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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노래

지난 12월호의 수상자 발표에 이어 시상식 명장면과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신년호에 20여 페이지에 걸쳐 실었으니 이런 기획을 한 <아레나>의 진심은 기사를 통해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br><br> [2007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2, 2006

 

2007년이다.기자라는 명예로 살아온 지 17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대략 과하게 찬란했고, 소소하게는 헐겁고 헐벗었다. 헐벗음의 근원은 ‘고인 물’이 되어간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월력에 의존해 매달 한 권의 책을 ‘생산’하는 것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예를 다했다고 안위하는 순간이다. 다행히도 지난 10개월 동안 <아레나>는 하찮은 고랑에도 고일 새 없었다.
나지 않은 길을 만들어서라도 신명나게 흘러왔다.  그런 역동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에이 어워드’다(지난 12월호의 수상자 발표에 이어 시상식 명장면과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신년호에 20여 페이지에 걸쳐 실었으니 이런 기획을 한 <아레나>의 진심은 기사를 통해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상을 창조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도 과정도 아니다. 상(賞)이란 게 그렇다. 받는 자와 주는 자가 공히 영예로워야 한다. 어찌 보면 누가 받느냐보다 누가 주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상을 받기 위한 노력과 상을 주기 위한 권위, 둘 중 하나의 경중을 논하라면 절대 답하지 못할 일이다. 그건 <아레나>가 공언한 어워드의 취지와 진중한 준비 과정과 예를 다한 섭외, 그리고 그 일련의 행보를 명예의 훈장으로 수락한 수상자들의 지난 일 년간의 업적을 두고 시소 게임을 하는 것과 같으니까.
<아레나>는 지난 연말 ‘에이 어워드’라는, 남성을 위한·남성에 의한·남성의 상을 재정하고 시상했다. 성차별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남성지임에 가당한 일이다. 이 기념비적 행사의 초심을 공유하고 동지가 되어준 아우디 코리아의 도미니크 보쉬 사장은 시상식을 마치고 하얏트 호텔 로비를 빠져나가면서 내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축하나 치하를 받을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이 되어온 대극(對極)을 아우르고 바로잡는다는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그 양극은 ‘가치의 진정’과 ‘평가의 오류’에 있다. 하나는 올곧게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남성과 잡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었음이다. 다른 하나는 잡지의 업적에 대한 평가 오류들을 청정한 물줄기로 씻어내고자 함이다.
연말의 네온사인이 된 수십, 수백 개의 시상식 중 그 어느 하나도 남성만의 업적을 기리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아레나>의 기획이 다시금 ‘최초’라는 챔피언벨트를 거머쥐게 되어 다행이라는 표현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차라리 요행에 가깝다. 당연히 이전에 존재해야 했던 것이 그러지 못하였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양질의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소명인 남성지로서 사회의 표상이 되는 남성들의 업적을 알려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상을 주는 심사단은 누구인가라는. 추천자와 조언자는 있지만 어워드 사무국의 최종 심사위원은 <아레나>다. <아레나>만큼 매 분각을 남성의 업적과 스타일 연구에 열중하는 자는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는 남성지 기자라는 본분에 어긋남이 없도록 끊임없이 남성들의 ‘삶’을 연구한다. 곧 전문가라는 의미다. 전문가가 평가하고 시상하는 것만큼 정중한 일은 없다. 그게 바로 권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주에 물이 많아 땅을 만나 바다를 부유하고 나무를 만나 그 잎을 무성케 하는 팔자라, 그 누구보다 유하디유해 본디 열 손가락 어디에도 피를 묻히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벼락처럼 30대 중반을 넘겼 때 이 같은 나의 팔자에 실로 절절히 감사하였다. 나이가 방패가 되고 연륜이 투구가 될지니, 나에겐 그 어떤 창과 검이 두렵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굽이굽이 산천에 닿아 탐욕의 불길을 잠재울 것이 아니겠는가. 이다지도 좋은 팔자를 타고난 내가 역동의 물 <아레나>를 만나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나와 <아레나> 기자들에게 드넓은 영명(榮名)의 물길이 될 것이다.

p.s. 에이 어워드의 수상자는 블랙칼라 워커의 ‘성정’을 근간으로 선발되었다. 창의력, 열정, 리더십, 개혁정신, 지성 그리고 이 모든 것과 더불어 이 시대 성공인의 기본 덕목인 ‘스타일’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상을 <아레나> 기자들에게 수여하고 싶다. 그들은 이 모든 덕목을 온전히 갖추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1회 ‘에이 어워드’ 수상자가 되신 분들께 절절한 축하의 마음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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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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