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악마적 신세계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나오는 영화 <브이아이피>를 봤다. 그 신세계 속에서 악마를 보았다.

UpdatedOn September 05, 2017

3 / 10
/upload/arena/article/201708/thumb/35778-255013-sample.jpg

VIP, 국정원, 경찰이 한데 모였다.

VIP, 국정원, 경찰이 한데 모였다.

김명민. 그에게서 이 영화의 큰 충격이 발생한다.

김명민. 그에게서 이 영화의 큰 충격이 발생한다.

김명민. 그에게서 이 영화의 큰 충격이 발생한다.

이종석은 이 영화를 통해 완전한 악역 변신을 해냈다.

이종석은 이 영화를 통해 완전한 악역 변신을 해냈다.

이종석은 이 영화를 통해 완전한 악역 변신을 해냈다.

장동건과 김명민. 둘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다.

장동건과 김명민. 둘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다.

장동건과 김명민. 둘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다.

단도직입적으로 <브이아이피(V.I.P.)>는 박훈정 감독이 보여주었던 (<대호>를 제외한) 전작들의 총합이다. 가장 먼저 영화 초반부는 (그가 시나리오를 쓴) <악마를 보았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종석이 연기한 북한 귀순 VIP 김광일 일당의 잔혹한 행위를 극대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극 전체에서 표출되는 이종석의 눈빛은 종종 최민식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영화 전체적으로 <브이아이피>는 박훈정의 두 번째 연출작 <신세계>의 확장판이다. 물론 대결 구도는 그의 데뷔작 <혈투>에서 그려낸 폐쇄적 공간의 확장이기도 하다. 국정원과 CIA가 합작해 북한에서 데려온 VIP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설정에서 시작, 그를 잡으려는 경찰, 여기에 끼어드는 북한 보안성 요원까지 가세하며 영화는 대결이라는 구도를 넘어 사회적이며 외교적인 영역에서까지 치열함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복잡하게 내러티브를 설명했지만 영화는 대단히 장르적이다. 그것도 누아르와 스릴러 장르를 지극히 남성적 시선을 가진 박훈정 특유의 잔혹과 위트로 풀어낸다. 그 속에 감독은 국정원, 경찰청 등을 하나의 직업군으로 상정하고, 회사원이 겪어야만 하는 비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인 업무 지시와 그에 대한 직장인의 복종과 반항을 심어두었다. 이와 함께 한국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무 외 변수까지 고려했다.

국정원의 장동건은 불의를 참지 못하지만 조직에 수긍한다. 경찰의 김명민은 그에 항거해 들이받지만 결과가 좋진 못하다. 북한의 박희순은 앞의 두 사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이종석이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독은 각자 상황에 처한 네 남자를 전면에 두고 흥미진진한 잔혹 누아르를 펼쳐낸다. 크게 말아먹은 <대호> 이전의, 얽힌 실타래를 매끄럽고 자연스레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 박훈정으로 돌아와서 말이다.

북한 요원 박희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선보인다.

북한 요원 박희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선보인다.

북한 요원 박희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선보인다.

이제 배우 이야기를 해볼 차례다. 사실 장동건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오명을 완전히 떨쳐버릴 기회를 이 영화로 잡아낸 것 같다. 감정 과잉을 많이 보여주었던 김명민 역시 그걸 표출하면서도 억누르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박희순 역시 넘침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종석. 사실 많은 이에게 가장 큰 의문을 가지게 만든 배우다. 그런데 주연 배우 중 가장 어린 이종석은 선배들에게 결코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을 지켜냈다. 특히 악역을 처음 맡은 이치곤, 소름 돋을 만큼 끔찍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박훈정의 이야기와 연출은 탄탄하고, 우려했던 배우들의 부정교합 역시 없다. <브이아이피>는 남자 중심의 영화가 판치는 충무로에서 조금 더 진화한 남자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가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의 조합이 만들어낸 수작이었다면, <브이아이피>는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에 의해 탄생된 또 다른 역작이라는 말이다.

<브이아이피>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번듯하게 소설처럼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전개된다. 프롤로그, 용의자, 공방, VIP, 에필로그로 완전하게 분리된 챕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건을 재구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는 캐릭터들의 감정적 변화도 작용하지만, 2013년 장성택 숙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사건도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흥미로운 지점을 제공한다. 물론 북한 정세를 몰라도 관계없다. 어차피 박훈정은 그 시점을 가져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으니까. 관객이 그의 잔혹 스타일을 받아들여만 준다면 <브이아이피>는 또 다른 역대급 누아르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이종석이라는 또 다른 배우를 건졌다.


MUST SEE

더 테이블

더 테이블

더 테이블

킬러의 보디가드

킬러의 보디가드

킬러의 보디가드

  • 더 테이블

    감독 김종관 | 출연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 개봉 8월 24일

    한 카페의 테이블 하나에 대한 하루의 기록이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감성적이다. 조금 ‘덜’ 감성적이어도 좋긴 하겠다. 좋은 여배우들이 각각 한 챕터를 장식한다. 이것만으로도 보는 눈이 즐겁지 아니한가.

  • 킬러의 보디가드

    감독 패트릭 휴즈 | 출연 라이언 레이널스 | 개봉 8월 30일

    최근 할리우드 코미디 장르가 흥행한 적이 별로 없다. 과거에 비해 말이다. 여전히 이 장르는 지속되고 있고 재미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언 레이널스와 새무엘 잭슨이 펼치는 좌충우돌 슬랩스틱이 웃긴다. 하지만 킬링타임용 영화임은 분명하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매혹당한 사람들

매혹당한 사람들

매혹당한 사람들

  •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감독 뤽 베송 | 출연 데인 드한 | 개봉 8월 30일

    이제 뤽 베송이 뭘 만들든 크게 관심이 없을 때가 되었다. 그는 <그랑블루>와 <레옹>을 만들었다. 그게 다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애니메이션적인 판타지에 관심을 가진 듯하다. 단지 데인 드한이 나온다는 건 조금 의외다.

  • 매혹당한 사람들

    감독 소피아 코폴라 | 출연 니콜 키드먼 | 개봉 9월 7일

    <처녀 자살 소동> 때는 취미인 줄 알았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썸웨어>를 보고 그녀를 인정했다. 소피아 코폴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그녀가 다시 신작을 내놨다. 칸국제영화제는 그녀에게 감독상을 쥐어주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주영

2017년 09월호

MOST POPULAR

  • 1
    Power of Water
  • 2
    MR. BREITLING
  • 3
    오직 엔진 생각 뿐인 왕자님 아니 엔하이픈의 고백
  • 4
    존박은 존박
  • 5
    앤팀의 축복은 끝이 없고 그렇게 앤며들다

RELATED STORIES

  • INTERVIEW

    도겸, 폴로 랄프 로렌과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선공개

    아메리칸 클래식을 대표하는 폴로 랄프 로렌과 세븐틴 도겸이 함께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화보가 공개됐다.

  • INTERVIEW

    고보결은 고보결답게 살고 싶다

    배우 고보결은 점과 점 사이를 이으며 풍성해졌다.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방법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 INTERVIEW

    존박은 존박

    슈퍼스타 K 존박. 평양냉면 먹는 존박. 육아하는 존박. 존인지 박인지 헷갈리는 존박. 우리가 아는 존박은 여러 가지지만, 지금 존박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존박은 하나다. 11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존박과 나눈 이야기.

  • INTERVIEW

    고민시는 걱정하지 않는다

    6년 만에 <아레나>와 재회한 고민시는 ‘영화 <마녀> 속 그 배우’에서 ‘넷플릭스의 딸’이 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민시는 연기가 어렵지만,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몇 번이고 실패해도 걱정은 없다는 배우 고민시와 나눈 대화.

  • INTERVIEW

    ENHYPEN, SEVEN ENGINES

    각기 다른 일곱 도시에서 모여든 소년들은 오늘의 엔하이픈이 됐다. 가수를 처음 꿈꾼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엔하이픈은 목적지가 같다. 일곱 개의 엔진을 품고 달리는 엔하이픈의 이야기.

MORE FROM ARENA

  • FASHION

    A GOOD PAIR

    더 새롭고 완전해진 프라다를 마무리 짓는 한 쌍의 장갑.

  • LIFE

    반려견의 존재 이유

    <아레나>의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우성은 시인이자 러너다. 그는 네 살 된 몰티즈 ‘뾰롱이’와 함께 산다. 작은 구름 같은 뾰롱이와 함께 불암산을 오르는 게 그의 아침 일과다. 그는 뾰롱이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지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사이판에서 마라톤을 마치고 쓴 글을 보내왔다. 뾰롱이와 함께하며 달라진 삶에 대한 고백이다.

  • FASHION

    코치의 새로운 반항아, 마이클 B. 조던

    마이클 B. 조던, 코치 남성향수라인 글로벌 모델로 브랜드 캠페인 참여.

  • FASHION

    SUMMER JEWELRY

    한여름 태양 아래 더 눈부시게 빛날,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한국 디자이너들의 쿨한 주얼리 브랜드.

  • FASHION

    봄 향수 5

    봄에 뿌리면 더 좋을, 색다른 우드 계열 향수 5.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