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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의 옥자

<옥자>를 조금 서둘러 보았다. 할리우드로 간 봉준호가 어떻게 변화 혹은 변질되었는지 궁금해 미칠 참이었으니까.

UpdatedOn July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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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옥자를 만나기 전의 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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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질렌할은 그 어떤 영화보다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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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일 수도 있지만 틸다 스윈턴은 1인 2역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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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서며 곰곰이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은 분명 변화 또는 진화를 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봉 감독은 상해버렸다. 전자 입장에서 (〈설국열차〉 때도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옥자〉는 할리우드 영화의 보편성으로 접근했을 때 놀라운 작품으로 다가온다. 후자는 <살인의 추억> <마더> 시절의 감독으로 봉준호를 받아들였을 때 도출되는 결과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옥자〉를 명확한 할리우드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정체성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봉준호 감독은 엄청난 진화를 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그의 영화들에는 사회적 통찰 또는 정치적 견해가 강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살인의 추억>이 탐정 스릴러 장르에 1980년대 시대상을 반영했고, 〈마더〉는 보편적 모성애에 한국의 특별한 정서를 덧붙였다. 〈괴물〉 역시 그랬다. 한국이라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몬스터였으니 말이다.

봉준호의 이러한 한국적 정서는 범인류적 담론과 교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을 생성했다. 되려 (원작의 내러티브가 너무 명징했던) 〈설국열차〉는 봉준호의 필모그래피에서 돌연변이 같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험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제작 시스템을 섞고 테스트했으니 말이다. 이제 그가 완전한 할리우드 ‘감독’으로, 그러니까 봉준호가 아닌 ‘Bong Joonho’라는 ‘디렉터’로 탈바꿈한 영화가 바로 <옥자>다. 이 같은 이유로 봉준호는 〈옥자〉를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 더 보편적이며, 조금 더 상업적인 영화로 만들어냈다.

관객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기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자를 구하러 미국으로 향한 미자가 선한 편인 비밀보호단체 ALF와 손잡고, 악한 대기업 미란도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로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여기에서 틀린 반쪽의 후자가 전면에 부각된다.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봉준호는 전작들에서 단 한번도 절대적 악을 구축하거나 형상화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옥자〉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만들어내고 동물에게 극악무도한 실험을 하는 기업 미란도조차 당위성이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동물보호단체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옥자 구하기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무조건적 선이 아니다. 심지어 영화 속에 드러난 미자의 행위조차 (순수함 이면에 가려져 있는) 개인적 이기심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옥자〉는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적 보편성 속에서 반려동물을 구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미자의 옥자’에 대한 내러티브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봉준호 특유의 페이소스는 전부 담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와 위트를 놓치지 않는 봉준호만의 그것이다. 또 이 같은 정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은 자신의 전작에서 최고의 장면들이라 꼽을 만한 신들을 다시금 등장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플란다스의 개〉의 저돌적 뜀박질, 〈살인의 추억〉의 블랙 코미디, 〈괴물〉의 혼란스러웠던 한강변 대피 신 등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가 배두나, 송강호, 김뢰하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턴, 스티븐 연, 폴 다노 등 어지간하면 전 세계 관객이 알 만한 이들이 그걸 해낸다. 〈옥자〉는 한국과 미국의 공간적 이질감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완전히 다른 공간을 내러티브 속 필수 공간으로 완벽하게 봉합해낸다. 각설하고 미자의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서울에서 뉴욕까지 동분서주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근사한 조합 덕에 〈옥자〉는 봉준호를 한 번 더 도약시켰다. 봉준호의 차기작은 다시 한국 영화일 가능성이 크다. 이 〈옥자〉 덕에 나는 진화한 봉준호의 다음 영화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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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주영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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