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남산의 남자들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산으로 갔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벗어나 한적한 남산 자락에 올랐다. 그곳에서 각자 일을 벌이는 남자들을 만났다.

UpdatedOn August 29, 2016

3 / 10
/upload/arena/article/201608/thumb/31591-172122-sample.jpg

 

 

1 8Division | 허신구, 오인찬

8디비전이 남산 자락에 온 건 2년 전이다. 목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찾아오기에 편하면 됐다. 목 좋은 곳이야 어디에든 있다. 그래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했다. 두 조건을 충족시킨 자리가 바로 명동역에 인접한 남산 자락이었다. 명동이라는 동네의 상징성도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는 옷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명동으로 모여들었으니까.

8디비전은 패션 편집매장이다. 빈티지 숍으로 출발해 해외의 흥미로운 브랜드 제품들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가게로 변모했다. 지금은 입는 사람의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캡틴 선샤인, 아나토미카, 러프 앤 텀블 등이 8디비전의 색깔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다. 여기에 요즘은 인디언 주얼리인 노스 웍스 등으로 재미있는 요소를 간편하게 더하는 변주를 꾀한다.

5주년을 맞이하는 10월에는 중점적으로 전개하는 브랜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18길 49
문의 070-4135-0038

 

2 Btally | 김종배

이곳은 ‘명동 베스파’라 불리던 베스파의 국내 판매점이 있던 자리였다. 판매점이 신촌으로 이전하자, 김종배 대표는 아까운 곳이라 카페 겸 모터사이클 자가 정비 숍인 브탈리를 만들었다. 요즘 브탈리는 북악 스카이웨이와 잠수교, 남산으로 오가는 라이더의 아지트다.

라이딩 중에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자가 세차와 수리를 하며 쉬는 휴게소 겸 공용 개러지다. 김종배 대표와 베스파의 인연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시작되었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스쿠터를 타고 달리던 장면을 본 김종배 대표는 베스파에 흠뻑 빠졌고, 전역과 동시에 1970년대 모델을 구입하며 베스파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베스파는 문화가 있는 브랜드였다. 모터사이클의 미학적인 매력을 아는 브랜드였다. 이를 명확히 이해한 김종배 대표는 브탈리를 베스파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개러지 시설 이용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주소 서울시 중구 회현동 2가 31-1
문의 02-3789-1475

 

3 Rubana | 김종규, 이현창

비스포크 수트 숍인 루바나가 이곳에 문을 연 것은 2008년이었다. 비스포크 숍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드물던 때였다.

이탤리언 수트에 매료된 김종규 대표는 예부터 수트로 유명한 소공동에서 영향을 받아, 근처 남산 자락에 비스포크 수트 숍을 차렸다. 기성복을 취급한다면 목이 좋은 곳을 선호했겠지만, 비스포크 숍은 굳이 그런 지역에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클래식한 나폴리 수트 위주인 루바나는 인근에 자체 제작을 위한 작업장을 직접 차리면서 모든 공정을 수제 방식으로 진행한다.

가격도 낮췄다. 수트 한 벌 가격은 다른 비스포크 숍과 비교하면 20만~30만 원 정도 저렴하다. 덕분에 이렇다 할 홍보를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종규 대표는 아메리칸 캐주얼에도 관심이 많아 스웨이드 블루종 등 자체 제작 아이템을 내기도 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6길 25
문의 02-777-7362

 

3 / 10
/upload/arena/article/201608/thumb/31591-172118-sample.jpg

 

 

4 Panout | 원용삼

모든 상권은 치열하다. 힙한 상권은 더욱 치열하다. 남산 자락의 작은 식당, 팬아웃의 오너인 원용삼은 그런 곳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즐겁게 요리하고 싶었다. 그는 이곳에서 남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을 오르는 젊은이들부터 일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까지, 많은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낸다. 치열하지 않은 곳에서 즐겁게 만든 요리를 부담 없이 내고 싶다는 바람을 담는다.

팬아웃은 훈연한 비비큐와 단품 식사가 주 메뉴다. 오픈 초에는 비비큐를 시그너처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볶음밥, 커리 등 단품 식사 중심이다. 더욱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어서다. 원용삼 오너가 좋아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모로코의 향신료를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쓰기도 한다. 커민, 카옌페퍼, 파프리카 시즈닝, 가람마살라, 코리앤더 등 한 개성 하는 향신료들도 팬아웃의 팬 위에선 맛있게 누그러진다.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38-12 금성빌딩 1층
문의 070-7721-0033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기성율, 이준열
EDITOR 이경진

2016년 08월호

MOST POPULAR

  • 1
    벨루티 X 이준호
  • 2
    러너들이 선택한 길
  • 3
    가길 잘했다, 남해
  • 4
    A Summer Tale
  • 5
    CCWC 2025써머 룩북 컬렉션 공개

RELATED STORIES

  • INTERVIEW

    MINOR DETAILS #한승우

    아티스트 한승우에게 사소로운 질문을 전했다.

  • INTERVIEW

    재주 소년 차강윤

    데뷔한 지 1년 차에 주연 자리를 꿰차고, 차차기작을 쌓아둔 신인. 초롱초롱 뚜렷한 눈빛에 총기가 좋은 그의 목표는 오스카상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무궁무진 찬란하게도 빛나는,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차강윤과 나눈 대화.

  • INTERVIEW

    홍화연이 향하는 길

    후회하지 말자. 교사가 꿈이던 홍화연을 배우로 이끌어준 말이자 여전히 그를 움직이게 하는 신념이다. 실제로 만난 홍화연은 <보물섬> 속 은남을 어떻게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밝고, 맑았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니 앞으로 분할 캐릭터들이 더 기대됐다. 어떤 얼굴로도 금세 변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 INTERVIEW

    정경호의 선택

    아이고, 반갑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배우 정경호가 10년 지기처럼 두 손을 내밀고 인사했다. 물론 우린 처음 보는 사이다. 정경호는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배우다. 함께하는 사람을 우선하는 배우. 좋은 연기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배우. 곁에 있는 연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연기하는 배우. 정경호의 선택에는 사람이 깔려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과 또한 좋다.

  • INTERVIEW

    그곳에 소지섭이 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총탄을 맞고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그 남자. <사도>에서 조선의 왕이 되어 구슬픈 춤을 추던 그 남자. <주군의 태양>에서 귀신들의 원혼을 풀어주던 그 남자. 지난 28년간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장면 속에는 소지섭이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으로 돌아온 배우, 소지섭을 만났다.

MORE FROM ARENA

  • FASHION

    HIT THE ROAD

    방탕한 셔츠는 제멋대로 흐트러지게, 청춘을 만끽하며 무작정 바다를 향해.

  • AGENDA

    돌고 돌아 턴테이블

    LP를 구입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턴테이블.

  • FASHION

    PARIS SYNDROME

    파리의 전설적인 장소 'LE PALACE'에서 선보인 CELINE MEN WINTER 23의 기록.

  • FASHION

    Who is Gaston?

    메종 창립자인 루이 비통의 손자, 가스통-루이 비통(Gaston-Louis Vuitton). 그의 남다른 카리스마와 창의력에서 영감받은 새로운 루이 비통 파인 주얼리 컬렉션 ‘레 가스통 비통(Les Gaston Vuitton)’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 FASHION

    The Briefcase

    브리프케이스를 나르는 도시의 신사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