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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길이 내 길이니까

지금 리쌍의 6번째 앨범이 모든 음악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길은 이 모든 결과가 `우리 얘기가 대중의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br><br>

UpdatedOn October 22, 2009

요즘 많이 힘들잖아요. 검은 경로를
이용해서라도 음악을 듣고
위안을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 앨범이 다음에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면
CD 한 장 샀으면 해요.

2005년 DCInside 인터뷰 中

지난 5집 발매 때 했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 쿨한 발언이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내가 고치고 싶다고 고쳐지는 게 아닌데, 괜한 생각할 필요 없잖나. 그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양심이 있다면 앨범을 사겠지, 하고 생각하지.

초창기의 리쌍은 잃을 게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는 팬클럽이 없거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과연 생길지 모르겠다. 그런 것들이 우리를 오히려 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팬들이 싫어하겠지,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유로워져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이제 먹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번 앨범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 유독 복고 느낌이 강하더라.
정답이다. 더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섯 장이나 앨범을 냈지만 계속 뭔가 잊고 있는 것 같더라고. 조금 더 선명한 음질, 잘빠진 사운드보다 어떤 정서를 담고 싶었던 거지. 지금 우리 노래가 음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대중이 ‘어, 이거 설명은 못하지만 뭔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분명 리쌍의 네임 밸류는 수직 상승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집도 샀고, 차도 생겼다. 하하. 난 대중이 나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이 곧 대중의 경험이라는 거지. 이 좁은 한국 땅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미팅도 하고, 나이트클럽도 가봤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했고. 내 경험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는 거지. 다들 그런 과정을 거치니까.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한다. ‘계속 우리 얘기를 해줄게. 그건 어차피 너희 얘기일 테니까.’

피처링 진용이 화려하다. 이적, 윤도현, 장기하, 말로, 루시드폴까지. 어떻게 그렇게 쟁쟁한 뮤지션들을 다 섭외했나.
예를 들어 루시드폴의 경우, 난 그의 음악이 한국 뮤지션의 음악인 줄도 몰랐다. 그냥 참 음악 좋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라는 거다. 그날 바로 전화를 했다. 만나자고,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그렇게 시작된 거다. 처음부터 잘 알아서 시작한 게 아니다.

대부분 그렇게 전화 한 통 해서 시작된 건가?
장기하, 말로, 루시드폴이 그런 식으로 시작됐다. 장기하 같은 경우에도 우연히 음악을 들었는데 1980년대에 태어난 애들이 1970년대 음악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전화하고 만났지. 마침 기하가 재밌는 가사를 써왔고, 바로 앨범 작업에 들어간 거다.

모든 곡이 다 반응이 좋은 걸 보니, 차라리 디지털 싱글로 냈으면 수익 측면에서는 더 플러스였을 텐데.
맞다. 실제로 앨범이 절반쯤 완성됐을 때 디지털 싱글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말도 들었다. 수익이 많아지니까. 그런데 그냥,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엿먹이고 싶었다. 작업하다 보면 넣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지는 거지. 그러다 보면 싱글 같은 걸로는 성에 안 차더라. 꽉꽉 채워서 내고 싶은 거지. 사실 우리는 항상 몇 년 후 계획을 미리 짜고 있거든. 2집 작업 때는 3집에 들어갈 곡들을 만들어놓고, 3집을 만들 때는 4집의 곡들을 준비해놨다.

왜 그러는 건데?
모범생은 일을 순차적으로 착착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우리 같은 열등생은 그게 안 된다.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앨범을 못 낸다. 하하.

정력적으로 사는 것 같다, 열심히.
난 하루에 5시간 정도만 잔다. 시간이 아까워서.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그렇게 사냐 그러는데 사실 그건 내 콤플렉스 때문이다. 뭐든지 열심히 안 하고, 게으르고, 그렇게 살아왔거든. 남보다 덜 자고, 부지런히 살아야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음반도 잘되고, 예능도 하고. 수입도 많아졌겠다.
물론이지. 그러면서 씀씀이도 커졌다. 처음에는 수입이 많아지는 걸 숨겨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없는 척하면서 뒤로는 아파트 몇 채 가지고 있고 이런 건 못하겠더라. 당당하지 못한 건 싫더라고. 그리고 돈이 생기면서 좋은 게 많더라. 어려운 사람들 도울 수 있고, 동생들 맛있는 것 사줄 수 있고, 누가 아프면 병원비도 내줄 수 있고. 요즘은 돈을 버니까 돈 욕심이 더 없어지더라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예전에 이경규 선배님이 2009 예능 유망주로 날 뽑은 적이 있다. 술자리에서 선배님이 그러셨다. “넌 슬픔을 아는 애기 때문에 웃길 수 있을 거다. 네가 만든 노래를 들으면서 진짜 슬픈 게 뭔지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제 와서 그 말씀을 조금 알겠더라. 우리 노래가 사실 힘들고 우울한 내용들이 많잖아. 실제로도 힘들게 살았고. 그런 경험을 조금씩 나누면서 살고 싶은 거지.

아티스트인 척하면서 살지는 못하겠다.
그게 너무 웃기는데, 데뷔 초기만 해도 힙합 한다고 하면 동네 양아치같이 바라봤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우리를 보고 아티스트라고 하더라. 그런데 난 내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적 없다. 그냥 동네 편한 형의 입장에서 말하는 거다. 더 좋은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해서 애쓰는 건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개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누군가 우리 노래를 듣고 ‘아, 저건 내 얘기야’라고 말해줄 때다.

“이 좁은 한국 땅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미팅도 하고, 나이트클럽도 가봤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했고.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한다.
‘계속 우리 얘기를 해줄게. 그건 어차피 너희 얘기일 테니까.’

비가 와서 세상이 축축히 젖고 /
내 기분도 뭔가 야릇해질 때 /
내 몸은 습관처럼 너를 찾아갔다

리쌍 6집 ‘내 몸은 너를 지웠다’ 中

이번 앨범에는 유독 성적인 표현이 많다. ‘정액이 묻은 휴지’ 같은 대목은 어떻게든 이슈가 될 것 같은데.
리쌍이 전해주고 싶은 건 인생 얘기다. 사실 술 먹고 헤어진 여자친구의 몸이 그리워서 그 집 앞을 서성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얘길 하는 게 잘못된 건가? 사실 말을 안 할 뿐이지 한 번쯤 경험했던 얘기잖나. 나는 묻고 싶은 거지. 이런 가사가 야해? 저질이야? 그럼 듣지 마시고.

어쨌든 그 노래의 피처링을 박정아가 맡았다.
어떤 언론에서는 ‘야한 노래에 박정아가 참여했다’고 유치하게 떠드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그 노래에 정아 목소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쓴 거다. 정아는 목소리로 연기를 한 것뿐이다. 그걸 이상하게 본다면 그들이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박정아가 전화하면 바로 받으려고 연애를 시작한 후 잠을 못 잤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中

요즘 당신이 새롭게 떠오르는 훈남인 건 알고 있나? 당신의 그 지극 정성을 여자라면 다들 받아보고 싶은가 보다.
아유, 절대 안 그렇다. 지극 정성도 아니다. 대부분 남자들과 똑같다. 하하.

사랑에 적극적인 편인가?
그렇지. 그리고 그만큼 슬픈 사랑 얘기도 있었지. 그런데 전에 누굴 만났건 간에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제일 특별한 거잖나. 지금은 이 특별한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거다.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내 단점들을 고치고, 매일 새사람이 돼가는 거지. 그러다 보니 지극 정성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 싶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사랑이나 미인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정아라는 사람을 얻고 싶었던 거다. 생각해봐라. 박정아라는 사람 옆에 얼마나 잘난 인간들이 득시글거리겠나. 그런 사람을 정말 곁에 두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걸 쏟아 붓는 거지. 그렇게 내 모든 걸 던졌고, 그러다 보니 더 지켜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열애설도 사귄 지 1년 만에 난 거지. 그냥 박정아라는 여자 가수를 꼬셔보려고 했던 거라면 1년이나 안 만났겠지. 하지만 만날수록 너무 소중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다 헤어지면?
물론 이러다가 헤어질 수도 있겠지. 청춘 남녀가 헤어지고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뭔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노트북>을 보면서 저런 사랑이 진짜 사랑 아닐까, 생각한 적은 있다. 그냥 지금은 열심히 사랑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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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기원
PHOTOGRAPHY
STYLIST 안상영
MAKE-UP 오숙영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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