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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하니?

소라넷 서버가 압수되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몰래카메라에, 아동 포르노에, 리벤지 포르노까지… 세상 역겨운 것은 거기에 다 있었다. 역겨운 것을 향해 손가락질하려니, 어느새 손가락이 나를 가리킨다. 무서운 일이다.

UpdatedOn May 26, 2016

설마 <아레나>를 읽는 당신이 소라넷 같은 사이트에 들락거릴 일은 물론 없을 거라 생각하며 글을 쓴다. 그러나 소라넷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포르노를 접한 사람은 아주 많을 것이다. 완연한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자신만의 폴더에서 ‘야동’을 클릭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야동과 현실을 착각해 파트너에게 이상한 짓을 요구하는 남자도 아주 가끔은 있을 것이다. 그러다 그중 누군가는 야한 옷을 입은 여자는 강간을 당해도 싸며, 술 취한 여자를 강간하지 않는 일은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역겨운 일이 분명하지만, 생각 외로 우리 주변에는 역겨운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대표적으로 소라넷이 그렇다.

소라넷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이트였다. 성인 놀이터를 표방하므로, 음지를 지향하는 커뮤니티인 것이 당연했다. 우리 사회의 걷잡을 수 없는 퇴화 작용으로 ‘일베’ 같은 폭력적 극우 커뮤니티가 기지개를 켠 것과 궤를 같이 하며, 소라넷은 다소 개방적인 성인의 무척이나 성적인 놀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세를 불렸다. 비윤리적인 것을 솔직한 것으로 포장하고 비상식적인 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윤색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소라넷은 특유의 장점이 있었다. 약속도 없는 주말 눅눅한 방구석에서 화면 속 포르노 배우의 성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위 행위를 하는 것이 자신만은 아니라는 위안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지질한 위안은 곧 서로를 챙겨주는 패거리 문화가 탄생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조금은 지질하고 못난 어른끼리 모여 야한 동영상을 돌려본다고 그들을 음식 쓰레기 분류하듯 코를 막고 처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매매며 포르노며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불법이지만, 소라넷의 불법은 감히 법이라는 규범과 기준을 적용하기 민망할 만큼 비인간적이어서 놀랍다. 많은 여성이 소라넷의 행태에 분노를 표하는 이유는 그것이 포르노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 창구여서가 아니다. ‘메갈’이라는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과격한 페미니스트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남자를 쥐어 패기 시작해서도 아니다. 누구도 봐서는 안 되는 영상이 거기에 있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가 그곳에서 공모되기 때문이다.

소라넷 회원이 열광한 포르노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어둠의 경로로 수입한 ‘제작물’이 아니다. 프로 배우의 연기에는 질린 걸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냥 인간이 아닌 걸까. 보통의 상식으로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소라넷에서 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의 몰래카메라, 모텔에서 남의 성행위를 몰래 찍은 영상, 헤어진 파트너를 인격 살해하는 리벤지 포르노 같은 것들이다.

<슈퍼스타K>에 출연하고 흙수저 밴드로 관심을 모은 ‘중식이 밴드’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첨엔 네가 아닐 거란 생각에 멍하니 널 쳐다보다가 유두 옆쪽에 큰 점이 있더군. 맞아 기억나는데 너의 유방 삼국지 나의 전 여자친구 야동.’ 가사 속 남자는 자위를 하려고 야동을 다운로드했을 것이다. 아마도 일반인 야동 혹은 몰래카메라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 여자친구를 화면에서 만난다. 자신과 헤어지고 새로 만난 남자가 인터넷에 뿌려버린 전 여자친구의 알몸을, 섹스하는 장면을. 그는 분노를 느꼈을까? 아니다. ‘나랑 사귈 때 너는 저런 체위 한 적이 없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내 고추가 더 크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인격과 존재가 말살되는 현장에서 그의 관심사는 성기 크기다. 그리고 외롭다고 흐느낀다. 외로운 게 대수인가. 외로우니까 사람인데. 하긴 그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는 소라넷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강간 모의다. ‘건대 오거리 골뱅이 사냥 갑니다’라는 게시판에 우르르 댓글이 달린다.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먹자는 내용은 아니다. 술에 취한 여성을 함께 강간하자는 글이고, 거기에 찬동하는 댓글이다. 소라넷 유저는 여자란 성기를 삽입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나의 욕구를 받아줘야 하는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몰래카메라 속 아무것도 모른 체 사랑을 나누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자위할 수 있고 나아가 집단 강간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도구는 누구일까? 남자 자신이 세상 어디에도 하등 쓸데없는 정자를 생산하고 배출하는 도구로 생각되지는 않는가? 우리는 흔히 말한다. 일부에 불과하다고. 또 말한다. 남자의 성욕은 어쩔 수 없다고. 이어서 말한다. ‘일베’가 더 큰 문제라고. 그렇지 않다. 문제는 남자다. 우리 안에 소라넷이 아주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지껄였던 뭇 여성에 대한 외모 평가. 남자끼리 모여 했던 시시껄렁한 성적 농담. 분위기 깨기 싫어 혹은 그 분위기가 좋아 도우미를 부른 노래방에서 보낸 시간. 메신저로 돌려보았던 성인 자료들. 2016년 한국 남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 크지도 않은 본인의 성기 끝에 매달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이젠 매달린 성기에서 손을 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최근 네덜란드에 있던 소라넷 서버가 압수되고 운영자와 주요 업로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동 포르노,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강간 모의가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그것이 성인의 자유라고 말하는 ‘맨’이 아직도 있다면, 한국 남자여, 우리가 먼저 그를 쥐어 패자. 아직도 소라넷 하니? 그렇다면 좀 맞자.

서효인의 슈퍼맨 vs 맨

서효인은 시인이고 직장인이며 두 아이의 아빠다. 슈퍼맨의 조건을 두루 갖췄으나 어쩐지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30대 남자다. 육아와 자아, 아빠와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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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서효인(시인)
Contributing Editor 이우성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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