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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여행

종이와 붓, 펜을 쥐고 기록한 그림 작가 5인의 어떤 여행.

UpdatedOn July 25, 2016

 

요이한 ‘리뻬의 사람들’

 

 

THAILAND

 

샌드위치를 들고 찾은 리뻬의 바다. 굴러다니는 나무 패널에 그렸다. 빈티지한 느낌이 좋아 패널 위에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원본은 굴러다니도록 그냥 두고 왔다. 

 

작은 섬 불론에서 발견한 코트. 그늘에 자리 잡고 그리는데 점점 해가 들어 그림을 완성할 때 즈음에는 팔레트가 뜨거워졌다.

작은 섬 불론에서 발견한 코트. 그늘에 자리 잡고 그리는데 점점 해가 들어 그림을 완성할 때 즈음에는 팔레트가 뜨거워졌다.

작은 섬 불론에서 발견한 코트. 그늘에 자리 잡고 그리는데 점점 해가 들어 그림을 완성할 때 즈음에는 팔레트가 뜨거워졌다.

푸껫에서 그린, 라이프 가드가 없는 구조대.

푸껫에서 그린, 라이프 가드가 없는 구조대.

푸껫에서 그린, 라이프 가드가 없는 구조대.

꼬줌의 어느 바. 다 쓰러져 가는데 이름이 크레이지 바라니. 웃겨서 그렸다.

꼬줌의 어느 바. 다 쓰러져 가는데 이름이 크레이지 바라니. 웃겨서 그렸다.

꼬줌의 어느 바. 다 쓰러져 가는데 이름이 크레이지 바라니. 웃겨서 그렸다.

요이한

www. yoyhan.com

주로 열대에 관한 작업을 했다. 거듭 그리다 보니 더욱 다양한 열대 식물 자료가 필요했다. 서점에 들러봤지만 전문적인 책이 없었다. 결국 이국적인 식물들 가득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가장 처음 생각난 나라가 태국이었다. 나는 정해진 일정 없이 남쪽 끝 섬 꼬리뻬부터 동쪽 해안을 따라 2개월 정도 자유롭게 여행했다. 대부분 혼자 지냈다. 새로운 곳을 모험하길 즐기는 편인데, 여행지에서 느낀 감흥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붓을 잡는다.

태국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모으고 수영을 했다. 운 좋게도 천사 같은 친구들을 만나 우정도 나눴다. 낮 수영과 낮잠을 즐기고 친구와 바다 위에 둥둥 떠서 하늘을 보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눈부신 하늘에 노을이 지면 하늘과 바다에는 또 다른 색채가 드리워졌다. 그 위로는 파도가 끊임없이 넘실댔다. 밤바다와 둥그런 달, 친구와 쪽배, 밤바다 수영을 할 때면 나의 움직임에 따라 반짝이던 플랑크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한 황홀한 장면이 눈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싶은 것이 많았다. 물이 없으면 바닷물을 담아 쓰고, 종이가 없으면 굴러다니는 나무 패널을 썼다. 장면을 실제로 보고 그리는 일은 사생대회 이후 거의 처음이라, 평온한 기분마저 들었다. 색이나 형태에 마음이 동할 때마다 붓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풍경에서 느낀 부재에서 동기를 얻은 것 같다. 불완전한 아름다움이 보여서. 바닷속에서 헤엄치다 노을을 맞이한 순간이 있었다.

꼬따루따오라는 섬에서 사람 없는 바다에 깊이 들어갔을 때 본 풍경이었다. 찬란하게 부서지는 분홍색 태양빛이 파도 위에 일렁였다. 원근감 있게 펼쳐진 눈앞의 분홍빛 물결에 나는 완전히 압도되었다. 그 장면은 아직까지도 그리지 못했다. 너무도 대단해서 그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CUBA

 

쿠바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노천카페에서 마주친 악사들. 거리의 악사들은 쿠바에서 반드시 그리고 싶은 소재였다.

 

쿠바 여행에서의 첫 식사. 어두운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들 사이에 애교 부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쿠바 여행에서의 첫 식사. 어두운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들 사이에 애교 부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쿠바 여행에서의 첫 식사. 어두운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의 사람들 사이에 애교 부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나른한 얼굴로 과일을 파는 청년과 오래된 자동차는 아바나의 흔한 거리 풍경이다.

나른한 얼굴로 과일을 파는 청년과 오래된 자동차는 아바나의 흔한 거리 풍경이다.

나른한 얼굴로 과일을 파는 청년과 오래된 자동차는 아바나의 흔한 거리 풍경이다.

아르마스 광장. 아바나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다 마주한 장소다.

아르마스 광장. 아바나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다 마주한 장소다.

아르마스 광장. 아바나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다 마주한 장소다.

히보

@hibodot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낼 때였다. 친구들 사이에 쿠바 여행 붐이 일었다. 캐나다에 있을 때 쿠바를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쿠바 사이가 지금처럼 좋아지기 전이었다. 쿠바는 내게 곧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던지라 친구들의 쿠바 바람에 힘입어 곧바로 여행 결심을 했다. 때마침 캐나다 생활에 흥미를 잃기도 했다.

캐나다보다 더 이국적인 여행지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쿠바라면 더없이 새로울 것 같았다. 떠나기 전부터 목격하고 싶은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말레콘 방파제, 음악과 탱고도 듣고 보고 싶었다. 쿠바에는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을 것 같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것도 생경했다. 여행은 아바나와 트리니다드를 거쳐 바라데로로 향하는 코스로 짰다. 구체적인 일정은 즉흥적으로 이어갔다. 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갈 곳을 정했다. 쿠바와 어울리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나는 하루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를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펜, 종이 몇 장, 미니 팔레트, 워터 브러시. 이것만 가방에 넣어 다니며 간단한 수채화를 그리거나 드로잉을 했다. 간혹 외곽으로 나갈 때면 도시와 도시 사이를 볼 수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나무들이 거칠게 서 있고 하늘은 낮았다. 바다는 에메랄드 색깔이었다. 마치 오래도록 꿈꾼 장면을 목격한 듯한 기분이었다.

바라데로 공항에 내렸을 때 눈에 와 닿은 것들, 피부에 스친 공기가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다. 공항에서 본 쿠바는 아담하고 빨간 곳이었다. 상상한 대로 골목마다 흥겨운 악사들이 있었고, 상상 이상으로 매일 밤 탱고 파티가 열렸다.

음악과 춤을 사랑하며 그 위에 삶의 희로애락을 녹이는 쿠바 사람들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기분 좋았다. 쿠바 여행 중 목격한 가장 이국적인 장면은 그들만의 문화를 그대로 삶에 아로새긴 쿠바인의 모습이었다.


 

INDIA

 

호수 근처에서 두 명의 외국인이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음을 조율해가는 모습이 멋졌다. 

 

투박하게 지은 건물 위에 널려 있는 빨래들. 햇살이 좋았다.

투박하게 지은 건물 위에 널려 있는 빨래들. 햇살이 좋았다.

투박하게 지은 건물 위에 널려 있는 빨래들. 햇살이 좋았다.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풍경이었다.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풍경이었다.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풍경이었다.

인도의 사막.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친구 옆으로 강아지가 천천히 걸어와 앉는다.

인도의 사막.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친구 옆으로 강아지가 천천히 걸어와 앉는다.

인도의 사막.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친구 옆으로 강아지가 천천히 걸어와 앉는다.

이규태

kokooma.tumblr.com

인도 여행을 무작정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호기롭게도, 나의 첫 인도 여행이 그랬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났고 계획이 없는 만큼 두려웠다. 지금은 네 번째 인도 여행을 계획하는 인도 여행 마니아가 되었지만, 당시엔 인도에 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물며 영어도 못했다. 고생이 따른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매일이 잊기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인도는 큰 나라다. 산, 강, 바다, 사막 등 다양한 자연 풍경이 주는 감동은 대단하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나는 한자리에 꼼짝도 않고 앉아 공들여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최대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가만히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폐부까지 빨아들이기도 했다. 평소에도 나는 여행이나 길을 오가며 찍은 사진을 소재로 자주 그림을 그렸다. 각 나라, 도시가 품은 고유의 정서와 현상, 조형적인 미를 담아내길 좋아해서다.

풍경이 품은 상황의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요소를 그리는 일도 좋아한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인도 땅은 굉장한 감동과 감흥을 안겨줬다. 인도의 맥그로드 간즈로 향하던 길은 인도 여행의 방점이었다. 맥그로드 간즈는 달라이 라마가 있는 곳으로, 인도 여행 중에 가장 처음으로 찾아간 마을이다. 차를 타고 산길을 12시간 동안 올랐다. 새로운 풍경이 연속적으로 펼쳐졌고 높이 올랐는데도 마치 평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거대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규모의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차가 산을 오르며 달리는 내내 산이 품은 신비로운 오라와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다. 자연은 하염없이 아름다웠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이 몸속으로 스몄다.


 

ICELAND

 

새벽 밤의 빛깔이 한국과는 너무도 달랐다. 형광 파란색이라고 해야 할지. 밤이 온통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북부의 고다포스. 살면서 보아온 그 어떤 폭포보다 아름다웠다.

북부의 고다포스. 살면서 보아온 그 어떤 폭포보다 아름다웠다.

북부의 고다포스. 살면서 보아온 그 어떤 폭포보다 아름다웠다.

머물던 동네에는 설산을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머물던 동네에는 설산을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머물던 동네에는 설산을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엄유정

www. slowdream.com

나는 북부 아이슬란드 끝자락의 작은 어촌 마을 올라푸스피오르뒤르에서 지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당연히 북부 어촌 마을의 어부들을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리길 즐겼으니까. 예상은 빗나갔다. 땅 면적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수는 춘천시 인구 정도에 머물기 때문에 내가 지낸 시골 마을에서 관찰할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관심은 점차 마을을 둘러싼 설산으로 향했고, 그것을 그려나가는 데 마음을 쏟게 되었다. 그러자 날씨, 하늘의 색, 눈의 형태가 모두 다르게 보였다. 모든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나는 30여 일간 그 시골 마을에 은둔하듯 머물며 마을 풍경을 그렸다. 마을에는 온천수가 콸콸 나오는 야외 수영장이 하나씩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따금 물속에 들어가서 설산을 바라보고 점프하며 오후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대부분 풍경은 내가 알고 있던 자연의 색감을 완전히 전복했다. 빛이 나는 새벽 밤, 초록빛 폭포와 검은 해변은 모두 기존에 인식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색감이었다. 그런 것들이 시각적으로 굉장한 해방감을 주었다. 시리고 맑은 눈밭의 생선 냄새. 그때의 공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 갑작스럽게 눈보라가 치는 등 잦은 변덕을 부리는 날씨 때문에 이 동네에서는 약속 시간에 늦는 일 같은 건 흔한 듯했다.

모두 서두르기보다 당연하게 여겼다. 자연의 흐름과 변화를 존중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는 분명 도시인의 삶과는 다른 질감의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머물다 온 이방인이기에 보고 느낀 것을 미화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LONDON

 

 

빨간 버스와 가로등과 신호등. 누구나 머릿속에 그리는 런던의 모습이다.

 

워털루역에서 티켓을 사는 사람들. 런던에서 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그리는 일에 집중했다.

워털루역에서 티켓을 사는 사람들. 런던에서 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그리는 일에 집중했다.

워털루역에서 티켓을 사는 사람들. 런던에서 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그리는 일에 집중했다.

클라팜 정션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클라팜 정션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클라팜 정션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국형원

blog. naver.com/hwguk88

런던에는 꼭 한 번 가야 했다.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베이스로 삼는 도시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역시 런던 사람이었다. 나는 런던의 모든 것이 기대됐다. 심지어 도시를 장악한 무채색 풍경과 우중충한 날씨마저도. 그곳에는 나를 더욱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 가득할 것 같았다. 그 음울한 색채 위에 펼쳐낼 여정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나는 런던에서도 사소한 순간을 그렸다. 일상을 기록하며 그리던 평소 습관대로다. 런더너에게는 일상이지만, 여행자인 나에게는 조금 낯선 장면들. 이를테면 멋진 소녀의 옷차림, 차 안에서 나를 향해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 갤러리에서 어린 학생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거장의 그림을 보며 드로잉하고 공부하던 모습. 모든 게 마냥 신기해서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다녔다. 런던의 어떤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런던은 무한한 가능성의 도시 같았다. 그리고 싶은 장면을 접하면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그렸다. 벤치보다는 주로 바닥 신세였다. 연필과 색연필, 필통에 넣을 수 있는 펜 종류만 가지고 다니면서 드로잉을 했다. 채색은 나중이었다. 어떤 날은 채색까지 완성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물감까지 준비해서 길을 나서기도 했다. 수채화 작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주변에 화장실 있는 곳을 꼭 알아둔다. 공원이 많은 런던에서는 여행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내 신세가 다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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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ASSISTANT 김민수
EDITOR 이경진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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