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높아진 시트 포지션은 속 시원한 시야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내가 오프로드를 탐험한 것은 아니었다. 빨갛게 물든 오솔길을 달렸다.

새로운 GLA에는 직렬 4기통 2.0L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하는 엔진으로 GLA 차체에 딱 맞는 크기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주위를 살핀 후 빈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반 박자 뒤에 GLA는 부지런히 힘을 끌어올렸다. 변속은 정확하게 이루어졌고, 차체는 흔들림 없이 가속을 이뤘다. 스티어링 휠은 단단한 무게감으로 정밀하게 움직였다. 수동으로 기어 변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좁은 오솔길의 회전 구간을 GLA는 여유롭게 빠져나갔다. 가격 4천6백20만원.



BMW 435d xDrive M Sport Package Grand Coupe

그러면 안 되는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손가락이 간질거릴 때가 있다. 산길은 앞뒤로 차량 통행이 적다고 해서 함부로 속도를 내면 안 된다. 너무 잘 알지만 435d를 타면 드리프트에 대한 욕구가 치솟는다. 브레이크를 힘차게 밟고 두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반대로 꺾으며 아스팔트에 스키드 마크를 새기고 싶은 마음을 자제할 수가 없다. 그런 욕구가 생기는 이유는 435d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전신의 주행 감각을 또렷하게 일깨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긴 것도 스포티하게 잘생겼다.

고속 주행의 뛰어난 안정감은 서스펜션의 진화한 댐핑 기술과 향상된 스티어링 설정에서 비롯된다. 좌우의 롤링이 적고, 핸들링은 정밀하며, 변속은 민첩하다. 주행 감각이 너무 안정적이라 모험하고 싶어진다. 435d는 313마력의 높은 출력과 64.3kg·m의 묵직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6기통 435d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8초 만에 도달한다. 가격 8천4백50만원.



VOLVO S60 Polestar

겉만 보면 모른다. 볼보의 S60 폴스타는 명함보다 작은 파란색 폴스타 딱지를 보기 전까지는 고성능 차량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폴스타 마크를 보고 나서 다시 살피면 20인치의 화려한 폴스타 휠, 전면 범퍼의 긴 스플리터, 트렁크 끝의 스포일러가 보인다. 실내는 폴스타의 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폴스타의 파란색 스티치, 알칸타라 소재의 가죽, 스포츠 버킷 시트와 폴스타 엠블럼을 새긴 변속기 등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S60 폴스타는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법한 화려한 성능을 지녔다. 제원상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가속한다. 4기통 2.0L 엔진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결합된 엔진이다. 출발부터 슈퍼차저가 터보랙 없이 속도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고, 더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터보차저가 나선다. 그리하여 367마력과 47.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힘이 폭발하는 게 아닌 강한 힘이 쉼 없이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진짜 강자는 겉만 봐서는 모른다. 가격 7천6백60만원.



NISSAN Pathfinder 4WD Platinum

크다. 새로운 패스파인더의 첫인상은 거대함이었다. 5m가 넘는 전장에 180cm에 가까운 높이, 그 안을 널찍한 7인승 시트로 채웠다. 차량 뒤에는 캠핑 트레일러 한 대를 연결해야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크다. 패스파인더는 정통 SUV다. 캠핑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해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엔진이다. V6 3.5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대출력 263마력에 최대토크는 33.2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3세대 뉴 엑스트로닉 CVT 변속기를 조합해 체급에 비해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거대한 SUV에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를 적용해 소음을 줄이고 안락함을 제공한다. 이 기함을 운전하며 드리프트를 상상하지는 않았다. 꽁무니에 트레일러를 달고 좁고 굽이진 산길을 오르내리며 무슨 음악을 들어야 콧노래가 나올지를 생각했다. 패스파인더보다 산길에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가격 5천3백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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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기성율
ILLUSTRATION HeyHoney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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