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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핸드앤몰트 대표 도정한

진정한 맛

맥주 하나에도 취향을 반영한다. 불과 몇 년 전에는 통용되던 말이 아니었다. 더핸드앤몰트 도정한 대표는 수제 맥주를 만든다. 온전한 설명은 아니다. 제대로 설명하려면 ‘한국에 없던’이란 표현을 붙여야 한다. 더 다양한 취향을, 그는 존중하고자 한다.

UpdatedOn Novembe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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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핸드앤몰트 대표 도정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했다. 직장인이던 시절부터 바를 운영하며 수제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수제 맥주를 만들기로 하고 남양주에 더핸드앤몰트 브루어리를 차렸다. 한국에서 만드는 맥주의 특징을 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도 해왔다. 그는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맥주를 만든다. 자기가 즐긴 전 세계 맥주의 맛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더핸드앤몰트 대표 도정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했다. 직장인이던 시절부터 바를 운영하며 수제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수제 맥주를 만들기로 하고 남양주에 더핸드앤몰트 브루어리를 차렸다. 한국에서 만드는 맥주의 특징을 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도 해왔다. 그는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맥주를 만든다. 자기가 즐긴 전 세계 맥주의 맛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열정을 좇아
관심은 항상 있었다. 직장 다니면서 바도 운영했다. 수제 맥주에 열정이 있었으니까 아예 직장을 나와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1년 동안 자료를 모아보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잘될 거라 생각했다. 두 가지 길로 창업을 생각할 때였다. 원래 해온 일인 IT 쪽으로 창업할까 생각하다 주변에서 재밌는 것, 열정 있는 것으로 창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실패해도 재미있는 일을 했으니 후회는 없을 거라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도 마음이 편하다고. 하던 일로 창업하면 안 됐을 때 좋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그렇게 수제 맥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펍을 만들지, 프로덕션을 만들지도 고민했다. 그러다 수제 맥주 사업을 하려는 이유를 생각했다. 좋은 맥주를 한국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려면 프로덕션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아 미국에서 태어나 맛있는 맥주도 마셔보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면서 출장으로 외국에 가 여러 맥주도 마셔봤으니까 한국 사람에게 내가 마신 맛있는 맥주와 비슷한 맥주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전략적 구상
한국에서 잘 팔리는 맥주 10개 중 대부분이 IPA였다. 하지만 난 IPA는 1년 동안 안 만들었다. IPA는 아직 ‘맥덕’이 좋아하는 맥주라고 생각해서다. 그들보다는 여성 얼리어답터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맥주의 타깃이었다. 수제 맥주를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맥주 종류를 선별했다. 1년 동안 찾은 자료를 토대로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맥주를 정했다. 그 세 가지가 벨지언 위트, 모카 스타우트, 엑스트라 스페셜 에일이다. 전통적인 맥주이긴 하다. 맥주 질은 좋은데 구성이 재미없다고, 처음에는 많이 욕먹었다. 하지만 난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이 우리 맥주를 접하 길 바랐다. 처음 만든 이 맥주들은 아직도 잘 팔리는 맥주 1, 2위에 오른다.

도전 정신
재밌는 시도를 많이 했다. 처음으로 우리가 세션 IPA를 만들었다. IPA는 도수가 7도로 높은데, 4도로 낮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에일로 만들었다. 물엿을 넣은 듀벨을 만들었고, 청평에서 홉을 재배하며 청평 페일 에일도 만들었다. 김치 유산균을 활용해 만든 사워 맥주는 마니아가 좋아한다. 미국에선 제일 인기 있는 맥주가 사워 맥주다. 우리도 만들자고 했는데 좀 특이하게 도전하고 싶었다. 브루어리 근처 백반 집에서 밥을 먹는데, 그 집 김치가 정말 맛있다. 그 김치를 먹으면서 김치 유산균으로 사워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김치를 가져와 실험실에서 배양해 유산균 종류를 알아낸 다음 효모 등 여러 가지 다른 걸 집어넣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연구해 사워 맥주를 만들었다. 연구 개발 맥주를 시상하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김치 사워 맥주뿐 아니라 우리 물엿 넣은 맥주와 세션 IPA도 상 탔다.
 

맥아와 홉, 물과 시간이 빚어내는 연금술의 공간.

맥아와 홉, 물과 시간이 빚어내는 연금술의 공간.

맥아와 홉, 물과 시간이 빚어내는 연금술의 공간.

더핸드앤몰트의 대표적인 두 맥주인 모카 스타우트와 슬로 IPA.

더핸드앤몰트의 대표적인 두 맥주인 모카 스타우트와 슬로 IPA.

더핸드앤몰트의 대표적인 두 맥주인 모카 스타우트와 슬로 IPA.

한국적 특징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한다. 3년 전 집에서 맥주 만들 때 홉을 키워 써봤다. 한국에도 홉이 자란다고 생각해 청평에 홉을 재배했다. 작년에는 정말 잘됐다. 한 70kg 수확했다. 올해는 규모를 4배 더 키웠는데 너무 더워서 한 140kg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많이 손해 봤지만, 한국에서 홉을 재배하는 건 우리밖에 없어서 계속하려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 한국에서 자란 홉으로 만든 맥주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전 세계에서도 이렇게 생홉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 양조장이 홉 재배 농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 몇 시간 만에, 늦어도 하루 안에 써야 한다. 미국도 홉 농장이 대부분 워싱턴 주 남쪽에 있는데 그 옆에 양조장이 있어야 하니 드물다. 생홉을 쓰면 맛이 훨씬 신선하다. 풀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한국에서 키운 홉은 약간 양파 맛이 났다. 원래 양파 맛 나는 홉이긴 한데, 조금 더 많이 난다. 땅과 기후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재미있는 맥주
내가 마실 맥주를 생각한다. 내가 마실 때 맛있을 만한 맥주. 그리고 한국 재료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수정과 레드 에일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미국 10위 안에 드는 양조장과 협업해서 만든 맥주다. 한국 곶감 40kg과 생강을 가져가 만들었다. 레드 에일로 나왔는데, 수정과 같은 맛이 난다. 그런 방식으로 연구하고 다른 양조장과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한국 얼리어답터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맥주가 뭔지 생각한다. 대중으로 퍼지기엔 아직 2~3년 더 걸릴 거다. 그때까지 재미있는 맥주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도 요즘 사람들이 새로운 먹을거리에 도전하는 성향이 높아졌다. 그래서 더 재미난 맥주를 만들려고 시도한다.

공부하는 자세
전 세계 트렌드를 보면서 항상 공부한다. 작년에는 미국에서 제일 큰 사이더 콘퍼런스에 갔다. 뭐가 잘 팔리는지 데이터를 공부했다. 작년에 양으로 봤을 때 제일 빨리 성장한 종목이 사이더였다. 미국과 영국에서 급성장했다. 한국에도 이 트렌드가 올 거라 생각해 사이더를 만들었다. 한국 사람이 과일주 좋아하잖나. 과일 소주가 유행하기도 했고. 한국 사람들도 사이더를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몇 년 앞선 거 같긴 하지만, 우리가 먼저 시장을 만들어놓으면 맥주와 함께 시너지가 클 거다. 이런 도전이 쉽진 않지만, 회사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닐 때 아침에 출근하면서 각종 뉴스를 보고 분석해왔다. 이제는 맥주 쪽 뉴스와 정보를 꾸준히 본다. 인터넷 북마크가 다 맥주 관련 사이트다. 큰 콘퍼런스에도 찾아가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내 최종 꿈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프리미엄 크래프트 브랜드가 되는 거다. 맥주나 사이더 같은 주류뿐 아니라 치즈, 꿀 같은 식품도 수제로 만들고 싶다. 그런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스티커 개수만큼이나 수많은 수제 맥주들 사이에서, 도정한 대표는 재밌는 맥주를 만들길 원한다.

스티커 개수만큼이나 수많은 수제 맥주들 사이에서, 도정한 대표는 재밌는 맥주를 만들길 원한다.

스티커 개수만큼이나 수많은 수제 맥주들 사이에서, 도정한 대표는 재밌는 맥주를 만들길 원한다.

좋은 재료는 도정한 대표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

좋은 재료는 도정한 대표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

좋은 재료는 도정한 대표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

좋은 재료는 도정한 대표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

 

좋은 재료는 도정한 대표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

먼 훗날 더핸드앤몰트에서 만드는 치즈와 꿀이 나올지도 모른다.

먼 훗날 더핸드앤몰트에서 만드는 치즈와 꿀이 나올지도 모른다.

먼 훗날 더핸드앤몰트에서 만드는 치즈와 꿀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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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이상엽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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