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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자 선미

그녀는 낡고 값싼 디지털카메라의 가치를 발견했고,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며 밥을 먹고, 정신없는 게 좋지만 정신없는 곳은 싫어한다. 우리가 선미에 대해 몰랐던 것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UpdatedOn September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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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셔츠는 셉템버29, 연두색 튜브톱은 푸시버튼, 초커는 젤라시, 은색 목걸이는 판도라,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는 넘버링, 약지에 낀 반지는 판도라, 팔찌는 어나더플래닛, 귀고리는 바이올렛 클라우드 제품.

흰색 셔츠는 셉템버29, 연두색 튜브톱은 푸시버튼, 초커는 젤라시, 은색 목걸이는 판도라,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는 넘버링, 약지에 낀 반지는 판도라, 팔찌는 어나더플래닛, 귀고리는 바이올렛 클라우드 제품.

노랫말이 좋아요. ‘Why So Lonely’의 가사는 말하기 껄끄러운 솔직한 감정을 잘 풀어냈어요.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을까요?
모든 여자를 대변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혜림이랑 홍지상 작곡가님과 함께 작사했는데, 시니컬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멜로디는 예쁘게 흘러가지만, ‘어이없어’ 이런 가사잖아요. 사실 이건 화내는 게 아니고 투정이에요.

가사를 읽으면서, 내 여자친구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았어요.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어쩌라는 거야? 반문하게 돼요.
남자 입장도 이해돼요. 여자들은 꿍하면 말을 안 하잖아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예를 들면 여자들의 이런 말이 있죠. ‘네가 뭘 잘못했는데?’ ‘아니야, 재밌게 놀아.’

소름이 돋네요.
남자는 여자의 말에 담긴 속뜻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남자의 심정이 이해돼요. 근데 진짜 모르는 거 맞죠?

남자가 쓰는 언어와 여자가 쓰는 언어가 다른가 봐요.

저는 어떤 점이 서운하고, 섭섭했는지 정확히 말해요. 다음부터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에요. 제가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워낙 안정적인 걸 추구해서 집에 있는 게 제일 좋고, 밖에서 놀거나 술 마시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아요.

낯선 사람을 피하는 건가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어요. 제가 살짝 산만한 편인데, 낯선 사람을 만나면 더 산만해져요.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연애에서도 안정을 추구해요. 모험을 좋아하지 않아요.

새침하고, 도전하길 즐길 것 같은 선미 씨에 대한 편견은 틀린 건가요?

모험보다는 상상을 많이 해요. 책을 많이 읽고, 그냥 떠올려요. 곡을 쓸 때도 차 타고 가다 눈에 보이는 간판에서 영감을 얻어요. 독특한 이름의 간판을 보면 뭔가가 막 떠오르는 거예요.

항상 촉을 세워두고 있는 거죠?
맞아요. 예민하기보다는 머리 위에 안테나 같은 게 올라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얻은 영감에 대해 많이 기록해뒀나요?
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들이 많아요. 습작이 좀 있는 편이에요.

습작 하나만 알려주세요.

‘곡선’이란 곡이에요. 이런 내용이에요. 우리는 항상 곡선 앞에서 되게 당황해요. 예를 들면 커브길, 아니면 몸매가 좋은 아름다운 여자? 혹은 인생의 굴곡이라든지. 이런 곡선 앞에서 우리는 당황해요. 그래서 긴장하지 말라고, 이것도 그냥 선일 뿐이라고. 그런 가사를 썼어요.

시적이에요. 다가가면 곡선이고, 멀어지면 모두 직선이죠.

그렇죠. 그냥 선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풀어냈어요.
 

상의는 엠 미쏘니, 데님 팬츠는 다바걸 제품.

관찰력이 좋네요. 독특한 시각이에요.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나서 저 자신도 놀랐어요. 새벽에 누워서 인스타그램 둘러보기를 눌렀는데, 몸 좋은 서양 언니들 사진이 많이 뜨잖아요. 그걸 보고 곡선이란 단어가 생각났어요. 이외에도 습작 진짜 많은데, 다 말하고 싶네요.

최근에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어요?
스물다섯이잖아요. 이건 제 또래들의 고민인데 ‘다른 애’라는 주제로 속마음을 풀어냈어요. 부모님은 우리 애가 천재라고, 뭐든지 다 잘하는 우리 애는 정말 남다르다고 말하죠. 하지만 커보면 그 아이도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에요. 다를 거 없는 다른 애.

부모님은 우리 애가 다르네, 그랬는데, 커보니 그냥 엄마 말과는 다른 애였던 거죠. 팍팍한 세상이잖아요. 그러니까 부모님의 기대보다 내가 한참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거 아니에요. 친구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저도 같은 고민을 했죠.

그래도 부모님한테는 여전히 다른 애, 특별한 애가 아닐까요?
그렇죠. 항상 우리 딸, 아들이 최고라고 말씀해주시죠. 하지만 사실이 아닌 걸 알아요. 현실적인 생각을 하다 조금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내가 이상이 너무 높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굳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살 필요가 없죠. 춤을 춰도, 밴드를 해도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욕할 사람은 욕할 텐데. 그동안 너무 잘하려고 자신을 억누른 것 같아요. 연예계 생활 10년을 했는데, 이제야 깨달은 거죠.

선미는 선미만의 길을 가면 되죠. 베이스 치는 여자가 밴드에서 제일 예쁘잖아요.

베이스는 남성적인 악기고, 그런 악기를 여자가 드니까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못 지어서 문제예요.

더 예쁜 베이시스트도 있나요?

여자 베이시스트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제프 벡과 공연한 탈 윌켄펠드는 엄청 부드러워요. 베이스 위에서 손으로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또 의상 때문인지 섹시했어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속옷을 안 입고, 타이트한 티셔츠만 입었어요. 그리고 곱슬거리는 금발을 풀어헤치고 연주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섹시했어요.

지금은 밴드로 활동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는 모든 장르에 열려 있어요. 나중에는 파워풀한 댄스로 컴백할 수도 있죠. 어쩌다 보니 원더걸스가 모험의 아이콘이 됐어요. 저는 모험을 싫어하는데 말이죠. 하하.
 

보라색 원피스는 포셉, 왼손 검지에 낀 반지는 판도라, 중지에 낀 반지는 카르펨, 오른손에 낀 반지와 팔찌는 모두 베리송크 제품.

보라색 원피스는 포셉, 왼손 검지에 낀 반지는 판도라, 중지에 낀 반지는 카르펨, 오른손에 낀 반지와 팔찌는 모두 베리송크 제품.

보라색 원피스는 포셉, 왼손 검지에 낀 반지는 판도라, 중지에 낀 반지는 카르펨, 오른손에 낀 반지와 팔찌는 모두 베리송크 제품.

분홍색 레이스 블라우스는 스튜디오 K, 버건디 가죽 스커트는 지컷, 귀고리는 바이올렛 클라우드 제품.

분홍색 레이스 블라우스는 스튜디오 K, 버건디 가죽 스커트는 지컷, 귀고리는 바이올렛 클라우드 제품.

분홍색 레이스 블라우스는 스튜디오 K, 버건디 가죽 스커트는 지컷, 귀고리는 바이올렛 클라우드 제품.

아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는데, 요즘 읽는 책은 뭔가요?
최근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샀어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궁금하네요.
양자 이론이나 상대성 이론, 빛에 대한 설명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챕터별로 짧게 정리한 책이에요. 지금 양자까지 읽었어요. 어려운데,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읽고 있어요. 항상 과학 블로그 같은 걸 북마크해놓고 읽어요. 물리학자의 실험이나 이론을 제가 왜 좋아하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그냥 찾아서 읽어요.

가사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주, 별, 과학은 훌륭한 소재잖아요.

그런 가사를 쓴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시간과 빛. 저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신기해요. 실체가 안 밝혀졌잖아요.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시간과 빛을 연구해요.

이렇게 매력적인 과학 ‘덕후’는 처음이에요.

하하. 잘은 모르지만 알고 싶어서 봐요. 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를 틀어놓아요. 동의하는 내용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어요. 디스커버리 채널도 많이 보고, VOD로 찾아봐요. 저 사실 과학 잡지도 봐요. <파퓰러 사이언스>라고, 아세요? 그거 매월 보고 있어요.

이러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거 아니에요?

대학원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는데, 저는 수식 같은 건 몰라요. 아, 아인슈타인도 수식에 약해서 수식만 따로 해주는 분이 있었대요.

다시 음악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즘에는 주로 어떤 음악을 들어요?
제게 옛날 감성이 있더라고요. 미스터 빅이나, 애니멀스, 시카고의 노래들. 토토나 10cc 밴드 등의 노래도 좋아요. 그때는 아날로그 시대라 소리가 더 사실적이고, 빈 듯한 느낌이라 좋아요. 요즘 음악은 빈틈이 없거든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죠. 또 산울림도 좋아요. 아련하잖아요. 아련함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누가 그러는데 스물다섯이 가장 예쁜 나이래요.

예쁜 나이를 만끽하고 싶은데, 어디서 만끽할까요? 진짜 예쁜 나이일까? 전 모르겠어요.

원하는 화보 콘셉트도 있어요?
저는 가만히 있질 못해요.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좋아요. 혼자 방에서 미러볼을 켜고 춤추면서 놀아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 꽃무늬 커튼을 주문했어요. 사진 찍으려고요. 옷장에는 반짝이 드레스가 있어요. 밖에는 못 입고 나가는 옷이죠. 그 옷을 입고 어두운 데서 플래시 터뜨리면서 찍어보고 싶어요.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주로 무엇을 많이 찍어요?
사람들이요. 원더걸스 멤버들이랑 내 동생 소희 사진을 찍어요. 얼마 전에 우리 다섯이 쪼르르 앉아서 <부산행>을 봤어요. 멤버들은 옆에서 울고, 진짜 주책이죠. 전 영화 보면서 우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그럼 언제 울어요?
혼자 생각하다 울어요. 대신 저는 히어로물 <아이언 맨> <트랜스포머> 이런 영화를 봐요. 슬픈 영화는 관객을 울리려고 만든 영화 같아서 울면 지는 것 같거든요. 이번에도 살짝 울 뻔했는데, 삼계탕 먹을 생각하면서 꾹 참았어요.

<트랜스포머>도 슬퍼요. 디셉티콘 죽을 때 안 울었어요?
다시 살아날 걸 아니까. 분명히 다시 돌아올 거예요.

스물다섯의 선미가 꽂혀 있는 거 세 개만 알려줘요.

사진. 지금 쓰는 삼성 카메라는 매우 저렴한 보급형이에요. 화질이 좋은 건 아니죠. 그래서 독특한 느낌으로 찍혀요.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질감이 좋아요. 오래 써서 제 손에 익었거든요. 그리고 피부 관리요. 스물다섯부터는 아이 크림 발라야 한다고 해서, 바르기 시작했어요. 세 번째는 운명이요.

데스티니요?
네, 사람은 정해진 운명을 산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정해진 것 같아요. 또 요즘에는 조명도 샀어요. 플라밍고 열 마리가 주르르 달린 조명이에요. 보석 스티커도 샀고요.

집 꾸미는 재미에 빠졌어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나 모던한 인테리어는 아니에요. 여기는 꽃무늬, 저기는 민트색, 방에는 핑크색 커튼을 걸었어요. 전부 다 달라요. 정신없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것도 정해진 운명인가 봐요.
조금 더 나이 들면 취향이 바뀔 수는 있겠죠. 아직은 정신없는 게 좋아요. 그런데 또 정신없는 곳은 싫고요.

사람은 유전자를 통해 설계되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키가 몇 센티미터까지 크고, 몇 살이 되면 어떤 질병에 걸리고, 이런 얘기요. 그럼 선미 씨는 어떤 사람이 되도록 설계되었을까요?
저도 궁금해요. 나는 뭘 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일까. 사춘기 소녀 같은 생각을 해요. 그래도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것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

데이터가 쌓일수록?
네, 경험이 쌓일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죠. 저도 좋은 사람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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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레스
STYLIST 차오름·이지은·김새아(런던프라이드)
HAIR 차차(정샘물)
MAKE-UP 김희선(정샘물)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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